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격과 삶 - 융의 성격 유형론으로 깊이를 더하는
김창윤 지음 / 북캠퍼스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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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프로이트 의 책을 읽은 것이 있어 융의 책도 궁금해져 읽은 책인데, 결론적으로 이 책은 융의 이론을 알 수 있는 책은 아니다. 융의 이론에 기반을 두고 치료를 하고 있는 정신의학 교수인 저자의 성격풀이 에세이랄까.

1부>성격-성격을 알면 사람이 보인다] 에서 융의 성격 유형론에 대해 개괄적으로 풀어내고

2부>삶-어떻게 살 것인가] 에서 저자가 만나본 환자들의 사례와 문학작품의 예를 통해 다양한 캐릭터의 성격을 분석해 본 후

3부>마음의 병] 에서 정신질환에 대한 기초 이해를 돕는 내용으로 구성된 이 책은

성격과 삶의 밀접한 관계를 다시금 확인하게 해주는 책이다. 간단히 말하자면, 성격대로 살아간다고나 할까.

영어에서 성격을 뜻하는 '퍼스낼리티personality'는 가면을 의미하는 '페르소나persona'에서 유래한다. 같은 듯인 '캐릭터character'는 조각상의 얼굴에 새겨진 특성과 같이 '새겨진 것, 조각, 각인' 등을 의미하는 그리스어 '카락테르charakter'를 어원으로 한다. 따라서 성격은 '페르소나', 즉 개인이 세상과 관계를 맺는 방식이자 '캐릭터', 즉 다른 사람과 구별되는 특성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성격은 또한 고대 그리스어로 '에에토스'라고 하는데, 이는 '에토스ethos(풍습)'에서 유래한 말이다. 고대 그리스 철학자 제논의 제자들은 에토스를 '개별적 행동을 낳는 삶의 근원'이라고 설명한다. 즉, 한 개인이 어떤 생각을 하고 느끼고 행동할 때 그 사고, 감정, 행동의 바탕에 깔린 개인의 내재한, 고유한 특성을 성격이라고 할 수 있다. 성격은 정서적, 인지적, 사회적, 종교적 특성 모두를 포함한다. 현실 적응 능력, 대인 관계 특성, 의사소통 방식, 자기 이미지, 평소 기분 및 감정 조절, 욕구(충동) 조절 및 좌절에 대한 반응, 지각 및 사고방식, 일에 대한 태도, 취미 및 여가활용, 가치관 및 종교적 태도 모두 성격에 포함된다. (p. 14)

성격의 의미를 읽고 나니 무의식적으로 사용했던 '성격' 이라는 단어가 얼마나 포괄적인 단어였는지 새삼 깨달았다. 이렇게 넓은 범주의 단어이다보니 이런저런 다양한 이유들을 합쳐서 그냥 '성격 차이'가 헤어짐의 가장 명확한 표현이 될 수 있겠구나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하고... 따라서 성격을 제대로 알면 당연히 그 성격을 지닌 사람이 제대로 보이게 될 것이다.

성격을 좀더 학문적으로 명확히 구분해 내기 위해 5요인모델이니 생물학적모델이니 등등의 학자별 다양한 모델이 있나본데, 아무래도 프로이트 와 융의 관점에 좀더 관심이 갔다.

프로이트는 이드, 자아, 초자아가 끊임없이 서로 갈등하고 타협하는 역동적 관계가 성격을 구성한다고 보았다. (p. 28) 프로이트는 성격 발달 과정에서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를 중요하게 생각했다.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에 대한 인정 여부는 정통 프로이트학파인지 아닌지를 가늠하는 기준이 되기도 한다. (p. 32) 프로이트의 단계적 발달 이론은 에릭슨의 생애 전반에 걸친 정신 사회 발달 이론으로 발전한다. 에릭슨은 성격 발달 단계별로 수행해야 할 과제가 있고 이를 해결하며 성격이 발달한다고 보았다. (중략) 프로이트는 성격 형성 과정에서 5세 이전의 초기 경험을 중요하게 생각했다. (p. 36) 성격 형성 과정에서 성적 본능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프로이트의 이론은 사회 문화적 요인과 대인 관계를 중시하는 신프로이트학파(카렌 호나이, 해리 스텍 설리반, 에리히 프롬)와 자아의 자율적이고 독립적 기능을 중시하는 자아 심리학(안나 프로이트, 하인즈 하트만, 에릭 에릭슨), 어린 시절 부모와의 관계가 내재하여 훗날 대인 관계 형성에 영향을 준다고 보는 대상관계 이론(멜라니 클라인, 로널드 페어베언), 부모와 치료자의 공감적 이해를 강조하는 하인즈 코헛의 자기 심리학으로 발전한다. (p. 38)

프로이트는 정신분석학의 창시자이자 무의식의 중요성을 널리 퍼트린 학자이다. 그의 이론이 지금 들어맞건 안 맞건을 떠나 그의 이론은 이후 학문들에서 다양한 갈래로 발전하며 그 중요성을 잃지 않고 있다. 초창기 프로이트와 함께 였으나 이후 다른 분야로 갈라선 아들러와 융과의 비교가 종종 언급되는 점이 이 책에서 가장 유익하게 다가온 부분들이이었다.

