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에 대한 거의 모든 생각 - 이제부터 당신 메뉴에 '아무거나'는 없다
마틴 코언 지음, 안진이 옮김 / 부키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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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부터 당신 메뉴에 '아무거나'는 없다

 

 

I Think, Therefore I Eat : The World's Greatest Minds Tackle the Food Question

'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먹는다' 라는 문장은 이 책에 즐겨 나오는 표현이다. 영국의 철학자인 저자는 음식에 대한 본인의 다양한 생각들을 풀어내는 동시에 본인의 장기를 살려 '음식'에 대한 철학자들의 생각까지 곁들여 낸다. 글 사이사이의 레시피는 일종의 부록 같지만, 진짜 부록은 책 뒤에 알찬 내용으로 덧붙여져 있다.

현명한 식생활을 위한 나의 세 가지 원칙은 다음과 같다.

1. 디테일이 중요하다.

2. 모든 것은 연결돼 있다.

3. 크리스털 꽃병을 깨뜨리지 말라.

'디테일이 중요하다'는 쉬운 해결책과 사고의 단순화에 저항하라는 말이다. '모든 것은 연결돼 있다'는 음식에 관한 논쟁이 끊임없이 이어지다가 얼마 후에는 그 논쟁들이 서로 충돌하는 것처럼 보이는 이유다. '크리스털 꽃병을 깨뜨리지 말라'는 '스위스제 시계를 집에서 수리하지 말라'는 표현으로 바꿀 수도 있겠다. 이것이 이 책의 핵심 주제다. 복잡성을 인정하라. 크리스털 꽃병(또는 스위스제 시계)에 망치를 갖다 대지 말라. (p. 15, 16)

나는 이 책을 '건강한 음식에 대한 탐구'라는 중심 주제를 가지고 가벼우면서도 깊이있게 집필했다. 책의 구성 측면에서는 바쁜 독자들이 이해하기 쉬운 방식을 택했지만, 정보를 보다 효과적이고 흥미롭게 전달하기 위해, 그리고 복잡한 내용을 설명하기 위해 심오한 철학적 개념을 사용했다. (p. 17)

인간의 기본욕구를 의식주 라고 배운 사람이라면 누구나 '먹는다'는 것의 중요성을 알고 있을 것이다. 인간역사의 시간이 쌓여갈수록 '음식'의 다양성은 폭발적으로 증가했지만 그러한 음식들에 대해서는 그닥 깊이 생각해오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 저자는 '음식'에 대한 생각을 좀더 진지하게 해볼 것을 제안하는데 풀어내는 방식이 그리 어렵진 않았다. 음식에 대한 철학 이라기 보다는 음식에 대한 과학을 읽는 기분이었고 덤으로 유명 철학자들의 식생활을 엿볼때마다 웃음이 나기도 했다.

별로 대단해 보이지 않았던 베들레헴이라는 정착촌이 예수의 탄생지로 선택된 데도 숨은 메시지가 있다. 베들레헴이라는 지명은 '빵의 집'으로 번역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아직까지 널리 알려져 있지는 않은 사실이지만, 가장 위대한 철학자로 손꼽히는 존 로크와 장자크 루소가 마치 서정시를 쓰듯 갈색 빵의 미덕을 찬양했다는 사실은 그리 놀랍지 않다. (p. 41)

음식에도 팩트체크가 필요하다며 가짜 음식을 찾아나선 저자가 제일 먼저 언급하는 음식은 '빵'이다. 인간이 빵을 먹어온지는 오래됐다. 하지만 지금의 빵은 순수하지 않다. 온갖 화학적 첨가물이 잔뜩 들어가 있고 인위적이로 성급하게 만들어지고 있다. 저자는 로마 황제 아우구스투스가 먹었던 마른 빵을 지금은 찾을 수 없음에 존 로크가 서글퍼했을 것이라며 지금의 빵이 진짜가 아님을 느끼게 한다. 하지만 빵이 주식이 아닌 내게는 존 로크 만큼 서글픔이 전해지진 않는다. ㅎㅎ

