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머니멀 - 인간과 동물이 더불어 산다는 것
김현기 지음 / 포르체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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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MBC 창사특집 화제의 다큐멘터리

인류의 공존을 위해 반드시 알아야 할 밀도 있는 현장 르포를 담다

 

 

휴먼 그리고 애니멀

익숙한 이 두 단어를 합친 휴머니멀 이라는 단어가 생소한 만큼 우리는 어쩌면 인간과 동물을 너무 떼어놓고 생각해온 것인지도 모른다.

자연을 소중히 여겨야 한다고 공존하며 함께 살아야 하는 거라고 생각을 하면서도 그 속에 생명체는 오직 인간뿐이라고 여겨왔는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인간적이라는 말이 얼마나 비인간적이고 이기적인 의미를 갖고 있었는지 느끼며 책을 읽는 내내 마음이 아려왔다.

부처의 자비를 기리기 위해 축제를 열지만, 거기에 동원된 코끼리에게는 조금의 자비도 베풀지 않는 아이러니한 현실. 인간은 초월적 존재를 숭앙하지만, 그 방식은 철저히 인간의 한계 안에 머문다. 생명 존중에 방점을 찍고 문제를 제기해도, 받아들이는 쪽은 그 진의를 외면하기 일쑤다. (p. 31)

처음 등장하는 동물은 아시아코끼리 이다.

동남아시아 여행패키지에 너무나 자연스럽게 포함되어 있곤 하던 코끼리 서커스나 코끼리 타보기 혹은 현지 축제에서 화려한 천을 걸치고 행진하는 코끼리들을 보며 그 코끼리들이 어떻게 그런 삶을 살게 되었는지 외면해온 것은 아닐까... 야생성을 잃어버리는 과정이 얼마나 혹독하고 잔인한지 직접 보지 않았으니 몰랐다고 하기엔 이미 세상에 넘쳐나는 증거자료들이 있었는데 말이다...

아시아 코끼리와 인간의 관계를 '학대'라는 키워드로 정리할 수 있다면, 아프리카 코끼리의 경우는 '밀렵'이다. 아시아 코끼리와 달리 아프리카의 코끼리는 대부분 커다란 상어를 지니고 있다. 이 길고 아름다운 어금니를 노린 밀렵은 소일거리나 우발적 행동을 넘어서 음성적인 산업의 수준에 이른 지 오래다. 아프리카 전역에서 코끼리의 개체수가 무서운 속도로 줄어들다 못해 멸종 위기를 맞았을 정도로 말이다. (p. 45)

상아를 얻기위해 밀렵꾼들의 방법은 점점 더 잔인해지고 있었다. 예전보다 규제가 생기고 보니 총을 쏘아대기 보다 한방이든 마취든 일단 쓰러뜨리고 나면 살아있는 상태에서 전기톱으로 상아가 박힌 얼굴을 도려내 가고 있다. 밀렵의 흔적을 감추기 위해 사체에 독약을 뿌려놓고 사체를 먹는 동물들까지 몰살시킨다고 한다.

가장 직접적인 원인은 불법 상아 밀렵이지만, 인간과 동물 간 갈등에 의한 코끼리 살해 건수도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인간의 존재 자체가 코끼리의 생존에 위험 요소가 되어버린 상황이다. 식량, 물, 영토 등 필수 자원은 한정되어 있는데, 경쟁자인 인간들은 양적 팽창을 멈추지 않고 있다. 2050년까지 아프리카 인구는 지금의 두 배로 늘어날 전망이고, 코끼리의 영역을 잠식하는 속도도 드라마틱하게 빨라지는 추세다. (p. 81)

타노스가 생각나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었다. 자연은 존재하던 곳에 그저 존재하고 동물도 그 자연속에 그저 살고 있었을 뿐인데, 침범해들어간 것은 인간인데 인간은 동물이 자연이 훼방꾼인양 거침없이 그들을 치워내고 있는 중이다.

