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더풀 사이언스 - 아름다운 기초과학 산책
나탈리 앤지어 지음, 김소정 옮김 / 지호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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퓰리처상 수상 작가 나탈리 엔지어가 안내하는 즐겁고 유쾌한 과학의 세계

과학을 사랑하는 작가가 알려주는 과학의 진정한 재미

아름다운 기초과학 산책

 

 

번역된 책을 읽을때 원서의 제목과 한국어판의 제목 사이에서 원래의 제목이 더 나았던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이 책은 한국어판 제목이 더 마음에 든다. 원래는 The Canon - A Whirligig Tour of the Beautiful Basics of Science : 규범 - 아름다운 과학의 기초에 대한 공전 이 제목이지만 '원더풀 사이언스'라는 제목이 훨씬 더 잘 어울린다. 기초과학의 다양한 분야를 산책하듯 읽게되는 이 책은 정말 사이언스를 원더풀 하게 느끼게 해주는 책이었기 때문이다.

미국의 대표적인 과학 작가 라는 저자는 다양한 매체에 다양한 과학관련 글을 쓰는 사람이다. 과학자가 아니라 과학작가 라서 그런지 글을 정말 잘 쓴다. 그러니 과학기사로 퓰리처상까지 받았겠구나 싶고. ㅎㅎ 그리고 정말 과학을 사랑하는 사람이다. 왠만한 과학자보다 과학에 대한 애정이 더 많은 것 같다. 그 마음이 책을 읽는이에게 자연스럽게 전해지고 있어서 이 책을 읽은 독자라면 아마도 과학에 대한 애정이 없다가도 생겨났을 것 같다. 물론, 나는 원래 갖고 있던 애정이 더 높아진 경우다. ㅎㅎ

과학 발전의 미래는 응용과학의 활용이 아닌 기초 과학에 얼마만큼 투자하느냐에 달렸다. 오늘날 국회가 배정하는 과학 예산은 너무 적어서 천재나 우연한 발견에만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니 현행 과학자들을 보듬어 살피고 미래의 꿈나무들이 자랄 터전을 마련해주자. 과학 친화적인 환경을 조성하고 많은 어린 학생들이 과학 분야에 진출할 수 있도록 격려해주자. (p. 22)

누구나 과학을 알아야 하는 이유는 우리가 노래를 부르고 놀이를 하자고 하는 이유와 같다. 이런 것들은 재미있다. 재미있는 것은 좋은 것이다. 과학박물관이 재미있는 이유도, 아이들이 과학을 좋아하는 이유도 모두 그 때문이다. 과학은 재미있다. (p. 26)

이 책은 과학의 활동적인 아름다움과 진가를 인정받게 하기 위한 작은 시도이다. (p. 29)

 

여느 책보다 긴 서문에서 저자는 과학에 대한 애정을 마구마구 드러낸다. 이 재미있는 학문을 많은 사람이 알아야 하는게 당연하다고 시종일관 유쾌상쾌발랄하게 서술하는 저자의 글을 읽다보면 왠지 함박웃음을 짓고 큰 목소리로 반짝반짝 눈을 빛내며 '재밌지?' 하고 동의를 구하는 듯한 저자와 마주하고 있는 기분이 든다. 나는 물론 저자의 말들마다 고개를 끄덕이고 박수까지 쳐가며 '재밌어요!!!' 하고 동의해줄 참이다. 참 기분좋게 읽히는 과학책이다.

기초과학에 대한 예산부족과 자라나는 꿈나무 육성 환경에 대한 아쉬움은 '코스모스의 칼 세이건'을 생각나게 했다. 칼 세이건도 과학에 대한 솟구치는 애정을 담아 글을 쓰고 연구하면서 내내 예산관련담당자들을 쫒아다녀야 했다. '코스모스'도 참 아름다운 책이었다.

이 책을 쓰는 과정에서 직접 이야기를 나누거나 전화나 이메일로 의견을 교환하면서 이 나라 유수의 대학과 연구소에서 근무하는 수백 명이 넘는 과학자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과학자들은 찾았으면 하고 바라는 세계가 아니라 찾아낼 세계를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나는 소소의 큰 얘깃거리에 대해 다수의 작은 질문들을 하는 방식을 택했다. 비과학자들에게 과학을 알려주는 가장 좋은 방법은 많은 지식을 폭넓게 다루는 것이 아니라 몇 가지 주제를 깊게 다루는 것이다. 과학자들은 내가 전에도 들어봤던 것 같은 이야기들을 하고 있었다. 그 느낌이 근사했던 이유는 과학자들의 말을 통해 내가 알고 있던 기본적인 과학 지식들이 나만의 자의적이고 특이한 주장이 아니라는 근거와 자신감을 얻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p. 32~35)

