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개소리는 어떻게 세상을 정복했는가 - 진실보다 강한 탈진실의 힘
제임스 볼 지음, 김선영 옮김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20년 11월
평점 :
"진실의 가장 큰 적은 거짓말이 아닌 개소리를 믿고 싶은 당신의 마음이다!"
팩트체크조차 할 수 없는 가짜뉴스가
어떻게 사람을 유혹하는지 밝혀낸 문제작
세계를 뒤덮은 정치와 언론의 개소리에 관한 날카로운 통찰
"당신이 오늘 보고 들은 것은 진실입니까?"
TRUTH 진실과 LIE 거짓으로 구분되던 시대는 지났다. 명확하게 구분할수 없게된 지금은 POST-TRUTH 탈진실의 시대다.
진실이라고도 할수없고 거짓이라고도 할수없는 애매모호하고 불분명한 정보들이 넘쳐나는 시대속에 살면서 우리가 하루종일 보고 들은 정보들에 대해 우리는 무엇을 알고 무엇을 모르는가? 그 정보들중에서 (저자의 표현에 따르면)개소리를 얼마나 구분할 수 있는가?
친구가 전송한 글을 보고 곧바로 관련 기사나 논문을 검색하거나 현장에 직접 찾아가기에는 우리가 너무 바쁩니다. (p. 5) 개소리는 적절한 순간에 등장합니다. 사람들이 분노할 만한 타이밍에, 모두에게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어떤 이벤트가 다가올 때입니다. 선거철이 대표적입니다. 타격 지점을 정확하게 공략한 정교한 허위 정보의 사례입니다. (p. 9) 저자는 기성 언론의 관행과 한계에 대해 날카롭게 비판합니다. (p. 18)
추천사를 쓴 <팩트체크>의 이가혁기자는 이 책을 '칼을 들고 총에 맞선 이들을 위한 책' 이라고 표현한다. 칼vs총 이라니 맞붙는다면 한쪽이 즉시 사망이리라는 것이 99%로 확실해 보인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1%의 가능성을 버릴 순 없다. 판도라의 상자에 마지막까지 남아있던 것이 '희망'인 이유가 있지 않겠는가.
엘리트를 향한 분노와 무너진 미디어 신뢰도, 결과가 뻔한 투표라는 전문가들 사이에 만연한 (그리고 잘못된) 믿음, 그리고 앞으로 이 책에서 개소리bullshit라고 부를, 끊임없이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린 가짜뉴스로 대표되는 2016년의 두 가지 투표는 세계를 이전과 완전히 다르게 재편했다. (p. 25) 전에는 보수와 진보의 열성적 지지자들이 어느 정도 접점이 있는 이야기를 놓고 해석에의 의견차를 보였다면, 지금은 상대 진영이 완전히 다른 이야기를 한다고 보고, 그들의 이야기가 편향됐으며 사실에서 크게 벗어났다고 여긴다. 또 서로가 유난히 가짜뉴스에 휩쓸린다고 본다. (p. 32)
나는 개소리가 포퓰리즘적 분위기와 동시에 발흥한 것이 우연의 일치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 둘은 서로를 부채질한다. 진실에 무심한 태도는 서로 상충하는 담론을 검증할 합의된 방법을 없앤다. 결국 우리는 나와 생각이 다른 사람들을 악의적이고 부패했으며 거짓말재잉라고 부를 뿐이다. (p. 37) 나는 이 책에 나오는 모든 주장의 출처와 증거를 찾으려고 애썼다. 이와 관련해 할 말이 있는 독자는 트위터로 연락하길 바란다. 나의 트위터 계정은 @jamesbuk 이다. (p. 39)
2016년의 두 가지 투표, 영국의 브렉시트와 미국의 트럼프당선을 말한다. 저자는 영국의 언론인으로 이 두 선거를 예로 들어 거침없이 개소리들을 공격한다. 그 거침없음에 읽으면서 어안이 벙벙해지곤 했다. 이렇게까지 말해도 이사람 괜찮은걸까;;;
먼나라 이야기로만 넘길것이 아니라 우리사회와도 너무나 닮아있던 사례들이었기에 저절로 비교되면서 저자의 패기넘치는 표현들 덕분에 읽는 사람으로서는 후련해지는 부분들도 많았다. 저자는 개소리를 이용해 누가 어떻게 우리를 조종하는지를 집중적으로 분석하고 개소리가 어떻게 진실을 압도하고 있는지 보여주며 우리가 왜 개소리의 유혹에 넘어가는지 파악해봄으로써 진실을 수호하려면 어떻게 해야할지 방법을 모색해보고 있다.