식용이나 상업적인 목적이 아니라 레저와 전시를 목적으로 동물을 사냥하는 행위를 '트로피 헌팅'이라고 한다. '트로피'는 벽에 걸어놓기 위해 그 동물의 머리를 박제하여 만든 장식품을 가리킨다. 서구사회에서 트로피 헌팅은 이미 하나의 거대한 레포츠 산업으로 번성하고 있다. (p. 89)

먹고 살기 위해 하는 사냥과 유흥거리로 하는 사냥은 다르게 바라볼 수밖에 없다. 그런데 트로피 헌터 들은 스스로를 야생환경보호활동가 라고 여긴다니 말문이 막힐 따름이었다. 지역주민들이 마구잡이로 사냥하는 것보다 자신들이 비싼 돈을 내고 일부분만 사냥하는 것이 낫다는 말이다. 하지만.

헌터들이 지불하는 비용의 대부분은 그들을 사파리에 데려다준 헌팅업체의 주머니로 들어갑니다. 또 상당한 액수가 부패한 정부 관료에게 흘러들어가는 건 공공연한 비밀입니다. 약간이라도 혜택을 보는 지역 커뮤니티가 있을 수 있지만 결코 많다고 할 수 없는 수준이죠.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단 한번도, 멸종위기 종을 보호하려는 모범적인 트로피 헌팅을 본 적이 없습니다. (p. 133)

미국인 유명 트로피 헌터가 사냥을 한 후 그 자리에서 고기를 잘라 주민들에게 선심쓰듯 나눠주고 저녁 만찬에서 현지 업체직원들이 시중을 드는 모습은 제국주의 시대 주인과 노예의 모습과 다르지 않았다.

2013년 세계야생동물보호기금의 보고서에 따르면, 헌팅 관광으로 발생한 전체 수입 중 지역사회로 유입된 비율은 고작 3%에 불과하다고 한다. 나머지는 정부기관이나 중개인의 호주머니로 들어갔을 뿐이다. 오히려 트로피 헌팅보다 에코 투어로 얻을 수 있는 수익이 13배 이상 크다는 통계도 있다고 한다. 서로 윈윈할 수 있는 방법이 분명이 존재하는데도 시스템을 바꿀 수 없는 현실이 안타깝기 그지없다...

총기를 이용한 사냥은 그나마 직접적인 비난의 화살을 받고 있어 나름 조심하는 분위기라도 있는듯 한데 더 큰 문제는 전통이라는 이유로 여전히 자행되는 마구잡이 살육이었다. 대표적인 예가 일본 타이지 마을의 돌고래 사냥이다. 이들의 방식은 그야말로 '피바다' 그 자체였다.

야생동물과 가축 외에 동물의 세번째 유형이 등장한다. 원래 야생동물이었고, 야생동물이어야만 하나, 인간의 손을 타 그 정체성이 사라질 위기에 처한 동물. 야생동물도 아니고 그렇다고 가축은 더더욱 아닌, 하지만 인간의 노력과 태도에 따라 그 미래가 결정될 동물들. 불안정한 지배가 낳은 '경계동물'들은 오늘도 지구 곳곳에서 위태로운 선택의 순간을 맞고 있다. (p. 198)

어미를 잃거나 다친 아기곰들을 살펴주고 야생으로 보내는 일을 하느라 사비를 털어붓고 있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부패한 정권으로 생존의 위기에 몰린 나머지 사자의 영역에서 소를 키우느라 사자를 죽여야 하는 원주민이 있다. 지속적인 내전속에 마구잡이로 잡아먹혀져 세계에 단 두마리 남은 북부흰코뿔소 는 곧 멸종 선언을 받게 될 예정인가 하면 사자나 기린 코뿔소 처럼 책속에 흔히 등장하는 동물들이 멸종위기종이라는 모르는 사람들이 태반이기도 하다.

