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의 역사 - 말과 글에 관한 궁금증을 풀다
데이비드 크리스털 지음, 서순승 옮김 / 소소의책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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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과 글에 관한 궁금증을 풀다

A Little BOOK of LANGUAGE

 

 

'소소의 책' 에서 출판된 이 교양 시리즈를 개인적으로 참 좋아한다. '철학의 역사' 도 좋았고 '고고학의 역사'도 좋았다. '세계종교의 역사'도 차례를 기다리며 지금 책장에서 대기중이다. 최신간인 이 '언어의 역사' 또한 앞서 나온 책들처럼 광범위한 분야를 아우르면서도 쉽게 읽혔고 시리즈의 통일된 표지가 역시나 예뼜다.

언어의 역사를 시작하면서 저자는 일단 언어를 처음 시작하는 단계의 사람에서 시작한다. 우리는 언제부터 말을 하게 되는 것일까? 일단 태어나는 그 순간부터 차근차근 살펴보기 위해 저자는 '베이비 토크' 부터 시작한다. 왜냐하면 아기가 직접 말을 하지 못하더라도 아기가 태어나는 순간 부모는 아기에게 말을 건다. '토크'가 시작되는 셈이다.

아기는 모국어의 어떤 부분을 제일 먼저 배울까? 그것은 다름 아닌 리듬과 억양이다. 생후 9개월 된 영국·프랑스·중국 아기가 내는 소리를 각각 녹음하여 뒤섞은 다음 사람들에게 아기의 출생지를 구별하게 하면 거의 틀리지 않는다. (p. 26)

아기는 처음엔 울음소리만 낼 뿐이다. 그러다 한달한달 커갈수록 빠른 속도로 언어를 습득한다. 그리고 미처 단어를 내뱉기 전의 아직은 옹알이에 가까운 소리만으로도 우리는 아기의 모국어를 눈치챌 수 있다. 리듬과 억양!

아기가 언어를 배워나가는 과정을 통해 저자는 언어의 습득과정을 설명한다.

이해방법학습, 음파에 적응해 가면서 발음을 할 수 있게 되고 문법을 익힘으로써 대화하는 수준에 까지 이르게 된다. 그리고 나면 읽고 쓸수 있게 되고 그러려면 철자를 알아야 한다. 하지만 철자에는 역사를 거친 변형이 있고 문법 규칙 또한 그렇기에 배우는 것이 만만하지 않음을 알게 된다. 거기다 악센트와 방언 까지 있고 언제 부턴가 이중언어는 필수가 되었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몇 개의 언어가 존재할까? 약6,000개다. 어쩌면 그보다 조금 많을 수도, 적을 수도 있다. 전 세계 여러 지역에서 언어가 빠른 속도로-몇 주마다 거의 한 개꼴로-사멸해가는 것도 그 한 가지 이유다. 그뿐만 아니라 새로운 언어가 발견되기도 한다. (p. 149)

언어는 아주 서서히 변한다. 하지만 일단 변화가 시작되면 필연적으로 하나의 언어 가족, 즉 어족을 형성한다. (p. 153)

6,000여 개에 달하는 전 세계의 언어는 모두 이런 식으로 특정한 어족에 편입된다. 문제는 많은 지역의 경우 우리가 의지할 역사적인 사실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p. 154)

오늘날 인구어(印歐語) 혹은 인도유럽어라 불리는 언어가 바로 윌리엄 존스가 추정한 조상 언어다. 인도유럽어를 사용한 사람들의 정확한 거주지는 현재 수수께끼로 남아 있다. 그들이 이동을 시작한 시기 또한 정확히 알 수 없다. 하지만 이것 하나만은 확실하다. 그들은 최종적으로 동쪽으로는 인도, 그리고 서쪽으로는 유럽까지 도달했다. 그 과정에서 그들의 언어 또한 극적인 변화를 겪었을 것이다. (p. 157)

사람이 태어나 언어를 습득하는 과정과 원리를 상세히 설명한 다음 저자는 언어의 역사를 시작한다. 역사는 지금 세계의 현재 언어에서 출발한다. 지금 세계 인구의 대부분이 사용하는 어족은 아마도 인도유럽어족 일 텐데 책속에 나오는 분포지도는 눈여겨볼 만 하다.

