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니스 - 거대 기업에 지배당하는 세계
팀 우 지음, 조은경 옮김 / 소소의책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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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이 우리의 개인 정보를 언제든지 활용할 수 있고,

아마존에 들어가야만 싼값에 상품을 구매할 수 있고,

페이스북을 통해서만 세계적인 공동체의 일원이 될 수 있다면...

우리는 정말로 좋은 세상에 살고 있는 것일까?

 

 

THE CURSE OF BIGNESS 거대함의 저주

우리는 거대기업의 저주 아래 살고 있는 것일까? 왜 자각하지 못했던 것일까? 거대함이 곧 저주라는 것은 역사가 여러차례 보여줘왔음을 저자는 간단하고도 쉽게 일깨워주고 있다. 거대함이 어떻게 이루어져왔고 거대해질수록 왜 저주가 될 수밖에 없는지 알고나면 새삼 몸서리쳐질 것이다. 저주를 깨뜨리려면? 일단 제대로 알아야 한다.

지금 우리는 전 지구적 차원에서 기업집중으로 인한 '거대함의 저주Curse of Bigness'에 맞닥뜨려 있다. 이 저주는 일반 대중이 경제적으로 번영하는 데 심각함 위혀이 될 뿐 아니라 자유민주주의에도 심대한 위험이 된다. 우리가 경제 독재는 정치 독재를 낳는 경향이 있음을 망각하고 부주의하게 경제민주주의의 이상을 단념했기 때문에 이런 일이 발생했다. 민주주의가 작동하려면 먼저 한 나라의 국민이 어떤 일이나 의제에 주권을 행사하는 주체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 전제다. 그러나 수많은 국가의 국민들은 주권을 가지고 있다고 느끼지 못한다. 우리는 20세기의 역사를 공부하는 학생들이 보는 것과 비슷한 패턴을 목격하고 있다. 20세기에서 우리가 배울 점이 있다면, 대중의 요구에 부응하는 경제정책이 실패했을 경우 전체주의와 독재가 따라온다는 것이다. 총체적 불평등과 물질적 빈곤은 민족주의적이고 극단적인 지도자를 키우는 위험한 자양분이 된다. 하지만 이런 교훈을 전혀 모르는 양 우리는 똑같은 길을 걷고 있다. (p. 9)

우리는 은연중에 늘 발전하고 있다고 전보다 훨씬 나은 삶을 살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지 않을까? 자유와 평등이 보급되고 그저 먹고사는것보다 잘먹고잘사는 것을 추구하게 된 요즘의 상황이 세계대전이 발발했던 그때의 모습과 굉장히 비슷하다는 것을 눈치챈 사람이 얼마나 될까? 나또한 저자 덕분에 깨우쳤을뿐 그전엔 그 유사성을 전혀 깨닫지 못했다. 그저 여전한 빈부격차와 여전히 팍팍한 삶에 대해 의문점을 갖고 있었을 뿐이었다. 왜 여전한걸까...했을 뿐이었다...

세계경제가 20세기 초반의 경제 상황과 비슷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세계정치의 상황도 그때와 유사해졌다는 것이 그리 놀랍지는 않을 것 같다. 20세기 초는 지속적인 경제적 곤궁, 노동자에 대한 잔혹한 처우, 중소기업의 파멸, 그리고 폭넓은 경제 불황 등으로 특징지울 수 있다. 그로 인해 일반 대중의 분노가 널리 퍼져나갔고, 새롭고 다르면서 더욱 공정한 대우를 바라는 요구가 증가했다. 대규모의 일반 대중이 경제적 궁핍을 겪은 뒤 러시아와 중국에서 공산주의 혁명이 일어났고 뒤이어 이탈리아, 스페인, 독일 그리고 일본에서 파시스트 혹은 극우민족주의자들이 득세해 정권을 잡았다. (p. 21)

흰쌀밥에 고깃국이 흔해진 시절이지만 우리는 대부분 여전히 경제적으로 곤궁함을 느낀다. 기본급이 상향되고 노동조합이 합법화됐지만 우리는 대부분 여전히 노동자에 대한 잔혹한 처우가 배경이 되어 발생한 사건들을 보며 아직도?라며 좌절하곤 한다. 폭넓은 경제 불황은 코로나의 장기화로 더욱 심화되었고 대중의 분노는 수시로 여기저기서 터져나오곤 한다. 그리고 우리는 이같은 상황을 이미 역사에서 목도한바 있다. 백여년전 경제불황에 대한 대중의 분노에 힘입어 정권을 잡은 극우주의자들에 의해 세계전쟁이 터졌다. 전쟁이 터진 것은 몇몇 미치광이들에 의해서가 아니라 경제가 원인이었다.

