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솝 아니 아이소포스는 당시의 성인들을 일깨우고자 일상에서 겪은 여러 경험과 삶의 지혜를 재치있게 이야기로 전달하는 능력이 뛰어났던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고대인들에게도 더 옛날옛적의 고대인이 들려주던 이야기들이 있었을 것이므로 소크라테스 시절에 소크라테스처럼 대중들에게 은유와 교훈이 섞인 대화를 즐겨하는 사람들에겐 이런 '이야기'들이 정말 유용하고도 풍부한 지혜의 샘물이 아니었을까 싶다. 사람들에게 '말'이라는 대화수단이 생겨난 이래로 '이야기'라는 것은 늘 있어왔을 것이다. 고전이라 불리는 것은 모두 다 그런 '이야기'에서 출발하는 것이 아닐지... 인간의 삶이란 곧 story 이므로.
아이소포스의 이야기들은 구전되다가 조금씩 수집되었는데 기원전 4세기에 아테네의 정치인이자 대중 연설가였던 데메트리오스가 당시 연설가들이 사용할 수 있도록 10권의 책으로 펴냈다. 연설가들이 대중들에게 인기있는 연설을 하려면 이런 우화들을 적절히 섞어 사용하는 기술이 아주 유용했을 것이다. 지금도 인기있는 강연이나 강좌들은 본내용 자체보다도 곁들여지는 강사의 이야기들이 아니던가.ㅎㅎ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이솝 우화 모음집은 기원후 1세기에 바브리우스가 160편의 우화를 편찬한 판본이고, 이후에 나온 것들은 이 판본을 토대로 하고 있으며, 최초로 이솝 우화를 라틴어로 번역해서 책을 펴낸 사람은 기원후 1세기에 살았던 아우구스투스이 해방노예 파에드루스였지만 이후 중세 시대에 나온 거의 모든 라틴어판 이솝 우화들은 10세기에 로물루스라는 우화 작가가 펴낸 책을 대본으로 했다고 한다.
이 책에서 텍스트로 사용한 것은 1927년에 에밀 샹브리가 간행한 것인데 이 판본에서 샹브리는 358개의 우화에 그리스어 알파벳 순서로 번호를 매긴 뒤 각 우화의 그리스어 원문과 프랑스어 번역문을 배열해놓았다고 한다. 이 책은 이솝시대부터 구전을 통해 수집되면서 원형이 대체로 잘 보존된 이야기 중에서 그리스어 원전 358편을 완역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한 페이지에 이야기 하나씩 그리고 간혹 독특한 그림들과 어우러지는 우화들은 옛이야기 읽는 재미가 느껴지기도 하고 촌철살인의 깨달음이 전해지기도 한다.
아이소포스를 죽음에 이르게 했다는 '독수리와 쇠똥구리' 라는 우화를 읽으며 그때 무슨 일이 있었을까 상상해보게 되고, '협잡꾼' 이라는 우화에선 신전에서 말해지는 신탁이 사기라는 것을 넌즈시 알려주고 싶었던걸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지금 현실에도 딱 들어맞는 우화를 읽을 때면 '이야기의 힘'을 새삼 느낄 수 있곤 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신들에게 기원만 하는 사람을 깨우치는 '난파당한 사람' 이나 '제우스와 좋은 것들이 담긴 단지' , '신들을 놓고 언쟁을 벌인 두 사람' , '말과 소와 개와 사람' , 법을 지키지 않는 위정자들을 빗대는 '늑대와 당나귀' , 전쟁의 원인에 대한 '전쟁과 오만' 등은 정말 팍팍 꽂히는 이야기들이었다. 그중에서도 하나만 옮겨보자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