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관에 간 물리학자' 라는 책을 읽고나서 미술계의 사람이 아닌 비전문가의 눈으로 해석하는 미술인문학에 흥미를 느꼈었다. 알고보니 시리즈였고 '미술관에 간 의학자' 라는 책을 읽어봐야지 하고 생각하던 터에 미술관 다니기를 즐겨한다는 그 의사가 새로운 책을 냈다기에 신간으로 저자의 책을 읽게 되었다. 의학의 시선으로 미술을 보고 본인의 인문학적 소양을 곁들여 글로쓰는 저자의 활동이 오롯이 담긴 책이었다.
그동안의 미술관련 책에서 봤던 그림도 있고 못봤던 그림도 있었지만 엮어내는 방식이 새로웠다.
고흐의 'Wom Out' 이라는 비탄에 잠긴 한 노인을 연필로 그린 소묘로 시작해서 차이코프스키의 비창으로 연결된다거나
네덜란드 가정의 일상을 담은 '어머니의 의무' 라는 그림에서 당시 머릿니를 잡아야 하는 행동의 필요성과 진화적 의미로 이어지고
'모나리자'의 도난사건에서 '아폴리네르 증후군' 이라는 병명의 주인공인 시인 기욤 아폴리네르의 생애를 애잔해하다가
고야의 주치의 그림에서 아스클레피오스를 거쳐 '헨리8세와 이발사 외과의사들' 이라는 그림으로 오는 동안 의사들의 변천사를 살펴보고
미하일 브루벨의 데몬 그림 시리즈에서 매독 이라는 균의 치명성에 대해 설명하다가
돈키호테를 그린 화가들의 그림을 보면서 당시 돈키호테 라는 소설속 인물이 무엇을 상징한 것이고 거기서 정신의학 코드가 얼마나 나왔는지를 파악하고
드레퓌스 사건때문에 에밀졸라가 겪어야 했던 일화에서 일산화탄소 중독에 대해 생각해보는 등
그림을 보면서 화가들의 삶과 당대의 시대적 상황과 음악및 문학까지 이어지는 연결점들이 의사이기에 생각할 수 있는 지점이었으리라 여겨지는 부분들이 많아서 흥미롭게 읽혔다. 비전문가가 그림을 본다는 것은 이렇게 새로운 생각들이 가능하기에 전문가들의 그림설명책보다 때론 더 재미있게 읽혀질 수가 있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