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n한 클래식 이야기
김수연 지음 / 가디언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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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을 알고 싶다면 바로 이 책!

세계 클래식 거장들의 열전으로 시작하는 FUN한 클래식 입문서!

 

 

드라마나 영화보는 것을 좋아하지만 시간에 쫓겨 살다보니 챙겨보는 것이 쉽지 않다. 그러다 최근에 우연히 몇장면 보고나서 마음이 끌려 오랜만에 정주행한 드라마가 있었으니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였다. 언제부턴가 드라마도 영화도 빠르고 화려하게 전개되는 것이 트렌드인가 싶었는데 이 드라마는 굉장히 느린 템포로 굉장히 순수하게 전개되는 것이 색달랐다. 어찌보면 답답하달 수도 있을 드라마였지만 묘한 떨림이 전해주는 남다른 몰입감이 참 좋았더랬다. 드라마의 제목에서 알수 있듯이 주인공들은 음대생들이다. 간단히 말하자면 음악과 청춘과 사랑 이야기인데 클래식에 대한 순수한 마음이 돋보였다. 이 드라마를 보고나니 클래식을 FUN하게 이야기해준다는 이 책에 안 끌릴 수가 없었다. ㅎ

드라마 여주인공이 연주하던 악기가 바이올린 이었는데 저자가 현직 바이올리니스트라서 책내용에 더 관심이 갔다. 클래식 연주자들하면 피아니스트가 가장 먼저 떠오르고 평소에도 연주곡 하면 피아노곡을 틀어놓곤 했었는데 드라마덕분에 바이올린 이야기도 궁금해졌다. 이 책은 클래식 전반에 대한 책이지만 저자의 직업상 바이올린 연주에 대한 일화들이 종종 등장해서 반가웠다.

역사를 쉽게 접근하는 방법은 옛이야기읽듯이 그래서 소설처럼 읽는 것이 아닐까 싶다. 클래식이란 음악에서 고전에 속하므로 음악의 옛이야기를 읽는 것처럼 읽게 되는 이 책은 유명한 음악가들의 에피소드들로 내용이 전개된다. 이야기란 역시 주인공이 있어야 더 흥미진진한 법이니 음악가들의 삶의 몇 장면을 살펴보는 이야기들은 음악이야기가 아닌듯 재미있게 읽히면서도 그 음악가의 음악을 궁금해지게 한다는 점에서 분명히 음악이야기이기도 했다.

역시 시작은 바이올린연주곡의 작곡가였다. 바로 '사계' 의 비발디. 베네치아의 빨간머리 신부님이었던 비발디부터 이탈리아의 독립을 열망하던 시대분위기를 대변해준듯한 합창곡으로 유명한 베르디, 바이올린 전공자라면 반드시 연주해야 하는 작품을 남긴 파가니니, 영화로 인해 오명을 뒤집어썼지만 실제로는 명성과 인품 모두 훌륭했던 살리에리, 클래식같은 영화음악의 거장 엔니오 모리코네, 성공한 음악가였으나 취미였던 요리를 위해 작곡가의 삶을 그만 둔 로시니등의 이탈리아 출신 작곡가 들과

독일국가의 멜로디를 작곡했으나 사후 두개골이 유럽을 떠돌게 됐던 하이든, 현대까지 가문대대로 음악가의 명문가로 이어지고 있지만 사후 80여년이 지난 후 멘델스존에 의해서야 재조명을 받았던 바흐, 여성으로 음악의 길을 걷기 힘들때 태어났지만 뚜렷한 음악적 족적을 남긴 힐데가르트, 남동생 못지않은 음악적 재능을 가졌던 멘델스존의 누나 파니 멘델스존, 음악못지 않게 사랑으로 유명한 일화를 남긴 슈만, 커피의 완벽함을 추구했던 베토벤등의 독일 출신 작곡가 들을 보면서

역사에 큰 획을 그은 나라들에서 음악또한 큰 발전이 있었구나 싶어서 묘한 공통점을 찾은 기분이 들었다.

최초의 프리랜서라고 할 수 있는 모차르트와 평생 베토벤을 롤모델로 삼았고 사망후 베토벤의 묘지옆에 나란히 묻힌 슈베르트가 오스트리아를 대표한다면 그밖의 유럽 여러 나라출신의 작곡가들도 두루 알수 있었는데,

당시 '천재 음악가는 독일이나 오스트리아에서만 태어나는 줄 알았는데, 우리 폴란드에도 천재가 태어났다' 라며 전국민적 자랑이 된 폴란드의 쇼팽, 독일에서 태어났지만 영국의 작곡가가 된 헨델, 러시아의 차이코프스키, 신앙을 음악에 담아낸 체코의 비버, 이름은 생소하지만 작품은 유명한 프랑스의 비제, 죽을때까지 결국 결혼허락을 받지 못한 헝가리의 리스트, 노르웨이의 민족음악가 그리그, 스페인의 파야, 영국의 본 윌리엄스, 기차에 열광했다는 체코의 드보르작 등 다양한 에피소드들이 음악과 관계없이 재미있게 읽혔다.

책의 뒤편에서는 '클래식 바로 알기' 라는 장을 통해 클래식의 다양한 상식들을 배울 수 있었는데,

중세시대의 수도자인 귀도 다레초가 만들어낸 계이름, 마틴 루터가 만들어낸 찬송가, 메디치 가문이 탄생시킨 오페라, 최초로 지휘봉을 사용했던 멘델스존의 이야기들로 알게 되는 클래식의 역사도 흥미로웠지만 무엇보다도 유익했던 것은 '악보에 표기된 용어'를 설명해준 부분이었다. 빠르기, 셈여림, 나타냄말의 의미들과 악곡이름이 왜 그렇게 긴 지 이제는 이해가 되었다. 그중에서도 나타냄말이 무척 인상적이어서 옮겨놓아본다.

아마빌레- 사랑스럽게, 돌체- 부드럽게, 칸타빌레- 노래하듯이, 브릴란테- 화려하게, 에스프레시보- 표정있게, 에너지코- 힘차게, 트란퀼로- 차분하게, 고요하게, 콘푸오코- 열정적으로

각 에피소드의 첫 페이지에 쓰여진 요약과 마지막 페이지에 나오는 클래식곡명 및 QR코드로 연결되는 저자의 유투브 채널영상을 보는 재미도 쏠쏠 했다.

마음에 남는 문장이 있었는데,

"Well, if must be so." 직역하면 "뭐, 이래야 한다면"이라는 뜻이지요. 우리는 살면서 뜻하고 원하는 것을 할 때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훨씬 많습니다. 하지만 불편하고 하기 싫고 어려운 일들도 조금만 생각을 바꾸면 잘 대처할 수도 있지 않을까요? 그리그가 남긴 유언을 빌려서 "뭐 한번 해보자고요!" 쿨하게 (p. 158)

클래식이 고급지다거나 어려울것 같아서 꺼려졌다면 그리그의 유언을 떠올려 보면 좋을 것 같다. 클래식은 ~해야 한다 혹은 ~일것 같다 라는 고정관념을 버리고 가볍고 재미있게 그야말로 Fun하게 다가가 보자. 뭐 어때 내가 듣기 좋으면 그만이지 하면서.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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