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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모 에렉투스의 유전자 여행 - DNA 속에 남겨진 인류의 이주, 질병 그리고 치열한 전투의 역사
요하네스 크라우제.토마스 트라페 지음, 강영옥 옮김 / 책밥 / 2020년 7월
평점 :
DNA 속에 남겨진 인류의 이주, 질병 그리고 치열한 전투의 역사
대륙을 넘나들며 인류의 뿌리를 찾아 떠나는 유전자 여행!
고고학은 첨단의 과학기술을 가장 필요로 하는 학문 분야인 것 같다. 과거에는 유물과 유적을 중심으로 역사를 연구했다면 최근에는 DNA 분석을 통해 새로운 사실들이 많이 밝혀지고 있다. 우리가 익숙하게 알고 있던 인류의 진화와 고인류 문명사는 어쩌면 몇 년 안에 크게 바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인류는 A 다음에 B, B 다음에 C 하는 식으로 순차적으로 차근차근 진화해 온것이 아니다. 동시대에 다양한 고인류가 존재했고 그들은 서로 관계를 맺었다. 인류가 시작한 문명도 4대강이 출발점이라던가 농경과 정착이 시작된 후 종교와 중앙집권이 생겨났다던가 하는 상식에 가까운 역사지식도 정설의 자리를 내놓을 지도 모른다. 인류는 밝혀진 것보다 밝혀지지 않은 것이 훨씬 많다고 DNA 들은 알려주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새로운 사실이 밝혀지면 밝혀질수록 인류의 역사는 곧 이주의 역사라고 저자는 알려주고자 한다.
이 책의 집필 아이디어는 2015년 '난민의 여름' 이라는 진통을 겪으면서 탄생했다. 이후 불붙기 시작한 수많은 사회적 논의에서 고고유전학은 큰 역할을 했다. 태곳적부터 유럽에서 나타났던 대이동 행렬은 이곳 유럽에서 시작되어 서구 세계의 기반을 다졌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이 책에서 다룰 주제다. (p. 8)
공동 저자인 토마스 트라페는 크라우제 박사의 지식을 취합해 짜임새 있는 글로 만들고, 이 글을 동시대의 프레임으로 재구성해, 최근 정치적 논의로 편입시키는 작업을 맡았다. 트라페는 다년간 크라우제의 기사를 전문적으로 다루며 크라우제와 공동 작업을 해왔으며, 오늘날의 국수주의와 민족들의 사고 총체를 집중 조명하고 있다. (p. 9)
이 책의 저자는 2명으로 한 명은 고대 DNA 연구자이고 한 명은 과학 및 정치분야 전문기자다. '난민' 문제가 급부상하면서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난민' 수용을 어려워 했다. '난민' 수용력이 떨어지는 나라일수록 자국민에 대한 난민과의 차별성, 이질성을 강조하곤 했다. 이 책의 저자들은 수백년 수천년 정도가 아니라 수만년 이전의 역사를 헤집으며 인류가 얼마나 섞여왔는지, 유럽내에서 뿐만아니라 동양과 서양이 얼마나 오래전부터 섞여온 이주의 역사인지를 DNA 를 통해 증명해내고자 한다. 따라서 이 책의 서술방식은 크게는 연대기식이면서 동시에 중간중간 현재와 교차되며 쓰여지고 있어서 자연스러운 흐름을 잡아가며 읽기가 쉽진 않았다. 하지만 고고학적 최신 정보를 습득하기에도 고인류와 지금의 현실문제를 접목시키기에도 신선한 관점을 제공해주는 유용한 책이었다. 무엇보다 각 장 마다 앞서서 제시되는 지도들이 훌륭했다. (그래서 양쪽의 책장 사이에 끼어 보이지 않는 중간부분들이 너무나 안타까웠다 ㅠㅠ)
지금까지 우리가 알고 있던 인류 가계도의 연대표는 좀 더 수정이 필요하다. 최근 연구 결과에 의하면 네안데르탈인과 데니소바인은 약30만년 전이 아니라 약 50만년 전에 갈라졌다는 것이다. 현생 인류로부터 네안데르탈인과 데니소바인의 공통 조상이 분화된 것은 지금으로부터 약45만년 전이 아니라 약60만년 전인 셈이다. 데니소바인이 원시 네안데르탈인의 mtDNA를 갖고 있고 후기 네안데르탈인이 현생 인류와 비슷하다는 발견은 학자들뿐만 아니라 개인적으로도 감격적인 사건이었다. (p. 33)
작은 뼛조각에서 또 극미량의 뼛가루만으로도 DNA 분석은 많은 결과물을 도출해 낼 수 있었다. mtDNA 분석을 통해 '유전자 시계'를 계산하여 '미토콘드리아 이브'를 찾아내는 과정은 다른 책에서 간략하게 읽은적 있었는데, 이 책을 통해 좀더 상세하게 이해할 수 있었다.
