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알고 있는 예술품들에 대한 뒷이야기가 나올때면 더 흥미진진하게 읽히곤 했다. 렘브란트의 '야간순찰' 이라는 그림이 최소 25회 정도나 복원됐었다는 것, 미켈란젤로의 '시스티나 성당 천장화'의 밝아진 색이 불러일으킨 논란, 제2차세계대전당시 폭격이 퍼부어졌던 런던의 예술품들이 어떻게 고스란히 보존될 수 있었는지 등에서 이야기 자체로도 재미있었지만 과학이 어떻게 예술과 접목되는지 보존과학의 흐름을 알아보는 것도 재미있었다.
하지만 보존과 복원이 항상 성공적이었던 것만은 아니다. 가장 안타까웠던 사례는 1935년 구본웅이 소설가 이상을 그렸던 '친구의 초상' 이라는 그림이었다. 복원전후의 그림이 너무나 판이하게 달라서 되돌릴 수 없는 복원이 얼마나 심각한 사태를 초래할 수 있는지 눈으로 확인이 되었다. 물론, 당시로서는 최신기법으로 최선을 다해 한 작업이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보면 엄청나게 실패한 복원이었다.
흥미로운 사례들로 시작한 이 책은 갈수록 복원과 보존이 태생적으로 가지고 있는 질문들에 주목한다.
베르메르의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 그림이 갈라지고 있는 것과 고흐의 '침실' 그림의 변색된 색에서 현재 보존과학의 한계를 느끼기도 하고, 로스코의 '하버드 벽화' 와 백남준의 미디어아트 작품을 보며 복원과 보존을 위해 무엇을 어디까지 해야할지를 생각해보게 되기도 하고, 환경파괴의 주요인중 하나인 플라스틱을 예술작품 소재로 활용했을때나 뭉크 가 자신의 작품을 천장도 없는 장소에 방치하다시피 보관하려했던 식의 작가들이 추구하는 의미에 대해서도 보존가의 고민을 공감하게 되기도 하면서 예술품의 보존이라는 것이 정말 쉬운일이 아니구나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나마 고전작품들에 대해서는 복원과 보존이라는 것이 고민이 아니라 한계를 느끼게 하는 것이라 다행이라면 다행이었다. 문제는 현대미술로 올수록 복잡해져 보였다. 예를들어, 마우리치오 카텔란 이라는 작가가 벽에 바나나 한개를 테이프로 붙여 놓고 '코미디언'이라는 제목을 붙인 작품이 있었다. 그 작품에 무려 12만달러가 넘는 가격이 매겨졌다고 한다. 그런데 누군가 와서 그 바나나를 먹어버리고는 행위예술이라고 인터뷰했고 미술관측은 바나나를 새로 사다가 테이프로 붙였다. 이런 작품에서 보존해야 하는 것은 무엇일까? 바나나? 의미? 아니 보존을 하긴 해야하는 것일까? 어떤 작품을 보존해야 하는 것인가?
1장이 '그림이 들려주는 복원 이야기' 라서 흥미진진하면서도 다양한 고민점들을 던져주었다면 2장 '미술관으로 간 과학자' 와 3장 '미술관의 비밀' 에서는 여전히 고민은 되지만 다양한 해법들을 모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