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머니랜드 - 사악한 돈, 야비한 돈, 은밀한 돈이 모이는 곳
올리버 벌로 지음, 박중서 옮김 / 북트리거 / 2020년 7월
평점 :
사악한 돈, 야비한 돈, 은밀한 돈이 모이는 곳
불법 금융과 돈세탁의 전초기지는 어디인가
스위스 은행, 파나마의 유령회사, 저지섬의 신탁, 리히텐슈타인의 재단....
21세기 금융공학으로 만들어진 가상의 나라
21세기 해적질에 관한 통렬한 고발장
사악한 돈, 야비한 돈, 은밀한 돈이 모이는 곳이 어디인가? 머니랜드다
불평등을 심화시키고, 민주주의를 잠식하고, 독재자의 약탈을 묵인하는 핵심 기지는 어디인가? 머니랜드다.
불법 금융과 돈세탁의 전초기지는 어디인가? 머니랜드다.
금융공학이라는 고급진 허울뒤에 숨은 진짜 목적은 21세기형 해적질이었다. 그 해적들의 보물섬은? 머니랜드다.
'머니랜드' 는 저자가 만들어낸 가상의 비밀국가 이름이지만, 이 책을 읽고 나면 그 머니랜드의 실체를 진짜 이름을 지도위에서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소련이 무너졌을때, 어떤 역사가는 '역사의 종말'을 선언했다. 자유와 민주주의가 이겼다고 서방세계는 들떠올랐다. 하지만 그 이후의 동유럽의 정치상황은 전혀 예상밖으로 흘러갔다. 새롭게 출발하는 역사의 현장을 직접 목격하며 생생한 기사를 쓰고자 모스크바로 이주했던 저자는 '이후 10여 년 동안 나는 자유와 우정에 관하여 글을 쓰기는커녕, 오히려 전쟁과 학대에 관해서 보도하고, 편집증과 괴롭힘을 경험하는 처지에 놓이게 되었다. 역사의 종말은 없었다. 오히려 역사는 가속화되었다.' (p. 20)
부패정권이 속출했고 국민들의 세금은 엉뚱한 곳에 쓰이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예로 저자가 우크라이나 의 현실을 알려주는데, 어떻게 그렇게까지 망가질 수 있는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현실에서 어떻게 삶이 지속될 수 있는지 신기할 지경이었다. 그야말로 무법지대였다.
국가는 이들 주위에서 증발한 상태였다. 부패가 어찌나 속을 갉아먹었던지, 불법적인 치부의 수단으로 이용될 때 말고는 국가 자체가 존재하기를 중단해 버리고 말았다. 솔직히 말해서 국민의 삶을 불행하게 만들기 위해서만 노력하는 국가를 과연 누가 지키고 싶어 하겠는가? 부패가 온 나라에서 그 합법성을 앗아 가 버린 셈이었다. 이런 종류의 분노가 우크라이나를 잠식했으며, 마찬가지로 다른 나라들을 잠식해 버렸다. 아프가니스탄, 나이지리아, 중동의 국민들이 테러리스트 집단에 가입하게 된 동기도 역시나 이런 분노였다. (p. 29)
길가다 교통신호를 어기면 경찰에게 돈을 주면 되었다. 아파서 병원에 가면 진료비 외에 의사에게 돈을 따로 주어야 했다. 사업을 하려면 공무원에게 일단 뇌물을 주어야 했다. 공무원은 세금을 착복하느라 혈안이 되었고 병원에는 약이 떨어졌으며 사방이 무법천지가 되는 동안 뭐라도 하려면 일단 돈부터 상납해야 했다. 그 와중에 나라의 대통령은 황금궁전을 지었다. 그런데 알고 보니 그 궁전이 지어진 곳은 다른나라의 소유였다. 혁명세력에게 쫒겨난 대통령은 국외에 쌓아두었던 돈으로 호의호식하느라 제 나라로 어차피 돌아갈 생각도 없었다.
