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꼰대 신부 홍성남의 웃음처방전
홍성남 지음 / 아니무스 / 2020년 12월
평점 :
품절
웃음으로 마음과 몸의 건강을 지키시길 기도합니다.
대학졸업과 군제대 후 신학대학에 입학하여 늦깎이 신부가 된 저자는 불혹에 접어들었을 때 대학원에서 영성상담심리를 더 배워 각종 상담 활동을 하고 있다고 한다. 어쩌다보니 그동안 스님 책은 여러권 읽었어도 신부님 책은 처음이다. 기독교문화에 워낙 낯설음을 많이 느끼는 편이다 보니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책으로 고른 것인데... 읽다보니 음;;; 신부님께서 이러셔도 되나? ^^;;;;;
난 우리 본당 신자들이 밉다.
신부는 돈이 아니라 기도로 산다 했더니
축일 날 한 푼도 안 내놓는다. (p. 12)
본문의 첫 장 첫 단락이다. 홍성남 신부님식 유머인가보다;;; 아무리 유머라지만 정말 거침이 없는 신부님이라는 것은 읽어나갈 수록 더 진하게 느낄 수 있다.
주님, 주님!
전 누구보다 똑똑한 신부입니다.
근데 왜 제가 기도하면 외면하시고
매번 시벌 놈이라고 하시는지 이해가 안 갑니다.
주님 출신 성분에 의구심이 생깁니다. (p. 17)
분명 진상신부를 꼬집는 유머이긴 한데... 웃어야 하나?;;; 웃어도 되나?;;; 나는 신자가 아닌데도 이런 당황스러움이;;;
난 순명하는 신부이다.
성경 교리서와 교회 공문 외에는 일체 보지 않는다.
강론도 교회 공문을 정확하게 읽는다.
보좌 놈은 품위 없이 지저분하고 잡다하게 독서한다.
근데 신자란 것들은 왜 나는 무식하고,
교양없는 보좌 놈은 박식하다 칭찬할까?
사람을 몰라보는 천박한 것들이다.
근데 왜 주님께서는 꿈마다 나타나서
공부 좀 해라 '시벌 놈아!'라며 욕질을 하시는 걸까?
신분이 천박해서 사람을 몰라보시는 듯하다.
하긴 목수의 아들이 나 같이 수준 높은 사람을 어찌 알까? (p. 25)
아무리 유머라지만 신자들은 계속 천박한 것들이라 윽박지르고 예수의 신성을 무시하는 듯한 발언을 수시로 하며 욕설까지 섞어 쓰는 이 에피소드들을 읽으며 난 대체 어떤 웃음처방전을 골라야 할런지;;;
혼밥이 싫어서 아는 자매들 불러서 밥 먹는데
돈 많고 예쁜 년들하고만 밥 처먹으로 다닌다고 수군거린다.
그래서 혼자 먹었더니
성질머리 더러워서 같이 밥 먹자는 사람도 없다고 수군댄다.
에라이.
난 스스로 괜찮은 신부라 여기는데
이상하게 신자들은 내가 이상하다고 다른 신부들에게 간다. (p. 48)
뒤로 갈수록 나아(?!)지기는 한다;;; <1. 나는 진상 신부가 아닙니다> 에서 온갖 유형의 진상 신부 모습이 등장하는 에피소드들이 나오는데 그 거침없는 과격함에 이걸 정말 유머로 읽고 넘겨야 할지... 나는 솔직히 살짝 멘붕에 빠졌다. <2. 꼰대 유머> 에서는 진상 신부 보다는 차라리 나아보이는 꼰대 신부의 에피소드들을 빗대어 꼰대를 비꼰 것 같긴 한데 이또한 유머로 웃고 넘기기엔 너무 현실적이라... 어디서 웃어야 하나;;; <3. 나의 작은 전쟁> 이 그나마 저자의 정상적인(?!) 에세이 모음이라 그나마 좀 편안해진 마음으로 책을 마무리할 수 있긴 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사람들의 마음이 우울과 불안의 파도에 이리저리 치이며 지쳐 가고 있는 것을 보며 작은 웃음이라도 선물하고 싶어 졸저를 내놓습니다" 라는 서문을 가진 이 책에서 나는 한번도 웃을 수 없었다;;; 내가 신부님식 유머를 몰라서 그런건지 이 신부님이 좀 이상한 신부님이라서인지 잘 모르겠다. 여하튼, 경건한 척 무게잡고 통하지도 않을 설교 늘어놓는 것보다 좋긴 했는데... 여전히 당황스러움이 가시지 않는건 어쩔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