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인슈타인이 괴델과 함께 걸을 때 - 사고의 첨단을 찾아 떠나는 여행
짐 홀트 지음, 노태복 옮김 / 소소의책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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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의 첨단을 찾아 떠나는 여행

과학과 수학, 그리고 철학의 최근 쟁점을 읽고

위대한 지적 사상가들을 소환한다!

 

 

저자 짐 홀트는 미국의 철학자이자 현대 과학 작가라고 한다. 수학, 과학, 그리고 철학이 함께 어우러진 글을 다양한 매체에 기고해 왔는데, 그렇게 20년간 써온 글들을 모은 것이 이 책이다. 한 흐름에 따라 쓰여진 책이 아니므로 주제에 따라 일부 중복되는 내용들이 등장하는 것도 그래서 그러려니 했다.

그런데 읽다보니 생각보다 과하게 전문적이었다. 그제야 표지에 써있던 '세계적인 과학 학술지 <네이처> 추천 도서' 라는 문구가 새삼 눈에 들어와 박혔다. 학.술.지. 에 실렸던 글들이었구나;;; 그리고 많은 글들이 어떤 책 을 중심으로 풀어내고 있었다. 책 읽던 도중 앞뒤를 다시 훑어보니 책 뒤편에 '감사의 말'에서 이 책의 글들은 대부분 '북리뷰'였음을 알 수 있었다. 즉, 이 책은 어렵고 복잡다단한 사고의 유희였긴 했으나 내가 기대했던 일괄적이고 포괄적인 깨달음을 주는 사상서는 아니었다.

'감사의 말'을 토대로 글이 실린 매체들을 정리해 보았다. 글의 성격을 알면 글의 중심을 파악하기가 개인적으로 수월해서...

(글이 발표된 시기를 알 수 없다는 것이 아쉬웠다. 20년간 쓴 글들인데 그중 언제 쓰여진 글인지 확인할 수 있는 글이 별로 없었다.)

잡지에 (아마도 칼럼식으로 쓰여져) 실린 글이 13, 북리뷰 가 11 이다. 8부는 15편의 글이 다른 부의 글들에 비해 4~5페이지 안팎정도 분량의 비교적 짧은 글들이라 일종의 에세이정도로 읽히긴 한다. (하지만 내용까지 에세이적이지는 않다;;;) 북리뷰의 경우 글의 중심에 있는 책도 나름 짐작해서 제목을 적어보았다. 하지만 북리뷰 임에도 어떤 책에 대한 리뷰인지 알수 없거나, 북리뷰가 아님에도 다양한 책들이 언급되곤 했다.

1부> 영원성의 움이는 이미지

1. 아인슈타인이 괴델과 함께 걸을 때 --- [뉴요커]

2. 시간은 거대한 환영에 불과한 것일까? --- [라팜스 쿼터리]

2부> 수가 활약하는 세 가지 세계

3. 숫자 사나이 --- [뉴요커]

4. 리만 제타 추측, 그리고 최종 승자의 웃음 --- [이어 밀리언]

5. 프랜시스 골턴 경, 통계학... 그리고 우생학의 아버지 --- [뉴요커]

3부> 수학, 순수하고 불순한

6. 수학자의 로맨스 --- [뉴욕 리뷰 오브 북스] < 에드워드 프렌켈의 [내가 사랑한 수학] >

7. 고등수학의 아바타들 --- [뉴욕 리뷰 오브 북스] < 마이클 해리스의 [변명이 없는 수학] >

8. 브누아 망델브로와 프랙털의 발견 --- [뉴욕 리뷰 오브 북스] < 브누아 망델브로의 [프랙털리스트] >

4부> 더 높은 차원들, 추상적인 지도들

9. 기하학적 창조물 --- [뉴욕 리뷰 오브 북스] < 에드윈 애벗 [플랫랜드 : 다차원 세계의 이야기] >

10. 색깔의 코미디--- [뉴욕 리뷰 오브 북스]

5부> 무한, 큰 무한과 작은 무한

11. 무한한 비젼 --- [뉴요커]

12. 무한 숭배 ---[런던 리뷰 오브 북스] < 3인공저 [무한에 이름 붙이기] >

13. 무한소라는 위험한 발상 --- [뉴욕 리뷰 오브 북스] < 에이브러햄 로빈슨 [비표준 해석] >

6부> 영웅주의, 비극, 그리고 컴퓨터 시대

14. 에이다를 둘러싼 논란 --- [뉴요커]