저자는 수많은 과학자들에게 질문하고 이야기를 듣고 어떻게 더 잘 전달할까 고민하며 이 책을 썼을 것이다. 그 과정에서 스스로도 과학에 대한 애정을 다시한번 더 진하게 확인했을 것이다. 때로는 일상적인 이야기를 하다가 때로는 전문적인 과학이론을 설명하는 이 책은 과학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이 읽어도 읽을만하게 자연스러운 흐름과 강약조절이 되어 있다. 그렇게 '찾았으면 하고 바라는 세계가 아니라 찾아낼 세계를 받아들이고 있는' 수많은 과학자들을 만나게 해준다.

저자는 기초과학 중에서 9 가지 주제를 선택했다. 과학적으로 생각하기, 확률, 척도, 물리, 화학, 진화생물학, 분자생물학, 지질학, 천문학

<과학적으로 생각하기 : 유체 이탈 체험>

과학은 단순히 사실의 집합이 아니다. 과학은 마음의 상태이다. 세상을 바라보는 방법이며 본질을 드러내지 않는 실체를 마주하는 방법이다. 가장 정교한 발톱으로 문제를 공격해 느낄 수 있고 음미할 수 있는 조각으로 갈기갈기 찢는 기술이다. (p. 38)

과학자들은 모든 이들이 이해할 수 있는 진실이 있으며, 그 진실을 다른 이들과 공유하고 그들이 납득하는 방식으로 이해할 수 있다고 굳게 믿는다. 원한다면 우리는 이 진실을 주관적 진실이나 의견, 혹은 '계속해서 좋아하는 것이 변하는 변덕스러운 태도'와 반대되는 듯으로 '객관적' 진실 이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 (p. 43)

객관적인 진실이 존재한다는 것, 그리고 그 진실을 우리가 이해할 수 있다는 사실은 너무도 간명한 과학의 아름다운 진리로, 그 아름다움의 깊이는 거의 한량할 수가 없다. (p. 45)

과학자들은 똑똑해 보일 때도 있고 멍청해 보일 때도 있는 법이니 그것 때문에 걱정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언제나 진실해야 한다. 보고서의 결론은 언제나 정당한 것만이 담겨 있어야 한다. (p. 61)

 

과학적으로 생각한다는 것은 유체이탈체험을 하듯이 나를 나 아닌 다른 존재처럼 새롭게 생각할 수 있다는 것이다. 나를 신체에너지적 측면에서 분석할 수도 있도 진화생물학적으로 생각할 수도 있다. 과학은 모든 것을 상상케 하고 모든 것을 발견하게 한다. 하지만 과학은 오직 진실만을 객관적으로 말하는 학문이기에 정직하고 정당해야 한다. 과학적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질수록 세상은 차갑고 각박해지는 것이 아니라 합리적이고 정의로운 세상이 될수도 있다. 물론, 과학을 진심으로 생각할때만 가능하겠지만.

사람들은 위대한 과학 혁명이란 기존 지식을 완전히 뒤지어엎는 것이라는 잘못된 생각을 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 대다수의 위대한 과학이론은 기존 이론들을 통합하고 완벽히 흡수해 더 큰 진보를 이룩해왔다. (p. 66)

과학은 불확실하다. 왜냐하면 과학자들은 정말로 어떤 것을 완전히 반박할 수 없게, 중성미자만큼의 의심도 남지 않게 증명을 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또 과학자들은 그런 시도도 하지 않는다. 대신에 과학자들은 틀린 부분이 아주아주 적은 가장 그럴듯한 설명을 찾을 때까지, 경쟁하는 가설들을 제거해나간다. 되도록이면 틀린 부분이 가장 적은, 가장 좋은 가설을 찾을 때까지. (p. 70)

오해의 근원을 세밀하게 조사해나가는 과정이 그리 즐겁지는 않겠지만 그렇게 해서 실수는 멍청한 일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다. 오해와 실수에도 분명 어떤 논리적인 이유가, 논리적이지 않다면 적어도 우스꽝스러운 이유가 있다. 더구나 어떤 과정을 거쳐 자신의 생각이 형성되었는지를 알게 되면 필요할 때마다 그 생각을 수정하고 개선하고 재가공할 수 있으며 기존 생각을 과학이 추구하는 진리에 가까운 생각으로 바꿀 수도 있다. (p. 84)

 

갑자기 발견되는 것은 없다. 아무것도 몰랐는데 깨달아지는 것은 없다. 모든 것은 다 작건 크건 앞선 과정들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다. 아르키메데스의 유레카도 그가 이미 과학자이고 물질과 부피에 대한 기초개념을 알고 있었기에 목욕탕에서 유레카를 외칠 수 있었던 것이다. 과학은 연결하고 통합하고 오류를 제거해나가는 삶의 한 방식이 될 수 있다. 과학적으로 생각한다는 것은 과학자에게도 과학자가 아닌 사람에게도 필요하고 또 좋은 것이다.

