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호와 소음 - 불확실성 시대, 미래를 포착하는 예측의 비밀, 개정판
네이트 실버 지음, 이경식 옮김 / 더퀘스트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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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확실성의 시대, 미래를 포착하는 예측의 비밀

 

 

예측이 실패하는 이유는 데이터의 부족이 아니다. 정보가 많다고 해서 예측이 쉬어지는 것은 아니다. 정보가 하나둘 많아지면 오히려 불필요한 소음의 양도 늘어난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 [신호와 소음]은 넘치는 정보에서 쓸모 있는 정보 가려내기, '신호' 에서 '소음' 을 제거해 의미를 발견하는 것의 중요성을 역설한다. (p. 6) -추천사 中-

빅데이터라고 불리는 시대에 살고 있으면서 '신호' 와 '소음' 을 구별해낼 수 있다는 것은 얼마나 대단하고 또 얼마나 필요한 능력인가. 중요성은 이미 충분히 그리고 대부분 체감했으리라 여겼다. 그래서 '신호' 에서 '소음' 을 제거하는 방법을 찾길 기대하며 책장을 펼쳤다.

이 책의 내용 대부분은 어째서 전문가들의 예측이 그토록 자주 빗나가는지, 아울러 어떻게 하면 좀 더 신뢰할 수 있는 예측이 가능할지를 다룬다. 그러나2012년에 이 책의 초판이 출간된 뒤로도 전문가들이 상당히 높은 확률로 세상을 바꾸는 대사건이 일어날 것을 예측했지만, 이런 예측들이 대체로 무시되거나 잘못 받아들여지는 사례의 수는 점점 늘어나기만 했다.(p. 13) 이 책 전체의 목적은 사회가 더 나은 예측을 할 수 있는 방법을 설명하는 것이다. 그러나 불확실성 아래에서 해야 하는 더 나은 추정은 단순한 추측과는 전혀 다른 차원의 일이다. 어떤 의사결정권자가 현재 시점에서 동원할 수 있는 정보를 토대로 해서 믿는 것이 무엇인지 묻는 것, 이런 접근 방식이 그 사람이 신탁의 사제라도 되는 것처럼 여기는 것보다는 더 나은 패러다임이다. (p. 28) -서문 中-

2012년의 초판을 읽은 것은 아니나 이번 개정판이 크게 달라진 것 같지는 않다. 다루고 있는 예시들에서 년도가 2012을 지난 것들은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최신 예시는 대부분 '트럼프' 관련 한 것들이었다. 아마도 트럼프 낙선 이후 제대로 트럼프 당선에 대한 비판을 하고자, '예측' 이 가장 크게 빗나갔던 사례를 다루고자 개정판을 낸 듯 싶다.

인간의 생물학적 본능은 정보가 홍수처럼 넘쳐나는 현대 세상에 언제나 멋들어지게 적응하지는 않는다. 여러 편견을 알아차리려고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한, 새로 보태지는 정보가 우리에게 가져다주는 편익은 최소한에 머물거나 어쩌면 오히려 줄어들지도 모른다. (p. 62) 신호는 진리다. 소음은 우리가 진리에 다가서지 못하게끔 우리의 정신을 산만하게 한다. 이 책은 이것들에 관한 이야기다. (p. 69) -들어가며 中-

이 책이 신호에서 소음을 걸러내는 방법을 간명하게 알려주길 기대했다. 하지만 어마무지한 두께에서 내내 의미들만 설명되어졌다면 읽지 못했을지도 모르겠다. 다행?인지 이책은 대부분 신호 보다는 소음에 대한 이야기들을 주로 하고 있다. 따라서 대충 걸러가며 읽게 되는 책이었다. 첫번째 소음은의 주제는 '금융위기'다.