우리는 부모 세대보다 더 가난한 상황에 대한 모멸감, 그리고 소외될 진짜 가능성으로 인해 촉발된 분노와 폭력의 정치로 회귀하는 모습을 목격한 바 있다. 심각한 경제위기기 한 번만 더 일어나면 우리가 알던 민주주의는 끝장날 수도 있다. 20세기로부터 배웠지만 잊힌 교훈은 좀 더 신중하고 덜 감정적인 대안이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실업자와 노인들을 돕고, 노동자와 노동운동을 보호하며, 제어되지 않는 자본주의에 내재된 가혹함과 불공평함을 둔화시키는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는 명백하고 이미 잘 알려진 조치라고 할 수 있다. 전체 퍼즐에서 사라진 조각은 경제구조를 제어하는 것의 중요성을 깨닫는 것이다. 과도한 사적 권력의 집중을 방지하거나 깨뜨리는 법률이 필요하다. (p. 22)

저자는 법학교수이자 정책입안가이다. 누구보다 법의 필요성과 효력을 잘 알고 있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법으로 해결 가능한 방법을 모색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일 수 있다. 반독점프로그램의 하나로서 반독점법의 부활을 촉구하는 저자의 주장에 지나온 역사가 힘을 실어주고 있었다. 세계대전 이후 거대화의 흐름을 끊고 경제를 살린 것은 반독점프로그램들이었다.

사실 1930년대 초에 전 세계는 기업집중의 저주로 고통받고 있었다. 세계의 주요 국가들은 자국의 독점기업과 국가 대표급 기업을 선택해 육성했는데, 이는 결국 경제 붕괴와 세계대전으로 이어졌다. (p. 39) 거대 독일 기업들이 히틀러의 통치에 협조한 능동적 공범이었는지 희생자였는지는 사실 중요하지 않다. 우리가 알고 싶은 것은 독일의 경제구조가 나치 국가 설립과 실행에 위험한 촉매제 역할을 했느냐는 것이다. 역사의 기록은 전쟁 전 독일의 산업세계에서 기업집중 현상이 심했던 것이 히틀러가 권력을 잡고 세계 정복을 꿈꾼 독일의 노력에 일조했다는 주장에 상당한 설득력을 실어준다. 이는 지금 시대를 사는 우리가 절대 가볍게 무시할 수 없는 교훈이다. (p. 52)

하지만 일본은 독일과 달랐다. 독일은 거대독점기업이 곧 정권주체는 아니었을 뿐더러 전쟁 후 철저히 해체됐다. 일본은 독일과 달리 경제정책을 일본제국의 위대함과 연결시켰고(p. 56) 한국전쟁이 발발하면서 미국에 의해 반독점법의 집행이 제대로 실행되지 않았다.(p. 95) 이후 일본은 군국주의적 경제발전방식을 유지했고 이런 방식이 1990년대 경기침체를 불러왔다고는 하나 여전히 군국주의적 사고방식으로 한국을 대하고 있다. 어쩌면 휴전은 한반도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닌지도 모르겠다.

국가의 역할에 대한 주장들을 이해하면 질서자유주의를 명확히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자유방임주의를 믿는 사람은 국가가 물러서기를 바라고 사회주의자와 파시스트는 국가가 지휘하는 경제를 추구한다면, 질서자유주의자들은 처음으로 '제3의 방식'을 요구한 사람들일 것이다. 그들은 국가가 사적 권력을 파괴하기에는 충분하면서 사회를 탈취할 정도는 아닌 만큼의 힘을 보유하길 바랐다. 또한 국가가 일정 수준의 경제적 안정을 보장하면서 대부분의 상품 공급은 시장의 과정에 맡기기를 원했다. 질서자유주의자는 종종 이상적인 국가를 솜씨 좋은 정원사에 비유했다. 솜씨 좋은 정원사처럼 과도한 성장을 차단함으로써 인간이 번영할 조건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p. 85~86)

