노인과 바다는 헤밍웨이의 마지막 소설이다. 우화적으로 읽히지만 그런 상징따위 없다며 비평가들을 조롱하면서 자신에게 최고의 작품이라고 말했다. 온통 상징적으로 읽히게 써놓고 상징따위 없다고 비평가들의 상징주의적 분석따위 의미없다고 일갈하는 헤밍웨이의 삐딱함이 눈에 그려지는 듯 하다. 단순하게 읽으면 노인이 바다에 나가 물고기를 잡았으나 빈손으로 돌아오게 되는 이야기다. 이 단순한 서사로 퓰리처상과 노벨문학상을 받을 수 있었을까? 아닐 것이다. 이 단순한 서사로 자신의 최고작품이라고 자신있게 말했던 이유는 단순하지 않았기 때문임을 스스로 알기에 그랬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 소설을 어떻게 읽어야 하는 것일까?
비교적 짧은 작품인데다 번역에 대한 역자의 자신감때문에라도 이 책은 한글본과 영문본이 함께 실려있고 저자의 강조을 담은 역자해설도 붙여져 있다. 영어를 모르니 번역에 대한 바름의 정도는 일단 건너뛸 수밖에 없는데 그런 후에도 왠지 추억속의 작품과 느낌이 다르다. 늙은 어부의 삶이 좀더 생생하게 느껴기는 하는데 '상징'을 뺀다면 무엇을 남겨야 할지는 좀더 막막해지는 기분이다.
85일째에서야 잡은 커다란 물고기... 그동안 없던 운이 횡재가 될수도 있었으나... 고기에게 끌려가는 작은배... 그럼에도 노련하게 낚시줄을 당겼다풀었다 하며 고기를 기어코 잡은 노인... 상어들의 연이은 공격... 살점하나 남지 않은 물고기... 몸 여기저기 다치고 또 다쳐서 성한데 한곳 없이 빈손으로 돌아오게 된 노인... 다시 고기를 잡으러 배를 탈 수 있을지없을지 모르는 상태... 청새치를 잡았으나 상어를 더 여러마리 해치웠으니 그 뼈만 남은 물고기는 청새치가 아니라 상어라고 불러야 하는걸까... 운이 없어도 고기를 못잡아도 늘 준비하고 일상을 하루도 빠짐없이 채웠던 노인에게 그 물고기는 운이었을까 아니었을까... 노인에게 바다란 무엇이었을까... 그런 노인을 바라보며 어부가 된 소년에게 바다는 무엇이 될까...
겉표지를 벗겨내면 보이는 하드커버에 그려진 삽화에 한참 눈길을 두게 된다. 저 작은 배를 타고 바다에 나가 배보다 큰 물고기를 오직 낚시줄로 잡은 노인의 노고에 대해 그저 한참 먹먹하게 바라보는 것으로 그 막막함을 조금이나마 줄여본다. 바다란 늘 그렇게 그저 바라보게 되는 것 같다. 어쩌면 삶도 그런 것이려나...
- 리뷰어스클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만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