무시무시한 아조디카본아미드는 어떤 상황에서든 금지되는 화학물질이지만 매우 흔한 식품 첨가물이기도 하다. 제빵업계에서는 밀가루를 표백하기 위해, 그리고 개량과 숙성을 위해 아조디카본아미드를 사용한다. 아조디카본아미드는 스타벅스와 같은 체인점에서 판매하는 제품들(예컨대 스타벅스의 크로아상 제품들)에 첨가되고 패스트푸드 음식점에서는 햄버거와 핫도그 빵의 형태로 판매된다. 규제 담당 기관들도 아조디카본아미드가 '호흡 과민성 물질'로서 알레르기 반응을 유발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정한다. 아조디카본아미드가 분해될 때는 세미카바자이드라는 물질이 만들어지는데 유럽연합, 오스트레일리아, 뉴질랜드, 싱가포르에서는 세미카바자이드를 약한 발암물질로 간주해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에서는 다르다. 언제나(뭔가를 금지하는 일에) 신중한 FDA는 소량만 사용할 경우 세미카바자이드가 안전하다고 간주한다. (p. 65)

영국 학자들의 책은 특유의 반어법적 위트가 있는 것 같다. 영국식 유머를 나는 알지 못하지만 살짝 비트는 문장들에 웃음이 나올때가 있다. 특히나 미국에 대한 평가를 할때 그런 문장들이 빛을 발한다. 미국 FDA 와 맥도널드에 대한 비판은 책속에 자주 등장하는데 이또한 영국 특유의 미국에 대한 감정이 느껴지는 부분이기도 하다.

팔레오 다이어트를 뒷받침하는 이론에는 또 하나의 제법 큰 허점이 있다. '석기 시대 인간'이라는 표현 자체가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잘못된 용어라는 것이다. 원시 시대 집단생활을 했던 사람들은 지역에 따라 구할 수 있는 식물과 동물의 종류가 달랐기 때문에 먹는 음식도 천차만별이었다. 물론 세계의 일부 지역에서는 살코기가 주요 영양 공급원이었겠지만, 어떤 지역에서는 생선을 주로 먹었을 것이고 또 어떤 지역에서는 과일과 견과류를 중심으로 채식에 가까운 식사를 했을 것이다. 물론 지금 우리가 채소를 먹는 방법은 옛날과 다르다. 이 사실은 우리의 소화 기관이 수백만 년 전에 만들어진 진화론적 틀에 고정되어 있다는 주장을 반박하는 또 하나의 근거가 된다. 인간은 단 한 장의 청사진으로 결정되는 융통성 없는 존재가 아니다. 우리는 환경에 적응할 수 있으며 항상 적응한다. (p. 86, 87)

저자는 다양한 다이어트에 대한 내용도 많이 다루고 있다. 석기시대 식단을 먹음으로써 다이어트를 한다는 팔레오 다이어트 를 대표적으로 언급하면서 인류의 신체가 얼마나 다양한 적응을 거쳐왔는지 생각해볼 것을 지적한다. 뭐든 한 가지 음식만 고집하는 다이어트는 효과적이지 않다고...

프리드리히 니체는 항상 고기에 집착했다. 특히 그는 샤퀴테리를 좋아했고 갖가지 햄과 소시지에서 영감과 기력을 얻었다. '초인'이라는 철학적 개념을 창시한 악명 높은 철학자 니체는 잠시 채식을 해보기도 했지만 식생활에서는 건강보다 쾌락을 우선시하기로 마음먹었다. (p. 115)

데이비드 흄도 먹는 것을 너무 좋아해서 (특히 고기를) 말년엔 몸집이 너무 불어나 우스꽝스러운 모습이 된 나머지 짓궂은 풍자만화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는데 프리드리히 니체 또한 과일과 채소가 지성의 적들이 선호하는 음식이라며 음식에 대해서만큼은 예외적 사고방식을 따랐다고 한다. 덕분에 편두통과 소화불량과 이른 죽음이라는 대가를 치렀다고;;;

