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갑생의 바퀴와 날개
강갑생 지음 / 팜파스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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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과 땅의 길을 다니는 비행기, 자동차, 기차까지

우리가 알지 못했던 재미있는 교통 이야기

 

 

운전면허는 커녕 자전거도 제대로 못타는 나로서는 교통수단에 대해 아는 것은 거의 없다시피 하다. 하지만 과학적 관점에서 교통수단의 발달은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영역이다. 그러던차에 교통전문 기자가 쓴 책이라고 하니 가독성은 보장된다고 볼수 있어 관심이 생긴 책이다.

저자는 사회부기자로 신문사에 첫 발을 내디뎠다. 건설교통부에 출입하는 기자들은 두 가지 분야로 나뉘는데, 건설은 경제부에서 교통은 사회부에서 맡는다고 한다. 기자를 꿈꾸던 시절 사회부나 정치부 기자를 그리던 저자가 교통분야로 발령받았던 순간은 뜻밖이었지만 하면할수록 교통분야에 빠져들어 교통관련 대학원공부까지 하고 지금은 명실상부한 교통전문 기자로 불리게 되었다. 관련 공부를 하면서 동시에 발로 뛰며 취재를 하던 저자가 '바퀴와 날개' 라는 연재 칼럼을 쓰게 됐고 그런 기사들이 쌓여 이렇게 한 권의 책이 되어 나왔다.

바퀴와 날개 라는 제목에서 연상되듯이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교통수단들은 크게 3가지로 구분된다. 비행기와 철도와 자동차 이다. 칼럼식 글의 모음이라서 한편한편 독립적인 글들은 교통수단의 발달사를 돌아보기도 하고 미처 몰랐던 속사정을 알려 주기도 하고 미래를 위해 고민해야할 지점들을 일깨우고 있기도 하다. 무엇보다도 호기심을 유발하는 통통 튀는 주제들이 재미있게 읽히는 책이다.

기내식에도 자본주의 논리가 극명하게 적용되고 있다는 것, 다른 직업들도 그랬겠지만 승무원도 남성이 최초였다는 것, 활주로의 폐기물이 엄청나고 처리과정은 더 엄청나게 중요하다는 것, 수하물이 나오는 순서는 그야말로 복불복 이라는 것, 항공기 탑승 후 하기 를 처벌하는 개정안이 20대국회에서 임기 만료로 폐기되었다는 것, 항공유를 피치 못하게 공중에서 버려야 하는 경우가 발생해도 기화되기 때문에 환경오염을 일으키지는 않는다는 것 등 비행기 관련해서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많았는데 그중에서도 가장 인상깊었던 것은 버드 스트라이크 관련한 내용이었다.

사실 얼핏 생각해보면 엄청난 크기의 항공기가 자그마한 새와 부딪친다고 무슨 충격이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 수도 있는데요. 연구 결과는 전혀 다릅니다. 무게 1.8kg 짜리 새가 시속 960km로 날고 있는 항공기와 부딪치면 64톤 무게의 충격을 주는 것과 같다는 겁니다. 그야말로 엄청난 흉기로 변한다는 의미인데요. 다행히 순항 중인 경우에는 고도가 높아 버드 스트라이크가 일어날 가능성은 크지 않습니다. (p. 33)

막상 하늘을 날때는 괜찮은데 이착륙시 새와 부딪칠 확률이 높아 공항주변에 새들을 쫓기 위한 방법이 정말 다양하게 필요하겠구나 라는 공감도 그렇지만 그 충격이 저렇게 어마어마한줄은 몰랐다. 종다리 같은 작은 새 한마리가 수십톤의 충격을 줄 수 있다니... 하늘길을 새와 나누어 써야하는 비행기 입장에서 앞으로도 계속 고민스러울 것 같다.

철도이야기는 거의 기차의 역사를 읽는 기분이었는데 특히나 기찻길이 북한을 통과하게 되면 시베리아횡단열차와 어떤 관계를 맺을 수 있는지에 대한 언급이 자주 있어서 이 책이 신문기사에서 바탕한 것임을 새삼 느낄 수 있었다. 철도에 대한 다양한 전문적 상식을 많이 배울 수 있어 좋기도 하고 우리나라 철도의 시작이 일제시대때이다 보니 어쩔 수 없이 그때의 상흔을 알면서도 계속 이용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이 안타깝기도 했다.

의외로 자동차에 대한 분량이 가장 적었는데 아마도 가장 많이 사용되는 교통수단이다 보니 대부분의 사람들이 많이 알고 있으리라 예상되어서 그런것 같다. 하지만 역시나 전문가다운 속얘기를 많이 풀어놓아 주어서 대부분 신선하게 읽히는 내용들이었다.

외국에는 비보호 좌회전이 흔하지만, 국내에서는 상대적으로 많이 활용되지는 않는 듯합니다. 그런데 4색 신호등은 한 가지 문제가 있습니다. 바로 교통신호의 통일성을 규정하는 비엔나협약(1968년)과 맞지 않는다는 점인데요. (p. 253) 국제적으로 가장 많이 활용하는 게 3색 신호등이라면 우리도 통일의 필요성을 고려해볼 필요는 있어 보입니다. (p. 254)

우리나라 신호체계가 외국과 다르다는 점은 몰랐는데 그밖에도 고속도로 대부분을 관할하는 한국도로공사에서 드론을 띄워 교통법규 위반 차량을 적발하고 있다는 것이나 직진과 우회전 차량이 맨 바깥쪽 차로를 함께 쓰는 도로에서 적색 신호에 정지해 있는 직진 차량의 뒤에서 우회전 차량이 경적을 울리며 비켜달라고 할때 직진 차량이 정지선을 넘어서 움직이면 신호위반으로 벌금을 물게 된다는 것등의 다양한 내용들은 운전자들이 알아두면 유익할 내용들이기도 하지만 비운전자인 내가 알아두어도 좋을 내용들이었다.

자동차 관련 미래문제는 아무래도 자율주행차 와 스마트 톨링 같은 첨단 기술의 현실적용 방안이었다. 비행기나 기차에 비해 변화의 체감이 직접적으로 느껴지는 자동차관련 고민거리들은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논쟁이 필요해 보인다.

교통수단에 대해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흥미용으로, 교통문제에 대해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생각용으로, 교통시스템에 대해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이해용으로 등등 다양한 호기심들이 충족될 이 책은 제목 그대로 '바퀴와 날개' 에 대한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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