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자의 종교노트 : 기독교 편 - 과학자의 시선으로 본 기독교 역사 이야기
곽영직 지음 / Mid(엠아이디)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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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구 문명과 현대사회의 뿌리가 된 기독교

'과학자의 눈'으로 정리한 2,000년 기독교의 역사

 

세계사 라고 하는 것이 결국 서양의 역사와 동일어 임을 역사책을 읽을 때마다 느끼곤 한다. 그리고 서양사는 곧 기독교의 역사와 동일어 임을 더불어 느끼곤 한다. 그래서 교회 발치에도 가 본적이 없는 나로서는 항상 헤매게 되는 부분이 있다. 이런저런 종교의 역사 관련 책을 읽어서 겨우겨우 숭숭 뚫려 있던 커다란 구멍을 메꾸긴 했지만 여전히 종교사는 어렵기만 하다.

학교 다닐때 시험기간이 되면 유독 인기가 높아지는 학생이 있었다. 평소 인사만 하던 친구인데도 슬쩍슬쩍 눈치를 보며 친한척 말을 건내게 되는 친구, 바로 노트필기를 잘 하는 학생이었다. 공부를 잘하건 못하건을 떠나 깔끔한 글씨체로 차곡차곡 꼼꼼하게 정리해 늫은 친구의 노트를 보면 탐이나서 어떻게 한번 빌려서 복사를 해볼까 궁리를 하곤 했다. 복사를 해놓고도 결국 공부를 안해서 시험성적은 그냥그랬지만 친구의 노트를 복사한 순간만큼은 시험을 이미 잘 본것처럼 마냥 기분이 좋았더랬다. 요즘 학생들은 필기를 잘 안한다고 하던데 그럼 그런 노트에 대한 추억이 없으려나;;;

여하튼, 그래서! 이 책은 세계사 수업을 듣는다고 생각했을때 잘 정리된 친구의 노트를 빌려 본 기분이었다. 기독교의 역사 정리 그 자체! ㅎㅎ

저자는 물리학 전공 교수이지만 평소 역사와 철학에 관심을 많았던 터라 기독교의 역사에 대해서도 확장된 호기심을 갖고 있었던 것 같다. 기독교의 역사에 대해 정리해봐야 겠다는 생각을 가지게 된 이후 성경을 바탕으로 주제별 연대별 기록을 시작했는데 스스로를 위해 차곡차곡 쌓아왔던 글들이 책으로 나오게 될 것은 예상하지 못했었다고 한다. 과학자이니만큼 주관적이 아니라 최대한 객관적으로 쓴 것이 표가 난다. '철저하게 과학글을 쓰는 방법으로 기독교 역사 이야기를 정리해 보기로 했다' 는 저자의 다짐이 고스란히 드러나 종교의 유무와 관련없이 누가 읽어도 불편한 구석은 딱히 없으리라 생각된다. 이 책의 장점이다.

크게는 연대순이고 작게는 주제별인 이 책은 총 14 챕터로 '사도시대' 라는 전도의 시작점부터 20세기 마지막 공의회를 포함한 현재까지 기독교의 역사 전체를 아우르고 있다 매 챕터 마다 '들어가며' 라는 글을 통해 더 간단한 요약정리를 미리 읽고 본내용을 시작할 수 있게 해주는 점도 좋았다.

기독교의 역사는 그야말로 엄청나게 복잡한 정치사와 철학사의 혼합을 보는 것만 같았다. 교리 교파가 너무나 다양했고 종교와 얽힌 권력관계도 늘 복잡했는데 그러한 배경에는 성경의 열린 해석들이 있었고 그문제는 여전히 다양한 교회를 양산하는 바탕이 되고 있었다. 하지만 저자는 그러한 사건들에 대해 가치판단을 내리지 않는다. 그저 당시의 종교적 상황을 핵심만 추려서 간략하게 전달해 주려 한다. 그런 정리들을 읽다보면 흐름이 눈에 들어온다. 당연한 말이겠지만 모든 사건들은 인과관계가 있기 마련이다. 앞에서 벌어진 일로 인해 뒤에 벌어질 일들이 이해가 되고 그렇게 기독교의 흐름을 읽다보면 세계사의 맥도 대충 잡히는 듯 하다.

평소 책을 읽을 때 중요하게 여겨지는 문장에 혹은 인상깊은 문장에 포스트잇을 붙이곤 하는데 이 책엔 그야말로 빼곡하게 포스트잇을 붙였다. 알아두면 좋을 정보들이 많아서였다. 책을 읽고 글로 정리할 때면 그런 포스트잇 붙은 문장들 중에서도 더 문장들을 골라 추려내 보곤 했는데, 이 책처럼 객관적으로 잘 정리된 내용들을 또 요약하기란 내게 힘에 부치는 일이다. 그저 유익하게 잘 읽었고, 앞으로도 서양사를 읽을 때 가끔 들춰보게 되겠구나 라고 생각하며 비좁은 책장이나마 기꺼이 한 자리 마련하여 잘 꽂아둘뿐.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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