<확률 : 누구를 위한 종형 곡선인가?>

"우리 뇌는 확률적으로 생각하도록 되어 있지 않습니다. 우리에게는 주관적이고 감상적인 방식이 완전히 머릿속에 박혀 있죠. 이런 사고방식이 굉장한 추진력을 주는 경우도 있지만 판단력을 흐려 완전히 그릇된 판단을 하게 만들기도 합니다." 확률적 사고방식에 익숙해지기 위한 좋은 방법 중 하나는 주관이 대단한 위세를 떨치고있는 영역에 확률적 사고를 적용해 보는 것이다. (p. 99)

"통계를 가지고 거짓말 하기는 쉽다. 그러나 통계 없이 거짓말 하기는 훨씬 쉽다" 또한 '통계에 말을 걸 수 있는' 몇 가지 방법이 있다. 많은 과학자들은 통계를 향해 간단한 질문을 던져보라고 제안한다. 통계가 제시하는 수치, 조사결과, 상관관계가 말이 되는지, 다시 말해서 객관적인 진실과 일치하는지 질문해보는 것이다. (p. 121)

통계 자료가 있으면 어떤 맥락의 자료인지 파악하고 배경 정보를 앞으로 가져와 살펴볼 수 있어야 한다. (p. 124)

 

인간의 뇌는 은근 변화를 싫어한다. 하던데로 계속 하고 싶고 생각하던 데로 계속 생각하고 싶고 어쩌다 일어나는 일은 예외로 지워버리고 싶어한다. 너무나 당연하게 생각되는 일에 대해 확률과 통계적 근거가 제시된 반론은 그제서야 뇌에 객관적인 진실을 전달한다. 물론, 확률과 통계를 곧이곧대로 다 믿어서는 안된다. 예를들어, 한 마을의 평균소득을 조사했는데 대부분이 극빈자층이고 단 한명의 워렌 버핏 이 있어서 미국 상류층의 평균소득과 같은 수치가 나왔다면 우리는 이 숫자를 믿어서는 안될 것이다. 확률과 통계는 그 배경정보를 꼼꼼이 확인해보았을때 의미있는 정보가 된다. 과학은 의미있는 정보들만을 골라낸다.

<척도 : 크기와 놀다>

겉만 봤을 때, 우리 인간은 시간이나 날짜, 계절, 연도라는 독특한 시간 단위와 우리가 직접 보고, 만지고, 측정할 수 있는 도구와 관련해서 삶을 바라보게끔 진화한 것 같다. 왜냐하면 우리는 언제나 그것들을 가지고 일해야 하고, 그것들은 우리의 삶을 만들어가는 데 없어서는 안 될 도구이기 때문이다. (p. 128)

보이지 않는 시간도 보이는 물체의 크기도 우리는 저마다의 단위들로 표현하고 측정한다. 시간은 우주의 크기를 가늠할 수 있는 광활한 크기가 되기도 하고 십억분의1초인 아토초라는 소립자들의 시간으로 쪼개지기도 한다. 한눈에 담을 수는 없어도 눈에 보이는 거대한 물리적 공간을 측정할 수 있듯이 눈에 보이지 않는 세포의 미세한 크기도 측정할 수 있다. 인간이 만들어낸 다양한 척도는 인간세상을 인간의 이해가능한 범위로 알맞게 재단해 주는 듯 하다.