과거의 데이터는 미국의 주택가격이 일제히 하락할때 어떤 일이 일어날지에 대해 아무것도 얘기해주지 않는다. 주택가격 폭락은 표본 외 사건이었고, 신용평가사들이 운용하던 모델들은 이런 조건 아래에서 지급불능의 위험을 산정하는 데 아무 소용이 없었다. (p. 114) 그들의 예측은 완전히 빗나갔다. 이는 당신이 쏜 총알이 과녁 한가운데에 적중하지 않았는데도 언제나 대체로 비슷한 지점을 맞혔다는 사실을 들어, 다시 말해 정확하지는 않지만 정밀하다는 점만 가지고서 자기가 명사수라고 주장하는 셈이다. (p. 115)

소수점 둘째자리까지 정밀하게 한 예측지수는 표본 외 사건에 대해 아무런 예측을 해주지 못한 셈이 되었다. 즉 정밀한 수치이긴 했으나 정확하게 표적의 중심을 맞추진 못했다는 말이다. 그동안의 데이터로는 그동안 한번도 발생하지 않은 일에 대해 예측은 커녕 소음만 만들어냈을 뿐이었다. 그랬기에 '금융위기'가 터졌다. 금융위기는 정치권자들의 선택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었다.

고슴도치와 여우는 이사야 벌린이 러시아 소설가 레프 톨스토이에 대해 쓴 에세이 [고슴도치와 여우]에서 따온 표현이다.(벌린은 이 제목을 그리스 시인 아르킬로코스가 쓴 '여우는 사소한 것을 많이 알지만 고슴도치는 중요한 것 한 가지를 안다'라는 구절에서 따왔다.) 톨스토이나 아름다운 문장을 특별하게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벌린의 에세이를 읽을 이렇다 할 이유는 없다. 벌린의 에세이가 담고 있는 기본 발상은, 작가와 사상가를 크게 고슴도치와 여우라는 두 범주로 나눌 수 있다는 것이다. (p. 126)

미국에서 있었던 선거 결과를 바탕으로 저자는 '여우처럼 생각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주장한다. 언론매체에는 대부분 한가지 주장을 과하게 열심히 하는 고슴도치적 전문가들이 득세하고 이들을 보다보면 여론은 이들이 주는 쓸데없는 소음을 신호처럼 받아들익 되기 쉽다. 그러니 여우처럼 의심하고 여우처럼 사소한 정보들에 대해 관심을 가져서 여우처럼 자신만의 확률을 계산해보라고 저자는 말한다. 여우처럼 저자 본인이 했던 직접적 경험담이 '야구'이야기인 셈이다. 저자는 메이저리그의 야구선수들 성적을 예측하는 프로그램으로 인생역전을 경험했다.

경쟁이 어떤 곳보다 치열한 프로스포츠 세계에서 예측을 가장 잘할수 있으려면 무엇보다 스스로 혁신가가 되어야 한다. (중략) 아무도 생각하지 못한 발상을 하기란 어렵다. 좋은 발상을 하기란 더더욱 어렵다. 좋은 발상을 했더라도 곧장 다른 사람들이 달려들어 그걸 베끼기 때문이다. (p. 211) 훌륭한 혁신가는 일반적으로 매우 크게 생각하고 동시에 매우 작게 생각한다. 새로운 발상은 때로 문제의 가장 미세하고 구체적인 데서, 보통 사람들은 귀찮아서 피하려 드는 데서 생겨난다. (p. 212)

일상에서 보통사람들이 좋은 발상에 대해 경험해볼 수 있는 영역은 아마도 '기상예측' 이 아닐까. 폭설, 폭염, 폭우 같은 재난에 가까운 기상을 경험할때마다 우리는 기상청을 마구 힐난한다. 하지만 기상청은 분명 최대한 신호를 잡아내려 하고 있는 중이다.

기상 예측의 과학은 기상이 제기하는 온갖 복잡성이라는 어려움을 헤치고 나아가는 성공 스토리다. 이 책을 읽으면서 알게 되겠지만, 예측에서 이 같은 경우들은 규칙들보다는 예외에 속한다. 그럼에도 미국 국립기상청은 종종 폄하될뿐더러 민간업체로부터 강력한 도전을 받고 있다. 경쟁이 불가피하다 하더라도 문제는 이 경쟁이 불공정하게 전개된다는 데 있다. (p. 245)

일기예보가 틀리고 기상청이 욕먹는 것은 한국이나 미국이나 매한가지인가보다. 하지만 기상청 예보는 성공스토리라고 저자는 말한다. 기상예보는 점점 잘 맞고 있다. 눈에 직접적으로 보이는 체감할 수 있는 성공스토리이다. 심각한 위험은 기상보다는 오히려 '지진'에 있었다.

