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지구, 물러설 곳 없는 인간 - 기후변화부터 자연재해까지 인류의 지속 가능한 공존 플랜 서가명강 시리즈 11
남성현 지음 / 21세기북스 / 2020년 6월
평점 :
품절


기후변화부터 자연재해까지

인류의 지속 가능한 공존 플랜

 

'서울대를 가지 않아도 들을 수 있는 명강의' 이른바 서가명강 시리즈 11권인 이 책은 책으로도 (유투브나 팟캐스트를 통해) 강연으로도 들을 수 있는책이라고 한다. 책 뒷날개를 보니 그동안의 시리즈들에도 관심이 간다. 심도깊은 내용을 대중들이 이렇게 쉽게 만날 수 있다는 것은 참 좋은 일이다.

저자는 서울대학교 지구환경과학부 교수라고 한다. 지구환경 중에서도 해양학을 전공한 저자는 해양관측 중심의 자연과학 연구와 교육을 활발히 하고 있는 학자답게 인류 공존의 지혜를 바다에서 찾고 있는 해양과학자 이다. 기후변화에 대한 우려는 꽤 오래전부터 있어왔는데, 그 해결점이 바다에 있다는 것은 잘 알려지지 않은 듯 하다.

모든 문제에는 답이 있다. 지구의 위기에도 희망은 있다. 그리고 단언컨대, 결국 희망은 '바다'에 있다. (들어가는 글 中)

저자는 책을 시작하기에 앞서 그리고 글을 시작하기에 앞서 용어정리를 깔끔하게 해준다. 학문의 분류에서 '지구과학' 에 대하여 그리고 재해, 재난, 재앙 과 방재 & 방제 의 구분 그리고 기후변화와 기상현상의 변화를 구분짓는 등의 설명을 항상 앞에서 먼저 명확이 알려줘서 좋았다.

원래 자연현상은 인류를 해하려는 어떤 의도나 목적을 가진 것이 아니다. 자연재해는 지구 시스템의 작동 원리에 따라 발생하고 있는 자연현상을 인간이 잘 이해하지 못해 생명과 재산 피해를 입은 결과 발생한다. 따라서 자연재해는 세계 인구의 증가와도 밀접한 연관을 가질 수밖에 없다. 자연재해에 취약한 곳에 예전보다 더욱 많은 사람이 살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자연재해도 더 빈번히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p. 19)

인간의 행동에는 대부분 의도가 있기 마련이다. 목적을 갖고 행동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자연현상은 자연이 이렇게해야지 하고 생각해서 일어나는 것이 아니다. 자연은 흐름이고 순환이다. 지구는 안에서부터 뜨겁게 활성화되어 있는, 어쩌면 살아있다라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의 활동성을 갖고 있다. 그러한 지구를 자연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면 재해는 재난이 되고 재난은 재앙이 되어 인류를 덮칠 것이다.

자연재해를 일으키는 원동력은 무엇일까? 그 힘의 근원에는 크게 지질 순환, 구조 순환, 암석 순환, 수문 순환, 생지화학 순환 다섯 가지가 있다. (p. 23)

지구를 움직이는 다섯 가지 순환을 알아야 하는 이유는 그러한 순환을 통해 자연재해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지질순환은 대륙지각과 해양지각의 움직임, 구조순환은 지구 내부의 맨틀의 대류에 의한 움직힘, 암석순환은 화성암-퇴적암-변성암의 순환, 수문 순환은 물의 순환(구름, 수증기, 비, 강이나 바다 그리고 다시 구름), 생지화학순환은 탄소, 질소, 인 등의 화학원소들이 대기권, 암석권, 수권, 생물권을 통해 순환하는 것을 말한다.

자연해해는 자연현상과 구분해야 한다. 모든 자연현상이 재해가 되는 것은 아니므로. 오히려 자연현상의 순환을 인간이 방해해서 흐름이 깨어진 나머지 재해가 발생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자연재해의 피해가 사회적이기 때문에 자연과학을 벗어나 정치, 경제, 사회 모든 관점으로 접근하고 이해해야 한다. 자연과학과 사회과학을 모두 포괄한 융복합과학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p. 39)

자연재해가 발생하면 인명을 비롯한 사회기반시설이 피해를 입고 그것을 복구하는데 있어 정치경제적 방법이 필요하다. 자연재해를 해결하는데 이렇게 다방면의 협력이 필요하듯 자연재해를 이해하고 분석하는 데에도 다양한 분야의 학문이 서로 연결된 접근이 필요하다. 미래는 정말 융합의 시대인가 보다.