 

조상언어의 분포도를 보면서 언어라는 문자와 말 중에서 먼저 시작되었을 '말'의 기원을 추적한다. 인도유럽어족 분포도를 보면서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권에 대한 언급이 없어 아쉬웠는데 그 이유가 바로 나왔다.

전 세계 언어 중 고립어는 수백 개나 된다. 여기에 서로 관계가 불명료한 언어까지 더하면 그 숫자는 훨씬 더 늘어난다. 예를 들어 일본어와 한국어는 서로 관계가 있다고 여겨질 정도로 유사성이 많지만, 차이점 또한 너무 많아 학자들 사이에서 늘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현재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어족을 살펴보면 실제로 유사성보다 차이점이 훨씬 더 크다. (p. 164)

책에서 지속적으로 저자가 동양언어에 대해서는 일본어 언급을 주로 하고 있는것이 개인적으로 아쉬웠다. 어족을 따질 수 없는 고립어 중에서 한글만큼 과학성을 띤 체계적인 언어는 없을텐데 언어학자인 저자가 한국어를 모르고 일본어와 중국어의 특징정도만을 파악한 상태에서 잠깐의 비교대상으로만 한국어를 딱 한번 서술했다는 점이... 아쉽다.

여하튼 말을 할 수 있으려면 발성기관의 발달과 말을 이해할 수 있는 지능이 필요하다. 그 다음에 문자가 생겨나게 된다. 저자에 따르면 기원전 8,000년 경이 인류가 언어능력을 갖추었다고 단언할 수 있는 시기라고 한다. 따라서 10만년 이라는 인류진화의 역사를 생각하면 언어의 역사는 그리 길지 않다고 볼 수 있다.

지금까지 밝혀진 바에 따르면 인류 발전사에서 최초의 진정한 글쓰기 체게는 설형문자다. 이집트인도 또 다른 글쓰기 체계를 갖고 있었지만 그 출발 시점이 늦었다. 그리고 다른 지역, 이를테면 중국이나 중앙아메리카의 마야인 사이에서 발전된 문자 혹은 글쓰기 체계는 시기상 이보다 훨씬 뒤진다. 초기 중국 문자는 기원전 1200년경에, 그리고 마야문자는 기원전 500년경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이들 글쓰기 체계는 서로 전혀 연관성이 없다. 하지만 전 세계의 다양한 지역을 무대로 여러 시대에 걸쳐 각긱 고유한 문자를 개발해왔다. (p. 177)

말은 다양한 지역에 퍼지면서도 서로의 연관성이 있어 어족을 형성할 수 있었던데 비해 말 이후 발달한 글은 정착한 그 곳에서 고유성을 띠며 발전했다. 언어라는 한단어로 부르고 있긴 하지만 말의 역사와 글의 역사는 사뭇 다르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오늘날의 표기법을 보면 글이 아닌 다른 표기법(예를 들어 그림이라던가 기호...)은 만국공통으로 의미가 통하기도 한다. 언어에는 이런 비언어적 언어도 포함되어 있다.

말과 글은 언어가 표현되는 두 가지의 대표적인 방식이다. 그런데 또 하나의 방식이 있다. (수화)

수화 통역사들이 사용하는 수화의 유형도 나라마다 제각각이다. 영국 통역사는 영어 수화를, 프랑스 통역사는 프랑스어 수화를, 그리고 중국 통역사는 중국어 수화를 한다. 세계 전역에서 다양한 형태의 수화가 수 세기 동안 진화해왔다. 아니, 어쩌면 역사가 더 깊은지도 모른다. (p. 193)

수화도 나라마다 달랐구나~! 신기하다. 손으로 하는 기호에 가까운 언어인 수화도 나라마다 다르다는 걸 처음 알았다. 하지만 중요한 점은 저자가 강조하듯이 '수화는 결코 단순한 원시적 몸짓이 아니라 구어와 문어 못지않게 복잡하고 유용하고 아름다운 우리의 언어다'(p. 199) 라는 것이다.