현대까지 이어져 내려오는 우리 조상의 혈통은 최소 700만 년 전 아프리카에서 우리와 가장 가까운 종인 침팬지로부터 분화 되었다. 지금으로부터 190만년 전 호모 에렉투스의 혈통이 탄생했다. 호모 에렉투스는 몇만 년 내에 전 유럽과 유라시아 대륙 일부로 퍼져 나갔으며, 아프리카를 떠난 최초의 원시 인류였다. 호모 에렉투스는 유라시아 대륙에서도 계속 발전하다가 결국 멸종했다. 반면 아프리카에서는 지금으로부터 60만년 전 호모 에렉투스 혈통이 나타나 네안데르탈인, 데니소바인, 현생 인류로 발전했다. 어떤 경로와 분기점을 거쳐 아프리카에서 인류의 진화가 이루어졌는지 여전히 수수께끼로 남아있다. 하지만 현재 한 가지 사실만은 확실하다. 우리의 유전적 뿌리는 아프리카에서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p. 48~50)
모든 인류의 공통조상은 결국 한 뿌리다. 거슬러올라가고올라가면 그렇다는 말이다. 그러니 수천년을 걸쳐 갈라지고갈라진 지금의 민족들이 서로 다르다고 하는 것이 무어 그리 큰 차이겠는가 하고 저자는 원론적 전환을 제기하는 듯하다.
진화의 전환점이 된 사건은 직립보행이었다. 이것은 최근 읽은 다른 인류의 진화관련 책에서도 여러 차례 확인할 수 있었다. 뇌의 발달이 먼저가 아니고 직립보행이 먼저였다. 그 차이가 침팬지와 인류를 분화시켰다. 이 책에서도 '직립보행' 관련내용을 상세하게 설명해주고 있다.
지금으로부터 3만 9000년 전, 안 그래도 열악했던 유럽의 생활 환경은 인간에게 치명적인 환경이 되었다. 화산 폭발은 아프리카에서 새 이주민들이 몰려오기 전에 이미 그 지역을 떠나, 주로 서부 유럽에 거주하던 네안데르탈인에게는 최후의 일격이었던 셈이다. 물론 다른 자연재해도 네안데르탈인의 멸종에 일조했을 것이다. 어쨌든 최후의 네안데르탈인은 지금으로부터 약3만 9000년에서 약3만 7000년 사이에 살았고, 현생 인류가 유럽의 주도권을 장악했다. (p. 60)
지금으로부터 약3만2000년 전 점점 매섭게 몰아치는 추위를 피해 중부 유럽에서 남서부 유럽으로 이동했다. 마지막 최대 빙하기에 피레네산맥이 빙하로 뒤덮이면서 다른 유럽 지역과 격리되었다. 중부 유럽의 기온이 급강하 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기 때문에 피난에 성공한 사람은 극소수였다. 하지만 그 역사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고 이들의 유전자는 아직까지 유럽에 남아있다. 지금으로부터 약 1만 8000년 전, 대빙하기 말에 사람들은 이베리아반도에서 중부 유럽으로 돌아갔다. (p. 65)
이후 3000년 동안 유럽에서는 유전자가 서로 다른 이베리아반도와 발칸반도의 개체군들이 혼합되면서 상대적으로 동질적인 그룹이 형성되었다. 이 시기 유럽과 아나톨리아의 유전자 결합을 처음으로 입증할 수 있었따. 수천 년 동안 상당히 발달한 기술 문명을 갖고 있던 푸른 눈과 검은 피부의 수렵민과 채집민이 유럽 대륙에 나타났다. 이 개체군은 유전적으로 서로 밀접한 관련이 있었다. 빙하가 녹으면서 얼음 장벽이 서서히 사라졌고 인간의 이동이 더 많아졌다. 사회 교류가 활발해졌고 유전자 풀에서 강한 동화현상이 나타났다. (p. 66,67)
원시인류의 시작은 채집민이었다. 그리고 일부가 농경민이 되었다. 그때에도 채집민과 농경민은 공존했다. 그리고 섞였다. 유전자적으로는 점점 같아져갔다. 기원전 몇천년 전에 이미 서로 비슷하게 동화된 DNA를 가진 인류가 지금 서로 달라졌다고 할 수 있을까? 저자의 대답은 NO다. DNA 구성비율이 다를뿐 지금의 인류는 같은 '종' 이라고 저자는 차근차근 DNA 증거들을 제시하며 설명하고 있다. 이렇게 자꾸 세계 곳곳의 현생 인류가 결국 똑같은 사람임을 설명하는 것은 이 책의 초반에 제시한 이 책의 출발점과 연결되어 있다.