온실효과는 지구온난화가 생기기 이전부터 존재했던 현상이지만 오늘늘 토지 이용도가 변하고 화석연료 사용이 급증하면서 대기 중 이산화탄소나 메탄 등의 농도가 증가한 결과 온실효과가 지구온난화로 이어지게 된 것이다. 그리고 결국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는 빙하를 녹이고 해수면을 상승시키고 해양을 산성화시키는 등 지구환경 변화를 연쇄적으로 일으키고 있다. 그리고 이제는 티핑 포인트를 넘어섰다는 이야기도 적지 않게 들린다. (p. 83)

그야말로 위기의 지구다. 지구온난화, 기후변화 하면 미세먼지를 비롯한 공기의 오염만 생각했었는데 아니었다. 생지화학 순환을 통해 대기 중 증가한 이산화탄소 농도가 해양 산성화로 이어져 해양생태계를 파괴시키는 것도 문제지만, 지구온난화로 증가하는 열의 상당 부분을 대부분 해양에서 흡수하므로 해류의 변화가 생기고 이러한 변화는 다시 대기의 변화를 일으켜 결국 지구를 더 뜨겁게 만들고 있었다. 그리고 이러한 지구온난화에 큰 영향을 끼치는 대기의 이산화탄소를 없애는 것은 땅의 나무보다 바다의 플랑크톤 역할이 훨씬 더 큰데, 바다가 산성화되면 플랑크톤은 줄어들고 만다. 바다의 플랑크톤은 단순히 물고기들의 먹이역할만 하는게 아니었다. 지구는 육지보다 바다가 훨씬 넓은 면적을 차지하고 있다. 바다의 플랑크톤이 육지의 나무보다 중요할지도 모르겠다.

한편에서는 지구의 위기를 전 세계에 경고하기 위해 지구 생태 용량 초과의 날을 계산하기도 한다. 이는 인간이 사용하는 물, 공기, 토양 등 지구의 자원 사용량과 폐기물 등을 계산해 각종 환경오염량이 지구의 생산 및 자정 능력을 초과하는 시점을 말한다. 이를 계산한 결과 1970년에만 하더라도 자원을 그해에 주어진 것 내에서만 사용했으나, 그 추세가 점점 짧아져 2019년에는 한 해 중 8월이면 주어진 자원을 모두 소진하고 다음 세대가 사용할 자원까지 끌어와 사용하는 상황이다. 오늘날에는 지구 하나로 부족해 적어도 1.7개의 지구가 있어야만 인류에게 필요한 생태 자원을 모두 공급할 수 있게 되었다. (p. 151)

오늘날 우리는 모든 문제에서 인간이 중심에 있는 소위 '인간의 시대'에 살고 있다. 하지만 이런 발전은 지구환경 악화라는 대가 위에 이루어진 것인지도 모른다. 인류는 편리한 생활을 위해 화석연료를 사용하며 대기 중의 산소를 소모하고 온실가스를 증가시켜 지구온난화를 유발했다. 그리고 이는 지구의 탄생 45억 년 동안 충전된 배터리를 400년도 안 되어 모두 소모해버리는 상황을 가져오고 있다. (p. 155)

인류는 지금 후대가 써야할 지구의 에너지를 당겨서 쓰고 있다. 지구는 하나인데 하나가 더 필요할 지경이라니... 각 나라별로 인구 대비 몇 개의 지구가 더 필요한지 계산한 결과를 저자가 알려주는데, 우리나라는 스위스, 러시아와 함께 3.3개의 지구를 필요로 하며, 미국이 4.8개, 호주가 5.4개 라고 한다. 이것을 나라별로 자원이 소진되는 날짜를 계산할 수도 있는데 우리나라의 경우 4월10일이면 그해에 주어진 모든 자원을 사용하므로 그 이후로는 후대의 자원을 당겨쓰는 것이다 보니 3.3개의 지구가 필요한 셈인 것이라고... 대부분의 선진국들이 이렇게 지구를 과소비하고 있다고 한다. 이런식이라면 자원고갈은 시간문제다. 정말 각성이 필요한 때다.