가장 의아한 점은 대선 막바지에 넘쳐난, 트럼프에게 호의적인 가짜뉴스 상당수가 발칸반도에 있는 마케도니아의 작은 도시 벨레스에서 나왔다는 점이다. (p. 45) 벨레스 주민의 태도는, 범죄자와 자금 세탁자를 비롯해 전세계 초갑부와 회사들이 조세회피지로 이용하는 나라의 현지인이 보이는 태도와 놀랍도록 닮았다. (p. 47)
정치인과 국가가 가짜뉴스를 퍼뜨린다는 사실을 논할 때, 사람들이 가장 우려하는 국가는 이탈리아가 아니라 따로 있다. 다들 알면서도 함구하는 문제의 주인공은 바로 러시아다. (p. 54)
가짜뉴스를 양산하는 주체들을 분석해보면 크게 두 가지의 동기가 있다. 돈 이거나 권력이다. 클릭으로 벌어들이는 돈은 무시할 수 없고, 일단 퍼뜨리고 보는 소문들은 권력에 치명타를 가하곤 한다. 문제는 이런 문제들이 모두다 복합적으로 작용된다는 점이다. 정보의 생태계는 서로 물고물리는 관계로 파고들면들수록 복잡해서 사람들은 이렇게 퍼지는 허위정보들보다 주류매체의 부정확한 보도에 더 불만을 표시하곤 한다. 페이스북과 유투브의 생활화는 이런 흐름을 더욱 가속화시키고 있어 보인다.
진실하지 못한 사람에게서는 악의를 제거하지 못한다. 게다가 그냥 농담이었다는 변명은 정치판에서처럼 미디에서도 어느 정도는 통한다. (p. 106)
한마디로 개소리는 주요 미디어 없이는 뜨기 어렵다. 매체는 개소리를 막으려고 애쓰면서도 이를 전파한다. (p. 108)
우리 모두는 상대방을 설명하는 최악의 사실만 믿으려 한다. 바로 이런 토양에서 대충 쓴 기사들이 무성하게 자란다. (p. 118)
기자에 대한 신뢰도가 부동산 중개인이나 은행업자에 대한 신뢰도보다 낮고 '길거리를 지나가는 사람'에 대한 신뢰도보다도 훨씬 낮다. 그렇지만 뉴스 아나운서에 대한 신뢰도는 높다. (p. 123)
좋건나쁘건 화제성을 일으킨 사람은 일단 무엇으로든 일단 대중에게 통하게 된다. 객관성을 담보하는 언론은 그 객관성을 유지하느라 개소리들을 그대로 싣게 되고 그렇게 전파자의 역할을 맡게 된다. 자극적인 기사일수록 조회수는 올라가고 모든 정보가 온라인에서 유통되는 상황에서 언론사의 수익구조는 진실을 파헤칠 여건을 주지 못하게 된다. '기레기'들이 넘쳐나는 상황은 영미나 한국이나 비슷한가 보다. '길거리를 지나가는 사람'에 대한 신뢰도보다 낮다'는 표현에서 그야말로 웃픈 미소를 짓지 않을 수 없었다. 그나마 이미지에 대한 신뢰도는 아직 남아있어서 미디어에 대한 신뢰도는 좀 괜찮다는데 과연 믿을만할까?
냉소주의가 오래 이어지면 결국 정치에 대한 무관심을 키워 투표율이 낮아지고 젊은 세대의 정치 참여율이 떨어진다. 악순환이 시작된다. 정치인은 투표를 하지 않는 사람과 부동층에게 호소하기보다, 자신의 지지층을 결집하는 쪽으로 선거 유세를 한다. 이런 분위기에서는 경험자보다는 아웃사이더가, 과거의 업적보다는 미래의 공약이 더 유리하다. 그 결과 예상 밖의 후보가 갑자기 부상한다. (p. 134)
그렇게 브렉시트가 결정되고 트럼프가 당선되었다. 이런식의 결과를 얻은 투표가 과거 우리사회에 얼마나 만연했던가... 한두번의 짧은 개혁으로 그 깊은 폐해를 고치기는 얼마나 힘든지 지금 우리사회의 혼란이 보여주고 있는 것이 아닌지...
