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정신과 의사 - 뇌부자들 김지용의 은밀하고 솔직한 진짜 정신과 이야기
김지용 지음 / 심심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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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부자들 김지용의 은밀하고 솔직한 진짜 정신과 이야기

한량 의대생에서 열혈 정신과 의사가 된 김지용의 슬기로운 정신과 생활

 

 

책 이외의 매체를 자주 접하지 않다보니 저자에 대해 아는 바가 없었다. 하지만 저자는 꽤 유명한 정신과 의사였나 보다.

저자는 정신질환에 대한 오해와 편견을 줄이고 올바른 정보를 전달할 목적으로 팟캐스트 <뇌부자들>을 시작해 3년 넘게 진행중인데, 이 팟캐스트가 (저자의)예상외로 큰 성공을 거두면서 티비 교양프로그램이나 강연회, 타 팟캐스트에 출연하게 되는 등 활발한 활동을 하면서 칼럼도 연재하고 책도 이번이 두번째였다.

이러한 저자의 다방면의 활동은 몰랐지만 정신과 의사가 쓴 책을 종종 읽는 편이다 보니 제목부터 '어쩌다' 정신과 의사가 됐다는 솔직함에 끌렸다. 그리고 이 '솔직함'은 읽는 내내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임을 깨달을 수 있었다. ~척 하지 않는 정신과 의사는 저자가 처음인듯 ㅎㅎ

다 알고 있어야만 할 것 같다. 나는 전혀 모르겠는데, 진료실 안팎에서 만나는 이 반응들은 정신과 의사를 인생사의 모든 문제에 해답을 가지고 있는 현자 같은 존재로 기대하고 오해한데서 비롯된 것이다. 그런데 이 잘못된 기대와 오해를 정신과 의사들 스스로 유도한 측면도 없지 않다. (p. 11)

사람들의 뇌리에 정신과는 결국 이런 곳으로 자리 잡힌 것 같다. 삶의 여러 문제에 답을 알려주는 곳. 그러나 가기엔 왠지 마음이 내키지 않는 곳. 막상 가보면 기대한 답이 아닌 약을 주는 곳. 나는 정신과의 문턱이 지금보다 더 낮아졌으면 좋겠다. 아니, 더 낮아져야만 한다. (p. 12)

신체적 증상들이 눈에 보이는 다른 질병들에 비해 정신과 는 눈에 보이지 않기에 병이라고 해도 믿기지 않고 병이 아니라 해도 믿기지 않는 묘한 의학 분야인 것 같다. 그럴수록 더 제대로 알아야 할 텐데 일반 대중들의 눈에는 정신과를 볼때 특수한 선글라스를 끼고 보는 듯 아직 그 문턱이 높은 것이 사실이다.

'아는 것이 병이고 모르는 것이 약이다' 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잘못 알고 있는 편견들이 정신병을 키우고 모르고 있던 무지들이 정신병을 키우는 사례를 자주 접한 저자는 정신과에 대한 오해와 편견을 없애는데 앞장서고 있다. 그 패기와 열정에 시작부터 감사한 마음이다.

어쩌다 의사, 어쩌다 정신과 의사가 된 나는 어쩌다 시작한 팟캐스트 <뇌부자들> 활동을 통해 다양한 일을 하게 되었다. 어쩌다 보니 2년 넘게 매주 방송국에 직원처럼 출근하고 있고, 언론사에 정기적으로 글을 보내고 있다. 그리고 어쩌다 보니 지금은 두 번째 책을 쓰는 중이다. 진료실에서 만나는 다른 모든 이의 인생과 마찬가지로 내 인생에도 계속해서 예측하지 못한 새로운 길이 나온다. 언제 끝나고, 어떻게 새로운 길로 이어질까. 모른다, 아무도 내게 알려줄 수 없다. 나 역시 진료실에서 만나는 이들에게 미래를 알려주지 못한다. 그렇기에 현재에, 그저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에 집중하자고 말한다. (p. 36)

