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표지나 띠지에 써있는 출판사의 홍보문구는 늘 기대치만 올려놓고 실망감을 주기 마련인데 이 책은 홍보문구에 충실한 가치를 느낄 수 있는 드물게 알찬 책이었다. 그림보기를 좋아하고 그림에 얽힌 이야기는 더 좋아한다면 이 한권으로 얻을 수 있는 것들이 정말 많다. 매일 1페이지씩 365점의 명화와 함께 보고 읽을 수 있도록 구성된 이 책은 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작품, 미술사, 화가, 장르·기법, 세계사, 스캔들, 신화·종교 총 일곱 분야의 지식을 다루고 있어서 미술관련 잡학다식용으로 이만한 것이 별로 없지 싶다.
컬러풀의 각 장마다 그림과 글자의 분배에 균형을 맞추고 한 페이지로 정리한 깔끔한 구성미도 돋보이고 주제에 충실한 보조자료들을 주석뿐만 아니라 참조 페이지와 연결 카테고리 를 번호기재하여 책 안에서 상호보완을 가능하게 하며 책 뒤편의 문헌과 색인까지 흠잡을데 없이 빼곡하게 꽉찬 교양서다.
역사를 좋아하다보니 그림관련 책도 종종 보게 되는데, 연대사로 보던 책과 달리 주제별로 읽으니 또다른 재미가 있었다. 때로는 그림에 눈이 머물로 때로는 내용에 마음이 가면서 나중에 다른 책들을 읽으면서도 종종 찾아보게 될 것 같은 책이기도 하다.
책속에 등장하는 대부분의 그림과 내용이 다 인상적이고 재미있었지만 그중에서도 골라본다면,
여성미술사 책에서 봤던 '로사 보뇌르'의 노년의 자화상, 일본의 한 대기업 총수가 자신이 죽으면 함께 묻어달라는 말까지 남기며 애지중지했던 '가셰 박사의 초상', '모나리자' 와 거의 흡사한 쌍둥이 모나리자 그림 과 아일워스의 모나리자, 조금은 기묘하게 보이는 얀반 에이크의 초상화, 인간의 존엄성에 대해 서글프게 생각하게 만들었던 다모증을 앓던 소녀의 초상화, 피에타 의 팔과 '마라의 죽음' 의 팔의 연결성, 고흐가 펜과 잉크로만 스케치하듯 그린 그의 연인그림, 클림트의 '키스' 를 멀리 보았을때의 의미, 기독교 종교화에서 흔치 않은 입맞춤 그림이었던 '안나와 요아킴의 입만춤', 기존에 익숙하던 루벤스와 화풍과 너무 달랐던 루벤스의 자화상, 이해할 수 없는 그림 '폭풍', 만화영화 '플랜더스의 개'에서 네로가 보고싶어했다던 '십자가에서 내려지는 예수'그림, 아무도 몰랐던 쇠라의 여인 그림, 고흐가 보고 반했다지만 나는 이해할 수 없었던 램브란트의 그림, 뒤크뢰의 유쾌한 자화상, 산타클로스의 기원을 알려주던 그림, 콘스탄티누스 대제를 기독교로 개종시킨 어머니 헬레나를 그린 그림 과
알렉산드로스 대왕을 제우스신화에 견주었던 이야기, 도자기 싸는 종이로 사용되던 일본의 목판화가 유럽에 선풍적 인기를 끈 이야기, 라오콘 군상의 전시로 인해 시작된 바티칸 미술관 이야기, 이콘화 에서 알 수 있는 기독교 사회의 분열, 익숙하게 봤던 아우구스투스의 전신상이 맨발인 이유, 루벤스의 아내에 대한 사랑, 스쿠루지 영감의 모델이 되었던 가문의 이야기, 에곤 실레 곁에 머물던 발리 라는 여인 이야기, '쾌락의 정원'에서 볼 수 있는 기묘함이 연결된 것으로 추정되는 종교단체 이야기, 드가가 카메라 시선으로 그린 이유, 아담과 이브의 누드화가 유행했던 이유, 들라크루아와 쇼팽의 인연, 터너가 유서에 남긴 말, 밀레의 '만종'에 얽힌 이야기, 다빈치의 모나리자 그림이 프랑스에 머물게 된 배경, '일그러진 진주' 였던 바로크 미술, 루터와 수녀가 결혼하게 된 이유, '다다'의 뜻, 로마 초상의 변화, 미켈란젤로의 순정, 베로키오와 다빈치가 함께한 그림, 마리아 테리지아의 멋짐, 마리아 막달레나의 누드화가 인기있던 이유, 틴토레토와 딸, 교황의 사생활, 프라 필리포 리피 의 야반도주, 앵무새의 다양한 상징, 홀로코스트와 누스바움 이야기가
마음에 남는다.
다른 그림과 이야기들도 종종 찾아볼 것 같기는 하지만 위에 언급한 그림과 이야기들에는 따로 표시를 해두었기에 더 자주 찾아보게 될 것 같다. 나는 책을 읽고 나면 같은 책을 다시 보지 않는 편이지만 이 책은 예외적일듯하다. 때로는 가볍게 때로는 호기심에 때로는 참고자료로 때로는 위안용으로 들여다볼 수 있는 책을 알게 되고 곁에 두게 되어 읽는 내내 참 좋았더랬다. 다만 이 책의 구성과 의도상 그림 크기가 아쉬울 때도 있었지만, 이런 아쉬움을 덮을 만큼 충분히 유용하고 좋은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