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 쓸모 - 시대를 읽고 기회를 창조하는 32가지 통찰
강은진 지음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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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를 읽고 기회를 창조하는 32가지 통찰

"예술은 반드시 새로운 길을 만든다"

단단하고 창조적인 삶을 위한 세상에서 가장 쓸모 있는 예술사용설명서

"예술은 삶의 위대한 자극제다"

 

예술은 어렵다? 아니다? 에서 대답하기 곤란하다면 질문을 바꿔보자. 예술은 쓸모가 있다? 없다? 에서 혹시 없다 로 쉽게 대답이 나온다면 필시 예술을 어렵게 느끼고 있는 것일 수 있다. 예술을 어려워하는 사람들에게 예술을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안내해온 저자는 예술을 여유와 사치의 범주에서 끄집어내어 일상을 사는 모두에게 쓸모있는 것임을 알려줌으로써 또다른 접근법을 제시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쓸모가 있다는 말은 곧 상품가치를 의미할진대, 어머어마한 경매가로 나와 상관없어 보이던 예술품들을 내가 쓸모있게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절로 마음이 끌리지 않겠는가.

예술은 다람쥐 쳇바퀴돌듯한 일상에 효과적인 자극제가 될 수 있다. 저자는 우리가 예술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것들로 심미안, 카타르시스, 감각의 확장, 욕망의 이해, 창조성, 통찰 을 제시하며 화가들의 삶과 그림을 통해 간접경험을 하도록 해준다. 구체적인 사례로 당대를 매혹시켰던 전략적인 화가들을 소개하고 브랜드화 되기까지 한 과정들을 알려준다. 그렇게 점점 더 예술의 범위를 확장시키고 예술을 통해 삶의 자세를 반추하도록 함으로써 예술의 쓸모는 완성미를 거둔다.

보통 창의 성이라고 하면, 전에 없던 완전히 새로운 것을 만드는 능력으로 착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세상에 완벽하게 새로운 것은 없습니다. 아무리 천재적 예술가도 스승이든, 동료든, 라이벌이든 영향을 받은 사람은 반드시 있기 마련이니까요. 창조와 혁신은 혼자 이루는 것이 아니라, 그렇게 여러 사람과 영향을 주고받는 과정에서 탄생합니다. (p. 44)

창의적으로 창조한다는 것이 하늘에서 갑자기 뚝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은 '발명'에서도 마찬가지다. 발명에 관한 책을 읽어도 비슷한 개념으로 풀이되어 나오곤 한다. 앞선 선배들의 시행착오가 없다면 시대를 변화시킨 발명들도 없었을 거라고. 누군가의 실패가 쌓이고 쌓여 과학적 발견도 기술적 발명도 가능했다. 예술도 마찬가지다. 아무리 천재적인 화가라도 스스로 알아서 갑자기 확 잘 그릴 수는 없다. 누군가에게 배우고 끊임없이 노력했을때 관광객들을 불러모으는 미술관에 걸리게 될 작품을 완성시킬 수 있었다.

500년 전 작품을 가져와 현대적 메시지를 담아낸 쩡판즈, 그는 공산주의와 자본주의가 혼재된 현대 중국의 모순된 현실을 날카롭게 화폭에 담아냈습니다. 누구나 잘 알고 있는 고전 회화를 가장 현대적으로 해석해 단순한 패러디를 뛰어넘어 새로운 정치적·사회적 의미를 담아낸 예술적 성과입니다. (p. 52)

혁신적인 패러디그림으로 어마어마한 경매가(약250억원)에 낙찰됐다는 중국의 화가 쩡판즈의 '최후의 만찬'을 찾아보았다. 흐음... 나같으면 그돈을 주고 샀을 것 같지 않은 그림이었다;;; 아무리 거창한 메시지를 담아 풍자했다고 해도 그림은 일단 보기에 좋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편이다.(나는 예술가도 아니고 예술에 대해서도 잘 모르니까 내가 예술을 보는 방식은 그렇다는 말이다.) 그런면에서 아름다움이 무엇인지를 내게 알려준 화가는 로렌스 알마 타데마였다.