현재 내가 느끼고 생각하는 것들에 숨어 있는 의미, 그것들을 더 잘 알아챌 수 있도록 내 마음속을 들여다보고 정리해보려 애쓴다. 이 책을 쓰는 것 역시 그 애씀의 흔적이다. (p. 37)

정신과 의사는 환자에게 철저히 중립적이고 객관적이어야 한다. 환자의 감정에 동요해서도 안되고 그렇다고 너무 매몰차서도 안된다. 그러니 환자를 위한 의학적 정보가 아닌 자신의 사적인 이야기나 경험담은 이야기하지 않는다. 저자도 진료실에서는 그런 태도를 유지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책에서는 자신이 정신과의사로서 성장한 경험담들을 솔직하게 풀어놓는다. 의사로서의 권위적인 모습보다는 함께 고민하고 발전해나가는 동지적인 모습이 친근하게 다가온다.

정신과 의사는 기본적으로 의사다. 심리 상담을 기대하고 찾아오시는 분도 많지만, 심리 상담사와는 그 역할과 정신 질환을 바라보는 시각에 분명한 차이가 있다. (p. 49)

공황장애로 긴 시간 치료를 받아왔지만 결국 부정맥 증상이었음이 뒤늦게 밝혀지기도 한다. 긴 상담과 꾸준한 운동으로도 호전되지 않던 무기력의 원인이 우울증이 아닌 갑상선 호르몬 이상으로 밝혀지는 경우도 많다. 정신과적 문제가 하나도 없던 분도 질병이나 수술 등으로 신체 컨디션이 저하될 때, 또는 복용 중인 약물의 부작용으로 환각과 망상을 경험하는 일이 생각보다 매우 흔하다. 그렇기에 정신과 의사가 좀 더 정확하게 진단하고 치료하려면 정신과학뿐 아니라 전반적인 의학 지식을 반드시 갖춰야 한다. (p. 50~51)

그렇다. 정신과 의사는 기본적으로 의사다. 그래서 심리상담을 기대하고 정신과에 갔다가 짧은 진료와 함께 받은 처방전이 생소하고 왠지 배신당한 것 같은 기분에 화가 나기까지 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심리적인 문제가 있다고 느껴졌을 경우 먼저 정신과에 가는 것이 맞다. 정신과에서 다른 신체적 질병이 아닌 심리적 문제임을 확인 받은 후라면 (정신과 진료만으로 상담욕구가 채워지지 않았을 때)심리상담을 받아보는 것이 바른 순서가 아닐까 싶다.

이 모든 상황이 어려웠다. 내가 상상했던 정신과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 따듯하고 깊이 있는 상담? 그런 건 없어 보였다. 적어도 내게는 허락된 것 같지 않았다. 나를 포함해 모든 동기가 통과의례처럼 환자에게 맞는 일을 경험했다. 심히 난폭한 사람을 강박하는 일에 동참하는 것이 일상이었다. 상담을 하던 중에도 비상벨이 울리면 쏜살같이 뛰어가야 했다. (p. 69)

얼마전 큰 인기를 끌었던 '슬기로운 의사생활' 이라는 드라마를 보진 않았지만, 의사들의 성장과 진심을 엿볼 수 있는 드라마라고 전해들었다. 저자가 수능성적이 생각보다 잘 나와서 어쩌다 의대에 진학하고 한량처럼 지내다 유급을 거듭하고 정신차리고 공부에 매진하여 정신과의사가 되기까지의 과정을 읽다보면 정신과 의사들이 이렇게 수련받았구나.. 싶어서 좀더 인간적으로 다가오는 느낌이었다.