통계학에서는 소음을 신호로 잘못 인식하는 행위를 가리켜 '과적합'이라고 부른다. (p. 298) 과적합은 '엎친데 덮치는' 격이다. 과적합 모델은 연구논문에서는 '더 나은 것'으로 보이지만 실제 현실에서는 '더 나쁜' 성적을 거둔다. 그리고 후자의 특성 때문에 실제 현실에서는 예측하는 데 동원될 경우 호된 대가를 치른다. (p. 304) 지진은 기본적으로 '복잡한' 현상이다. (p. 310) 그 과정은 너무 복잡한 나머지 특정 수준을 넘어서서 예측할 길이 없다. 그런데 복잡한 과정들은 충분히 거리를 두고 바라보면 질서와 아름다움을 낳는다. 나는 이 책에서 신호와 소음이라는 표현을 매우 느슨하게 사용하지만, 사실 두 단어는 전자공학에서 나온 용어다. (p. 311)

지진에서 '과적합' 사례를 찾는 것은 역사속에서 엄청난 대지진을 찾아보면 된다. 지진은 예측불가능한 영역같아 보였고 실수들만 차곡차곡 쌓아오는 분야 같았다. 하지만 저자는 '기술은 퇴보하는 일 없이 언제나 발전'한다며 그러한 실패들 속에서도 분명 '신호'를 지진 신호를 찾아낼 날이 올것이라 희망한다. 과적합 실패담이 어디 지진에서 뿐이겠는가 실생활에서 더 심각하게 체감되는 분야는 '경제 예측' 이다.

경제 예측가들은 하치하우스가 그렇듯 세 가지 근본적 문제에 부닥친다. 첫째, 경제 통계안으로 인과관계를 결정하기란 매우어렵다. 둘째, 경제는 항상 움직이기 때문에 지금의 경제 주기에서 유효한 경제 행위가 미래의 경제 주기에서는 전혀 효과가 없을 수 있다. 셋째, 경제 전문가들의 예측이 형편없었던 것 만큼이나 이들이 다루어야 하는 데이터 역시 썩 훌륭하지 않다. (p. 328) 설령 그 모든 문제를 해결한다고 해도 경제 전문가들에게는 여전히 문제가 남는다. 고정되지 않고 움직이는 표적을 맞혀야 하는 문제다. 미국을 비롯해 세계 각국의 경제는 항상 진화한다. 그리고 서로 다른 경제변수 사이의 관계는 시간이 흐름에 따라 계속해서 바뀔 수 있다. (p. 334)

빅데이터 시대에 소음은 엄청나게 경제분야를 물들인다고 하면서도 저자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통계적 추론은 이론으로 뒷받침될 때, 또는 적어도 근본 원인에 대한 좀 더 깊은 생각으로 뒷받침될 때 훨씬 더 강력해진다고 말한다. 다만 지나친 자신감은 금물, 예측가들이 우리가 사는 세상에 잠복해 있는 온갖 위험을 온전하게 그리고 명시적으로 드러내지 못할 정도로 위축감을 느낄 때 위험은 음험한 모습을 드러낼거라고 저자는 당부한다. 지금 우리가 맞닥뜨린 음험한 위험은 바로 '전염병' 아닐까.