15. 앨런 튜링의 삶, 논리, 그리고 죽음 --- [뉴요커]

16. 닥터 스트레인지러브가 '생각하는 기계'를 만들다 --- [뉴욕 리뷰 오브 북스] < 조지 다이슨 [튜링의 대성당] >

17. 더 똑똑한, 더 행복한, 더 생산적인 ---[런던 리뷰 오브 북스] < 니콜라스 카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 : 인터넷이 우리의 뇌 구조를 바꾸고 있다] >

7부> 다시 살펴보는 우주

18. 끈이론 전쟁, 아름다움은 진리인가? --- [뉴요커]

19. 아인슈타인, '유령 같은 작용', 그리고 공간의 실재 --- [뉴욕 리뷰 오브 북스]

20. 우주는 어떻게 끝나는가? --- [슬레이트]

8부> 짧지만 의미 있는 생각들 --- [링구아 프랑카] (15개 글 중 일부는 슬레이트 와 뉴욕타임스북리뷰 와 뉴욕타임스매거진 에 실림)

9부> 신, 성인, 진리, 그리고 헛소리

21. 도킨스와 신 --- [뉴욕 타임스 북 리뷰] < 리처드 도킨스 [만들어진 신] >

22. 도덕적 성인에 관하여 --- [뉴요커] < 닉 혼비의 [좋은 사람 되는 법] >

23. 진리와 지칭 --- [링구아 프랑카]

24. 아무 말이나 하세요 --- [뉴요커] < 해리 프랑크푸르트의 [헛소리에 관하여] >

이 책의 글들이 북리뷰에 실렸다고 해도 북리뷰처럼 읽히지 않는것은 딱 한권의 책을 꼬집어 말하기 보다는 다른 내용들과 섞어 풀어내고 있기 때문이고,

이 책의 글들이 잡지에 칼럼식으로 실렸음에도 북리뷰처럼 읽히는 것은 과학과 수학과 철학적 내용이 담겼을 다양한 논문과 책을 바탕으로 풀어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참 묘한 것이 모든 글들이 굉장히 중립적이다. 그러나 어느 한쪽 입장을 대변하지 않는 것 같긴 한데, 그게 참 기묘하다고 느껴지는 것이 칭찬과 욕을 동시에 하고 있달까... 이랬다저랬다 식의 입장변화는 아닌데 이쪽저쪽 절충하는 방식이 교묘해 보였다.

예를 들어,

미 국방부에서 군사 시스템을 제어하기 위해 사용하는 프로그맹 언어의 명칭은 '에이다Ada' 이다. 조지 고든 바이런 경의 딸인 에이다 바이런의 이름을 땄다. 오거스타 에이다 바이런-결혼 후에는 러브레이스 백작 부인이 되는 인물-은 나중에 컴퓨터 프로그래밍이라고 불리는 작업을 처음 했다고 널리 알려져 있다. 평생 그녀는 수학 천재, 일명 '수의 여자 마법사'로 통했다. (p. 235)

(메나브레의 프랑스어 논문 '해석기관 개요' 를 번역하며 그녀가 붙인) 주석에 담긴 내용 중에서 어느 것이라도 그녀가 '독창적으로' 알아낸 것이 있는지는 의심스럽다. (p. 243) 사실 동물 자기장을 다룬 논문에 관해 쓰다 만 검토서를 빼고는 여생 동안 아무런 중요한 저술을 남기지 않았다.(p. 245) 사실 에이다는 미적분의 초급 과정을 배우는 학생이었을 뿐이다. (p. 247)

최초로 컴퓨터 시대의 도래를 알린 이가 바로 신경이 예민한 젊은 여인이자 시인의 딸이자 자신을 요정으로 여긴 에이다 러브레이스다. (p. 249)

14. 에이다를 둘러싼 논란

 

 

에이다의 현재적 위치를 조명하며 과거 에이다의 삶을 통해 에이다의 과대망상과 부풀려진 명성을 비판하는 내용으로 배비지나 다른 인물들의 중요성과 함께 쭉 서술하는듯 하다가 결론에 가서는 명확한 판단을 보류하는 느낌이었다. 그래서 에이다가 중요했다는 걸까? 의미없다는 걸까?