1만1700년 전이 되어서야 유럽은 다시 한숨을 돌릴 수 있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인 홀로세의 온난기가 시작되면서 날씨는 점점 따뜻해졌다. 어쨌든 이후 현재를 살고 있는 인류의 관점에서 빙하기는 끝난 것이다. 홀로세 초기는 인류에게 뜻밖의 행운을 안겨주었다. 진화론적 의미가 있는 사건, 즉 인류가 직립보행을 하면서 역사의 변혁이 시작되었다. 직립보행의 기원은 유럽이 아니라 근동 지방이었다. 이 지역은 북부 지역보다 날씨가 훨씬 따뜼했기 때문에 사람들은 기후의 혜택을 한껏 누릴 수 있었따. 드디어 신석기 시대로 접어들었다. 수렵민과 채집민에서 농경민과 가축 사육자로, 유목민에서 정착민으로 생활에 변화가 일어났다. (p. 74, 75)
날씨가 따뜻했을때는 먹거리가 사방에 널려 있었다. 이미 도구를 만들어 쓸 줄 알았지만, 잠깐 머물렀던 곳에 도구들을 그냥 두고 갔다고 한다. 어디로 가든 주변의 나무와 돌로 또 새로 만들면 되니까. 하지만 종족이 번식하고 날씨의 변덕으로 먹거리가 부족해졌을 때 배고픈 수렵과 채집이 아닌 정착해 곡식을 기를 선택을 하는 인류가 나타나기 시작한다. 생활방식의 변경은 그러한 환경에 적응하는 돌연변이를 거듭하게 했다. 예를 들면 피부색 같은 것 말이다.
초기 농경민의 피부색은 선택압력의 지배를 받고 있었다. 이들은 더 밝은 피부를 가질 때만 생존에 필요한 비타민D를 풍부하게 생성할 수 있었다. 이를 위해 피부를 더 밝게 만드는 돌연변이가 여러 차례 필요했다. 이러한 돌연변이를 거쳐 더 밝은 피부색을 갖게 된 아나톨리아인들은 더 건강하고 더 오래 살았으며 자녀도 더 많이 가질 수 있었다. 아나톨리아인들이 피부색은 농경 문화와 육류가 적은 식생활의 정착을 통해 나타났다. 이러한 진화론적 발전은 유럽 전역에서 오랜 기간 지속되었다. 위도가 북쪽인 지역의 사람들일수록 피부색은 더 밝았다. 반면 수렵민과 채집민은 이러한 선택압력을 받지 않았다. 이들은 육류와 어류를 풍부하게 섭취했기 때문에 비타민D를 공급받기 위해 더 밝은 피부를 갖지 않아도 된 것이다. (p. 91)
어두운 피부가 밝아지는 돌연변이는 육류나 어류에서 섭취할 수 있던 비타민D를 곡물위주로 먹거리를 충당하는 농경민이 섭취할 수 없게 되면서 피부와 햇빛반응을 통해 비타민D를 얻을 수 있도록 환경에 적응한 생존형 자연선택이었다. 사는 환경과 먹을 것이 달라지면서 피부색과 눈동자색과 머리색이 달라진 것이다. 그러니 그러한 색깔 때문에 우월성을 따질 근거는 없는 셈이다.