예측은 목적이 아니라 수단이다. 예컨대 예측은 모든 과학에서 가설 검증에 매우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통계학자 조지 박스는 이렇게 말했다. "모든 모델은 빗나간다. 그러나 몇몇 모델은 유용하다" 모든 모델은 우주의 미니어처이며, 당연히 그래야 한다. (p. 395) 좋은 모델은 설령 빗나간 예측을 내놓는다 해도 유용할 수 있다. 오조노프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가 하는 모든 예측은 빗나갈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합니다. 그러기에 얼마나 빗나갔는지, 빗나갔을 때는 어떻게 해야하는지 이해하고 빗나갔을 때 발생할 수 있는 비용을 최소화하는 것이 예측과 관련해서 우리가 해야 하는 일입니다" (p. 396)

빗나간 예측도 사후수습으로 유용할 수 있다는 것을 우리는 '코로나' 사태로 절절이 체감하는 중이다. 비록 빗나갈 지라도 "예측'은 중요하다. 그렇다면 과연 이런 예측은 어떻게 할 수 있다는 말인가? 저자는 '베이즈 정리' 를 강조한다.

토머스 베이즈는 1701(또는 1702)년에 태어난 영국의 목사다. 베이즈는 통계학의 전 영역에 이름을 남기고 저 유명한 불멸의 정리에도 이름이 아로새겨져 있지만, 정작 그의 삶은 거의 알려져있지 않다.(중략) 베이즈는 불리한 출신 배경과 부족한 저술 경력에도 왕립학회 회원으로 선출되었다. 아마도 왕립학회의 토론회에서 내부 비평가나 조정자 역할을 한 듯싶다. (중략) 베이즈는 신이 진정으로 자비심이 넘치는 존재라면 어떻게 이 세상에 고통과 사악함이 존재할 수 있겠는가 하는 오래된 질문을 탐구했다. 그는 인간의 불완전성을 신의 불완전성으로 오해해서는 안 된다는 결론을 내렸다. (p. 414) 베이즈는 신의 완벽함과 무결성을 믿었다. 그뿐만 아니라 자연은 일정하고 예측할 수 있는 법칙에 따라 움직인다고 말하는 아이작 뉴턴의 저작도 신봉했다. (p. 415) 베이즈주의적 관점은 합리성을 '개연성(확률)'과 관련된 문제로 본다. (중략) 베이즈는 인간이 결점투성이라고 해서 이를 신이 실수한 것이거나 실패한 것으로 오해하면 안 된다고 했다. 우리가 불완전하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야말로 구원의 길로 나아가는 첫걸음이라는 말이다. (p. 416) 확률과 예측, 그리고 과학적 진보의 밀접한 연관성은 이처럼 18세기들어 베이즈와 라플라스 덕분에 온전히 이해되기에 이르렀다. (p. 417) 베이즈 정리의 철학적 토대는 놀라우리만큼 풍부한 데 비해 그 수학적 형식은 굉장히 간단하다. (중략) 베이즈 정리는 조건부확률과 관련이 있다. 어떤 사건이 일어났다는 전제 아래 이론이나 가설이 참이나 거짓일 확률을 따진다는 말이다. (p. 418)

'베이즈 정리'에 대해서는 다른 수학책이나 통계관련 책에서도 자주 언급된다. 하지만 그때도 이해하지 못한 정리였듯이 이번에도 이해하긴 어려웠다. 다만 베이즈 정리가 나오기까지의 과정을 보니 '미국식' 사고방식을 좀더 뚜렷이 느끼게 되었다. 서양의 추론 방식은 대부분 '연역식' 이다. 주제를 먼저 세우고 입증해나가는 방식이다. 따라서 예측 이라는 방식으로 학문이 발전해온 셈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러한 예측엔 '종교적 믿음' 이 깔려 있기 쉬웠다. 그래서 '시크릿' 이라는 자기계발서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겠구나 하는 그책을 읽은지 몇년만의 깨달음이 찾아오기도 했다. 하지만 여전히 나는 '베이즈 정리' 의 주관적 확률에 대해 도무지 어떻게 받아들여야할 지 모르겠다.