일상을 잘 살아가기 위해선 냉철한 현실 인식만큼이나, 낭만도 필요한 법입니다. 알마 타데마는 자기 그림의 무대인 고대 로마에 대한 기록만 노트 수십 권 분량을 가지고 있었고, 그림에 필요한 꽃들도 직접 공수할 만큼, 자기 그림에 대한 애정과 열정이 있었습니다. 그 덕분일까요? 알마 타데마는 '대리석의 화가' 라고 불릴 만큼 대리석을 많이 그렸는데도, 차갑게 느껴지기는커녕 따스한 온기가 느껴집니다. (p. 138)

개인적으로 로렌스 알마 타데마의 그림을 정말 좋아한다. 다른 수식어 다 필요 없고 일단 보면 그냥 와~ 예쁘다!

화가가 활동했던 19세기 산업화되어가던 유럽에서 타데마의 그림은 평단에선 그리 호평을 받지 못했다고 한다. 당시의 새로운 화풍을 전혀 따르지 않은 고전적인 그림은 그저 기술만 뛰어나다고 평론가들은 말했다고 한다. 하지만 대중적으로는 크게 성공을 거두었다. 삭막해지고 경직되어가던 당시에 타데마의 그림은 낭만을 느끼게 해주었기 때문이라고.

문화생활도 주로 책을 읽는 것으로 채우곤 하는 나이지만 때로는 찐한 낭만이 필요할 때가 있다. 그럴때면 영화나 드라마를 본다. 화면속 배우들의 로맨스에 가슴떨려 하기도 하고 감동스토리에 촉촉해진 눈가를 훔치기도 한다. 타데마의 그림도 비슷하다. 고대그리스로마 책에 빠져들어 있을때 타데마의 그림을 보는 순간 그야말로 숨멎 의 순간이었다. 너무 좋았다. 책속 시대가 그림에서 뛰쳐나올 듯 했다. 타데마의 그림은 내게 아주 쓸모 있는 작품들인 셈이다.

어쩌면 영영 묻혀버렸을지 모르는 화가, 그러나 명작은 결국 그 반짝임을 숨길 수 없는 법이죠. 그의 그림은 단순하지만 보면 볼수록 매력이 느껴집니다. 어느 눈 밝은 사람의 우연한 발견은 그야말로 나비효과를 낳았고, 명화 하나가 만들어내는 끊임없는 이야기 덕분에 페르메이르는 시대를 뛰어넘은 위대한 예술의 아이콘이 되었지요. (p. 176)

페르메이르의 유명한 작품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 에서 영감을 얻은 소설을 바탕으로 한 영화를 본 적이 있다. 생애가 알려지지 않은 화가이기에 상상의 산물이었지만 그럴싸한 스토리에 저절로 빠져들었더랬다. 그림은 참 묘한것이 보는 사람마다 다르게 느낀다는 점이다. 보는이에게 제각각의 상상을 발동시킨다. 저마다 다른 스토리를 상상할 수 있는 그림은 매력적이다. 엄청난 크기의 대작이나 걸출한 유명작가의 작품이 아닌 소소한 매력에 더 끌릴때가 많다.

로렌스 알마 타데마가 런던을 평정한 시기, 파리는 무하의 도시였습니다. 그는 포스터 업계의 총아였고, 거리의 가판대에는 그의 작품이 모네나 피카소의 작품과 나란히 놓일 정도였죠. 이 시대의 포스터는 100년이 훌쩍 지난 지금도 눈길이 저절로 갈 만큼 높은 예술성을 겸비했습니다. (p. 182)

검색해보니 올해 초에 알폰스 무하 전시회가 있었다. 하아... 알았다면 가서 관람했을 텐데... 아쉽다... 전시회를 갔었다면 무하의 포스터는 잔뜩 보고 올 수 있었을텐데... 언젠가 체코에 가게 된다면 무하의 '슬라브 서사시 연작' 시리즈도 꼭 보고 싶다. 포스터로 성공하였으나 말년에 자신의 인생역작이라며 남긴 그 작품들은 왠지 감동적일 것 같다...