루소는 유아에게 모유를 먹이는 일이 아주 중요하다고 생각했고, 모유 수유가 어머니와 아이 사이의 유대를 형성함으로써 가족 전체의 조화에 기여한다고 주장했다. 루소가 살던 시대에 이것은 아주 참신하고 급진적인 사고방식이었다. 당시 중산층 여성들은 자신이 낳은 아기에게 직접 모유 수유를 하는 일이 드물었고 아기를 양육하는 일에도 별로 관여하지 않았다. 18세기는 유모의 전성시대였다. 처음에는 왕실에서만 유모를 썼지만, 곧 모유 수유를 하는 사람에게 좋지 않은 낙인이 찍혔다. (p. 128)

다양한 분야에 급진적 관심을 갖고 활발한 저술활동을 했던 루소가 관심이 많았던 음식은 우유와 유제품이었다. 자신의 아이를 고아원에 맡겼다는 것으로 비난을 받기도 한 루소이지만 그가 했던 생각들은 지금 봐도 공감가는 부분이 참 많은 것 같다. 그러니 당시에는 얼마나 급진적이었겠는가.

이누이트(에스키모)는 동물성 지방을 아주 많이 섭취하고 채소는 거의 먹지 않는데 어떻게 오늘날 곡물, 과일, 채소, 고기, 달걀, 유제품으로 균형 잡힌 식단을 짜서 충실히 따르는 사람들보다 건강할까? (p. 132)

생화학자이자 에스키도 영양학 전문가인 해럴드 드레이퍼는 균형이 맞지 않는 것이 확실한 이누이트족의 식단이야말로 우리가 꼭 먹어야 하는 음식은 없다는 증거라고 말한다. 필수 음식이란 없고 필수 영양소만 있다. 그리고 필수 영양소들은 여러 가지 방법으로 섭취할 수 있다. (p. 135)

'이누이트의 역설'은 지방이 해롭다는 기존의 상식을 편견으로 뒤바꾼다. 편식이 좀 있는 편인 나는 '골고루 먹어라' 는 말을 안좋아하는데 '필수 음식이란 없고 필수 영양소만 있다' 는 문장에 확 와닿았다. 나는 골고루 먹지 않지만 아주 건강하다. ㅎㅎ

당신은 왜 하루에 세 번 식사를 하는지, 그리고 서양의 전통적인 식사가 왜 세 가지 코스로 이뤄지는지 궁금했던 적이 있는가? 이 질문의 답은 영양과는 거의 무관하고 상식과는 더욱 무관하며 당신이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철학과 깊은 관련이 있다. 무엇보다 그 답은 역사상 가장 유명하면서도 칭찬은 가장 적게 받는 철학자들 중 한 명인 피타고라스가 숫자 3에 부여한 의미와 관련이 있다. (p. 142)

와우. 하루 세번의 식사가 피타고라스와 연관이 있을 줄이야. 농경사회인 우리나라에서 농경의 생활방식에 따라 삼시세끼가 관습으로 굳어진 것이겠거니 했는데, 서양에서는 피타고라스와 연결시킬 수도 있구나~

채소 위주의 요리는 왜 널리 유행하는 식사법이 되지 못했을까? 아쉽게도 플라톤의 제자 아리스토텔레스는 그런 음식을 좋아하지 않았다. 아리스토텔레스는 구운 쇠고기 같은 음식을 아주 좋아하는 사람이었따. 그리고 그는 관찰을 통해서도 그렇고 첫 번째 원칙을 따르더라도 동물들은(그는 여자들도 동물로 분류했다!) 순전히 남자들에게 유용하게 쓰이기 위해 존재한다고 추론했다. 여러 문제에 대한 아리스토텔레스의 생각은 성경과 코란에 담긴 가르침과 일치하기 때문에 그의 철학은 항상 우리에게 가장 많이 '주입되는' 철학 중 하나였다. (p. 160)