역외 책략을 이용하는 부유한 사람들의 능력이 우리에게는 이용 불가능하다는 사실, 그리고 이것이야말로 우리 사회가 그토록 훨씬 덜 평등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설명 가운데 일부라는 사실쯤이야 굳이 경제학자가 아니더라도 알 수 있을 것이다. (p. 32)
부패는 반서구 적국들에게 전력 증강 요소이지만, 정작 서구는 계속해서 적들의 더러운 돈을 수십억 달러씩 자기네 경제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이다. 그 돈이 우리가 서 있는 곳을 빨아들이면, 결국 땅이 무너진다. (p. 34)
돈의 흐름은 국경을 넘나들지만, 법은 그러지 못한다. 부자는 전 세계를 누비며 살아가는 반면, 나머지 우리는 국경을 갖고 있다. (p. 36)
돈 버는 수단이 다양해지는 만큼 돈을 숨기는 방법도 다양해진 것 같다. 국내에서 재산을 지킬 수 없다면 국외로 내보내 쌓아둔다. 나라마다 다른 법은 그러한 재산들을 보호될 수 있는 틈이 있었고 부자들은 그 틈을 놓치지 않았다. 가난한 사람은 더 가난해지고 부자는 더 부자가 되었다. 가난한 나라는 더 가난해지고 부자나라는 더 부자가 되고 있었다. 내돈은 내돈 니돈도 내돈 뭐 그런식으로.
그 당시 영국의 라디오 청취자들은 들을 만한 새로운 방송국 몇 개가 더 생겼다. 그 당시 영국에서는 법적으로 오로지 BBC만 라디오로 방송이 가능했기에, 새로운 팝 아티스트들을 청취자와 공유할 시기에는 후진적일 수밖에 없었다. 십 대 청취자는 신나고 새로운 음악을 듣고 싶어 했으며, BBC가 이들의 곡을 틀고 싶어 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답답했다. 진취적인 선주들은 여기에서 새로운 기회를 보았다. 이들은 자기네 선박에 라디오 장비를 실어서 영국의 영해 바깥에 정박시킨 다음, 영국을 향해 팝 음악을 방송했다. 많은 사람들은 이런 라디오 운영자를 해적이라고 불렀지만, 또 어떤 사람들은 이런 방송국을 또 다른 이름으로 불렀다. 바로 '역외' 라는 이름이었는데, 비록 재미는 덜하지만 언어상으로는 더 정확했다. (p. 61)
1950년대 아직 세계대전의 여파로 경제가 어려웠지만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었고 문화또한 그랬다. 섬나라 영국에서는 바다라는 무한한 공간을 이용하기가 용이했고 '해적방송'은 이렇게 탄생했다. 그리고 이 해적방송의 아이디어는 돈의 세계에도 엄청난 힌트가 되었다. 시작은 '무기명 채권' 즉 역외채권이었다. 이 기발한 채권은 조세회피와 수익창출을 동시에 안겨주었다.
최초의 고객들은 나치를 피해 스위스에 돈을 은닉했던, 그리고 마침내 그 돈을 이용해 생계를 유지할 방법을 발견했던 유럽 유대인이었다. 문제는 홀로코스트 생존자들이 텔아비르로 이주하는 과정에서 매력을 느꼈던 그 사생활 보장과 운반 가능성과 편의상에 급기야 안트베르펜의 치과의사, 런던의 내부 거래 은행가, 심지어 부에노스아이레스의 나치까지도 매력을 느꼈다는 점이다. 스위스에서는 합법적으로 대피한 돈이 야비한 조세 회피 자금과 뒤섞였고, 이는 또다시 사악하게 약탈한 돈과 뒤섞였다. 유로본드는 그 출처를 불문하고 숨겨야 하는 현금을 지닌 모두에게 편리했다. 그렇다면 이것이야말로 머니랜드의 마법 정원으로 들어가는 문을 부자들이 열어 놓은 최초의 순간이라고 할 법하다. (p. 70)
스위스의 중립성은 여러면에서 안전함을 보장했다. 스위스은행은 그 안전함을 이유로 돈이 모이는 곳이었다. 그 쌓여가는 돈을 묵혀놓는다는 것을 아까워한 사람들이 유로본드 라는 역외채권을 만들어냈다. 안전했던 돈은 이제 돈이돈을 벌어들이게까지 되었다. 철저한 보안성은 돈의 출처를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금고에 넣어주었었는데, 이제 그 돈들은 더 거대해지기 시작했다.
바르부르크의 투자은행에서 시작된 발전은 단순한 유로본드에서 끝나지 않았다. 그 기본 패턴은 복제 가능했다. 그들은 자신들과 고객들에게 돈을 벌어 줄 수 있는 사업들을 찾아낼 수 있었다. 그들은 세계를 둘러보아 그 사업에 적절한 법령을 보유한 사법관할구역(예를 들어 리히텐슈타인, 쿡섬, 저지섬 등)을 찾아냈고, 그런 곳들을 명목상의 기지로 사용했다. 딱 어울리는 법규를 가진 사법관할구역을 찾아내지 못하면, 자신들에게 융통성을 발휘하도록 법규를 바꿀 때까지 위협하거나 아첨했다. (p. 74)
돈이 돈을 버는 동안 나라의 법규들이 자리를 잡아갔다. 그렇게 국내법에 제한이 걸릴 것 같으면 다른나라의 법을 이용하기로 마음먹었다. 자치권을 가졌으나 작은 나라들이 그 전초기지가 되었다. 왠만큼 큰 세계지도가 아니면 어디있는지도 몰랐던 그런 나라들은 법적으로 존재하나 실제적으로 존재하지 않는 그런 가상의 주소지를 기꺼이 제공했다. 그 댓가로 그 작은 영토를 유지관리할 수 있는 나라의 수입이 창출되었다.
