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풀니스 - 우리가 세상을 오해하는 10가지 이유와 세상이 생각보다 괜찮은 이유
한스 로슬링.올라 로슬링.안나 로슬링 뢴룬드 지음, 이창신 옮김 / 김영사 / 2019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우리가 세상을 오해하는 10가지 이유와 세상이 생각보다 괜찮은 이유

FACTFULNESS

 

 

작년 연말 이 책을 알게 되었다. 티비에 나왔다고 하던데 (티비를 잘 안보는 나로서는 어떤식으로 나왔는지는 모르겠으나) 그래서인지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여기저기서 이 책 이름이 튀어나왔다. 무엇이 그토록 이 책을 유명해지게 했는지 궁금해지지 않을 수 없었다.

공동저자 3명은 가족관계다. 아버지 한스 로슬링과 아들 올라 로슬링과 며느리 안나 로슬링 륀룬드.

한스 로슬링은 공중보건의 이자 통계학 분야의 세계적 석학이고 테드를 비롯한 다수의 세계적 강의를 진행했던 스타강사이다. 스웨덴 국경없는의사회를 공동설립하고 세계보건기구와 유니세프 등의 구호기구에서 활동하면서 공중보건에 대한 현실을 뼈저리게 깨달았다. 그러한 현실적 문제점을 개선시키기 위해서는 잘못된 인식을 바꿔야 하며 그 인식을 바꾸는데 있어 무엇보다 데이터가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사실에 근거한 세계관'으로 심각한 무지와 싸우기 위해 '갭마인더재단'을 세웠고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팩트체크를 하여 그 결과를 널리 알려 왔다. 이 연구재단에서 아들부부가 활동하며 한스 로슬링을 뒷받침 하는 동시에 많은 사람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다양한 자료를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팩트풀니스 FACTFULNESS - 이 책에서 '사실충실성' 이란 말로 번역되어진 이 말은 저자들이 만들어낸 신조어로, 팩트(사실)에 근거해 세계를 바라보고 이해하는 습관을 뜻한다고 한다.

즉, 이 책은 사실에 근거한 세계관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는 책이다. 따라서 얼마나 우리가 사실에 근거하지 못한 세계관을 가지고 있는지 깨닫게 하는 것부터 시작한다.

저자는 13문제를 질문한다. 어렵거나 한 문제들은 아니다. 예를들어 '세계 인구의 다수는 어디에 살까?' 하는 식의 문제들이다.(모두가 답을 뻔히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그런 질문들?!) 이 13가지 문제에서 인간의 평균 정답률은 16%였다. (세계 유수의 석학들이 모인 곳에서 질문을 던져도 정답률에 큰 차이가 있진 않았다;;) 하지만 3지선다형 문제를 침팬지에게 풀게해서 침팬지가 무작위로 찍어도 정답률은 33%다. 정리하면, 인간은 침팬지가 찍는 답보다 낮은 정답률을 보일만큼 왜곡된 혹은 잘못된 생각을 갖고 있다는 말이다. 어쩌다 이렇게 판단착오를 하게 되었을까?

이 낮은 정답률이 알려주는 결론이 큰 문제인 이유는 사람들이 '세상을 실제보다 더 무섭고, 더 폭력적이며, 더 가망 없는 곳으로, 한마디로 더 극적인 곳'(p. 22) 으로 여기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저자는 '그것을 '과도하게 극적인 세계관'이라고 부른다. 그런 세계관은 스트레스와 오해를 불러온다'(p. 27) 고 말한다. 너무 많은 사람들이 잘못된 세계관을 갖고 있다며 우려를 표한다.

따라서 ''사실충실성'은 건강한 식이요법이나 규칙적 운동처럼 일상이 될 수 있으며, 그렇게 되어야 한다. 일단 연습해보라. 그러면 과도하게 극적인 세계관을 사실에 근거한 세계관으로 대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세상을 암기하지 않고도 올바로 이해할 수 있다. 또 더 나은 결정을 내리고, 진짜 위험성과 여러 가능성을 예의 주시하되 엉터리 정보에 스트레스를 받지 않을 수 있다'(p. 31) 고 구체적인 방법들까지 알려주고 있다.