전 세계 6,000여 개의 언어는 모두 몇 가지 공통점을 갖고 있다. 모든 언어에는 문장이 있다. 모든 언어에 명사와 동사가 있다. 모든 언어에 모음과 자음이 있다. 모든 언어에 리듬과 억양이 있다. 하지만 외국어를 배울 때는 여러 어려움에 부딪힌다. 다른 사람도 우리와 똑같은 방식으로 자신의 언어를 말한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p. 203)

사람들은 누구나 대화를 하지만 그 방식이 결코 똑같지 않다. (p. 211)

언어의 비교를 통해 보면 언어를 학문적으로 분석하면 공통점을 다수 발견할 수 있지만 각각의 언어를 직접 사용할 때는 그 차이가 하늘과 땅만큼이나 멀게 느껴진다.

말, 글, 수화는 한 언어가 살아 숨 쉬는 세 가지 방식이며, 동시에 그 언어를 한 세대에서 다음 세대로 이어주는 세 가지 수단이다. 건강한 언어라면 이 과정이 쉼 없이 진행된다. 부모가 자식에게 자신의 언어를 물려주고, 그 자식이 다시 그 언어를 자식에게 물려주는 과정이 반복되면서 언어는 계속 생명을 이어간다. (p. 213)

언어에는 생명력이 있다. 따라서 살아있는 언어가 있는 반면 죽어가는 언어도 있다. 이렇게 '사용자 수가 극히 적어 곧 사멸할 가능성이 높은 언어를 위기언어 라고 한다. 위기언어 중 대다수는 주로 적도 근처에 위치한 나라를 중심으로 분포해 있다. 동남아시아지역-이를테면 파푸나유니기와 같은 나라-에 수백 개의 언어가 존재한다. 인도와 아프리카에도 수백 개의 언어가 존재하고, 남아메리카에는 그보다 훨씬 더 많은 언어가 존재한다. 이들 지역에서는 대부분의 위기언어가 빠른 속도로 사멸해가고 있다'(p. 214) 고 한다. 이 곳의 언어들은 왜 사라지는 것일까? '대부분의 새로운 언어가 좀 더 나은 삶을 약속하기 때문이다. 새로운 언어를 배우면 더 좋은 직업을 가질 수 있다.'(p. 217)

새로운 언어는 사회에서 최고의 직업으로 향하는 문을 열어준다. 그리고 옛 언어는 '당신이 누구인지'에 대한 자의식을 유지시켜준다. 다시말해 당신의 정체성을 지켜준다. 두 언어를 사용함으로써 당신은 두 세계를 넘나들며 최선의 것을 취할 수 있다. (p. 217)

소수민족의 언어들이 사라져가는 것을 안타까워하며 저자는 본인의 정체성을 지켜줄 모어와 현실생활에 필요한 외국어를 함께 익히기를 권유한다. 그렇게 언어를 지켜줄 것을 당부한다.

사라져 가는 언어가 있다는 것에서 알수 있듯이 언어는 변한다. 언어의 변천과 변이를 살펴보면서 그 구체적인 증거처럼 직업어, 속어를 살펴본다. 사전에서도 확인 가능하지만 이러한 변화를 살펴보다보면 어원, 지명, 인명 을 통해 언어역사의 모습도 잠깐 확인할 수 있다. 그렇다면 지금의 언어적 특징은 무엇일까? 전자혁명, 문자메세지, 놀이 언어를 통해 현실언어들을 살펴 본후 이렇게 변화무쌍한 언어가 왜 필요한지 궁극적인 질문을 던진다.