진정한 혁명은 법치가 없는 국가, 또는 서양 같은 튼튼한 정치 제도가 없는 국가에서 이런 책략들이 차용되면서 이루어졌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그러니까 브레턴우즈 체재에서 자본이 갇혀 있었던 시절, 머니랜드의 탄생은 이미 과거 여러 세기 동안 대결을 벌여 왔던 과세 당국 대 부유한 사람들 사이에서 벌어졌던 전투의 결과였다. 부유한 사람들의 돈을 통제하기 위한 이 장기간의 전쟁은 포식자와 멋잇감 사이에서 진화론적 군비 경쟁을 만들어 냈고, 양측은 속도와 교활하과 기민함에서 더 눈부신 개가를 올리기 위해 번갈아 박차를 가하게 되었다. 유령회사, 신탁, 비밀 은행 계좌, 무기명 도구 기타 등등.. 미국 재부부조차도 이런 종류의 저항에 맞서기 위해 분투하는실정이지만, 그래도 최소한 그곳에서는 자기네가 지금 뭐에 맞서고 있는지를 알고 있다. 하지만 변호사들과 회계사들이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와 아시아와 구소련의 생태계에 이 포식자들의 도구를 풀어 놓게 되자, 그것이야말로 완벽히 잘못된 만남이 되고 말았다. (p. 109)
나쁜일은 빨리 배운다고, 차근차근 발전을 거듭하며 스스로 성장하지 못하고 갑작스런 체제변화로 한꺼번에 신문물이 쏟아져 들어간 국가들에서의 혼란은 표면적인 것보다 그 아래 숨겨진 부분들이 더 급성장을 하는 것을 가능케 했다. 그리고 권력을 잡은 사람들은 이 미끼를 꿀꺽 독식했다.
비닐봉지를 더 많이 겹쳐서 개똥을 담을수록, 외부자들은 그 내부에 뭐가 있는지를 깨닫기가 더 어려워지게 마련이다. 게다가 마지막으로 그 봉지를 유명 귀금속 업체 티파니엔드컴퍼니의 로고가 새겨진 쇼핑백에 넣어 두면, 어느 누구도 그 안에 똥이 들어 있다는 사실을 결코 깨닫지 못할 것이다. (p. 134)
유령회사는 검은 돈을 싸고싸고 또 싸는 검은 봉지가 되어 점점 더 내용물이 보이지 않도록 하는 유용한 수단으로 발전했다. 이제 페이퍼컴퍼니를 전문적으로 만들어주는 회사를만드는 회사가 성행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어떤 곳을 살펴보든지 간에 연구자들은 부패와 빈곤의 상관관계를 발견했다. 부패의 수준이 더 클수록 엘리트는 더 많은 돈을 벌었고, 이는 불평등을 초래하는 동시에 사회를 한데 엮어 주는 유대를 약화시킨다. 경제학자의 건조한 언어로 말하자면, 학교와 보건과 도로와 안전에 투자되는 돈은, 역외로 가져가서 타조 가죽 신발을 사는 데 사용하는 돈보다 더 높은 승수효과를 지닌다.(즉 그렇게 돈을 쓸 때마다 경제에 되돌아오는 것이 더 많다) 더 잘 통치되는 국가는 더 높은 생활 수준, 더 나은 건강, 더 긴 기대 수명, 향상된 교육 결과, 더 잘 작동하는 경제를 보유한다. (p. 184)
부패의 역학에 우리가 적절하게 관여하지 못하는 또 다른 이유는, 누군가가 정직하고 번영하는 민주주의 속에서 살아간다는 것이 지금 얼마나 드문 일인지, 즉 역사적 관점에서 얼마나 독특한지를 서구 사람들이 종종 깨닫지 못하기 때문이다. 서구의 정치사상 상당수는 '선진'국가의 자유민주주의를 역사 발전의 자연스러운 결말로 내다보았기에 다른 사회들도 '개발도상'에 있다고 지칭했다. 마치 그 사회들이 종국에는 오늘날 우리가 살고 있는 종착역으로 인도될 선로 위의 열차라도 되는 것처럼 말이다. (p. 187)
동유럽 국가들과 아프리카 국가들 그리고 작은 섬나라 여러 곳들의 실제 사례를 읽을 때마다 놀라서 벌어진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어떻게 이렇게까지? 어떻게 이럴수가! 우리는 우리가 살고 있는 우리나라만 볼 수 있을 뿐 바깥 나라들을 너무 몰랐다. 우리나라 정도면 정말 깨끗한 거였다. 아주 살만한 국가였다. 무법 천지 국가들의 현실은 정말 상상을 초월했다.