저자는 다수에게 질문했고 (안타깝게도) 늘 낮은 결과를 확인시켜주었던 13문제를 바탕으로 인간의 10가지 본능을 분석하고 각각마다 원인과 결과 그리고 해결점을 모색한다.

간극본능, 부정본능, 직선본능, 공포본능, 크기본능, 일반화본능, 운명본능, 단일관점본능, 비난본능, 다급함본능, 이 10가지 본능은 때로는 습관으로 때로는 오류논리로 때로는 심리적으로 우리가 너무 일상적으로 이용해왔던 판단근거들이기도 했다. 우리와 그들을 반대적으로 구분하고 지금까지 그래왔다면 앞으로도 그럴거라고 섣불리 판단하고 눈에 보이는 데로 성급하게 결정해왔던 과거의 많은 생각들이 얼마나 잘못됐었는지 하나하나 깨닫다 보면 결과적으로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세상은 훨씬 살만한 세상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왜 굳이 세상을 부정적으로 보려고 하는가? 세상은 생각보다 훨씬 긍정적이었다. 저자의 데이터들이 증명한다.

오해에 사로잡힌 사람을 설득할 때는 그의 의견을 데이터와 비교하는 방법이 매우 유용하다. (p. 41)

첫번째 주제에 따른 그래프부터 눈에 확 띄었는데, 많은 사람들이 여전히 세계를 개발도상국과 선진국으로 구분하고 개발도상국들이 선진국들에 비해 엄청나게 못살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아니었다.

'개발도상국이란 말이 의미없어진지 오래였다. '인류의 85%가 소위 '선진국'에 들어갔다는 이야기다. 나머지 15%중 상당수는 사이에 있고, 6%에 해당하는 13개 나라만 여전히 '개발도상국'안에 있다. 적어도 서양인의 머릿속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은 그대로다. 서양인 대부분은 시대착오적 생각에 사로잡혀 서양 이외의 세상을 바라본다.(p. 46)'

서양인만 그랬을까? 우리라고 달랐을까?

요악하면, 저소득 국가는 대부분의 사람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발전했다. 그리고 그런 나라에 사는 사람은 생각보다 훨씬 적다. 둘로 나뉜 세계에서 다수가 비참하고 결핍된 상태로 살아 간다는 생각은 그야말로 착각이자, 전적으로 오해다. 한마디로 엉터리다. (p. 50)

시원시원한 어투로 옆에서 힘차게 설명해주듯이 문장들이 귀에 쏙쏙 들어와 박히는 것 같았다. 각 장을 마무리할때마다 뒤에서 '사실충실성' 이 이 본능에서는 무엇이고 따라서 이 잘못된 본능을 억제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요점정리까지 해주니 책이 막히는 부분 없이 쑥쑥 읽힌다.

이렇게 희망적인 통계가 많은데, 어떻게 세계가 점점 나빠진다고 말할 수 있는가? 그런식의 생각은 대개 부정 본능 때문이다. 좋은 것보다 나쁜 것에 더 주목하는 본능이다. 여기에는 세 가지 원인이 작용한다. 하나는 과거를 잘못 기억하기 때문이고, 또 하나는 언론인과 활동가들이 사건을 선별적으로 보도하기 때문이며, 마지막으로 상황이 나쁜데 세상이 더 좋아진다고 말하면 냉정해보이기 때문이다. (p. 95)

상황은 나쁘면서 동시에 나아지고 있기도 하고, 나아지고 있지만 동시에 나쁘기도 하다. 세계의 현 상황도 그렇게 생각해야 한다. (p. 103)

 

무조건적으로 부정적인 것도 덮어놓고 희망적인 것도 다 아니다. 그렇게 부정적으로만 생각하지 않을만큼 세상은 희망적이며 마냥 희망적이지 않을만큼 세상은 부정적이다. 다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너무 부정적으로만 세상을 바라본다는 것이 문제인 것이다.