프로이트가 무의식에 내재한 과거 체험이 현재 행동을 결정한다고 보면서 인과론적이고 결정론적 입장을 취한 반면, 아들러는 개인의 삶에 대한 태도와 목적이 행동을 선택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보면서 삶에 대해 좀 더 긍정적이고 미래 지향적인 목적론적 입장을 취했다. (p. 40) 아들러 이론은 프로이트나 융의 이론에 비해 상식적이고 이해하기 쉬우며 실생활에 적용하기 쉬운 장점이 있다. 그러나 성격을 열등감과 우월성 추구의 관점에서 너무 단순하게 설명하고, 사회 적응을 지나치게 강조하여 개인 심리학이 아니라 사회 심리학이 아니냐는 비판을 받기도 한다. (p. 42)

'미움받을 용기'라는 책을 통해 아들러의 긍정심리학이 유행했던 때가 있었다. 이 책을 읽다보면 아들러의 성격에 대해서도 나오는데 학자들의 성격도 그 학자의 이론을 생각해내는데 밑바탕이 되었음은 어찌보면 당연한 것인데도 새롭게 다가왔다. 유명학자의 이론은 왠지 범접할 수 없는 객관성을 갖고 있는 것처럼 여겨졌었는데 학자본인들의 약점이 이론을 통해 보완되는 것처럼 느껴졌달까.

프로이트가 신경증의 원인을 유년기 성적 욕구와 관련한 심리적 외상으로 본 것과 달리, 융은 의식 또는 무의식에 치우친 삶의 결과 또는 종교적 심성의 문제로 보았다. 무의식이 개인적 체험의 기억만이 아니라 자율적으로 의식의 기능을 보상하는 작용을 한다고 보았으며, 집단 무의식과 원형의 개념을 소개하면서 독창적인 분석 심리학을 개척해 나아갔다. 종교와 신화, 원시 문화에 깊은 관심이 있었으며 무의식이 종교와 신화적 체험을 매개한다고 보았다. 융은 자신의 삶을 무의식의 실현 과정이었다고 말하며 자기 원형을 찾아가는 개성화를 치료 목표로 삼았다. (p. 43) 융은 인간의 무의식에는 개인적 체험을 담고 있는 개인 무의식 외에 인류의 기억을 보관한 집단의 무의식이 존재한다고 보았다. 집단 무의식은 특정 유형의 인식과 체험을 가능하게 하는 원형들로 이루어져 있다. 원형과 집단 무의식은 융이 독창적으로 도입한 개념이며 융의 분석 심리학의 핵심을 이룬다. (p. 44)

융의 이론에 관심을 유도하는 대중서를 읽은 적이 있는데, 그 책에서도 이 책에서도 책을 쓴 저자들은 융의 이론이 대중에게 어렵고 복잡하게 느껴질 것이라는 점을 일단 인정하고 시작한다. 두 책다 비록 개괄서이다 보니 자세한 건 모르겠지만 여하튼 느낌적으로 융의 이론은 개인개인에 하나하나 맞춘 분석이다보니 이론으로 정립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해 보이는 포괄성이 특징인 것 같다. 너무 폭이 넓은데 개별적으로 다 다르다보니 일반 대중이 수용하기에는 난해할 수밖에 없다. 한가지에 집중한다는 점에서 프로이트와 아들러는 그나마 접근해볼 여지가 있어 보인다. 저자에 따르면 아들러의 관점이 내향적이라면 프로이트의 관점은 외향적이라고 한다. 융은 둘다??;;;

성격이 곧 운명이란 말이 있다. 융은 "어떤 내적 상황을 의식하지 못하면 그 상황은 반드시 밖에서 운명으로 나타난다"라고 말했다. 즉, 자신이 알지 못하고 통제하지 못하는 성격이 곧 운명이 된다는 뜻이다. 운명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의식하지 못하는 내면의 자신을 인식할 수 있어야 한다는 말이기도 하다. 고대 그리스 철학자들이 얘기하는 다이몬(운명, 소명, 내면의 소리)도 평소 의식하지 못하는 내면의 성격 요인으로 볼 수 있다. 성격은 그 사람 전체를 말하며, 성격을 알면 그 사람의 삶이 보인다. (p. 57)

저자는 성격과 이런저런 성격유형론에 대해 안내한 후 융의 성격유형론에 대해 설명하는데, 태도유형으로 외햑적과 내향적, 기능유형으로 감각, 직관, 사고, 감정 그리고 보조기능으로 기능유형을 교차 적용시켜서 총 16가지의 성격으로 구분된다. 예를 들어 외향적-감각-사고 또는 내향적-직관-감정 뭐 이런 식이랄까... 이 16가지 성격유형이 헤깔리면서 복잡하게 느껴지는 면이 있는데 융의 성격 유형 검사도구 중 가장 널리 사용되는 것이 MBTI 라는 것을 알고나니 아~! 싶었다.

