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을 처음 읽었다.
이름은 많이 들어봤고 추리소설도 좋아하지만 일본작가의 소설을 찾아 읽을만큼 일본소설을 좋아하진 않아서 기회가 생겼을때 드문드문 읽어왔는데, 그러던 중 이 책이 손에 들어왔다.
읽고나니 아~! 싶었다.
왜 그렇게 저자의 책이 많이 읽히는지를 여실히 느낄 수 있었다.
손에 잡자 마자 두어시간만에 단숨에 읽어내렸다. 가독성이 정말 대박이라서 킬링타임용 책으로 으뜸이었다. 별생각없이 가볍게 책을 읽고 싶을때 저자의 작품을 읽어본 사람이라면 주저없이 또 선택하게 될 것 같은, 그야말로 '재미' 용 소설. 개인적으로 기욤 뮈소의 작품들도 비슷한 느낌이었다.
1986년에 발표된 작품이라는데 읽으면서 그닥 촌스러움을 느끼지 못했다. 낡지 않은 추리감각이 여전히 베스트셀러 순위에 작가의 작품들을 올려놓을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쫀쫀한 긴장감으로 몰입되다가 한순간에 터지면서 꿰어맞춰지는 퍼즐식이 아니라 하나를 알아내면 둘을 알게 되고 그다음 셋 이런 식으로 다 해결됐구나 싶었을때 또다른 숨은 의미가 나오는 (마트료시카인형이 생각나는) 전개방식은 설마 또있겠어 하며 인형뚜껑을 열었을때 정말 또 인형이 들어있는 발견의 재미를 주었다.
1년 전 어느 펜션에서 오빠가 자살했다는 연락을 받았던 여동생 나오코는 딱 1년이 되는 시기를 맞춰 그 펜션에 가보기로 한다.
영국의 전래동요 '머더구스' 라는 이름을 가진 펜션은 방 이름도 그 동요에서 따온 별칭으로 지어졌는데, 8년전 한 영국부인이 자신의 별장을 마스터에게 팔면서 '머더구스' 동요와 관련된 조건들을 내걸었고 마스터는 합의 후 별장을 인수하여 펜션사업을 시작했다.
이 펜션은 인적이 거의 없는 한적한 곳에 위치해 있어서 아는 사람도 별로 없을 것 같은데 매년 같은 시기 같은 사람들이 숙박을 한다.
그래서 나오코는 같은 시기 숙박을 하는 그 사람들 중에 오빠를 살해한 범인이 있을 것으로 예상하며 오빠가 묵었던 그 방에 숙박을 예약했다. 나오코는 오빠가 자살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크지 않은 이 펜션에 머문 사람들은 평범해 보이기도 하지만 이상스럽게 보이기도 한다.
그들은 왜 매년 같은 시기에 이곳에 오는가?
방마다 걸려있는 액자 속 동요는 왜 이렇게 이상한가?
누군가는 그 동요에 얽힌 숨은 의미에 집착하고 누군가는 그 동요에 아무 관심이 없지만 그 사람들 모두 나오코의 오빠가 그 동요에 관심이 많았다는 것을 기억하고 있었다. 그리고 갑자기 오빠가 죽었다. 외부침입이 불가능한 밀실에서. 구하기 힘든 독약을 먹고.
오빠의 죽음과 관련된 단서를 추적하던 중 2년 전 비슷한 시기에 있었던 한 남자의 추락사를 알게 된다.
그리고 그 추락사 1년 후 나오코의 오빠가 죽었다.
그리고 오빠의 죽음 1년 후 의심할 여지가 많던 숙박객 남자 한명이 사고사 한다.
그 남자가 오빠의 죽음과 관련되었을 거라 생각했는데 갑자기 사고사라니, 이제 본격적인 범인 색출 추리가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