"가난한 아이를 구하면 인구는 '단지' 늘어난다" 는 말은 옳은 것 같지만 사실은 정반대다. 극빈층 탈출이 늦어질 때 인구는 '단지' 늘어난다. 극빈층에 갇힌 세대가 오히려 다음 세대 인구를 더 증가시킬 것이다. 인구 성장을 멈출 수 있는 유일하게 증명된 방법은 극빈층을 없애고, 교육과 피임을 비롯해 더 나은 삶을 제공하는 것이다. 세계적으로 삶이 나아진 부모는 자녀를 더 적게 낳는 쪽을 선택했다. 이런 변화는 전 세계에서 일어났다. 아동 사망률을 낮추지 않고 이런 변화가 일어난 곳은 없었다. (p. 131)

저자가 오랜기간 세계 곳곳에서 구호활동을 해온 만큼 공중 보건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지적하는 부분이 책에서 자주 등장한다. '가난한 아이들을 계속 살리면 인구 과잉으로 지구가 멸망할 것이다' 라며 어린이구호사업을 하는 이들을 말리는 사람들이 은근 많다고 한다. 그 사람들에게 저자는 객관적으로 대응한다. '우리는 모든 방법을 동원해 아동 사망률을 줄여야 한다. 이는 고통받는 아이를 살리는 인간적 행위일 뿐 아니라 현재에도, 미래에도 전 세계에 이로운 행위다'(p. 131) 라고. 인구증가해결을 아동사망률에서 찾지 말라고 정확하게 지적한다.

'위험한 세계'라는 이미지는 요즘 그 어느 때보다 효과적으로 방송을 타지만, 실제 세계는 다른 어느 때보나 덜 폭력적이고 더 안전하다. (p. 152)

공포 본능은 세계를 이해하는 형편없는 지침이다. 공포는 우리가 가장 무서워하지만 위험하지는 않은 것에 주목하게 하고, 실제로 매우 위험한 것은 외면하도록 한다. (p. 172)

우리가 정말로 두려워해야 하는 것은 무엇이고, 사랑하는 사람을 위험에 빠뜨리지 않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이해하려면 공포 본능을 누르고 실제 사망자 수를 따져봐야 한다. '공포'와 '위험'은 엄연히 다르다. 무서운 것은 위험해 보인다. 그러나 정말로 위험한 것에 진짜 위험 요소가 있다. 진짜 위험한 것보다 우리를 놀라게 하는 것에 지나치게 주목하면, 즉 공포에 지나치게 주목하면 우리 힘을 엉뚱한 곳에 써버릴 수 있다. (p. 173)

 

문득 궁금해진다. 지금 코로나 사태는 '공포' 일까? '위험' 일까?

저자에게 묻고 싶지만... 저자는 이 세상 사람이 아니다... 저자가 세운 재단에 묻고 싶지만 나는 한국어밖에 못한다;;;

하지만 일단 지금의 사태가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세계적인 문제이므로 '위험' 이라고 여겨도 되는 것이겠지...?;;;

오늘날 아시아와 아프리카의 많은 나라에서 나타나는 마초적 가치는 아시아의 가치도, 아프리카의 가치도 아니며 이슬람의 가치도 아니고, 동양의 가치도 아니다. 스웨덴에서 60년 전에나 볼 수 있었던 가부장적 가치이며, 스웨덴에서 그랬듯 사회와 경제가 발전하면서 사라질 가치다. 불변의 가치가 결코 아니다. (p. 254)

저자가 13문제를 조사한 나라는 14개국인데 그 중에 한국이 포함되어 있다. 조사대상국가는 오스트레일리아, 벨기에, 캐나다, 핀란드, 프랑스, 독일, 헝가리, 일본, 노르웨이, 한국, 스페인, 스웨덴, 영국 미국이며, 각국의 성인 인구를 대표하도록 가중치를 부여해 구성한 사람들에게 질문을 던졌다고 한다. 이 조사결과는 다양한 그래프로 본문에 자주 이용된다. 14개국이 모두 침팬지보다 낮은 정답율을 보이긴 했지만, 실사례로 한국이 예로 들어질때 마다 마음이 조심스러워졌다.

가부장의 예를 한국에서 경험했던 일화를 인용하기도 하고 군부독재 시절을 (국가성장결과만 봤을때) 긍정적으로 판단하고 있는듯 보이기도 하는데, 만약 저자가 이 책을 들고 내한하여 북토크를 진행했다면 논쟁거리가 되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다. 여하튼, 가부장의 가치가 불변의 가치가 아니라는 말은 좋은데 그것을 과연 성장의 결과로만 볼 수 있을 것인지는 개인적으로 의문이다. 한국이 더 발전하면 가부장이 없어질까? 과연??