백년도 안된 역사이건만 독점과 반독점의 사건들을 훑어보는 과정은 흥미로웠다. 역사는 문제점만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해결의 힌트도 알려주고 있었다. 저자는 그 힌트들을 간명하게 정리해줌으써 최근 거대해지는 기업들에 대해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고 있었다. 역사는 늘 반복된다고도 볼 수 있지만 늘 다른 모습이라는 것이 초점을 흐리게 만들곤 한다. 하지만 그 반복성을 제대로 파악한다는 것은 곧 진보의 또다른 모습이 아닐런지.

신자유주의는 질서자유주의의 경쟁자였다. (p. 126) 시카고학파에 의하면 이 시대의 독점주의자는 심각할 정도로 잘못 이해되어왔다. 독점주의는 앞선 세대가 두려워하던 위협적인 야수가 아니라 사람 좋고 소심한 존재라는 것이다. (p. 133) 시카고학파가 퍼뜨린 바이러스는 곧 유럽까지 전염시켰다. (p. 135) 소비자의 복지라는 기준을 널리 채택하면서 생겨난 수많은 문제 중에 두드러지는 것이 하나 있다. 연속적인 합병으로 업계를 강화하게 내버려두는 것인데, 질서자유주의자들과 브랜다이스 사상을 따라는 사람들이 도저히 믿지 못했을 이러한 합병은 다른 세대에도 충격으로 다가왔을 것이다. 단지 한 세대가 지난 후 우리는 상업과 금융의 세계화에 힘입어 경쟁과 경제적 자유의 이상을 조롱거리로 만들고, 중소 생산자와 노동자들을 강하게 압박하는 집중 현상을 국내에서, 그리고 국제적으로 목격하고 있다. 이것이 바로 우리 시대 기업집중의 저주가 만들어낸 현실이다. (p. 137)

JBS와 브라질의 사례를 비롯해 IBM 과 AT&T 의 사례들은 독점과 반독점의 장단점을 분명히 보여주고 있었다. 소비자의 복지를 생각하는 기업은 없었다. 원가는 내려가는데도 가격은 계속 올랐다. 시장이 최대한의 자유를 가졌을때 그 자유는 점점 한곳으로 몰려 권력이 되는 과정은 너무 분명하게 이루어져 왔지만 그것이 문제라고 태클을 거는 곳이 전무하다시피 해졌을때 마이크로소프트의 독주가 펼쳐졌고 그 뒤를 구글과 아마존 그리고 페이스북이 청출어람의 모습으로 따르게 되버렸다. 그렇게 거대의 저주가 실현되었다. 이제 그 저주를 거두어들여할 때가 아닐까.

역사는 하나에 너무 많은 것을 걸면 위험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혼란스러운 면이 있지만 지금까지의 세계에서 가장 안정적인 경제 형태를 유지하게 만든 경쟁이 존재하는 생태계에 반해 소수의 기업에 크게 의존한 경제가 야기했던 위험 말이다. (p. 166) 역사와 기초 경제학은 사실상 치열한 경쟁이 소비자에게 제공할 수 있는 것의 측면에서, 그리고 기술적으로도 기업을 더 나아지게 만든다고 믿는 게 낫다고 말한다. (p. 168) 이 책이 경고하는 바는 선명해졌다. 현재 진행중인 전 지구적 기업집중 현상에 어떤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우리는 20세기에 벌어진 가장 위험한 실수를 반복하게 될 것이다. (p. 171)

비교적 짧고 얇은 편인 책이었지만 그 분량에 비해 깊이와 문제의식이 남다른 책이었다. 정치의 노예화는 사실상 불가능한 시대가 되는 사이 경제의 노예화는 더 교묘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시대가 되었다. 엄청난 부와 권력이 집중되면서 공정하고 자유로운 경쟁이 사라지고 있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일반 노동자와 시민의 몫으로 돌아오고 있다. 이 '거대함의 저주'에서 풀려나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 막막하다면 이 책을 통해 문제점을 분명히 깨닫고 해결점을 모색하는 시도를 해보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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