베이즈 정리는 또한 우리 주변 세상에 대해, 특히 사람들이 확률이나 가능성의 문제로 좀처럼 생각지 않는 문제들까지 확률적으로 생각하라고 요구한다. (중략) 기본적으로 베이즈 정리는 '인식론적' 불확실성, 곧 우리 지식의 한계를 다룬다. (p. 426) 피셔와 그의 동시대 사람들은 '베이즈 정리'자체에 대해서는 별문제를 느끼지 않았다. '베이즈 정리'는 그저 단순한 수학적 실체일 뿐이기 때문이다. 피셔를 비롯한 그들이 두려워한 건 '베이즈 정리'가 적용되는 방식이었다. 특히 그들은 베이즈주의의 사전확률이라는 발상을 문제 삼았다. 그들이 보기에는 사전확률이 지나치게 주관적이었다. '실험 전에 어떤 것이 발생할 가능성을 미리 정해둬야 한다니, 그것도 주관적으로! 이런 설정이 과학의 객관성을 어떻게 훼손하지 않겠는가?' 이것이 피셔와 그의 동시대인들이 바라보던 사전확률의 문제였다. (p. 431)

내가 보기에도 그랬다. '사전확률' 이라고 하지만 사실 확률이 아니라 개인적으로 예상하는 기대수치인 셈이었다. 그런 주관적 수치를 어떻게 확률 이라고 할 수있는걸까... 그런 주관적 수치로 임의적으로 설정한 사전확률을 바탕으로 계산한 예측이 어떻게 확실하게 맞다고 할 수 있게 되는 것일까... 베이즈정리는 여전히 내게 이해가 안가는 확률통계처리 방법이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큰 문제는 피셔의 통계 철학이었다. 그의 통계방식은 실험의 객관적 순수성을 강조한다. 모든 가설은 데이터만 충분하게 주어진다면 완벽한 결론으로 검증될 수 있다는 게 이 방식의 가정이다. 하지만 이런 순수성을 확보하려면 베이즈주의적 사전확률의 발상이나 뒤죽박죽인 실제 세상의 온갖 맥락에 대한 필요성을 부정해야만 한다. 이 방법론은 우리가 설정한 가설의 타당성에 대해 우리에게 생각하도록 권장하지도 않고 요구하지도 않는다. (p. 436)

데이터들만을 바탕으로 한 통계만 신뢰할 수 없다는 것도 안다. AI에게 언어능력을 키워주기 위해 인터넷세상에서 스스로 학습하도록 시켰더니 올바른 언어보다 욕지거리들만 잔뜩 배워서 인공지능의 언어능력은 스스로학습이 아닌 올바른 언어를 입력해주는 것으로 하기로 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데이터들이 많다고 해서 그 많은 데이터들이 맞는 것은 아니다. 진짜보다 가짜가 많으면 통계는 가짜를 진리로 계산해낸다. 따라서 단순한 통계는 오히려 신뢰성이 없다. 나는 통계도 베이즈정리도 다 믿을 수가 없게 되버리고 말았다.

사실 베이즈주의의 한 가지 특성은 우리에게 더 많은 증거와 데이터가 주어지면 우리가 가진 믿음들은 저절로 진리를 향해 수렴한다고 보는 데 있다. (p. 442) 내가 피셔의 통계적 접근법의 문제점을 지적했지만, 이 같은 내용은 신기한 게 아니다. (중략) 그런데 최근 들어 존경받는 통계학자들이 빈도주의 통계학을 학부에서 더 이상 가르쳐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기 시작했다. (중략) 나는 (중략) 결국 베이즈주의자가 승리할 것으로 예측한다. (p. 444)

결국 '믿음' 의 문제였다. 믿으면 모든 것이 이루어지리라는 '시크릿' 이라는 책의 확률적 정리가 '베이즈정리'인 셈이다. 답이 없어 보이는 한계에 다다른 기분이다. 그 돌파구를 찾기 위해 저자는 최신 기법을 예로 들기 시작한다. 첫번째 예시는 인공지능과 인간과의 '체스'경기다. 그 다음은 포커 였다.