페르메이르의 그림도 그렇지만 무하의 포스터들도 가벼운 마음으로 접근할 수 있는 것이 매력인 듯 하다. 가방이나 폰케이스등 소품 배경그림으로도 훌륭하다. 나는 이렇게 일상에 활용될 수 있는 그림들이 좋다. 예술적인 가치는 잘 모르더라도 내게 예술의 쓸모는 아무래도 편안함 쪽인 것 같다.

구상화가 눈에 보이는 것을 그대로 이해하라고 말하고, 추상화는 눈에 보이는 것 너머를 이해하라고 말한다면, 마그리트는 눈에 보이는 것을 계속 의심하라고 말합니다. 그의 그림은 끊임없이 우리의 선입견에 딴죽을 걸고, 회화가 보여주는 대상을 의심하게 만들기 위해 속임수를 씁니다. (p. 258)

르네 마그리트의 그림은 처음 보면 재미있지만 자꾸보면 어렵다. '이미지의 반역' 이라는 유명한 그림엔 덜렁 파이프 하나만 그려져 있지만 '이것은 파이프가 아니다' 라고 써있는 글씨때문에 관람객은 혼돈에 빠질 수 밖에 없다. 파이프 그림을 보고 파이프가 아니라는 글씨를 보며 무엇을 인정하고 무엇을 의심해야 하는지 생각하다보면 왠만한 추상화보다 더 어렵게 느껴져서 당황하게 된다. 쉽고 예쁜 그림인줄 알았더니 아니었네;;; 하지만 왠지 모를 매력에 끌리는 것도 사실이다.

가장 좋아하는 작가가 누구냐고 묻는 질문에 저는 늘 장 시메옹 샤르댕의 이름을 빼놓지 않습니다. 그런데 그의 이름을 꺼내면 대부분 의아한 표정을 짓습니다. 샤르뎅이 누구냐는 반응을 보이거나, 고흐, 클림트, 페르메이르 등 쟁쟁한 화가들을 제치고 왜 지극히 평범해서 눈에 잘 띄지도 않고 재미도 없는 정물화 작가를 좋아하냐는 반응이죠. 그러나 저는 바로 그런 점 때문에 샤르댕의 정물화에 끌립니다. 그가 담아낸 일상의 풍경에 자꾸만 눈길이 가고 애정이 갑니다. (p. 316~317)

예전에 그림을 좀더 재미있게 감상하는 방법으로 '내가 그림을 산다면 어떤 그림을 살것인지'를 생각하며 미술관을 둘러보라고 말해준 사람이 있었다. 그뒤로 나는 그림을 볼때마다 그 기준을 생각해서 판단해보곤 한다. 카라바조의 그림이 멋있지만 내집 거실에 걸어두고 싶진 않다. 루벤스의 그림이 웅대하지만 내방벽에 걸어두고 싶진 않다. 경매가가 아무리 높다한들 나는 그런 어마어마한 그림들을 사고 싶진 않다. 내가 사고 싶은 그림은 내가 일상을 지내는 공간에서 오며가며 볼때마다 기분좋게 즐길 수 있는 그런 그림이길 원한다. 그런점에서 저자가 샤르댕의 정물화에 끌리듯이 나는 '클라라 페테르스'의 정물화에 끌린다. 클라라 페테르스 의 정물화는 실물보다 더 멋져 보여서 정말이지 내가 본 정물화 들 중에는 최고다. 내가 그림을 살 수 있다면 나는 클라라 페테르스의 정물화를 사서 집에 걸어두고 싶다.

본문에서 언급된 그림들이 다 수록된 것이 아니라 아쉽기는 했지만 책을 읽다가 그림 검색해 보는 재미도 나름 쏠쏠했다. 그림관련 책은 역시 그림보는 맛이 있어서 이 책을 읽는 내내 그림하나하나들이 모두 반가웠다. 편안한 마음으로 그림을 보고 저자가 풀어내는 생각을 읽어보며 내게 어떤 쓸모가 있나 찾아보는, 가볍고 쉽고 재밌는 유용한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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