채소를 열정적으로 옹호하고 고기를 먹는 걸 전쟁을 일으키는 일과 비슷하게 취급하던 플라톤은 그의 위대한 선배인 피타고라스의 식단을 따르고 있음이 분명했다. 하지만 아리스토텔레스는 아니었다. 그리고 중세철학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것은 아리스토텔레스의 철학이었다. 서양식탁에 채식이 아닌 육식이 위주가 된 것이 철학자들의 영향도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은 처음 깨달은 것이었다. 하긴 먹고사는 것이 삶이고 삶에 대한 생각이 철학일테니 어쩌면 당연한 것인지도 ㅎㅎ

인간의 미뢰를 표시한 것으로 알려진 '혀 지도'에서는 '신맛과 짠맛을 감지하는' 영역이 더 넓고 설탕과 단맛을 감지하는 부분은 혀끝의 좁은 영역이라고 돼 있지만, 음식 평론가 마이클 모스가 지적한 대로 혀 지도는 1901년에 독일의 어느 대학원생이 만든 것이고 실제로는 '입안 전체가 설탕을 간절히 원한다'고 알려졌다. '입안에 있는 1만 개의 미뢰는 모두 단맛을 수용하는 특별한 미각 수용체를 가지고 있다. 그 수용체들은 각기 다른 방식으로 뇌의 쾌락 영역과 긴밀하게 연결된다' 모스의 설명이다. 간단히 말해서 설탕이 들어간 음식은 거부할 수가 없다. (p. 169)

'혀 지도' 는 나도 학교다닐 때 배웠던 기억이 있다. 그런데 그것이 그렇게 과학적이지 않았다니;;; 왜 교과서에 업데이트가 안된 걸까?? 여하튼 지방에 대한 오해와 설탕에 대한 오해는 저자가 다양한 방식으로 반론을 제기하고 있어 흥미롭게 읽힌다.

하루의 절반인 열두 시간(간의 글리코겐 수치가 중요한데,그 수치는 열두 시간 동안 굶어야 떨어지기 때문이다) 동안만 혈관에 영양분이 공급되지 않으면 인체는 몸속의 죽은 세포나 손상된 세포를 대체 에너지원으로 삼아 영양분을 얻는다. 이것이 이른바 '자가 포식'이다. (p. 183)

간헐적 단식이 유행했던 적이 있다. 그냥 끼니를 줄이면 되겠거니 했었는데 아니었다. 시간차가 중요한 거였다. 다음에 간헐적 단식을 하게 된다면 최소 열두 시간은 지나야 체지방이 분해되기 시작할 거라는 걸 기억하고 있어야 겠다.

히틀러는 그가 열렬히 찬양했던 철학자 니체와 마찬가지로 건강이 좋지 않았고(그가 니체와 똑같은 질환에 시달렸기 때문에 찬양했던 것은 아니다) 위경련, 과민성 대장 증후군, 복부 팽만으로 고생했다. 애초에 히틀러의 위에 문제가 생긴 이유는 그가 모든 채소를 삶아 먹었기 때문일 것이다. 채소에 있는 좋은 박테리아가 다 죽었던 것이다. (p 193)

히틀러는 채식주의자였지만 가리는 음식이 많았고 다양한 질병이 있어서 이런저런 약물에 수시로 의존했는데 나중엔 약물중독 증세가 나타나기도 했다고 한다. '히틀러의 음식을 먹는 여자들' 이란 책을 읽은 적이 있는데 히틀러가 먹기전 먼저 먹어보는 여자들에 대한 이야기로 그 속에서 여자들은 전쟁상황 대비 잘먹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이 책의 저자는 히틀러가 삶은채소곤죽을 주로 먹었다니... 흠;;; 하여튼 히틀러는 먹는 것도 희한했나 보다.

