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자를 위한 자연수업 2 - 물방울부터 바다까지 물이 드러내는 신호와 패턴을 읽는 법 산책자를 위한 자연수업 2
트리스탄 굴리 지음, 김지원 옮김 / 이케이북 / 2020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물방울부터 바다까지 물이 드러내는 신호와 패턴을 읽는 법

How to Read Water

 

현대에도 탐험가가 직업이 될 수 있구나 라는 것을 저자를 통해 알았다. 자연 네비게이션을 통해 자연에서 얻은 다양한 지식을 탐구하고 저술하는 저자의 삶은 탐험가 라는 단어가 풍기는 느낌에 비해 적어도 이 책에서만큼은 다이나믹하지는 않다. 제목처럼 정말 산책하는 기분으로 가볍게 읽게되는 책이다. 1권의 산책코스는 모르겠으나, 2권의 산책 코스는 물가 이다. 여름용 산책코스로는 제격이랄까.

이 책은 당신이 웅덩이 옆에 서 있든, 수 킬로미터의 바다를 바라보고 있든, 그 물에서 찾아볼 수 있는 물리적 단서와 신호, 패턴에 관한 책이다. (p. 5)

우리 눈에 보이는 것과 그 원리를 이해하는 것은 아름다움을 훼손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다. (p. 7)

길가에 아무렇게나 피어있는 풀꽃도 자세히 보면 예쁘다고 했다. 경치좋은 자연은 보는 것만으로도 멋지지만 알고 보면 더 경이로울 수 있다. 그 자연 속 물가를 탐험가의 눈으로 둘러보는 산책을 시작하는 첫 코스는 부엌이다. ㅎㅎ

아주 사소한 것들이 더 큰 관측 결과와 합쳐지면 우리에게 더 깊은 통찰력을 준다는 사실을 확인해보려고 한다. 예를 들어 어지러운 부엌에서의 실험이 해변 산책과 합쳐지면 동네의 강이 불어 넘칠지 아닐지를 예측하는 데 도움이 된다. (p. 31)

컵 안의 물 표면이 평평한 것이 아니라 가장자리 쪽이 살짝 위로 올라간 곡선 형태인 '메니스커스' 와 물방울과 물방울 사이의 인력, 장력, 점성 사이의 관계와 물방울이 모이고 모이다 흐르게 되는 과정을 의식적으로 살펴보다 보면 물의 과하적 특성을 새삼스레 확인할 수 있게 된다. 흐르는 물을 닦으며 모세관 현상을 생각하면 자연 곳곳에 스며든 물이 퍼져가는 과정을 머릿속에 상상해볼 수도 있다. 이렇듯 부엌에서부터 '우리는 어느 한 지역이 물을 이해하는 것이 다른 곳의 물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개념을 배우게 될 수 있다.'(p. 32)

백악(백색 연한 석회암) 지역에 살고 있어서 물이 고이는 대신에 아래로 스며들기 때문에 자연 연못에서 수영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p. 33)

백악으로 된 다공성 바위가 불투수성 바위층과 만나는 곳에서 종종 샘이 생기는데, 이런 샘이 하나 발견되었다면 같은 깊이에 더 많은 샘이 있을 가능성이 크다. (p. 74)

진흙으로 된 땅에 내리는 비는 몇 시간 안에 그 지역 강물의 수위를 높이지만, 백악에 내리는 비는 몇 달 동안 그 지역의 강에 눈에 띄는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진흙 지역의 강물은 아주 온벽히 반짝거리고, 백악 근처의 강은 전혀 반짝거리지 않는다. (p. 83)

책을 읽다보면 저자가 중요하게 말하는 부분이 아닌데도 읽는 내게 꽂혀들어오는 단어가 있곤 하다. 그 책을 읽는 당시에 내가 관심있어 하는 분야와 관련있는 단어들이다. 이 책을 읽으며 '백악' 이라는 단어가 나올때마다 반가웠다. 틈날때마다 '일리아스'를 조금씩 읽고 있는 중인데 그리스반도의 대부분을 이루는 '백악'지형에 대한 묘사들이 자주 나와서 이 책을 읽으면서도 '백악'에 대한 이야기만 나오면 고대로 잠시 생각이 널을 뛰곤 했다.

다시 원래의 책으로 돌아와서, 저자는 부엌을 나와 집근처의 연못가를 거닐고 있다. 연못에서 볼수 있는 '잔물결' 패턴을 통해 넓고 넓은 태평양의 섬들 사이를 지날 수 있는 해도로 범위를 자연스럽게 확장시킨다. 작은 물방울에서 홍수까지 연못에서 태평양까지 저자의 물가 산책의 범위는 순식간에 그리고 자유롭게 왔다갔다한다. 여하튼, 주변에서 흔하게 보아왔던 작은 신호들을 통해 큰 신호를 짐작할 수 있는 가능성들을 꾸준히 알려준다. 물 자체에서 얻는 신호들도 많지만 물 밖에서 얻을 수 있는 신호들도 많다.