지금처럼 계속해서 무분별하게 자원을 소비한다면 우리의 미래는 결코 지속 가능하지 않다. 그렇다고 우리에게는 지구를 버리고 떠날 수 있는 능력과 자격도 없다. 대안 없는 선택 앞에 내릴 수 있는 결론은 행동을 바꾸는 것뿐이다. 미래 세대에 빚을 남기지 않기 위해서는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바꿔야 한다. (p. 189)

육지의 자원이 고갈되어 간다고 해양의 자원을 욕심내는 쪽으로 가서는 안된다. 바다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것은 육지만큼 직접적으로 피해가 눈에 보이지 않을뿐 넓은 바다 곳곳에 쓰레기섬이 만들어지고 수온이 올라가는등 바다도 이미 심각한 피해를 입었음을 인지하고 지구의 올바른 순환을 고려함에 있어 바다를 중심으로 생각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지속가능한 방식을 찾아내려면 바다를 연구해야 한다.

유엔에서 설정한 지속 가능 개발 목표 17개의 항목 중 하나가 해양생태계일 정도로 해양생태계를 건강하게 유지하는 것이 이제는 인류의 중요한 목표 중 하나로 자리매김했다. 이에 더해 향후 10년은 해양과학을 통해 지구환경 문제의 원인과 대안을 규명해야 하는 중요한 시기다. 유엔에서 2021년부터 2030년까지를 해양과학 10년으로 선언할 만큼 지구 시스템의 작동 원리를 이해하기 위한 바다의 중요성과 재원 투입의 필요성은 새롭게 인식되기 시작했다. 해양과학 10년의 목표는 총 여섯 개다.

깨끗한 바다, 건강하고 회복력이 강한 생태계로서의 바다, 예측 가능한 바다, 안전한 바다, 지속 가능한 생산적인 바다, 투명하고 접근 가능한 바다. (p. 255)

저자는 '조선왕조실록'을 예로 들어 데이터 축적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바다에 관한 데이터가 쌓이기 시작한 것은 얼마 되지 않았다고 한다. 분쟁지역도 있고 나라별 입장도 달라서 해양조사가 쉽지 않은 곳도 있다고 한다. 심층까지 조사하는 기술도 아직 미비하다. 데이터를 조사하는 방법도 축적되는 데이터를 분석하는 방법도 갈 길이 멀어 보인다. 하지만 직면한 지구환경 문제들을 과학으로 풀어내려면 그 시작점은 해양관측 데이터 축적임을 저자는 강조 또 강조한다. AI의 딥 러닝도 수많은 데이터들이 있기에 가능하지 않았는가. 살만한 지구를 후대에 물려주면 좋겠지만 그것이 어렵다면 적어도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낼 수 있는 데이터라도 잘 챙겨주어야 할 것이다.

자연과학과 사회과학의 융복합 해결책을 찾는 일에 소모적인 경쟁이나 불필요한 논란 등은 최소화해야 한다.

우리의 미래는 외롭고 삭막한 '각자도생'에 있는 것이 아니라 위기의 지구에서 살아남기 위한 '공존'의 지혜 속에 있다. (나가는 글 中)

물은 늘 생명의 어머니 역할을 맡곤 했다. 바다는 지구의 어머니 라는 말을 어릴 때 과학책에서 읽었던 기억이 또렷하다. 그런데 우리는 지구의 어머니를 너무 홀대하며 살아온 것이 아닐까 싶다. 어머니 지구가 인류를 품어주는 데에도 한계가 있을 것이다. 그동안 계속 이용만 했던 지구를 이제는 인류가 좀 돌봐야 하지 않을까. 이 책을 읽으며 지구의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바다를 중심에 두고 이해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올바른 미래를 만들어가기 위해 지금 해양학자들의 어깨가 무거울 듯 한다. 그 무거움을 많은 이들이 공감하고 응원해 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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