<물리 : 그리고 내게는 공허가 가득 차 있네>

물리학은 기본적은 물질과 힘을 탐구하는 과학이기에 과학 공부를 시작하는 첫 번째 과목이 될 자격이 충분하다. 그러나 대부분의 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은 생물을 시작으로 과학을 배우게 된다. 생물을 배우면 그 다음은 화학을 배우며 물리는 접하는 것은 졸업할 무렵이 되어서다. 어린 학생들에게는 쉬운 것부터 어려운 것 순으로 가르쳐야 한다는 보수적인 생각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과학자들 중에서는 물리를 먼저 가르치고 생명과학은 나중에 가르쳐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많다. 여러 과학자들은 물리학은 생물학과 화학을 위한 기초 학문인데, 콘크리트로 기초를 세우기도 전에 벽을 쌓아 올리고 지붕을 얹는 일은 말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그들은 또한 제대로 가르츠기만 하면 물리학이 분명히 배울 가치가 있는 다른 과목들에 비해 특별히 어렵지도 않다고 말한다. (p. 155)

저자또한 위 과학자들의 의견에 찬성한다고 말한다. 그렇구나 싶으면서도 사실 물리학이 어려웠던 나로서는 쉽게 찬성이라는 말이 나오진 않는다. 학창시절에 과학을 좋아해서 화학, 생물, 지구과학은 다 재미있게 했음에도 불구하고 물리는 도저히 잘 되지 않았다. 지금의 학생들에게는 물리가 쉽게 가르쳐지기를 바랄 뿐이다.;;;

형태도 없는 것에서 우리가 원자라고 부르는 영광의 구름이 생겨났으며 먼지와 재로부터 우리가 알고 있는 과정을 거쳐 별이 태어났다. 원자들은 자신들의 영역에만 머물 생각이, 외로운 원소로 남을 생각이 전혀 없다. 원자들은 활발하게 다른 원자들과 손을 맞잡아 이 세상이 분자들로 넘쳐나게 만들며, 화학은 당당하게 열역학 법칙을 면전에서 비웃으며 선언한다. 우리는 생명르 만들어낼 줄 안다고! 이제 화학의 세계로 넘어가보자. (p. 205)

<화학 : 불, 얼음, 스파이 그리고 생명>

우리가 사는 지구에는 화학이 가득하다. 물질은 온도에 따라 고체, 액체, 기체라는 세 가지 상태로 존재하고 태양이나 불을 땔 때 나오는 에너지로 한 분야의 원자 배열을 바꾸어 다른 분자로 만들 수 있다. "이 세상에 115명밖에 없다면 얼마나 지루하겠습니까. 마찬가지로 이 세상에 115개의 원소만 있다면, 115개의 원자가 이 세상에 있는 물질의 전부라면 얼마나 재미없겠습니까. 이야기할 것이 아무것도 없겠죠. 하지만 우리 세상은 그렇게 지루한 세상이 아닙니다. 115가지 원소로 거의 무한에 가까울 정도로 다양한 분자를 만들어낼 수 있는 겁니다. 화학은 분자에 관한 학문입니다. 우리도 분자이지요. 화학은 정말로 인간적인 학문입니다" (p. 210)

화학의 기본 주제는 분자와 분자를 한데 묶고 결합시켜 그 분자만의 특성을 만드는 화학결합이다. (p. 212)

생명체가 탄소를 기반으로 하는 화합물로 이루어져 있는 이유는 탄소가 생명을 유지하는 데 가장 적합한 분자를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탄소는 융통성과 친화력을 두루 갖춘 강하고 뛰어난 지략가이다. (p. 227)

 

화학은 내가 제일 좋아했던 과학분야였다. 나는 질서정연한 그 규칙들이 좋았다. 원소 하나만 배열을 바꿨는데 전혀 다른 물질이 되는 것이 신기했다. 화학은 실험의 학문이다. 과학실에서 색색의 불꽃들을 구경하는 것도 좋았다. 교과서로 배우지 않게 되어서도 미세먼지부터 요리까지 일상의 곳곳에 화학이 있었다. 어쩌면 이 책의 제목인 canon 에 가장 잘 어울리는 과학은 화학이 아닐까.

<진화생물학 : 모든 몸들의 이론>

당신이 생각하는 신이 어떤 형태를 띠고 있건 간에 전혀 문제될 것이 없다. 지구에 살고 있는 모든 생명체들을 연결하는 근원적인 원리를 깨닫는 데는 종교적인 문제로 고민할 이유가 전혀 없다. 우리 주위에서 보는 생명, 우리가 소유하고 있는 생명은 우리보다 앞선 형태의 생명체가 진화해온 것이고, 우리보다 앞선 생명체들도 그보다 앞선 생명체들이 진화한 결과이다. 새루온 종들은 그 범위와 능력이 거의 전능에 가까운, 어떠한 자격도 보완물도 안전장치도 변호자도 필요없는 자연선택이라는 위대한 힘을 통해 진화해온 생명체들이다. (p. 253)

진화론의 태동은 종교와 직접적인 마찰을 빚었다. 서양에서 종교는 오랜 세월 인간의 삶을 지배해왔다. 하지만 우리나라에 그러한 종교가 들어온 역사는 그리 길지 않다. 어쩌면 진화론에 가장 편견없이 접근할 수 있는 토대가 우리에게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왜 이렇게 진화생물학 이라는 분야가 우리에게 낯선 학문이 되어 있는 걸까... 뒤는 돌아보지 않고 오로지 앞만 보며 성장해온 시간들 때문인 걸까? 과거를 거슬러 오르는 진화 보다는 미래를 앞지르는 유전공학 쪽으로?