트럼프가 리조트 회원권과 트럼프타워 아파트를 파는 방식은 일반적인 판매 전술과 많이 다르다. 이는 그냥 사기다. (p. 136) 트럼프의 호전성과 개소리, 미디어 폭격은 흔히 미디어가 곧장 대응하기 어려운 새로운 현상으로, 대처법을 알아두어야 할 매우 새로운 현상으로 언급된다. 24시간 뉴스채널과 소셜 미디어, 극당파적 사이트의 확산 등 일부 현상은 분명 새로운 난제다. 그렇지만 트럼프가 이용하는 방식 중 상당수는 그가 1990년대 뉴욕에서 썼던 전술이며 1950년대에 매카시가 펼친 전술과도 겹친다. 정치적 극단론자의 흔한 전술을 단지 중앙 무대로 끌고 온 측면도 있다. (p. 143)
찰스왕세자가 트럼프타워 아파트를 구매할 예정이라고 트럼프가 말했을때 기자는 버킹엄궁에 전화해서 확인을 요청하고 버킹엄궁은 드릴말씀이없다고 했다는 답변이 기사화되면 소문이 진실로 둔갑하면서 아파트값은 치솟는다. 하지만 찰스왕세자는 트럼프타워아파트가 뭔지도 몰랐고 트럼프는 갑부가 되었다. 예정은 바뀔 수 있는 계획이므로 트럼프가 한 말이 거짓말이라고 하기엔 애매하지만 그렇다고 진실은 아니다. 트럼프의 방식은 굉장히 교묘하고 이런 방법은 과거에도 있었다. 트럼프는 역사에서 배운 것인가;;;
지금부터 더 길고 인상적인 이력을 살펴보면 존슨이 신념없고 무당파적인 개소리꾼의 전형임을 알게 될 것이다. 발언의 무게에 신경쓰지 않고, 개인의 출세에 집착하며, 사실보다 듣기 좋은 이야기를 더 중시하는 사람임을 파악하게 될 것이다. (p. 144)
보리스 존슨을 비롯한 영국의 정치인들에 대해서도 저자는 거침이 없다.
뉴욕의 억만장자이면서도 기성 체제에 반기를 든 인물인 양 행세한 트럼프처럼 영국의 핵심 특권층 출신인 존슨도 상식 이하의 발언을 해놓고는 농담이었다며 넘어갔다. (p. 149) 두 사람 모두 헤드라인을 장악하고, 얄팍한 자료에 기대 담론을 부추기며, 논란이 생기면 '웃자고 한 이야기'라며 빠져나간다. 두 사람 모두 오랜 시간 주변부를 맴돌다가 마침내 공직에 발을 들여놓았다. 그들 모두 미디어든 정계든 독자적으로 활동하지 못함을, 정치인과 성향이 다른 매체라도 그들의 인지도를 높이는 데 기여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p. 153)
세계에 영향력이 큰 두 나라, 영국과 미국의 근래 몇년은 세계정치의 위기를 보여주었다. 지금도 그 여파는 여전하다. 세계의 흐름이 우리와 무관할 리 없다. 저자의 쓴소리는 개소리를 내뱉는 사람들에게만 향하지 않는다.
개소리 퍼즐의 마지막 중요한 역할을 맡은 친애하는 독자 여러분, 바로 당신이다. (p. 154)
우리는 우리 수준에 맞는 미디어를 얻는다. 뉴스 미디어와 허위 사이트 둘 다 소비하는 대중이 있으니 그런 정보를 만든다. 정치인은 유권자가 반응한다고 판단하고 그렇게 행동한다. 소셜 네트워크는 우리가 서로 교류하게 해줄 뿐이다. 개소리가 기승을 부리고 믿을 만한 정보가 없는 상황이라면 우리도 소비자이자 유료 독자이자 유권자로서 한몫을 하고 있는 것이다. 하물며 우리도 전통적인 매체와 거의 대등하게 정보를 만들고 공유할 수 있는 시대다. 우리의 역할은 더욱 두드러진다. (p. 156)
잘못된 인식은 시간이 지날수록 누적되고 정치와 미디어 담론의 영향으로 굳어지며 다시 그런 담론을 부채질한다. (p. 159) 제도에 대한 신뢰가 부족하고 포퓰리즘이 기승을 부리는 현실에서, 개소리를 막기 위한 노력 중 하나는 우리의 현 위치를 확인하는 것이다. (p. 172)
민주주의는 정말이지 쉽지 않다. 엄청난 피로감을 준다. 그래서 사람들은 차라리 약간의 독재를 편해하기도 한다. 저자가 알려주는 리서치 결과에서도 '미디어를 지탱하는 쪽보다는 나라를 구해줄 강력한 지도자를 지지하는 쪽에 더 관심이 많다' 고 나왔다. 하지만 그런 피곤에 지친 선택이 브렉시트와 트럼프시대를 열었다. 그리고 그 후폭풍은 여전히 진행중이다. 그전에 넘쳐나던 정보들은 검증할 새도 없이 뜬소문처럼 되어 버리고 결과는 유권자들의 몫으로 남았다. 사람들은 왜 그런 정보를 믿었던 것일까?
