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아 나도 그랬으니까 - 이근후 정신과 전문의가 알려주는 서툴지만 내 인생을 사는 법
이근후 지음, 조은소리.조강현 그림 / 가디언 / 2020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근후 정신과 전문의가 알려주는

서툴지만 내 인생을 사는 법

 

 

<나는 죽을 때까지 재미있게 살고 싶다> 라는 책을 정말 기분좋게 읽은 기억이 있다. 그 책을 썼을 당시 저자의 나이가 이미 팔순을 넘긴 어르신 이었다. 그런데 에세이를 그닥 좋아하지 않는 내가 폭 빠져 읽을 정도로 멋진 어르신의 모습을 볼 수 있어 인상깊게 읽었었다.

예를들어, 자식과 위아래층에 살면서도 현관 비밀번호를 알려하지 않고 방문전에 꼭 연락을 하며 충분히 자식의 생활을 존중해 주는 모습이 멋있어 보였더랬다. 거기다 자식의 차로 함께 가기로 했던 곳을 자식에게 일이 생겨 혼자 택시를 타고 가야했을 때에도 불쾌하다거나 원망하는 마음없이 정말 쿨하게 '그럴 수 있지' 하는 태도에 '와 이런 분이 계시나' 싶었더랬다. 더구나 많다면 많을 수 있는 나이에도 누구에게도 의존하지 않고 '해주겠지' 하며 바라지 않고 '나' 라는 사람이 할수 있는 활동들을 찾아 여전히 활발하게 하신다는 것이 대단하시구나 하며 감탄을 연발하곤 했었다. 그러니 그런 어르신의 또다른 에세이를 읽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이번 책은 쓰시면서 '서투름' 이라는 키워드를 중심에 두었다고 한다. 크게 4부로 나누어져 있는 얅고 작은 에세이인 이 책은 순서관계없이 어느 페이지를 펼쳐 읽어도 간단하지만 분명한 조언을 찾을 수 있다. 그중 몇 가지만 골라보자면,

어떻게 살 것인지는 개인의 선택이다.

어떤 선택이든 우리의 목표는 일생을 즐겁고 유쾌하게 살아가는 것이 되어야 한다. (p. 57)

중요한 것은 '나' 자신 이라는 것, 변치 않는 교훈이다. 물론, 이거이 '나만' 이라는 뜻은 아니다. 나 아닌 타인에 휘둘리지 않는, 그래서 후회도 미련도 남기지 않을 수 있는, 그런 주체적 '나' 를 생각해보라는 말일 것이다.

성공은 마디가 짧은 나무이고, 자기 성장은 마디 없이 나의 노력만큼 늘어나는 나무라고 생각하면 좋겠다.

성공에 집착해 자기 성장을 방해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 성공은 한때의 즐거움이지만, 자기 성장은 끝없는 즐거움이다. (p. 63)

성공과 성장의 차이는 분명 크게 다가온다. 성공은 끝이 있다면 성장은 끝이 없어서 더 힘든 것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성공 과 실패로 양분되는 과정보다는 대박을 터뜨리진 못해도 꾸준한 과정 끝에 찾아오는 의미가 분명 가치 있을 것이다.

나는 이 책을 읽는 젊은 독자분들께 돌다리를 두들기지 말아보기를 권한다. 돌다리는 건너라고 만들어진 것이다. 튼튼하든 부실하든 물 위를 건너는 용도로 만들어졌다. 강을 건너려면 무조건 돌다리를 밟아야 한다. 돌다리가 튼튼한지 안 튼튼한지, 이것저것 걱정하다 보면 건너지 못할 수도 있다. 건너야 할 이유가 뚜렷하다면 앞뒤 가릴 것 없이 건너야 한다. (p. 79) 정 두들기고 싶다면 일단 건너고 나서 한 번쯤 두들겨 보자. (p. 80)

이젠 팔순도 훌쩍 넘어 몇년 후엔 아흔이 되실 분이 이런 발랄함을 전해주실 수 있다니, 여전히 매력있으시다. ㅎㅎ

여유는 시야를 넓혀 주고 더 많은 행복과 즐거움을 안겨 줄 수 있다.

이제는 느림의 미학을 느끼는 삶을 지향해 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p. 214)

칠십이 넘은 나이때 사이버대학 강좌를 수강하시는 등 식지 않은 학구열을 유지하시고, 매년 에세이 한권정도 쓰시며 글솜씨가 없다하시면서도 꾸준히 글을 쓰시고, 이제 한쪽 눈은 실명에 다른 한쪽 눈마저 잘 안보이신다는 신체적 한계에도 불구하고 저자는 여전히 당신이 할수 있는 영역을 찾아 기껍고 즐겁게 활동하고 계신 듯 하다. 앞서 읽었던 책이 전해주는 재기발랄함은 부족한 듯한 이번책은 성기고 해묵은 조언들이랄까 어른들이 할법한 그런 말씀들이랄까 하여튼 좀 아쉬운 마음이 들기도 했지만, 라때식 표현도 이분처럼 하시면 들을법 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무엇보다 그 연세에 이렇게 열린 마음으로 살고 계시는 모습을 보여주시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존경스러운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