진기한 생물들로 가득 찬 자연의 캐비닛 어디를 뒤지건 진화가 아무렇게나 마음대로 대충 만든 것은 하나도 없다. 자연의 많은 부분이 일부러 디자인한 것처럼 보이다면 그것은 실제로 디자인되었기 때문이다. 외부에서가 아니라 내부에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지상에서 살아남기 위해 끊임없이 애쓴 결과이다. (p. 291)

"생물들에게는 자기들만의 역사가 있지요. 자연선택은 생물들이 조상들에게 물려받은 재료만을 가지고 일을 해야 합니다. 그래서 돌고래가 아가미를 갖는 방향으로 진화가 일어나는 일은 없으며 거북 등껍질에서 티타늄을 발견하는 경우도 없을 겁니다. 완전한 무에서 박쥐를 만들어낼 수도 없지요" (p. 293)

초기 생명체들의 화석 증거는 안타깝게도 사실상 전혀 남아있지 않다. 처음 자신들을 복제하기 시작한 생명체의 모태를 이룬 분자들이 어떤 물질을 포함하고 있건간에 단단한 부분이 없었기 때문에 퇴적물 속에 흔적을 전혀 남길 수 없었다. 자신이 가진 화학물질을 외부 환경에서 분리해내는 데 성공하고 나와 내가 아닌 것을 구분하는 탄력적인 지방질 막을 만들어 '이제 나는 세포다'라고 소리칠 수는 있었지만 최초의 생명체들은 미래의 일까지 생각하기에는 아직 너무나도 어렸다. 그러나 어쨌거나 생명체는 탄생했고 한 가지 점만은 분명하다. 생명은 너무나도 살아 있음을 사랑하기에 일단 삶의 첫 발을 내디딘 후로는 한 번도 사는 것을 멈춘적이 없다. (p. 307)

 

여타의 과학들이 그러하듯이 진화생물학도 갑툭튀는 없다. 앞선 것이 있었기에 뒤엣 것이 나올 수 있었다. 그리고 그렇게 쌓여가는 것들로 점점 각자 다른 것들로 진화해 왔다. 내게 고조의고조의고조의 선대조상이 나의 핏줄이라 해도 멀고 먼 관계로 여겨지듯이 한번 갈라지기 시작하면 점점더 멀고 멀고 달라지는 진화의 과정은 놀라운 분야이다. 눈에 보이는 화석이 진화의 처음을 알려줄 순 없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세포들이 점덤 더 진화의 처음을 알려주고 있다. 과학은 정말 신기하다.

<분자생물학 : 세포와 부속품>

세포들의 유전암호를 조사해본 결과 우리는 오늘날 지구상에 존재하는 세포들이 여러 개의 조상에서 각자 갈라져 나와 다른 경로를 밟아온 후손들이 아니며 모든 세포가 하나의 공동 조상 세포에서 나온 후손들임을 알고 있다. 세포들의 내부 구조도 같은 사실을 말한다. 세균 세포이든 옥수수 세포이든 초파리이든 간에 생명체들의 세포 구조는 모두 같다. 어떤 장소에서 서식하건 간에 세표는 자신이 생명체의 보편적인 기본단위이며 그토록 완벽하게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이유를 확실히 알려주는 일련의 특징들을 확연하게 드러내 보인다. (p. 317)

어떤 생물학 책에도, 세포는 생명체의 기본 단위이자 살아 있는 생명체로 볼 수 있는 물질의 최소 단위라고 나와 있다. (p. 318)

우리는 가장 나은 세상일지는 모르지만 완벽하지는 않은 세상에서 살고 있다. 세포가 분열하고 DNA가 복제될 때마다 실수가생긴다. (p. 353)

 

미국에서의 기초과학 분류는 우리나라와 달라서 이 책의 소단원들이 이런 제목들인건가?;;; 지구과학, 생물, 화학, 물리 이렇게 구분되어져 있던 기초과학에 대한 분류는 이 책을 읽으면서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다. 물리와 화학은 그대로인데 생물과 지구과학은 이 책에서 각각 두 분야로 나뉘어 설명된다. 진화생물학과 분자생물학 그리고 지질학과 천문학. 어쨋든 과거적인 것과 미래적인 것이 나누어진 느낌이다. 4가지 과학중에 생물과 지구과학이 기초라서 쉽고 물리와 화학이 상위학문이라 어렵다고 생각했었는데 아니었다. 물리와 화학은 오히려 현재학문이고 생물과 지구과학이 과거와 미래를 포함하는 상위학문이었다.