검은 돈들은 끊임없아 거대해져갔고 역외채권이나 유령회사를 넘어선 또다른 방법들을 찾아내기 시작했다. 작은 나라의 여권을 돈으로 사고 심지어 외교관으로 임명받아 외교관면책특권을 누리려는 시도까지 가능해졌다.
그러나 점점 더 발전하는 새로운 형태의 머니랜드를 유지시켜주는 것은 결국 나라 안의 법들이었다. 일례로 영국의 엄격한 명예훼손법은 저술가와 출판인에게 검은돈을 추적과정을 글로 쓰고 편찬하는 것을 어렵게 만들고 있었다.
하지만 자국내 돈이 바깥에 쌓아져 가는 것을 더이상 두고 볼수 없게된 것을 깨달은 후 역외로 빠져나간 돈을 회수하는 방법들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자산 회수는 어려운 일이다. 머니랜드는 그 부를 손쉽게 포기하지 않으며, 돈은 차마 셀 수 없을 정도로 빨리 쌓이며 계속해서 세계를 돌아다니고 국경을 넘나든다. 그걸 감시해야 할 사람들보다 한 걸음, 두 걸음, 세 걸음, 백만 걸은 더 앞서 나간다. 정의는 계속해서 국경을 넘지 못하며, 그런 일이 일어날 때 처벌받지 않고 빠져나가는 사람은 단지 도둑만이 아니다. (p. 280)
돈을 갖고 달아난 사람이 도둑이라면 도둑만 머니랜드에 가던 시절도 옛말이 되었다. 이제 그 도둑을 비호해주는 세력이 그 도둑을 안전하게 지켜주는 권력이 나서기 시작했다. 그렇게 도적떼가 출몰하는 나라들이 있었다. 도둑을 쫒는 사람들을 해치우는 암살자들도 국경을 넘나들기 시작했다. 첩보영화를 따로 안 봐도 될 지경이었다.
그렇게 거대하게 쌓은 돈을 대체 어디에 쓰는 것일까? 온갖 호화로운 사치품 소비는 개인적인 것들로 그렇다치자. 문제는 고급 부동산 이었다. 화려하게 장식되고 멋진 풍광과 편리하고 안전한 고급 주택들.. 그 주택들의 실소유주가 과연 자국민이 많을까? 그렇게 집도 땅도 외국인들의 손에 넘어가는 것이 어떤 여파를 몰고 올까? 그런 집을 사고 그런 사치품들을 걸친 그들만의 파티를 우리는 이대로 둘 수 밖에 없는 것일까?
일단 스위스은행으로의 검은돈 유입을 차단하기로 나라들이 움직였다. 자산의 정보를 공유하기로 규제를 만들기 시작했다. 그중 대표적 나라가 미국이었다. 그런데 이 규제에도 헛점이 있었다.
무려 100개국 이상의 금융기관들이 미국 시민이나 거주민 소유의 자산에 대한 정보를 미국과 반드시 공유해야 하지만, 미국의 금융기관들은 다른 나라에 아무것도 보낼 필요가 없는 것이다. 미국의 금융기관들은 세계 다른 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에 관해서 완전한 정보를 얻을 것이지만, 다른 국가들의 금융기관들은 미국내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에 완전히 깜깜한 상태로 남을 것이다. 런던의 시티에서 유로본드를 탄생시켰던 작은 구멍으로 얼마나 많은 돈을 벌 수 있었는지를 돌이켜 보고 나서, 세계의 새로운 금융 구조물의 심장부에서 이와 같은 틈새를 통해서는 과연 얼마나 많은 돈을 벌 수 있을지 상상해보라. (p. 355)
대표적인 곳이 '세계 최대의 소도시'로 일컬어지는 네바다주 북부 와쇼티가운티의 리노 라고 한다. 미국의 이 '최!대!의 소!도시'는 스위스은행보다 더 안전한 조세피난처가 되고 있는 중이다. 그 합법적인 방법이 바로 '신탁' 이었다.