컴퓨터 체스 프로그램들은 이런 방식으로 체스를 둔다. 가능한 거의 모든 수를 최소한의 깊이로 검토하다가 가장 유망한 수에 자원을 집중한다. 이 방식은 매우 베이즈주의적이다. (p. 489) 포커를 할 때 우리는 자신의 의사결정 과정을 제어하지만 어떤 카드가 내 손에 들어오게 하거나 바닥에 깔리게 제어하지는 못한다. (p. 547) 결과에 초점을 덜 맞출수록 더 나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역설이 성립한다. (p. 548) 해결책에 가장 가까운 것은 신호와 소음 모두 이 우주에서 뺄 수 없는 요소임을 깨닫고서 이들에 대해 전혀 흔들림 없는 마음의 평정 상태를 유지하며, 각각의 실체를 파악하고 평가하는 데 온 힘을 기울이는 것이다. (p. 548)

예측을 하는 구체적 방법에 있어서 통계를 지나 믿음의 문제로 가버렸다. 구체적 예시들은 또다시 베이즈정리의 주관적 확률을 지지하는 듯 보인다. 그리고 저자는 더 나아가 전 세계적으로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해 좀더 큰 예시들을 제시한다. 바로 '보이지 않는 손' 이다.

사실 자본주의와 베이즈 정리는 같은 지적 전통 속에서 나타났다. 애덤 스미스와 토머스 베이즈는 같은 시대를 살았으며, 두 사람 다 스코틀랜드에서 교육을 받았고 철학자 데이비드 흄의 영향을 받았다. 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도 베이즈주의적 과정이라 생각할 수 있다.(중략) 우리 믿음을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하면서 점검 개선하고, 사람들 사이에 그 믿음에 이견이 있을 때는 내기를 한다는 점에서 서로 같기 때문이다. 이 둘은 기본적으로 '대중의 지혜'의 강점을 취하는 합의 추구 과정이다. 따라서 시장은 이런저런 예측을 하는 데 특히 좋은 방법이라 할 수 있다. 바로 주식시장이 그렇다. (p. 554) '거품이 왜 생기는가 하는 질문에 대한 대답은, 시장이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걸 모든 사람이 바라기 때문입니다' (p. 591) 그런데 분명한 것은 만약 우리가 '시장은 오류 없이 무결점으로 돌아가며 시장의 가격은 언제나 옳다'는 가정을 갖고 있다면 결코 거품을 탐지할 수 없을 것이라는 점이다. (p. 611)

'보이지 않는 손' 이라는 시장경제의 기본 원리를 보여줌과 동시에 인간의 믿음이 바탕이 된 '베이즈주의' 를 보여줄 수 있는 예시로 '주식시장'은 적절하다. 코로나 사태로 경제가 침체될때 개미들이 주식시장에서 어떤 움직임을 보여주었는지 생각해보면 정말로 아주 적절한 사례다. 그리고 또한번 절감할 수 있다. 시장의 가격은 항상 옳지는 않았다. '보이즈 않는 손' 이 시장에서만 있다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다음 예시는 '지구 온난화' 문제다.

인과관계에 대한 기본적 이해가 있다면 지구온난화를 둘러싼 여러 주장을 의심할 근거는 충분하다. (중략) 그러나 예측은 현상 뒤에 숨은 원인을 온전하게 이해할 때 훨씬 더 강력해진다. 우리는 지구온난화의 원인을 상당한 수준으로 이해하고 있다. 그 원인은 바로 온실효과다. (p. 616) 불확실실은 예측의 본질적 요소로, 타협이 불가능하다. (p. 662) 그러나 불확실성을 조심스럽고도 명시적으로 계량화해야 하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과학적 진보에는 특히 베이즈 정리를 전제한다면이것이 필수다. (p. 663) 고장난 정치제도는 미국의 미래를 어둡게 한다. (p. 670) 내가 아이디어들의 건강한 토너먼트와 철창 속에서 치러지는 정치라는 격투기 가운데 하나를 골라야 한다면 어떤 것을 선택해야 할지는 빤하다. 특히 내가 올바른 예측을 하고 있다고 믿는다면 더더욱 그렇다. (p. 671)

지구온난화 문제는 비교적 정확한 과학적 토대들로 확실한 지향점을 보여주지만 정치적 합의는 불확실성에 미래를 걸기 일쑤였다. 그리고 그 불확실성에 건 정치적 합의는 때론 '테러'로 돌아오기도 했다.