지금까지 살펴본 이 모든 것은 왜 필요한 걸까? 인간은 굳이 왜 말하고 쓰고 수화하는 법을 배워야 했을까? 언어를 사용하는 목적은 과연 무엇인가? 언뜻 생각하면 아주 간단한 질문이다. 서로 의사소통을 하기 위함이 아닌가. 지금까지 이 책에서 논의한 것도 바로 이 문제였다. 하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p. 342)

언어의 1차적인 목적은 의사소통인것이 분명하나 언어의 필요성은 다른 부분에서도 찾아볼 수 있음을 저자는 설명한다. 동물에게 말을 걸거나, 악센트나 방언처럼 정체성을 표현하거나 감정을 표현하거나 사교를 위한 관계유지 뿐만 아니라 종교적 제의에도 필요하기도 하다. 그리고 스스로에게 말을 하기도 한다. 의사소통이 아닌 다른 목적으로도 언어의 활용성은 무궁무진 하다. 특히나 언어가 사람의 감정을 표현하는 수단이라는 점에서 정치성을 띨수도 있고 문학성을 띨수도 있으며 개성적인 스타일을 가진 언어를 만들 수 있기도 하는등 언어는 복잡하기에 언어학 이라는 학문이 있어야 하는지도 모르겠다.

언어는 다른 의사소통 수단과 감히 비견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하고 합리적인 방식으로 우리의 세계에 대한 경험을 말할 수 있게 해준다. 언어가 특별한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언어에 관한 택이 필요한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그리고 언어학에서 언어를 연구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p. 403)

언어학의 목적은 가능한 한 많은 언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는 것이 아니다. 언어학은 수많은 언어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그 원리를 밝히고자 하는 것이다. (p. 407)

나는 언어학이라고 들었을 때 어원학으로 잘못 이해했다는 걸 뒤늦게 깨달았다. 언어의 역사는 언어학의 역사는 언어의 구성원리가 큰 비중을 차지하는 학문이었다. 따라서 꼭 역사가 아니어도 다양한 분야에 응용가능함을 알려주면서 저자는 이 책을 읽는 독자의 언어세계에서 어디에 주안점을 두어야 할지를 조언하며 책을 마무리한다.

진정으로 언어에 관심 있다면 어디에 주안점을 두어야 할까? 나의 관심사는 대략 여섯 가지로 요약된다.

나는 여러분이 현재 전 세계에서 수많은 언어가 사멸해가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고 이 점에 늘 관심을 갖기 바란다. 정치가들이 언어 다양성의 중요성을 인식하도록 만들 수 있는 주체는 다름 아닌 여러분이다.

나는 여러분이 비록 아직은 심각한 위기에 처해 있지 않더라도 소수 언어에 각별한 관심을 갖기 바란다. 주위에서 생경한 언어가 들려오면 일단 귀를 기울이고, 기회가 주어지면 언제든지 다시 들어보겠다는 마음가짐이 중요하다.

나는 여러분이 가능한 한 많은 언어를 배워보겠다는 의지를 갖기 바란다. 따지고 보면 내가 집필한 언어 관련 도서도 모두 그런 도전 의식의 산물이다.

나는 여러분이 여러분 자신의 언어에 존재하는 다양성에 관심을 가져주기 바란다. 각각의 고유한 특성을 높이 평가하려고 노력하며, 현재의 상태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되짚어보라.

나는 여러분이 여러분 자신의 언어에 존재하는 다양한 스타일에 관심을 갖기 바란다. 이를 위해서는 언어 연구가 선행되어야 한다.

나는 여러분이 모국어를 배우거나 사용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들에게 관심을 갖고, 그들을 돕는 데 적극적으로 앞장서기를 바란다. (p. 422~427)

언어는 삶과 뗄 수 없는 수단이자 방식이다. '언어의 역사'를 읽는 동안 언어의 자체의 기원 보다 언어와 사람과의 관계의 기원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던 점이 신선했다. 저자가 마지막 문단에 써놓은 '이것은 언어에 대한 '작은 책'이다. 하지만 언어는 큰 주제다'(p. 428) 라는 문장에 공감한다. 언어라는 주제가 너무 방대해서 내가 생각했던 언어의 역사는 너무 작은 범주였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 깨닫게 되었다. 그러고 보니 이 책의 원제는 'A Little BOOK of LANGUAGE' 였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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