자신의 생각과 일치하는 정보만 받아들인다. 확증편향 (p. 241)
생각을 바꾸는 것에 대한 반발심. 역화 효과 (p. 244)
집단에 동조하고 싶은 인간의 본성 (p. 250)
아무리 우리가 교육을 받았고, 양질의 정보와 저질 정보를 분간할 수 있다고 자부해도 여러 심리적 이유로 개소리에 넘어간다. 또 우리는 자신의 세계관과 일치하고 나의 사회적 규범에 맞으며 신호 보내기나 집단 정체성 강화에 쓰고 싶은 정보들을 많이 접한다. 우리가 꼭 개소리를 믿는다는 뜻은 아니지만, 의식적으로 노력하지 않으면 그렇게 되기 쉽다. 개소리의 영향력은 새삼스럽지 않지만 우리가 개소리에 사로잡히는 기제를 아는 것은 분명 도움이 된다. 이를 통해 개소리가 왜 효과적인 전략인지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p. 264)
남의 생각을 바꾸게 하는 것도 어렵지만 스스로 갖고 있는 자신만의 생각을 바꾸는 것도 쉽지 않다. 그와중에 주변사람들과 의견이 다르기라도하면 나혼자 NO 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소리에 넘어가서 피해를 보게 되는 것은 결국 우리 자신이다. 그러니 힘들어도 결국은 우리 스스로를 위해 알아야 한다. 무엇이 개소리인지.
사실 검증은 허위 정보 생태계를 바로잡기 위한 여러 해결책 중 극히 일부라는 점이다. (p. 313) 트럼프의 주장이나 그에 관한 주장을 읽고 믿는 사람들 중에서 사실 검증 블로그를 읽는 경우는 많지 않다. 엄연한 사실이 있어도 공유되지 않는 것이다. (p. 316) 정보 하나하나에 담긴 개소리에 대처하는 것은 정보 전쟁에서 참호전을 벌이는 것과 같다. 참호전이라는 수렁에 빠지면 이 싸움은 승산이 없다. 또 사실 검증을 했더라도 훨씬 적은 대중에게 퍼지기 때문에 거짓 주장의 확산을 막기에 역부족이다. 애초에 주류 언론이 노릴 수 있는 영역이 아닌 것이다. (p. 320) 인터넷의 허위 정보와 싸우는 일은, 하나같이 빠르게 움직이는 여러개의 과녁에 총을 겨누는 것과 같다. (p. 329)
팩트체크는 중요하다. 하지만 일반인이 기사마다마다 이것이 개소리인지 아닌지 출처확인과 허위여부를 파악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따라서 공신력 있는 단체나 언론에서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대중에 미치는 영향력이 생각보다 크지 않더라도 꾸준히 검증을 해주는 것은 필요하다. 그러나 누군가 해주겠거니 하고 기다리고 있기만 하는 것도 바람직하진 않다.
사실 검증 하나로는 가짜뉴스와 개소리로부터 우리를 지키지 못하며, 개소리 생태계를 교정할 뾰족한 대책도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어떤 효과적인 대처 방안없이 문제만 제시하는 것은 그냥 포기하라는 말과 다를 게 없고, 지금까지의 논의를 허무하게 만든다. 이제부터는 그런 암담함을 좀 덜어주는 이야기를 해보겠다. 마지막 장에는 정치인과 정책 담당자, 언론 매체와 기자, 시민이자 뉴스 소비자인 우리를 위한 조언을 담아봤다. 독창적인 생각도 아니고, 일관성도 없다. 앞서 논의한 모든 내용에서 도출한 생각과 결론을 모아놓은 것으로 다양한 압력에 다양한 방법으로 맞서자는 조언이다. (p. 337)
저자는 진실을 알아내기 위한 다양한 대처법들을 제시하고 있지만 저자가 말했다시피 뾰족한 대책도 아니고 독창적이거나 일관적이지도 않다. 하지만 적어도 아무것도 안하고 그냥 앉은채 당하지만은 말자는 얘기다. 이런저런 시도들을 해봐야 좀더 효과적인 방법도 찾게되는 것이 아니겠는가. 최소한 내가 할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 보는 것, 그런 문제의식이 출발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중요한 건, 어떤 방법으로든 우리는 개소리에 맞서야 한다는 사실이다. 현실 감각을 유지하고 음모론에 맞서면서 서로 기본적 합의를 도출하는 일은 건전한 민주주의를 만드는 데 필수적이다. 진실이 무의미해진 세상은 그 누구에게도 이롭지 않다. (p. 3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