인간이 압도적 지배자가 된 20세기 100년 동안 척추동물이 멸종한 속도는 인간 출현 이전의 100년보다 최고 114배나 빨랐다. 보고서에 따르면 20세기의 포유류 멸종 속도는 과거 같은 시기보다 55배, 조류는 34배, 파충류는 24배, 양서류는 100배, 어류는 56배나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속도가 빨라진 양서류의 경우, 인간이 출현하기 이전에는 100동안 1만 개의 종 가운데 2개만 멸종했다. 그러나 지난 세기는 1만 개 가운데 200여 개의 종이 멸종하고 말았다. 이는 6,600만 년전 공룡이 멸종한 '다섯 번째 대멸종'이후 가장 빠른 속도다.

문제는 이 지나치게 빠른 멸종의 원인이 모두 '인간'이라는 점이다. (p. 266,267)

숫자로 다가오는 멸종의 속도는 압도적이다. 과학자들은 앞으로 500년 안에 생물종의 50% 이상이 사라질 것이라고 예측한다고 한다. 아무리 낙관적으로 봐도 길어야 1만년안에 지금의 반 이상이 멸종할 것이라고... 동물들의 멸종이 나와 아무 상관도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 자연스럽다면 이 말은 어떤가?

"다섯 번의 대멸종마다 볼 때 당시의 최상위 포식자는 반드시 멸종했는데, 지금의 최상위 포식자는 인류다. 이것이 규칙이라면 인류는 여섯 번째 대멸종에서 결코 살아남을 수 없다는 뜻이다. 과연 인간은 스스로 앞당긴 멸종 위기에서 공룡과 다른 운명을 맞이할 수 있을까?" (p. 269)

인간이 모든 것을 만들어낼 수 있으니 인간만 남아도 잘 먹고 잘 살 수 있는 것처럼 생각되어질 지모 모른다. 자연에서 멀리 살아가는 사람일수록 인간사회에서만 살고 있지 자연이 동물이 무슨 관계가 있나 생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모든 것은 자연으로부터 왔고 지금또한 그러하다. 그리고 인간이 자연에 대해 알아낸 것보다 알아내지 못한것이 훨씬 많다. 지금 질병의 시대또한 자연을 함부로 다룬 댓가인지도 모른다. 그런데도 계속 현실을 직면하지 않을 것인가?

피와 눈물, 삶과 죽음, 분노와 안도감이 뒤엉킨 먼 길을 돌아와 마침내 찾아낸 해답은 '그럼에도 인간' 이었다.

처음에는 '휴머니멀'이라는 프로젝트를 통해, 인간과 동물의 공존을 위한 특별한 묘책을 찾아보고자 했다. 그러나 묘책 같은 건 없었다. 이제껏 제어할 엄두조차 내지 못했던 인간의 탐욕을 지금부터라도 정면으로 응시하고, 멈춰내겠다는 결심. 그것이 이 기울어진 공존의 균형추를 제자리로 돌려놓을 유일한 희망이다. (p. 283)

그렇다고 해서 모든 사람이 동물보호 활동가가 될 수는 없고, 될 필요도 없다. 환경운동에 투신하거나 채식주의자로 사는 것이 유일한 해법도 아니다. 모두가 각자의 일상 속에서 생태계를 위한 작은 실천을 행하는 것. 이 각성이 주는 자괴감과 위기감에 비추어, 해야 할 일에 나서고 하지 말아야 할 일을 멀리하는 것. 그것이야말로 공존을 향한 작지만 담대한 첫걸음이 아닐까. (p. 284)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국 '인간' 이었다. 인간이 벌여놓은 일 인간이 수습하는 수밖에 없는게 어쩌면 당연한 것일지도 모르겠지만...

앞으로 진정한 공존을 고민해야 할 주체는 결국 '인간'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 같다. 그리고 무엇보다 많은 사람들이 알아야 한다. 지금 멸종의 위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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