무의식은 언제나 주인을 지키기 위해 노력한다. 자신이 속해 있는 마음의 안정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한다. 분쟁의 불씨를 없애려 한다. 문제는 '의식'과 상의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판단한 방식에 따라 노력한다는 데 있다. (p. 92)

너무나 지우고 싶은데, 왜 자꾸만 떠오르는 걸까? 상처는 무작정 덮는다고 지워지지 않는다. 덮어놓는다고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을 아는 무의식은 여러가지 방법으로 해결을 도모한다. (p. 98)

내가 지금까지 읽었던 정신과 의사들이 쓴 책들은 대부분 환자들의 사례를 예로 들어 그 심리에 대한 분석이나 처방을 해준 내용을 알려줌으로써 해당 책을 읽는 독자에게 위안을 주거나, 그동안의 진료 경험을 토대로 삶에 대한 조언을 해주는 힐링 에세이 같은 책들이었다. 하지만 저자의 책은 자신이 진료했던 환자를 이해하기 위한 저자의 노력과 그러한 사례에 대한 정신과적 정보를 동시에 전해주고 있어서 솔직함에 대한 공감과 동시에 정보적 유용함이 있었다.

함부로 추측하지 말고 기다려야 한다. 답은 내게 있는 것이 아니라 내담자의 마음속에 있다. 그 답을 찾아가는 여행에서 내 역할은 가이드일 뿐 답을 내가 정해선 안 된다. 내담자 스스로 답을 알아챌 때에야 진정한 변화의 힘이 생긴다. 내가 정하고 알려줄 대는 그런 힘이 생기지 않는다. 그러므로 기다리고 기다리고, 또 기다려야 한다. 이렇게 마음속 답을 찾아가는 과정에 가이드로 동참하는 일이 쉽진 않다. (p. 102~103)

정신과 의사들이나 심리상담가들이나 하나같이 이야기한다. 답은 내담자의 마음속에 있다고, 스스로 알아채야 한다고.

하지만 그런 말들이 와닿지 않을 때가 많다. 답답해서 찾아갔는데 답을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알아내야 한다고 하는 말을 들으면 얼마나 허탈하겠는가 말이다. 배가 아파서 병원에 가면 장염이라 진단받고 치료받는다. 머리가 아파서 병원에 가면 뇌진탕이라 진단받고 수술받는다. 하지만 심리에 문제가 있는 듯 하여 정신과에 갔더니 처음부터 답은 내 안에 있었다고 한다면 병이 두배로 얹히는 느낌이니 애초에 넘었던 정신과의 문턱이 아예 벽으로 둘러쳐진 기분이 들 수 있다. 하지만 정신과 에서 하는 일중 심리상담은 일부분으로 보인다. 정신과는 정신병을 진단하는 뇌과학적 분야이다. 뇌의 질병은 치료받을 수 있고 나아질 수 있다. 정신과 라고 했을 때 심리상담만 떠올리는 것도 왜곡된 인식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에도 여하튼, 저자의 책에서도 심리상담 이야기가 주로 등장하긴 한다. 그리고 이때 상담자와 내담자간의 특수한 관계에 대한 저자의 고민이 그럴수 있겠다 싶어서 정신과 의사의 입장에 대한 이해에 도움이 되었다. 환자는 의사 한 사람을 보니까 그 한사람이 특별하고 내가 특별히 생각하는 만큼 상대방도 그랬으면 싶은데 이러한 마음은 의사가 여러 명의 환자를 보고 있다는 것을 까맣게 잊어버리게 하곤 한다.

그렇다. 치료자와 내담자는 서로를 길들이며 특수한 사이가 되어가지만, 분명 한계가 있는 관계다. 진료실에서도 이런 한계를 느끼는 순간을 만나곤 한다. 한계를 알고 시작하는 관계지만, 어쨌든 사람과 사람의 만남이 아닌가. 여러 감정이 오간다. (p. 124)

"그럼 이제 그냥 나가면 되나요? 이게 끝인가요?"

그와 내가 느끼는 감정은 아마도 동일했을 것이다. 뭔가 부족하다.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던 마음속 깊은 비밀까지 다 털어놓으며 길게 만났던 사람과의 이별 자리 치고는. 그 부족함에 뭔가 어색하다. 마지막으로 악수라고 해야 하나? 혹시 서양에서는 이런 상황에 가벼운 포옹이라고 하는 것이 용납되려나? 나는 자리에서 일어선 뒤 복잡 미묘한 감정을 가리려는 듯 고개를 숙이며 인사하는 것으로 상황을 마무리 짓는다.