여하튼, 세포들의 이야기는 마치 레고블럭 같았다. 세포라는 기본 단위는 같은데 모여있는 모습들은 천차만별인것이. 어쩌면 당연하게도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은 나아진 세상일수는 있으나 완벽해진 세상이라고 할 수는 없다. 그리고 사실 완벽해는것이 좋다거나 완벽해져야겠다는 생각도 없다. 점점 더 나아지는 것이 자연스럽고 바람직한 방향이 아닐까.

<지질학 : 세계의 조각들을 상상하기>

만약 온 세상이 당신의 연구 주제라면, 당신은 정말로 다재다능해야 할 것이다. 지질학자들은 정말로 많은 학문 분야를 섭렵해야 한다. 지질학자들은 현장 연구도 해야 하고 연구실에서 실험도 해야 하며 물리학, 생태학, 미생물학, 식물학, 고생물학, 복잡성 이론, 역학은 물론이고 컴퓨터 모델링도 한다. 지질학자들은 단백질 화학자들과 함께 3차원 입체 영상 만들기로 경쟁을 할 정도이다. 지질학자들은 야외 활동도 좋아한다. (p. 361)

이 책을 읽으며 과학은 정말 복잡다단하게 서로 얽혀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독립적인 학문은 없다. 전부 다 서로 연결된다. 과학자들은 모두 다 참 다재다능해야 하는 것 같다.

지구는 거대한 열 엔진이고 자신을 식히기 위해 영원히 노력하는 불타는존재이다. 예일 대학교 지구 물리학과의 데이비드 베르코비치 교수는 지구는자신의 에너지를 끊임없이 우주로 방출하는 커다란 뜨거운 공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지구를 이해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말했다. 지구의 핵은 끊임없이 자신의 열을 외부로 벗어던지고 핵을 빠져나간 열은 우리들이 속한 장소를 벗어나 냉랭한 우주로 빠져나가버린다. 아, 그러나 규칙대로 하는 것이 언제나 쉬운 일은 아닏. 우라늄과 토륨 같은 방사성 원소의 붕괴로 생긴 열은 핵에 끊임없이 열을 전달해줄 뿐 아니라 열의 대류 현상이라는 형태로 핵에서부터 두꺼운 지구 내부를 지나 부서지기 쉬운 연약한 지각까지 올라온다. (p. 366)

현재 판의 개수는 큰 판이 일곱 개 내지 열 개 정도, 작은 판이 스물다섯 개에서 서른 개 정도라는 주장이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러나 판의 개수를 알아내는 일은 판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판이 향하는 곳은 어딘지, 두 판이 충돌하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를 알아내야 하는 것에 비하연 덜 어렵다. (p. 375)

판을 움직이는 원동력은 질실할 것 같은 뜨거운 열을 밖으로 바출하려는 지구의 끊임없는 노력이다. 지구에게는 열을 식힐 수 있는 방법이 몇 가지 없다. 지구는 전도를 통해 소량의 열을 외부로 방출한다. 지구는 또한 화산 폭발이나 온천, 가스 분출 같은 직접 열을 발산하는 방법으로도 소량의 열에너지를 외부로 내보낸다. 그러나 지구가 열을 방출하는 주요 수단으로 삼는 것은 뭐니 뭐니 해도 대류이다. (p. 376)

지구 내부에서 일어나는 대류는 핵주위를 뱅글뱅글 도는 소규모 형태도 있고 맨틀의 넓은 지역을 아우르는 대규모 형태도 있다. 때로는 맨틀을 완전히 가로질러 올라온 다음 얇은 해양 지각을 뚫고 해양 속으로 콸콸 솟아져 나와 지구의 솔기를 터뜨려 버리는 대류도 있다. (p. 377)

 

지구는 쉬지 않고 활동하는 엔진이라는 것을 소멸할때까지 영원히 불타는 존재라는 것을 까맣게 잊고 있었다. 내 짧은 두 다리로 걸어다니는 곳들은 온통 평평해서 커다란 지구가 동그랗다는 것을 까맣게 잊고 살게 된다. 그리고 이 책에서 알려주듯이 지구의 실체를 접하고 나면 새삼스럽게 깜짝 놀라게 되는 것이다. 지구는 생명체처럼 쉬지 않고 숨을 쉬고 있고 잠드는 순간도 없이 끊임없이 움직이고 있다. 지구 존재 자체가 알수록 참 신비롭다.