이 신탁은 외국 법률상으로는 미국 국적이었고, 미국 법률상으로는 외국 국적이었다. 즉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 셈이었다. (p. 368)
오로지 한 가지 확실성만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머니랜드가 계속해서 진화하리라는, 그 보호는 계속해서 강화되리라는 것이었다. 그곳의 상상력 뛰어나고 충분한 동기를 갖춘 방어자들은 자기네를 가장 환영하는 그 어떤 사법관할구역에서도 (그곳이 네비스이건, 영국이건, 믹ㄱ이건, 아니면 완전히 다른 어딘가이건 간에) 그 시민들이 돈을 숨기고 배가할 새로운 방법을 생각해 낼 것이기 때문이었다. 민주주의 발상과 법치를 고수하는 모든 사람에게 이것은 매우 걱정스렁누 생각이 아닐 수 없다. (p. 376)
뛰는놈 위에 나는놈 있다고, 머니랜드는 이제 지도상의 작고 힘없는 나라들에 세워두었던 기지들을 금융선진국인 영국과 미국내에 합법적으로 세우는 것을 넘어 무형의 공간까지 만들어 내고 있었다. 해적질은 갈수록 교묘해지고 우리는 점점 눈치조차 챌 수 없게 소외되고 있었다.
지금까지는 우리가 이민자에 대항하여 국경을 강화하기만 하면 우리나라를 다시 위대하게 만들 수 있다고 주장하는 도널드 트럼프 같은, 또는 영국에서는 브렉시트 운동 주도자인 나이젤 파라지 같은 사람들의 말을 믿는 시민이 너무 많다. 자유 질서에 대한 진정한 위협은 가난한 이민자들이 아니라 무채임한 돈이다. 역외 강도들은 세계를 약탈하고 있으며, 이런 약탈은 민주주의를 잠식하고, 불평등을 촉진하고, 우리가 차마 따라갈 수도 없는 머니랜드로 점점 더 커다란 양의 부를 빨아들인다. 이데 대한 해결책은 도개교를 들어올리지 않는 것, 즉 자국의 돈이 안착한 땅에서 자기도 더 나은 삶을 영위하기를 바라며 무너지는 자국을 떠나 도망쳐온 외국인을 악마화하지 않는 것이다. 이에 대한 해결책은 애초에 피난민 위기를 촉진하는 불안정의 근본 원인을 해결하는 것이다. (p. 395)
근본적인 원인을 파악하는 것은 늘 어려운 일이다. 시간도 걸리고 이해하기도 어렵다. 그래서 늘 최약체에게로 시선을 돌리게끔 하는 희생양의식에 저절로 빠져들게 된다. 정작 원인제공자는 그 손가락질을 하고 있는 그 사람인데 우리는 쉽게 그 손가락질이 향한 그 방향으로 눈길을 따라가곤 한다. 그동안 그 손가락질의 주체는 머니랜드의 돈방석위에 돈방석을 또 쌓고 있는 중인데 말이다. 그 돈방석은 눈치도 못채고 희생양의 구멍난 돗자리를 뺏지 못해서 안달하는 사람이 되기 십상이다.
그렇다면 우리 시민들은 무엇을 해야 할까? 우리는 누가 무엇을 소유하고 있는지를 알 필요가 있다. 우리는 도둑을 감옥에 넣을 필요가 있다. 우리는 세계의 훔친 부를 우리의 도시들이 세탁하지 못하도록 저지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우리는 이처럼 인내를 요구하고, 힘겹고, 전문적이고, 빛나지 않는 일을 하기 위해서 필수적인 제휴를 구축할 준비가 딘 정치인을 지지할 필요가 있다. 이렇게 해야만 진정으로 우리의 경제와 우리의 사회에 대한 통제권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고, 우리 모두를 위협하는 세계에 대한 대대적인 약탈을 멈출 수 있을 것이다. (p. 396)
그나마 우리가 살고 있는 곳이 독재가 횡행하고 무법천지가 당연한 곳이 아니라는 것이 희망이 될 수도 있을까? 그나마 우리가 알려고만 들면 이런 책도 아무 제한 없이 읽을 수 있고 깨달을 수 있는 세상에 살고 있다는 것이 힘이 될 수 있을까? 편한 길은 없다. 쉬운 방법도 없다. 하지만 일단 알기는 해야 한다. 모든 행동은 아는 것에서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