'더 똑똑한, 더 행복한, 더 생산적인' 이란 글에서 컴퓨터 시대의 도래와 관련된 서술은 더욱 교묘했다.

책을 읽는 내내 전반적으로 저자의 서술방식이 대중적이라고 여겨지지는 않는다. 굉장히 학자적이다. 내게는 그랬다.

 

나는 유머와 수학은 100만 년이 지나면 자리를 바꾸리라고 본다. 하지만 아득히 먼 미래에 농담은 어떤 모습일까? 더 차원 높은 웃음은 부조화가 영리한 방식으로 해소되어 즐거운 인식의 감정적 흥분을 일으킬 때 표출된다. 기이하고 불가사의한 무언가를 이해한 줄 알고 있다가, 갑자기 아무것도 쥐고 있지 않다는 사실을 깨달을 때 그런 웃음이 생기는 법이다. 리만 제타 가설은 다가올 영겁의 세월이 지나 마침내 풀릴 때, 그런 해소를 우리에게 선사할 것이다. 그때에는 즐거운 웃음소리가 퍼지는 가운데 소수의 플라톤적 독보성은 사소한 동어반복으로 변하고 말 것이다. 오늘날 인간 정신이 생각해낸 가장 위대한 문제가 100만 년 후에는 학생들에게나 어울리는 약간 천박한 농담이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 정신이 번쩍 든다. ('리만 제타 추측, 그리고 최종 승자의 웃음 中 p. 80)

미래의 학생들에게 농담이 될지도 모를 수학적 과학적 철학적 논제들이, 저자는 술술 풀어내는 그 논리들이 내게는 그저 어렵고 어려웠다.

물론, 새로 알게 된 것들도 많았고 따라서 배운 것들도 많았다.

'수' 나 '시간' , '차원' 에 대한 새로운 사고, '대수와 기하'의 통합에 대한 논제, '색깔정리' 를 둘러싼 무용한 논쟁을 통한 수학적 성격, '무한' 을 통한 수학과 철학 그리고 과학의 연결, 수학사와 과학사에 가까운 이론들의 발전사, '끈이론' 에 대한 논쟁사, '양자물리학' 의 두 입장(물리학이 예측을 하기 위한 수단인가, 아니면 실재를 통합적으로 드러낼 원대한 방안인가), 우주 종말론의 세 입장( 빅크런치- 최종적인 붕괴, 빅칠-꾸준한 속도로 영원한 팽창, 빅크랙업-점점 더 가속되는 영원한 팽창), 아이디어의 도용과 착상에 대한 차이, 괴델, 골턴, 프렌켈, 앨런 튜링, 폰 노이만, 푸엥카레의 일화들 은 새롭고 흥미로웠다. (특히, 앨런 튜링과 골턴 경)

하지만 역시나 이 책을 제대로 이해하기엔 내 지적수준이 한참 모자람을 깨달아야 했다.

저자는 이런 글들을 쓰면서 이런 글들의 내용을 소통할 수 있는 지인들이 옆에 많았던 모양이지만, 오직 이 한권의 책으로만 그 많은 과학적 추측과 수학적 논리와 철학적 통찰을 경험하기에는 나로서는 영... 방법이 없었다;;; 천재들의 창의성을 다룬 '생각의 탄생' 이라는 책에서 느꼈던 소외감을 이 책을 통해 다시한번 느끼며 아인슈타인이 괴델을 만났을때 느꼈던 심정을 저자와 공유하지 못한 나를 탓해보는 걸로 마무리한다.

 

 

연구소의 다른 회원들은 이 우울한 논리학자를 찜찜해하고 난처해했지만 아인슈티안만은 사람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자신이 연구실에 나오는 까닭은 '잔지 쿠르트 괴델과 함께 집으로 걸어가는 특권을 누리기 위해서' 라고.

지적인 고립의 감정을 공유했던 둘은 서로의 사귐에서 위안을 찾았다. 연구소의 또 다른 누군가는 이렇게 말했다.

"둘은 다른 누구와도 이야기하고 싶어 하지 않았다. 자기들끼리만 이야기하길 원했다" (p. 19)

 

 

- 리뷰어스 클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만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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