스토아학파의 에픽테토스는 운명적인 것을 의연하게 받아들이고 모든 존재에 내재한 신적인 원리(다이몬, 로고스)에 따라 자연 또는 자신의 본성과 일치되게 사는 것이 지혜로운 삶이라고 생각했다. 여기서 신적인 것을 자기 원형으로 대체하면 융의 자기실현 또는 개성화와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p. 253)

며칠전 에픽테토스 관련 책을 읽었는데 여기서 만나니 반갑네 ㅎㅎ

에픽테토스의 철학이 융의 정신분석과도 닿아 있었구나~

융의 분석 심리학적 치료는 딱히 정해진 이론이나 방식이 없다. 정해진 한 가지 이론에 꿰맞추기보다는 개개인의 특성과 상황에 따라 개별적 접근을 하기 때문이다. (p. 309) 융은 개인 무의식에 원형으로 구성된 집단 무의식의 개념을 더하고, 인격을 구성하는 콤플렉스, 페르소나, 그리마, 아니마·아니무스의 개념과 역할을 소개했다. 또한 프로이트의 인과론적 입장과 달리 무의식의 자율적이고 목적에 부합하는 보상 기능을 강조했다. (p. 371) 융의 분석 심리학은 의식과 무의식을 포괄하는 인격의 중심을 '자기'라 일컫고, 무의식에 내재한 부분은 인격을 의식하고 통합해서 자기 원형에 다가가는 개성화 과정을 삶의 목표로 삼는다. 치료의 목적은 자기 자신과 조화를 이루는 분연의 모습을 찾는 것이다. 융의 치료는 미리 치료 계획을 세우거나 정해진 방식을 따르는 체계적 치료가 아니다. 융은 의도적으로 그렇게 한다고 말한다. 환자보다 치료 방향을 더 잘 알 수는 없기 때문이다. (중략) 융은 한 가지 이론에 얾매인 치료는 성공하기 어렵다고 본다. 치료 기법 보다는 치료자의 세계관과 진정성 있는 태도를 중시한다. (p. 372)

융의 이론으로 정신분석과 치료가 가능한 치료자는 정말 드물게 배출될 수 밖에 없지 않을까 싶다. 다양한 이론뿐만 아니라 철학적 사고도 가능해야 하고 종교적 포용력에 가까운 수용능력과 내밀한 개인적 진정성까지 갖추어야 하니... 여하튼 최근의 심리치료의 경향은 분명히 융의 방식으로 느껴지긴 한다. 환자 개개인의 성장발달과 환경과 성격을 두루 분석하면서 환자 내면의 이야기를 끄집어 내어 스스로 수용할 수 있게 하는 방식이 융의 이론에 바탕을 둔 것이었을까 싶기도 하고... 문득 생각해보니 융의 치료방법은 심리치료적이고 뇌과학적 치료는 다른 계통이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정신분석학은 오래되지 않은 학문분야이니만큼 앞으로도 변화무쌍할 것 같다.

융의 치료방법이 딱히 정해진 이론이나 방식이 없고 개인화 되어 접근하는 것이다보니 그런 융의 이론을 토대로 하는 저자의 사례들 또한 한가지로 수렴되지 않은 다양성의 총체였다. 그렇다보니 다양한 성격분석사례들을 읽으면서도 무엇을 깨닫고 무엇을 배워 내게 적용시킬 수 있는건지 정리되지 않았다. 그냥 읽으며 아그렇구나 음그럴수있지 하며 남의 이야기로만 읽고 넘길뿐;;;

일반인을 대상으로 알기 쉽게 쓴 융에 대한 책을 찾기 힘들어 이 책을 썼다는 저자의 책이 이렇게 애매하게 뚝뚝 끊어지는 책이 아니라 1부와 3부 처럼 이론적인 내용들을 좀더 상세하게 설명한 융의 정신분석학적 책이거나 2부의 사례들을 좀더 명확히 분류하며 풀어낸 힐링지침서적 책이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을 남겨본다.

여하튼 결론이라면... 다 생긴대로 산다는 것이다. 그 생김이 성격이라면 성격일 것이고 자아라면 자아일 것이고 기타등등 다른 단어들로 표현되기도 하겠지지만, 자신의 생김생김을 잘 몰라서 혹은 착각해서 인생살이에 자꾸 오류가 발생하곤 하는 것이니 자신의 생김을 잘 파악하며 살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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