다른 음식들과 마찬가지로 대두는 지지하는 사람도 있고 반대하는 사람도 있는 음식이다. 언젠가부터 사람들은 '콩이 정말로 그렇게 나쁜 거라면 정부에서 조치를 취하지 않았을까?'라고 말하곤 한다. 하지만 정부는 이미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그 노력이 건강보다 돈에 초점이 맞춰진 것이라서 문제지만 말이다. 아이들아, 미안하다! 거의 모든 선진국의 정부들은 사람들에게 단 것을 먹지 말고 운동을 더 많이 하라고 훈계하는 와중에도 지난 50년 동안 공적 기금으로 농업에 보조금을 열심히 쏟아부어 왔다. 그 결과 채소와 과일 같은 진짜 음식들의 가격이 40퍼센트 상승하는 동안 대두와 옥수수의 가격은 3분의 1정도 하락했다. (p. 239)

음식 문제에 있어서도 결국 정치문제로 귀결될 수 밖에 없는 부분들이 있다. 비싸지는 좋은 음식과 값싸지는 안좋은 음식중에 사람들은 과연 무엇을 더 먹겠느냐 말이다.

미국에서만 가소제인 비스페놀A가 매년 30억 킬로그램이나 음식 사슬에 들어오며, 그 결과 현재 미국 국민의 93퍼센트에게서 비스페놀A가 검출된다. 더욱 흥미로운 사실은 비스페놀A는 우리의 배가 꽉 찼을 때 그 사실을 몸에 알려 주는 호르몬을 교란한다는 것이다. (p. 311)

미국에서의 비만 문제는 국가적으로 심각한 문제다. 플라스틱 용기에서 가장 크게 홍보하는 부분이 비스페놀프리 라는 단어던데... 미국의 문화와 FDA의 통과여부를 중요시하는 우리나라를 보며 과연 앞으로도 계속 미국뒤만 쫓아가야할지... 그래도 될지... 좀더 합리적이고 안전한 규정을 만들어 가야 하는 건 아닐지...

나중에 유럽인들이 아즈텍의 웅장한 축제에 초대받아 축제를 참관했을 때, 아즈텍 사람들의 삶에서 코코아가 특별한 위치를 차지한다는 사실이 비로소 명백하게 밝혀졌다. 아즈텍 사람들에게 초콜릿은 국가의 가장 큰 집단 치유 의식이었던 것이다! (p. 370)

당시 공공장소에서 초콜릿을 마시는 것은 세련되고 교양 있는 사람이라는 징표로 간주됐고, 앤 여왕 시대에 유명했던 폴몰거리의 '코코아트리'라는 이름의 초콜릿하우스는 도박과 정치 토론의 중심지가 됐다가 나중에는 문학클럽으로 자리 잡았다. 이 문학 클럽의 회원들 중에는 '로마제국쇠망사'를 쓴 역사학자 에드워드 기번과 시인이었던 조지 바이런이 있었다. (p. 374)

코코아 즉 토콜릿은 중남미에서 전해졌다. 17세기 후반 아메리카를 침략해간 유럽인들은 처음엔 그 가치를 몰랐으나 금세 필수적인 음식으로 초콜릿은 자리매김했다. 얼마전에 읽은 '더 클럽' 이라는 책에 나왔던 클럽 멤버 중에 에드워드 기번이 있었는데... 기번은 다른 문학클럽 활동도 했었나 보다. 17세기에서 18세기는 살롱이던 펍이던 커피하우스던 여하튼 클럽이 문화적 소통의 중심이었으니 당시 지성인들은 각자 다양한 여러 클럽에서 활동했을수도...

이 책의 대부분은 사실과 허구를 구분하자는 내용이고, 논리와 주장은 양념으로 조금만 곁들여진다. 불행히도 영양학은 부패한 과학과 위험한 교리로 채워져 있다. (p. 399)

건강한 식습관과 다이어트에 관해 지금까지 들은 모든 것을 '의심스럽고' '입증되지 않은' 사실로 받아들이고 잊어버리자. 다음 단계는 도저히 의심할 수 없다고 판단되는 몇 가지 사실을 토대로 당신만의 접근법을 만드는 것이다. 그리고 설령 우리가 무엇을 먹을지, 가게까지 걸어갈지, 아니면 운전을 해서 갈지를 잘못 선택할지라도, 적어도 우리가 무엇을 먹고 있는지에 관해 생각을 한다면 우리는 기계가 아닌 인간에 조금 더 가까워진다. (p. 400)