"네, 가시면 됩니다"

나도 꽤 아쉽고 서운하다. 하지만 원래 이런 자리다. 참 특수한 관계다. 가장 가까우면서도 서운하리만큼, 가끔은 서글프리만큼 먼 사이. (p. 130)

감정을 다루지만 감정을 공유하지 않는 사이라는 것을 깜빡할 수 있는 사이, 그런 사이에 대한 인지를 다른 책에서는 잘 다루지 않았던 것 같다. 저자는 자신이 여전히 부족하지만 부족한만큼 노력하는 중이며 그렇게 부족한 면들이 다른 사람들에게 작은 위안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하고 있다. 환자와 선긋기를 철저히 하고 있으면서도 부족함을 드러내는 정신과 의사를 만날 수 있는 이 책은 그래서 특별하다. 상담하면서 환자에게 직접 드러내지는 않았지만 이 책을 통해 환자에게 이해가 아닌 공감을 처방이 아닌 응원을 하고 있었다는 속내를 드러내주는 것이, 그 마음이.

가족관계도 이렇게 처음부터 완벽할 수 없는데, 만나자마자 내 모든 것을 알고 이해해주는 '백마 탄 왕자' 같은 대상은 원래 없다. 있을 수 없다. 진료실에서도 똑같다. 나는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누구에게도 완벽한 치료자일 수 없다. 만난 순간부터 특별한 내담자라는 존재 또한 없다. 함께하는 시간이 점점 길어지며 나눈 생각과 감정이 쌓여갈수록, 서로를 길들이는 과정을 통해 내담자와 나는 서로에게 특별한 존재가 되어 간다. 그 살마의 눈물 한 방울, 웃음이 다른 사람의 그것과는 비교할 수 없는 특별한 의미를 띠게 된다. (p. 173)

정신과에 와서 상담 치료를 하는 일에는 분명 '용기'가 필요하다. 다른 사람을 탓하며 넘어가는 쉬운 길 대신, 나와 타인의 마음에 의문을 품고 좀 더 나아지기 위한 어려운 길을 선택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분들 못지않게 이 글을 읽는 당신 역시 분명 용기 있는 사람이다. 내 마음이 왜 이런지, 다른 사람은 왜 그러는지 궁금하고 답답한 마음에 상담을 받거나 책을 읽고 있는, 그럼에도 아직 혼자라 느끼는 분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 당신은 스스로 생각하는 것보다 강한 사람이다. 과거 복습과 예행연습 또한 충분히 했다. 과거의 상처가 어떻든 간에 당신은 이겨낼 것이다. 누군가를 다시 만나는 일, 당신이 시작 버튼을 누르는 것만 남았다. (p. 180)

아이쿠, 이렇게 저자에게 한방 먹을 줄이야. ㅎ

저자가 자신의 책을 찾아 읽을 만큼의 심리상태를 지닌 독자를 염두에 두고 있다는 것이, 저자가 정신과 의사이긴 하구나 싶어달까. ㅎㅎ

스스로 부족하다고 그래도 열심히 하고 있다고 하던 저자가 어느새 이만큼 성장했구나 싶기도 했달까. ㅎㅎㅎ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완벽한 대상' 이 아니라 '충분히 좋은 대상'이다. '충분히 좋은' 이란 말을 내 방식대로 더 풀어서 이야기해보자면 '군데군데 불만족스럽고 안 맞는 부분도 있지마, 그래도 이 정도면 괜찮은' 이다. (p. 208)

당신은 당신의 삶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가? 진료실에 오는, 특히 책을 많이 읽는 이들에게는 '자신의 부족함을 잘 알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렇기에 혹시 스스로의 부족한 면에만 시선을 집중하고 있지는 않은지 염려된다. 고백하건대, 그들이 꼽은 그 '부족한 면'이 내가 보기엔 단점이 아닐 때도 많다. 지금 이 글을 읽는 당신은, 이 글의 여기까지 읽은 당신은 스스로의 마음을 들여다보려고, 남의 마음을 이해하려고, 나와 남에게 더 좋은 사람이 되려고 노력하는 사람이다. 이미 충분히 좋은 사람이다. (p. 237)

wow 울컥할 뻔 ㅋㅎㅎ

고맙습니다.