지금까지 지구상에 나타났던 생명체 가운데 99퍼센트는 이미 완전히 사라지고 말았다. 우리 인류는 이상하게도 지구와 교류하는 일에 서툴고 독단적이다. 그러나 지구와 지구의 생명체는 우리보다 훨씬 큰 존재들이다. 지구와 지구가 품고 있는 생명체들은 우리하고는 상관없이 하던 일을 계속할 것이다. 어쩌면 우리는 이곳에서 완전히 철수해서 우주에 있는 어딘가를 향해 정해진 여정이라곤 전혀 없는 휴가를 떠나야 할지도 모른다. (p. 394)

그러게나 말이다....인류는 어쩜 그렇게도 지구와 교류하는데 서툴고 독단적일까... 그게 점점 더 심해지고 있다는 것을 인류만 모르고 전부 다 알고 있지는 않을까;;; 그런데 사실 인류 스스로 생각하는 만큼 인류는 위대하지 않을 텐데... 지구와 지구의 생명체가 훨씬 큰 존재들인데... 인류는 그 존재들을 까맣게 잊고 산다.... 영원히 평평한 땅을 밝고 살수 있다는 듯이... 지구가 둥글다는 것을 까맣게 잊고 지구가 활동하고 있다는 것을 까맣게 잊고 말이다....

<천문학 : 천상의 피조물들>

행성-움직이는 별-을 뜻하는 영어 'planet'은 사실 그리스어로 '방랑자'라는 말에서 유래했다. (p. 398)

천문학은 인류의 가장 거대한 미개척지에 대해 연구한다. (p. 400)

완고한 관료집단과 싸워가며 기이한 천문학 현상의 원인을 밝히고 외계 문명의 흔적을 찾아내려는 여성 천문학자의 이야기인, 조디 포스터 주연의 1997년도 영화 <콘택트>를 본 적이 있따면 푸에르토리코의 산기슭에 곧게 서 있는 유명한 아레시보 전파 망원경의 모습이 눈에 익을 것이다. (p. 402)

 

천문학의 ㅊ 만 나와도 칼 세이건이 떠오른다. 천문학의 ㅊ 도 몰랐던 내게 천문학의 아름다움을 느끼게 해주었던 책 '코스모스' 덕분이다. 코스모스를 읽고 보게 된 영화 <콘택트> 는 정말 아름다운 영화였다. 요즘 아이들이 보면 촌티나는 CG에 질색할지도 모르지만, 내게는 그 순수한 열정이 너무나 아름다워 보였다. 조디 포스터가 예쁘다고 생각해본적이 한번도 없었는데 영화를 보는 내내 너무 예뻤다. 과학에 대한 순수한 마음을 지닌 과학자는 모두 그렇게 예쁠 수 있나 보다.

여러 가지 면에서 먼 우주를 들여다보는 일은 먼 과거의 환영을 쫓는 일이다. (p. 406)

은하들은 스스로 움직이거나 멀어지지 않는다. 벨트를 계속 풀고 있는 것은 은하가 아니라 우주 그 자체이다. 그런데 아무리 얼굴이 파래지도록 풍선을 분다 한들, 우주가 팽창한다는 이야기가 쉽게 이해되는가? 눈에 보이는 은하가 움직인다는 거은 이해가 가도 우주 자체가 커지고 있다니, 그게 대체 무슨 의미일까? 무엇보다도 우주가 그냥 비어 있는 거대한 공간이 아니라는 사실을 좀처럼 받아들이기 힘들다. 더구나 팽창하는 것이 우주 자체라면 우주는 대체 어디에서 팽창해 나가고 있는 것인가? 우주는 또 다른 우주 속에서 팽창해 나가고 있는 것인가? 만약 그렇다면 어째서 우리 우주를 들러싼 우주가 우리 우주로 스며들지 않는 걸까? 다른 우주 속에서 팽창하는 우주라니,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 만약 그렇다면 풍선에 공기가 가득 차면 터져버리듯 우리 우주도 터져버리지 않을까? 뭐, 사실 천문학자들도 이런 문제에 이렇다 할 답변을 못하는 것은 마찬가지다. (p. 416)