너울의 패턴을 비롯하여 주된 단서 중 하나는 눈에 보이는 새들의 종류다. 새는 종에 따라 육지로부터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 알려준다. (p. 51)

못생긴 잡초부터 매력적인 야생화에 이르기까지, 키가 작은 모든 식물은 선호하는 습도가 있고, 그래서 땅에 있는 물의 양과 근처에 물이 있을 가능성을 알려준다. (p. 54)

동물의 크기 면에서 거의 끄트머리에 있는 곤충의 서식지에 대해서도 흥미를 느껴볼만 하다. 거미줄에 걸린 곤충을 잠깐 살펴보면, 물에서 몇 미터 떨어진 곳에 있는 것들과 물에서 수 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있는 것이 아주 다르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p. 57)

'물'만 봐도 물은 많은 것을 알려주지만 '물'을 보지 못해도 물을 알수 있게 해주는 것들은 다양했다. '이 모든 기술은 물을 '눈으로 보기 전에 미리 보는 법'을 배우는 재미있는 기술이다. 내 마지막 조언은 여러분이 걸어온 길을 종종 돌아보라는 것이다. 예상치 못한 때에 물을 맞닥뜨린다면 이것은 아주 훌륭한 기회다.'(p. 60) 어느 도시로 여행하러 갈때 도시이름에도 물이 들어있는 곳이 있다. 물가를 향해가는 동안 동식물들이 힌트를 주고 있기도 하다. 그동안 알아채지 못했던 이러한 힌트들을 알려주는 저자의 글을 읽다보면 저자가 아주 신이나 있다는 것이 느껴진다. 그 유쾌함을 즐기는 것이 이 책을 읽는 방법중 하나겠구나 라는 생각이 든다.

연못처럼 뭔가 아기자기한 맛이 없는 그냥 어쩌다 생긴 웅덩이도 저자는 '보잘것없지 않은 웅덩이'라며 기꺼이 땅바닥에 엎드려 웅덩이를 관찰한다. 강과 시내를 통해 말할 수 있는 것은 그야말로 무궁무진하다. 때로는 과학자적인 면모가 물씬 풍기는 내용들에 지루해질법 하면 하루살이가 공룡보다 1억5천만년 전부터 존재했고 지금까지도 번성하고 있다는 얘기같은 흥미거리들을 통해 분위기를 가볍게 환원시켜주곤 해서 부담이 없다.

바다 위에 있는 배에 앉아 있는데, 친구가 이런 질문을 했다고 해보자. "바다는 무슨 색깔이야?"

당신은 이게 엄청나게 멍청한 질문이라는 걸 확인하기 위해서 주위를 한번 둘러본 다음 자신만만하게 대답할 것이다. "파란색이지. 아니, 잠깐만... 초록색인가... 회색일지도 모르겠는데"

이쯤 되면 친구는 몸을 기울여 컵을 바닷물에 담갔다가 들어 올려서 앞에 내밀 것이다. 당신은 완벽하게 투명한 액체를 보며 잠깐 내가 왜 이런 놈이랑 친구를 했을까 생각할지도 모른다. (p. 155)

물의 색깔은 오묘하다. 여름을 시원하게 느끼게 해주는 바닷가에서 보면 바다는 푸르디푸른데 사실 바닷물도 물이라 투명한 액체일 뿐이다. 물의 색깔은 빛과의 관계에 의해 정해진다.

맑은 물은 색깔이 없지만, 색깔을 약간 흡수한다. 백색광이 물에 닿으면 일부는 반사되고 일부는 물 분자에 흡수된다. 물에 들어가는 백색광은 무지개의 모든 색깔로 이루어져 있고, 그 색깔들은 똑같이 흡수되지 않는다. 빨강과 주황, 노랑이 파랑보다 물에 더 많이 흡수된다. 그 결과 백색광이 지나가는 물의 양이 많을수록 밖으로 나왔을 때 더 파랗게 보인다. (p. 159)

욕조에서 수영장으로 규모를 더 키우면, 빛이 지나가야 하는 물의 양이 더 많아지고, 더 많은 빨간색부터 노란색까지의 빛이 흡수된다. 수양장 바닥은 하얗지만, 우리가 수영장을 밝은 파란색으로 생각하게 되는 이유다. (p. 160)

바닷물은 그저 파랗구나 했다. 수영장바닥이 무슨 색인지 미처 본적이 없었던 것 같다. 물이 파랗게 보이니까 수영장도 그저 파란색이겠거니 싶었다. 흠.. 파랗게 칠해놓은 수영장도 물론 있겠지만 하얗게 칠해놓은 수영장도 분명 많을 것 같다. 물의 깊이와 파란색의 채도가 갑자기 흥미롭게 다가온다. 빛과 물의 관계는 색뿐만이 아니다.