우리는 단순한 생각에 크게 끌리는 경향이 있다. 그리고 그 통찰력의 순간을 즐기고, 무언가를 정말로 이해한다거나 안다는 느낌을 즐긴다. 주위를 사로잡는 단순한 생각에서 출발해, 그것이 다른 많은 것을 훌륭하게 설명한다거나, 다른 많은 것의 훌륭한 해결책이 된다는 느낌까지 매끄럽게 쭉 이어지기 쉽다. 세계가 단순해지고, 모든 문제는 단 하나의 원인이 있어 항상 그것만 반대하면 그만이다. 또 모든 문제는 하나의 해결책이 있어 항상 그것만 지지하면 그만이다. (p. 266)

단순하게 생각하는 것이 편리하긴 하다. 나를 세상을 단순하게 규정할 수록 판단이 빨라질 수 있고 해결책도 쉽게 찾을 수 있다. 하지만 옳은 방법이 아니다.

혈액형별 성격 이 생각났다. 혈액형은 크게 4가지이고 따라서 모든 사람을 4가지 성격유형으로 나눈다. 재미반 진심반으로 상대방이 성격을 판단할때 우리는 종종 혈액형을 묻곤 한다. 하지만 세상 사람이 딱 4가지 종류의 성격뿐이겠는가? 다양성을 이해하는데는 노력이 필요하고 받아들이는 데는 더 노력이 필요하지만 세상은 점점 더 다양해 지고 있고 우리는 단순성을 탈피해야 한다.

세계를 정말로 바꾸고 싶다면, 세계를 이해해야지 비난 본능에 좌우돼서는 안 된다. (p. 295)

지금 사는 세상이 부정적으로 보인다면 그래서 바꾸고 싶다면 우리는 객관적이 되어야 한다. 즉, 팩트풀니스 적 세계관을 장착해야 한다.

하지만 팩트를 체크하는 데 사용하는 데이터를 맹신해서도 곤란하다.

 

새로운 증거가 나오면 언제든지 예전의 단정에 의문을 제기하고, 그것을 재평가해 우리가 틀렸다는 사실을 기꺼이 시인해야 한다. (p. 231)

나는 수를 아주 좋아하지는 않는다. 데이터 광팬이긴 하지만, 데이터를 아주 좋아하지는 않는다. 데이터에도 한계가 있다. 나는 데이터가 수치 이면의 현실, 즉 인간의 삶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줄 때만 데이터를 좋아한다. 하지만 수치만 분석해서 얻은 결론은 의심해봐야 한다. (p. 273)

데이터는 진실을 말하는 데 사용해야지, 아무리 의도가 좋아도 행동을 촉구하는 데 사용해서는 안 된다. (p. 337)

 

저자가 데이터를 많이 활용하는 것은 사람들이 그냥 말하면 믿어주지 않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데이터를 들이대면 어느 정도 수긍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데이터를 활용하는 데 있어서도 조심해야 할 점들이 분명히 있다. 저자가 데이터를 대하는 태도들이 그 조심성들이 안심이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과 함께 유발 하라리의 '호모 데우스' 를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 미래사회에서 데이터의 의미에 대해 좀더 폭넓게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저자가 왜곡된 진실들을 10가지루 나누어 밝혀내고 나서 '우리가 '정말로' 걱정해야 할 세계적 위험 다섯 가지'를 알려주는데, 세계적 유행병, 금융위기, 제3차세계대전, 기후변화, 극도의 빈곤 이 그것들이다. 이중 첫번째 위험이 이미 우리가 겪고 있는 현실이 되어 있는 상태다. 우리는 지금의 이 현실을 팩트풀니스하게 잘 판단하고 있는 걸까?

저자는 사실충실성을 실천하는 방법들을 교육계, 업계, 언론인, 활동가, 정치인, 자신이 속한 조직 에 꼼꼼이 조언하고 있다.

그렇게 다시한번 마지막으로 당부하고 있다.

                            

세계는 생각만큼 그렇게 나쁘지 않다.

그리고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도 알 수 있다. (p. 3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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