우리가 어떤 장비와 센서를 만들어내든지 우리는 영원히 우리 우주 너무를 감지해내지 못할 것이다. 그것은 천체물리학의 영역이 아니라 형이상학의 영역이다. (p. 419)

 

천재적인 수학자가 무한개념을 연구하면서 미쳐버린 것을 소설속에서 읽은 적이 있다. 천재적인 천문학자가 별과 우주만 바라보다가 현실에서 멀어져 가는 것을 영화에서 본적이 있다. 인간의 사고 범위안에 무한한 우주는 담을 수 없는 것인지도 모른다. 책의 서문에서 읽었던 구절이 생각난다. 과학자들은 찾았으면 하고 바라는 세계가 아니라 찾아낸 세계를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는 말. 무한한 우주는 인간의 생각에 맞춰지기 위한 공간이 아니다. 인간은 그저 무한한 우주를 받아들일 뿐이다. 그러고 보니 주제들의 배치를 탁월하게 정렬한 저자에게 다시 한번 감탄하게 된다.

우리는 모두 별의 부스러기로 되어 있다. 오늘날 우리 생명체들은 단 하나의 살아 있는 별에 의지해 살아가고 있지만, 생명이 탄생하기 위해서는 우리 태양 이전에 존재했던 다른 태양들의 죽음이 필요했다. (p. 425)

원반의 중심부에 가까울수록 기체들은 우주로 날아가고 뜨거운 온도를 이겨낼 수 있는 암석과 금속만이 남았다. 태양계 안쪽에 있는 수성, 금성, 지구, 화성 같은 내행성이 암석과 금속으로 된 핵을 갖는 지구형 행성이 된 이유이다. (p. 433)

 

우주는 정말 신비로운 공간이다. 과거에도 살았고 지금도 살고 있고 앞으로도 살아갈 지구라는 곳이 인류라는 생명체가 태양이라는 별이 모두 다 별의 부스러기에서 출발했다는 것이 새삼스럽게, 내행성의 단단함과 외행성의 거대한 크기가 모두 기체라는 새삼스럽게 신기하다. 윤회의 고리가 있는 듯한 우주의 리듬은 정말 상상 그 이상이다.

우리가 밤하늘에서 육안으로 관찰할 수 있는 곳은 대부분 우리 은하에 한정되어 있지만 우리의 우주는 고작 그 정도로 그치지 않는다. 은하마다 우리와 통신할 수 있는 문명이 한 개밖에 없다 해도 이론적으로 우리의 전화를 받을 수 있는 문명이 우주 전역에 수십억 개는 더 있다는 뜻이니 희망을 갖자. 누가 알겠는가? 외계 문명을 이룩한 생명체들이 우리보다 훨씬 뛰어나 은하 간 여행이 가능한 완벽한 웜홀을 만들어 지금 우리를 향해 오고 있을지. 제발, 제발, 언제 어느 때라도 좋으니 이곳을 한 번 들려주기를. 약속할 수는 없지만 그대가 올 때까지 온 마음과, 온 헤모글로빈과, 90조에 달하는 모든 체세포들과, 공생하는 세균들과 함께, 우리가 만들어낸 우리 자신의 곤경에서 벗어나 살아남을 수 있도록 노력할 테니까. (p. 442)

저자가 이 책을 펴낸 것은 2007년 이다. 코스모스의 감동을 그대로 품에 안은채 뛰어난 외계생명체가 웜홀로 지구를 방문하는 저자의 상상에 일면 동참하면서도 동시에 '어벤져스-인피니티 워' 영화에서 처럼 진보한 기술이지만 악한 외계생명체가 웜홀로 지구를 침공하는 장면을 떠올리게 되는 지금은 2020년이다. 과학이 발전하면서 상상력이 줄어든다거나 디스토피아를 생각하게 된다는 말을 하고 싶은 것이 아니다. 과학이 아무리 발달해도 기초과학 없이는 그 어떤 시작도 할 수 없듯이 과학이 아무리 많은 것을 밝혀낸다 해도 시작의 순수함을 잊지 말자는 말을 하고 싶은 것이다. 과학의 첨단 기술에 깊이 빠져들때마다 가끔은 빠져나와 기초과학 산책을 해야 한다는 말이다. 왜냐하념 과학은 아름다우니까 그야말로 원더풀 사이언스니까.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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