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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자의 마지막 공부 - 운명을 넘어선다는 것
김승호 지음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20년 9월
평점 :
"왜 공자는 주역을 읽고 수명의 짦음을 한탄했는가?"
주역64괘에 대한 정밀한 풀이와 공자의 해석이 담긴 X파일을 지금 공개한다
[논어]를 읽은 적이 있다. 동양고전에 대한 낯설음과 공자라는 명성에 대한 걱정에 비해 옛이야기처럼 편안하게 읽혀서 의외로 좋았던 책이었다. 이후 일상에서 접하게 되는 명리학에 대한 호기심과 공자에 대한 기대감이 '주역'을 다룬 이 책을 읽어보고 싶게 했다.
주역은 인류 최대의 학문으로서 먼 옛날부터 성인의 학문이라 일컬어지고 있었다. 이는 주역이 위대하고 난해하기 때문일 것이다. 공자는 50세에 주역을 접하고 크게 기뻐하였으며, 이후 이를 평생 연구하고도 모자라 수명의 짧음을 한탄한 바 있었다. (p. 8)
자칭 한국 최고의 주역학자라는 저자에게 주역은 최고의 학문일 것이다. 공자가 주역이라는 학문에 대해 그렇게 경탄했다고 하니 궁금해지기도 한다. 하지만 공자의 한탄이 담긴 출처는 어디일까?
미래는 정해져 있으나 알 수는 없다. 이는 참 곤란한 일이다. 그러나 이를 피해 갈 방법이 있다. 미래를 알기 위해 그 속으로 뛰어들지 않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주역의 방법이다. (p. 28)
간단히 결론을 얘기해 보자. 미래란 정해져 있으니 운명이 있다고 말해도 된다. 그러나 그것을 알려고 하면 심한 요동이 발생하여 다시 알 수 없게 된다. 이는 미래가 정해져 있지 않다는 뜻이 된다는 것이다. 주역은 사물의 요동을 피해 먼 거리에서 미래를 측량하는 기술이다. 그러므로 미래는 운명의 범주에 들어 있는 것이다. (p. 29)
정리하자면 주역은 미래를 점치는 학문이다. 이루어질 미래를 예상하는 것이 아니고 운명의 범주안에 속한 미래를 예측하는 기술이다. 미래의 기운을 읽어내기는 하나 미래가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다. 한마디로 오묘한 학문 같다.
우리는 얼핏 공자가 50세에 세상에 주역이라는 게 있음을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여기에는 모순이 있다. 공자 생전에 주역은 점을 치는 도구였고 점은 아주 일반적이이서 누구나 알 수 있는 것이었다. 주역은 당시 오늘날처럼 생소한 것이 아니라 상식이었다. 당시 사람들은 항상 점을 접했고 심지어는 생활이 거의 점치는 일로 이루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당시 사람들은 빈번히 제사를 지냈고 또한 점을 치며 살았다. 관청에는 점을 치는 직책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공자 또한 점치는 일을 마다하지 않았다. 주역은 오늘늘 [토정비결]보다 흔한 책이었다. 공자는 당시 수많은 서적을 탐독하여 온 세상의 이치를 알고 있었다. 이러할진대 주역은 당연히 알고 있었을 것이다. 다만 이 내용이 심오하다는 것을 어느날 갑자기 깨닫게 된 것이리라. 이때가 바로 공자가 50세 무렵이었던 거라고 생각된다. (p. 33)
저자가 풀어낸 주역의 배경과 공자와의 연결점은 저자의 해석이다. 저자가 어떤 문헌을 바탕으로 어떻게 연구해서 도출해낸 결과인지는 알 수 없다. 그저 저자의 해석이라는 점은 이 책을 읽으며 유념해두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고대사회에서 왕은 곧 제사장이었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지배층은 제의를 진행하고 중요한 일을 앞두고는 다양한 방법으로 점을 쳤다. 문화의 차이일뿐 미개하다거나 비과학적이라고 여기면 안된다. 하지만 이러한 내용의 설명을 할때는 역사적이고 객관적인 자료가 필수이다.