진주만 공습과 9.11테러 - 신호는 있었지만 무엇을 뜻하는지 몰랐다. (p. 675) 테러에 대해 더 자세히 살펴보기 전에 먼저 테러가 무엇인지 정확하게 정의할 필요가 있다. 테러를 정의하기란 매우 까다롭다. 블라드미르 레닌은 '테러의 목적은 공포를 조장하는 데 있다' 라고 말했다. 이 발언에는 깊은 통찰이 담겨 있다. 테러리스트들은 최대한 많은 사람을 죽이는 게 목적이 아니다. 이들은 공포를 극대화해서 대중을 조종하려 한다. 파괴와 살인은 이 목적을 이루기 위한 '수단'일 뿐이다. (p. 694) 테러리스트와 사회 사이에는 일종의 균형이 있을 수 있다. 자유와 보안 사이의 어느 지점에 놓여 있는 균형이며, 균형의 무게중심은 시간과 장소에 따라 다양하게 달라질 수 있다. (p. 712) 테러를 사전에 포착하지 못한 실패의 가장 중요한 원인은 상상력의 부족이다. 예측을 할 때는 호기심과 회의론 사이에서 절묘한 균형을 취할 필요가 있다. (p. 718)

결국 '예측' 은 상상력이 필요한 영역이었다. 따라서 주관적 가설확률을 토대로 한 베이즈정리는 또다시 실용성을 획득한다. 저자는 '완벽한 예측은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기꺼이 인정' 하고 '우리가 알지 못하는 것에 대해 더 많이 앎으로써 좀 더 정확한 예측을 할 수 있다' 고 책을 마무리 한다. 700페이지가 넘는 이 두껍고 거대한 책을 통해 얻은 결론은 결국 '신호와 소음'을 구별하는 방법을 알아냈다기 보다는, '신호와 소음'을 구별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는 것이다. 이 결론을 설마 이 두꺼운 책을 읽기 전에 몰랐을까?;;;

정보량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유용한 정보는 상대적으로 적다. 다시 말해 소음에 대한 신호의 비율이 점점 작아지고 있다. 우리에게는 이 둘을 구분할 수 있는 더 나은 방법이 필요하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아는 것' 이 아니라 '우리가 아는 것과 우리가 안다고 생각하는 것 사이의 차이' 다. 이 책은 지금까지 이 둘 사이의 간극을 좁힐 수 있는 방법을 제안했다. 처음에는 도약을 크게 하고 그다음부터는 작은 발걸음을 부지런히 놀려라. '큰 도약' 이란 바로 예측과 확률에 대해 베이즈주의적으로 생각하는 것이다. (p. 721) 베이즈주의 원칙을 가장 쉽게 적용하는 방법은 수없이 많은 예측을 하는 것이다. (p. 727) 베이즈정리 아래서는 누구든 자기 견해나 믿음을 더 많이 검증하려들 것이고, 이 과정이 반복될수록 위에 열거한 문제점들을 더빠르게 극복하고 실수를 통해 배워나갈 수 있을 것이다. (p. 729) -나가며 中-

정말이지 두꺼워도 너무 두꺼웠던 이 양장본의 커다랗고 두꺼운 책의 결론은 어쩌면 서문에 이미 다 나와 있는 셈이었다.

나는 [신호와 소음]이라는 이 책의 내용을 자동차에 붙이는 스티커에 들어갈 정도로 압축한다면 무엇이 될까 하는 생각을 종종 했다. 그리고 '확률적으로 생각하라' 가 가장 적절할 것 같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런데 이번에는 거기에다 스티커 하나를 더 추가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 스티커의 내용은 이렇다. "속도를 늦추고 의심하라" (p. 38) -서문 中-

결국 '신호' 와 '소음' 을 구별해내는 특별한 비법 같은 건 없었다. 각자가 꾸준히 생각하고 의심하고 예측해보는 실수와 실패를 통해 경험치가 상승한다는 것뿐.

- 리뷰어스클럽에서 책만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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