철학자가 쓴 책이지만 사실 위주로 주장은 조금만 들어간 이 책은 '음식'에 대해서도 철학이 필요한 시대임을 깨닫게 한다. 과거의 위대한 지성이라 일컬어지던 철학자들도 음식문제에 직면했었고 자신들의 철학만큼 완벽한 해법은 제시하지도 실천하지도 못했다. 그들을 고심하게 했던 음식들에 대해 우리는 지금 더 많이 알게 됐고 마음만 먹으면 더 자세히 알아낼 수 있다. 철학까지는 아니더라도 음식에서만큼은 위대한 철학자들보다 더나은 생각을 해낼 수 있지 않을까. ㅎㅎ

500여 페이지의 꽤 두꺼운 편이지만 쉽게 읽히는 책이었는데, 본편이 400페이지 정도이고 나머지 부분은 부록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에 등장하는 철학자들과 연구자들에 대해 한명한명 이야기해주는 '포크를 든 철학자들' 은 철학자들의 색다른 면모를 알 수 있게 하고

그 뒤에 진짜 '부록' 에는 '모앙먄으로 효능을 알 수 있는 음식들' 이 소개되는데 하나하나 아주 흥미롭다. 예를 들면, 토마토는 심장모양, 호두는 뇌, 당근은 눈, 강낭콩은 신장, 고구마는 췌장, 셀러리는 뼈, 아보카도는 자궁, 오렌지/레몬/자몽 은 유방, 무화과는 고환, 버섯은 귀, 포도는 폐 의 모양과 닮았다고 하는데 그 효능들까지 읽고 나면 아~! 하게 된다. 뒤이어 '간식을 대체할 수 있는 음식들' 도 소개하는데 소금간이 된 피스타치오, 건조 토마토, 견과류와 건포도, 사과, 잣, 절인 청어, 달걀, 버섯, 베이크드 빈, 통조림 채소 등 나중에 한번 먹어봐야지 하고 적어둬 본다.

'추천자료' 에는 책에 소개된 자료와 주장들의 출처를 장별로 상세하게 정리해 놓았는데 읽어보면 유용할 듯한 책들을 다수 소개받을 수 있었다.

'각주 및 자료 출처' 도 어찌나 상세하게 정리해 놓았던지 감탄했더랬다. 특히나 { 피타고라스가 '콩을 먹지 말라'고 했던 것은 음식이 아니라 도박을 가리키는 말이었다. 고대 그리스에서는 여러 가지 색깔의 콩 중에서 하나를 뽑는 방법으로 도박을 했기 때문이다. 버트런드 러셀은 1947년 처음 출판된 '서양철학사'에서 콩에 대한 잘못된 편견(그리고 피타고라스에 관한 부정적인 견해들)을 의도적으로 강화했다. 그에게 넘어가지 마시라! (p. 495) } 부분은 꼭 기억해두기로 했다.

{ 내 생각에 위대한 철학자들의 학문적 관심사와 그들의 일상생활 습관 및 현실적인 관심사를 함께 논하는 책은 '철학적인 이야기들' 이 유일할 것 같다. (p. 517) } 이라고 본인의 책을 소개해 놓기도 했는데, 찾아보니 국내에는 아직 번역되지 않았나 보다. 아쉽다...

철학자가 풀어놓는 음식에 대한 생각들은 의외로 과학적이었고 과거 위대한 철학자들의 식생활은 의외로 엉망?!이었지만 그랬기에 현실적으로 가깝게 느끼며 무겁지 않게 읽을 수 있었던 것 같다.

다양한 주제에 대해 다양한 생각들을 담아낸 책들이 자주 눈에 띄는 시대가 됐다. '음식' 에 대한 중요성을 느끼는 사람이라면 타당한 근거를 찾기 위해, '음식'에 대한 중요성을 느끼지 않는 사람이라면 음식을 중요하게 생각해 볼 수 있도록, 혹은 '음식'에 대한 가벼운 철학적 접근이 궁금하다면 이 책을 읽어보길 권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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