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금 자를 쓰면서 왜 성씨에서는 김이라고 부르는 것일까 하는 의문 같은 역사적 상식을 흔드는 질문들 예를들어, 왕건의 훈요십조에서 호남차별을 유훈으로 남겼다고 볼 수 있을까, 서희가 정말 담판만으로 강동6주를 챙긴것일까, 일본이 고려를 신라와 마찬가지로 본 이유와, 세계를 재패한 몽골의 지배하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만큼 고려가 예외적으로 특별한 지위를 누리게 된 원인등 유명한 역사 이야기들이 당시의 배경을 알고 나면 전혀 다른 결론을 얻을 수 있다는 점들은 유익하기도 했다.
조선의 역사에 대해서는 조선 국왕, 조선 사림, 임진왜란, 조선 사회 로 나누어 역사적 흥미를 유발하는 이야기들을 풀어놓는다.
경복궁의 풍수를 둘러싼 맏아들 잔혹사와의 연관성, 자주국방의 대명사처럼 불리는 세종이 실제 행했던 사대외교가 현재 대통령 당선시 방미일정을 먼저 잡는 것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조선에서 개발된 연은개발법이 조선과 일본의 명운에 어떻게 상반된 영향을 주었는지, 금주령과 농업과의 관계, 이황의 자수성가로 부자된 스토리, 영화 남한산성에서의 역사왜곡 등 신선한 관점들이 흥미롭게 읽히면서도 사림파들의 논쟁점을 정리한 두 도표는 조선의 붕당을 깔끔하게 정리하여 알아두면 좋을 역사적 가치가 있었다.
'사칠논쟁' 과 '예송논쟁' 과 함께 조선 지성사의 3대 논쟁으로 꼽힌다는 '호락논쟁'의 결과에 따라 오랑캐라고 부르며 금수려 여긴 청나라에 대한 인식이 뒤바뀔 수 있다는 것을 보며 불필요한 논쟁인줄만 알았던 조선시대의 논쟁들이 새롭게 보이기도 하고, 양반이라는 단어가 처음엔 특권 계층이 아니라 그저 '관료집단'을 가리키는 대명사라서 대립개념은 무직자였을 뿐이었는데 후기로 들어오면서 변질된 배경이나 조총이 날아가는 새도 잡는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는 것 같은 내용을 읽으며 명사의 의미를 새로 알게 되기도 했다.
임진왜란의 이런저런 뒷얘기들을 읽으면서 새로 알게 되는 것도 있었지만, 그래도 여전히 선조는 나쁜 임금인것 같다. 그 좋은 머리를 자신을 위해서만 쓰지 말고 임금답게 백성을 위해 썼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꼬.... 하긴 뭐 '만약에' 라는 가정을 역사에 세운다면 어디 한두군데 세우고 싶겠냐만은....
조선사의 비중이 크다보니 당연히 일본사에 대한 내용도 적지 않게 등장하는데, 최근 읽었던 '일본인 이야기' 가 생각나면서 예전보다는 좀더 일본의 역사적 이해관계를 이해할 수 있었다. 물론, 그럼에도 여전히 일본은 우리와 너무나 달랐다는 것을 재확인하는 것이었지만...
흥미로운 주제들에 대해 기자다운 글빨로 쉽게 풀어진 이야기들은 재미있게 읽히면서도 현실정치를 생각나게 했다. 저자가 직접적으로 현실정치와 연결지은 문장들을 보면서 그럴때도 있지만 꼭 그런 문장들이 아니어도 역사라는게 워낙 현실을 반추하게 만들다보니... 예전엔 역사에서 배우지 못하는 현실을 보며 한숨만 짓곤 했는데, 역사서를 읽으면 읽을수록 한숨뒤에 안심 혹은 기대가 생기곤 한다. 역사에서 하나도 배우지 못한것 같지만 아니다, 지금은 과거와 분명 다르다. 나는 언제부턴가 역사가 늘 나아가고 있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역시 역사서는 꾸준히 읽어야 좋은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