노동은 인체에 부담을 주었고, 이들이 섭취하던 음식도 소화가 잘 되는 편이 아니었으며, 건강에 가장 좋은 생활방식을 가지고 있었던 것도 아니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신석기인들은 대가족 제도를 발명해, 장기적으로 후손들의 생존 가능성과 총 개체군을 증가시켰던 것이다. 큰 욕심 없이 주어진 삶에 만족하며 살아가는 수집민과 채집민을 보며 농경민은 이상하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p. 103)
유발하라리의 '사피엔스' 가 생각났다. 인류는 농경을 시작하면서 더 질낮은 식사와 더 힘든 노동을 하게 되었다는... 그러나 이또한 어쩔 수 없는 당대의 환경에 따른 적응 과정이기도 했다. 다만 정착생활을 하고 가축과 함께 살면서 위생은 더 열악해지고 그에 따라 전염병도 발달했다는 것이 인류가 자연을 함부로 소모하는 것에 따른 필요악처럼 느껴져서 그 필요악이 진작부터 시작되었다는 것이 씁쓸해졌다.
정확하게 따지자면 스텝DNA는 두 부분으로 구성된다. 폰투스 스텝DNA는 북부 유라시아 조상뿐만 아니라, 신석기 문화가 시작되었고 서부와 동부의 유전적 특성이 다른 비옥한 초승달지대의 동쪽 지역, 즉 현재 이란 지역의 이주민에서 유래한다. 지금으로부터 4800년 전 유럽에서, 예전에 비옥한 초승달지대에서 이웃으로 지내던 2개의 유전적 요소가 맞붙었다. 현재의 유럽인은 유럽과 아시아 출신 수렵민과 채집민의 후손일 뿐만 아니라, 그 비중이 비옥한 초승달지대 서부와 동부 거주자의 60퍼센트에 달한다. (p. 121)
일반적으로 스텝 유전자는 현재 유럽 북부 지역에서 우세하고, 농경민DNA는 스페인에서 프랑스 남부와 이탈리아를 거쳐 발칸 남부 지역까지 압도적으로 많다. 스텝지대 거주자들이 평지를 선호한 경우, 현재의 폴란드와 독일을 거쳐 프랑스 북부와 영국 방향으로 가는 길이 서부 유럽으로 가는 최단 경로였다. 지금으로부터 약 4200년 전 반대 방향의 이동이 나타났다. 스텝 유전자는 서부로 이동하지 않고, 농경민DNA를 축적시켜 동부로 이동했다. 그래서 현재 저 먼 러시아 중부와 심지어 알타이 산맥 사람들이 서부 유럽인과 동일한 아나톨리아 유전자 요소를 갖고 있는 것이다. (p. 127)
신석기시대에서 청동기시대로 올수록 문명에 기록된 역사와 연결되어 더 흥미로웠다. 이제 원시적 고인류가 아니라 문명을 발달시키는 인류가 되어가고 있는 중인데 이때에도 역시 상호간 교류에 의해 여전히 유전자교환과 동일화가 진행되고 있었다. 수만년 수천년에 걸쳐온 유전자가 수백년 사이에 확 달라졌을 수는 없을 것이다. 스텝지역 유전자를 읽으면서 말과 우유에 대해 얻게 되는 상식은 일종의 보너스처럼 재미있었다.
지금으로부터 4200년 전 청동기시대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다양한 지역의 사람들이 별다른 어려움 없이 소통할 수 있었던 것도 유리하게 작용했다. 아마 스텝지대 출신 이주민들이 유럽에 새로운 언어를 들여왔기 때문인 듯하다. 이제 유럽은 한 가지 언어로 소통할 수 있게 되었다. (p. 139)
DNA 분석을 통해 인류의 어원까지 추적할 수 있다는 것이 신기했다. 현재 인도-유럽어족에 속하는 언어는 전 세계 30억 인구가 사용하고 있는 가장 중요한 언어라고 한다. 지금은 세계에 6500여가지의 언어가 있다고 하는데, 고어로 올라갈 수록 그 뿌리가 서로 연결되어 있는 것을 DNA로 확인하는 과정은 새로운 발견이었다.