친구들, 진료실 안팎에서 만난 사람들, <뇌부자들> 청취자들이 궁금해하며 묻던 이 열정의 정체. 멤버들마다 '열심히 하는' 이유는 제각각 다르지만, 나는 분노가 크다. 정신과 의사가 된 그날부터 자주 화가 났다. (p. 267)

"사람들은 우리가 하는 말을 왜 이리 안 믿을까?"

"그러면서 비교도 안 되게 비싼 가짜 치료법에는 왜 이리 잘 현혹되는 걸까?"

<뇌부자들>은 이 한탄에서 시작됐다. 다들 계속 한탄만 하기는 싫었다. 좌절의 경험이 반복적으로 쌓이며 우리는 확실히 알게 됐다. 정신 질환을 향한 공포와 편견은 '몰라서' 생기는 것이라는 사실. 그러나 일반인이 정신 질환에 관해 모르는 것은 너무나 당연했다. 아무도 알려주지 않았으니까 당연히 모를 수밖에. 정신 질환에 관한 정보나 지식을 최대한 정확하고 쉽게 전달해야, 그래서 '모르는 사람'이 점점 줄어야 사회적 편견과 오해를 해소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일이 진료실에서 환자를 진료하는 일만큼이나 중요해 보였다. (p. 273)

정신병원을 향한 환자와 가족들의 공포심, 마음대로 약을 끊음으로써 발생되는 재발의 빈도, 검증되지 않은 다른 치료방법이 횡행하는 현실, 심지어 정신질환이란 없으며 모든 것은 마음먹기 나름이라는 그럴싸한 현혹 등 저자가 정신과 의사가 되자 마자 깨달은 것은 잘못된 상식과 편견들이 치료를 방해하고 더디게 만들고 있다는 것이었다. 이러한 상황이 반복되는 것에 저자는 분노를 느꼈다.

거기다 기형적이라고 할만한 우리나라 진료의 행태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냈다. 시스템상 국가가 정해준 진료수가에 맞춰 장시간 상담 치료를 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저자는 기본적인 것부터 차근차근 제대로 알려져 나가길 원한다.

우울증을 비롯한 정신 질환의 발병엔 생물학적 요인, 심리적 요인, 사회 환경적 요인 세 가지가 모두 작용하는 것이므로 정확한 분석과 진단이 필요하다는 것, 정신 질환은 뇌의 질환이며 그렇기 때문에 약물에 의해 증상이 조절될 수 있다는 너무도 당연하고 과학적인 사실을 부정하는 부류들을 믿지 말것을 진심으로 호소하고 있다는 것이 느껴졌다. 그리고 자신의 이러한 분노와 열정을 담은 호소가 언젠가는 제대로 전달될 것임을 믿고 있는 저자의 희망이 이루어지길 나또한 응원해본다.

그래도 정신과를 바라보는 사회적 시각이 지난 몇 년간 많이 변했다는 것을 느낀다.

하지만 더 욕심을 내고 싶다. 여전히 만족할 수 없다. 많이 변했다고 하지만, 사회 내 다른 영역들의 변화에 비하면 그 속도가 더디고 아직 갈 길이 멀다.

정신과와 정신 질환을 대하는 우리 사회의 자세도 이렇게 되었으면 좋겠다. 그 질환을 가지고 있는 분들이 '우린 정상이에요!' 라고 용기 있는 목소리를 내는 것을 넘어, 나머지 사회 구성원들이 그 목소리를 지지하고 적극적으로 지켜줬으면 좋겠다. 시대에 뒤떨어진, 비과학적인, 비상식적인 발언을 하는 이들의 발언을 더 이상 허용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 책 또한 그 변화에 기여하는 작은 불씨가 되었으면 좋겠다. (p. 325, 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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