반사된 상은 당신이 보는 물체와 약간 다른 시점을 보여준다. 반사된 상은 당신이 보고 있는 물체를 당신이 서 있는 자리에서의 시점이 아니라 물에서의 시점으로 보여준다. 반사된 상은 낮은 다리나 아주 얕은 물에 서 있는 오리의 엉덩이 부분처럼 물속이나 물 근처에 있는 물체의 아래쪽을 더 많이 보여준다. 잔잔한 물 맞은편에 서 있는 나무와 물에 비친 그 상을 보면 같은 나무의 두 가지 서로 다른 시점을 볼 수 있다. (p. 178)

물은 거울이기도 했다. 하지만 물은 거울처럼 그대로 비춰주기만 하는 것이 아니었다. 물가의 나무는 제일 위쪽 가지보다 뿌리쪽이 더 물에 크고 선명하게 비춰졌고 물위 다리나 건물은 잔물결속에서 수평은 사라지고 수직 부분만 보였다. 물에 비친 것들을 한두번 본것도 아닌데 물의 성질과 연결지어 보니 갑자기 깨달음을 얻은 것처럼 신선하게 보인다.

물소리를 들으며 근처의 지형지물을 짐작할 수 있고 파도를 생물처럼 읽으면 파도의 에너지를 느낄 수 있다. 해안과 해변에서 볼수 있는 것들, 해류와 조수가 의미하는 것들은 바다에서의 삶의 지혜와 연결되고 특히나 밤에 조명신호를 읽을 수 있는 것은 생존과 직결되기도 한다.

밤이면 육지가 바다보다 빨리 식기 때문에 사이클이 반대되어 물바람이 불어오고, 공기는 반대 방향으로 흘러간다. 이 바람은 잔잔한 날에 사람들이 느낄 수 있는 유일한 바람이기도 하다. 이것이 찌는 듯이 더운 날에 사람들이 여전히 해안에서 시원함을 찾는 이유 중 하나다. 이것은 호메로스의 <일리아드>에서 네스토르와 유리메돈이 몸을 식히기 위해서 해안 바람을 찾아 나오던 때와 마찬가지로 오늘날까지도 강력한 습관이다. (p. 264)

유럽사람들에게 스며들어 있는 호메로스의 영향력은 참 대단하다. 문학을 읽을 때는 그렇다쳐도 이렇게 과학책을 읽는데도 호메로스가 등장한다. 여하튼, 요즘 내 관심책인 일리아스의 등장은 그저 반가울 따름이다.

우리는 수영하고서 흡습이라는 현상 때문에 몸을 말리는 데 실패한 채 해변을 떠나게 된다. 뜨거운 햇빛에 한참 전에 몸이 완전히 말랐어야 하는데도 늘 축축하고 끈근한 느낌이 남아있다. 흡습성이란 특정한 물질이 물을 끌어당기는 방식을 부르는 이름이다. 염분은 흡습성을 가진 물질이고, 그래서 소금 창고에 종종 쌀을 넣어두거나 소금에서 습기를 제거할 만한 다른 방법을 쓰는 것이다. 또한 그래서 바다에서 수영하고 나면 한동안 계속 축축한 것이다. 햇빛 아래서 아무리 몸을 말려도 우리 몸의 염분이 공기 중의 습기를 우리 피부로 다시 끌어들인다. (p. 311)

제습제의 성분이 염화어쩌구 인것을 알면서도 바닷가에서 해수욕하고 나면 남아있곤 하던 축축함을 왜 연결시키지 못했나 싶어 헛웃음이 났다. 이렇게 일상은 어떤 호기심으로 보느냐에 따라 다르게 다가올 수 있다. 저자처럼 사소한 것에서 과학을 끌어내는 사람들을 보면 참 신기해서 감탄하게 된다.

책의 마지막장은 물의 현상들 중에서 '드물고 특별한 것들' 이다. 켈빈파, 쓰나미, 조숙, 무조, 이상파랑, 용오름, 환류, 소용돌이, 수중번개 등 간략하게 용어설명하듯 훑고 지나가는 단어들은 앞서 살펴보았던 것들처럼 일상적이지 않은, 좀 더 섬세한 효과를 보이는 현상들인 만큼 더 많은 얘깃거리가 된다며 저자는 마무리한다. 뭔가 남겨진듯한 기분이 드는 마무리는 다음 산책을 기대하게 된다.

물을 읽는 방법을 알려주는 책이라고 했을 때 어떤 책일지 감이 오지 않았었다. 물에 대한 과학적 특성을 다룬 책일까? 물에서 사는 생존법을 알려주는 책일까? 하지만 딱히 어느쪽이라고 구분지을 필요가 없는 책이었다. 일상을 탐험하듯 일상 속 물을 매력적으로 느끼게 해주는 책이었다. 연못이든 호수든 강이든 바다이든 물가를 산책할때 갑자기 아!! 하고 물을 읽는 재미를 알게 해주는 책이었다. 자연을 거대한 과학책이라고 했던가, 물또한 책이 될 수 있음을 느끼게 해주는 책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