청동과 청동으로 만든 제품은 사회, 가족, 개인의 생활에 점점 더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이 시기가 소유물, 수직적 서열 구조, 가부장제로 넘어가는 과도기였다는 사실은 유전적으로도 입증되었다. (p. 164)
이제 우리는 8000년 전과 5000년 전 유럽 대륙에 있었던 유전자 이동이 이후에는 발생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안다. 이 시기 유럽에서 번성했다 사라진 대제국들에서는 아무런 유전적 변화가 나타나지 않았다. (p. 174)
역사시대가 된 이후 유전전 변화가 없다는 말은 즉 현재의 세계 인류가 유전적으로 동일한 인간이라는 의미일 것이다. 수많은 제국이 흥망성쇠를 거듭하는 동안 스스로가 우월하다고 주장한 민족들이 나타나고사라지고를 반복했고 지금도 여전히 그러한 인식이 존재하지만, 유전자는 모두가 다 같은 인간이라는 것을 말해주고 있었다.
현재 유럽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수천 년 전 이주의 결과물이다. 그 안에 끊임없는 교류, 억압, 싸움, 모든 아픔이 녹아있다. 따라서 유럽인들은 자신들이 이러한 변혁으로 인한 희생자들이 후손이라고 생각할 이유가 없다. 유럽의 이주는 언제나 존재했던 극적인 사건이다. 게대가 우리는 이 시대의 유전자 덕분에 과거의 역사를 이야기할 수 있다.이주가 없었다면 현재의 유럽 대륙은 존재하지 못했다. 이주가 없었던 선사시대 유럽에는 사람이 살지 않고 동물과 식물군만이 존재했다. (p. 241)
유전학은 역사 기술에서 중요한 요소가 되었다. 이제 우리는 유전학을 어떻게 다루어야 할지 그 방법을 배워야 한다. (p. 245)
인종 갈등에 관한 유전적 근거는 더 이상 존재할 수도 없고 그래서도 안 된다. 이것은 유전학이 일궈낸 성과다. (p. 249)
인종 혹은 혈통이 아니라 있는 그 자체로 한 인간을 파악할 수 있는 시대가 온 것이다. DNA 믹스에 과거의 모든 정보가 담겨 있다. 10년 후면 의학계에서는 이러한 평등주의적 관점을 표준으로 삼게 될 것이고, 유전자 분석은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p. 253)
민족과 인종에 대한 이견은 늘 있어 왔다. 하지만 저자는 DNA 분석을 통해 그런 것은 없다고 말한다. 유전자 분석 결과 (히틀러의 우생학은 말할 필요도 없고) 유대인들이 가지고 있다고 주장한 고유한 유전자는 없었고, 아프리카인들보다 유럽인들의 지능이 우수하다는 근거도 없었다. 이러한 유전자 분석은 크리스퍼를 통해 맞춤형 인간을 만들고자 하는 유혹을 일으킬 정도로 과학기술은 빠르게 발달하고 있는 중이다. 중요한 것은 얼마나 빨리 라는 속도가 아니라 어떻게 왜 라는 가치를 따져보는 태도일 것이다.
밖으로 보여지는 모습으로 판단하는 인류는 다 제각각인 것으로 그렇게 우열을 가릴 수 있을 것 같지만 DNA 는 모두가 동일하고 평등함을 증명하고 DNA의 변천과정은 이주가 자연스러운 흐름이었음을 증명하는 듯 했다. 프롤로그에서 밝혔듯이 저자는 "고고유전학은 복잡한 논의를 정리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고, 지난 수천 년간 인류의 이동과 이동성이 없었더라면 유럽이 이토록 눈부신 발전을 이룩할 수 없었다는 사실을 입증할 수 있다"(p. 8) 고 한 말을 체계적으로 밝히고 있었다. 마지막장에서 저자가 직접 질문하고 있진 않지만 책을 다 읽은 독자를 만난다면 왠지 물어볼 것 같다. '난민수용' 문제를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이주민에 대한 생각은 어떠하냐고.
고고유전학 연구 결과에 의하면 과거에도 현재에도 '순수' 유럽 혈통을 가진 사람은 없다. 유전자 분석으로 과거를 추적해보면 우리 모두는 이민자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다. (p. 7)
이러하든저러하든 DNA 가 알려주는 것은 이주와 이동이 막는다고 막아지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