세상의 모든 사물이 8개로 분류되었고 이것이 합쳐져서 64개의 현상으로 발전한다. 이로써 세상의 모든 사물을 표현할 수 있다. 그 밖으로 나가는 것은 없다. 공자는 주역의 이러한 절대적 논리에 매료되었던 것이다. 주역을 조금 공부해보면 알게 되지만 세상은 정말로 8괘로 다 분류가 된다. 또한 세상의 모든 현상이 이 8괘의 조합으로 설명된다. (p. 39)
학자들은 모두 세상의 원리를 설명해보고자 노력해 왔다. 철학도 과학도 역사도 그외 대부분의 학문들도 대부분 방식의 차이일뿐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을 이해하고 표현해내려는 시도들이었다. 주역의 8괘의 조합으로 모든 것을 설명해낼 수 있다니, 정말 그렇다면 당연하게도 엄청나게 호기심이 생기지 않았겠는가.
문왕이 최초로 기록을 남기고 깊은 연구를 했던 것으로 보인다. 문왕 이후에는 주공이 깊이 연구했고 오랜 세월이 지난 후에 이를 공자가 이어받았다. 이렇게 주역은 문왕과 주공, 공자 등 세 명의 성인에 의해 가꾸어졌다. (p. 45)
공자도 기원전 인물인데 공자가 칭송하는 태평성대 시절은 더 먼 옛날 의 어떤 시대였다. 항상 현재는 과거보다 못하다고 여겨지는가 보다. 현재가 불만스러울수록 과거는 태평성대로 여겨지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렇게 소급해서 과거로 거슬러올라가다 보면 진정한 태평성대가 있을 수 있었겠는가 가 갑자가 의문스러워진다.
복희씨에 관한 다른 전설도 전한다. 이는 전설이라기 보다는 역사에 가까운데 단군의 역사를 기록한 [한단고기]에 등장한다. 여기서 복희씨는 단군이었고 혼자 연구하여 8괘를 저작하였다고 하낟. 7,000년 전 얘기다. 중국 신화와 내용이 다르지만 [한단고기]의 설명이 맞는 것 같다. (p. 53)
[한단고기] 는 역사서가 아니다. 환단고기 라고도 불리는 이 책은 위서라고 학자들은 말한다. 역사적 출처와 문헌이 불분명하고 논리적 오류가 많은 이 위서에 대해 저자가 하는 표현은 이 책의 신뢰성을 떨어뜨린다. 나아가 출판사의 편집진들에 대해서도 의구심이 생긴다. 그런데 저자는 여기서 더 나아간다.
지구 문명의 우주 도래설은 무작정 비웃을 것이 아니다. 좀 더 진지하게 사실 여부를 생각해보자는 것이다. 우리는 지금 주역에 대해 얘기하는 중이니 이것을 우주에서 외계인이 가져왔느냐가 핵심 질문이다. 이는 주역 자체를 살펴봄으로써 단서가 나올 것이다. 주역이란 무엇인가? 그것에 우주 문명이 개입한 흔적이 있는가? 결론부터 얘기하면 그 증거가 확실히 있다. (p. 57)
나는 수만 년 전 외계인이 지구를 다녀가면서 남긴 유산이라고 굳게 믿는다. 그것은 오로지 주역에 담겨 있는 내용 때문이다. 재미있으려고 막연히 추측하는 것이 아니다. 주역에는 위에 열겨한 내용 외에도 무수히 많은 문명의 흔적이 존재하는 것이다. (p. 61)
주역이라는 학문의 위대성을 말하며 너무나 위대한 이 학문에 고대 미개했던 인류가 생각했을 수 있을리가 없으므로 외계인들이 전해준 학문이라고 주장하는 저자의 해석에는 뒷받침할 만한 근거가 없어 보인다. 저자는 몇 페이지의 서술로 충분히 우주 도래설을 증명했다고 생각하는것 같은데 전혀 수긍이 되지 않았다. 이렇게 주역이라는 학문에 대한 현실성 없는 주장을 끝으로 저자는 64괘의 본격적 풀이의 본문을 시작한다. 차라리 앞 내용들이 없었더라면 저자가 저자만의 해석을 주장한 서론이 없었더라면 이 책의 본문에 대해 읽어봄직했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저자가 앞서 주장한 내용들과 아무 상관 없어보이는 64괘의 풀이들은 저자의 주장들로 인해 더 모호하게 다가올 뿐이었다. 주역이라는 학문은 사서삼경의 하나로 동양고전의 대표저서들 중 하나라고 알고 있던 나로서는 당황스럽기 그지없었다. 차라리 앞 내용들은 차치하고 64괘의 간략한 풀이들은, 예측불허의 앞날에 대한 자그마한 실마리라도 찾고 싶을때 나무막대기에 8괘를 그려넣고 상자에 넣어 흔들어 꺼냈을때의 해석용으로 대해 참고해볼까 싶다.가벼우면서도 가볍지만도 않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