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다움의 사회학 - 남자를 지배하는 ‘남자라는 생각’
필 바커 지음, 장영재 옮김 / 소소의책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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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를 지배하는 '남자라는 생각'

개인의 일생을 좌우하고 함께 웃는 관계를 무너뜨리는

'남자다움'의 의미를 깊이 생각한다!

 

 

wow~! 

정말 시원시원하고 멋진 책이었다.

나는 페미니즘 책을 읽어본 경험이 적지만, 페미니즘이 여성만을 위한 여성학이 아니라 남녀를 함께 존중하는 인간학이라는 것은 알고 있다.

하지만, 페미니즘 관련 책들은 대부분 여성들이 쓴 책이 많은 것이 사실이라서 남성들의 의견이 궁금했었다.

이 책은 여성이 쓴 책이 아니라 남성이 쓴 (남성이 남성을 분석하는) 남성 사회학 책이라는 장점에 더불어 남성 사회학 역시 인간학을 지향점으로 삼아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어서 반가웠다. (여성학 남성학 으로 편가르는 것 보다는 모두를 존중하는 인간학이 좋지 않겠는가 ^^)

저자는 남성의 삶과 스타일을 분석하는 평론가이자 칼럼니스트라고 한다. 오스트레일리아 시드니에서 활동하는 작가이자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미디어 업계에서 25년간 활동한 커뮤니케이션 전문가라고도 한다. 저널리스트로서 남자들에 대한 수많은 글을 써오면서 '남자다움'의 의미를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게 되었고 그러한 생각들이 모여 이 책이 되었다.

원제가 'The Revolution Of Man : Rethinking What It Means To Be A Man 으로 남자의 혁명 : 인간이 된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다시 생각해 보는 것' 이라는 점에서 이 책이 남자를 남자로만 볼 것이 아니라 인간으로 보기 위해 어떤 태도를 지녀야 하는지 알려주는 책임을 알 수 있다.

1부 남자다움을 배운 남자들 에서는 남자다움을 가득 담아놓은 맨박스에 갇힌 남자들을 살펴본다. 남자는 울지 않아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벗어나고 포르노에슨 사랑이 없음을 일깨우며 여성 혐오를 선택한 남자들의 어리석음을 신랄하게 지적한다.

2부 남자답게 산다는 것 에서는 가정폭력의 실태를 보여주면서 왜 남자들은 사랑하는 사람에게 폭력을 휘두르는지 그렇게 왜 자기자신을 스스로 죽여가는지 를 파악해 나간다. 멋진 사무실에서의 검은 손길들 이라는 표현을 하면서 직장이나 남성들 간의 관계에 있어서 남자다움 의 의미를 분석하고 그 남자다움이 미래에는 통하지 않을 것임을 알려준다.

3부 남자다움을 다시 생각한다 에서는 남자다움을 벗어나는 하나의 방법으로 요리하는 남자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모든 것을 해결하려는 슈퍼맨이 되려 하지 말것을 조언한다. 또한 남자다움을 벗어버리면 아버지로서 얼마나 멋진 인생을 살수 있는지 알려주고 그렇게 '관계'의 소중함을 일깨우면서 죽을때 어떤 상황에서 죽고싶은지 상상해보게 한다. 상식처럼 퍼져있는 남자다움 을 다시 생각해 보게 한다. 그리고 그 남자다움을 벗어던지길 강조하고 또 강조한다.

저자는 다양한 연구결과 들과 실제 사례들을 인용하면서 직설적 표현을 서슴지 않는데, 그러한 문체가 읽는 내내 굉장히 시원스럽게 다가온다.

5개 대륙의 다양한 문화권에 속한 아동 450명을 대상으로 수행된 연구에서 학습되고 격려되고 강요된 성적 역할이 궁극적으로 임금격차, 가정폭력, 정신건강 문제의 원인이 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연구자들은 모든 문화권에서 청소년에게 '성별 구속복'을 입히고 있으며, 이는 평생에 걸쳐 건강에서의 위협이 증가함과 연결되는 결과를 낳는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p. 22)

극기하고 자립심을 가져야 한다는 엄격한 요구 때문에 우리의 정서적 지형은 오직 자신만이 경험할 수 있다. 이는 물샐틈없는 벽으로 이루어진 상자 안에 갇혀서 살아가는 것과 같다. 그 상자의 벽은 다른 남자, 여자, 부모, 친구, 파트너, 그리고 궁극적으로 우리 자신이 제어하는 남자다움이라는 가식의 댄스로 쌓아올려져 있다. '맨박스Man Box'는 새로운 것이 아니다. 삶에서 남성성이 얼마나 강력한지를 보여주기 위해, 전 세계적으로 소년과 성인들의 집단 활동에서 사용해온 개념이다. (p. 30)

 

태어나는 순간부터 색깔로 구분하는 남녀인식에 대해 그것이 태생적인지 교육의 효과인지 분별하기는 굉장히 어려워 보인다. 하지만 성장하면서 주변에서 유입되는 정보들로 인해 남녀 정체성의 구분은 점점더 명확하게 선이 그어진다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이러한 구분에 여성들은 차별이라고 하는 지점들이 많지만 남성들 입장에서도 남자다움의 강요는 결코 편하지 않았음을 이 책을 통해 비로소 깨닫게 되었다.

포르노는 진정한 섹스를 보여주지 않는다. 진정한 여성을 보여주지 않는다. 진정한 남자와 그들의 몸이 실제로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보여주지 않는다. 진정한 섹스의 황홀감과 욕구를 보여주지 않는다. 여성은 포르노를 원하지 않는다. 포르노는 남자들을 위하여 남자들이 만든 것이다. (p. 41)

포르노는 청년들을 성적인 측면과 대인 관계에서 실패자로 만든다. 그들에게 여성은 인간이 아니라 섹스의 대상일 뿐이라고 가르친다. 섹스의 진정한 기쁨-즐거움, 공유감, 친밀감-에서 시선을 돌려 삽입이라는 행위 자체만 바라보도록 한다. (p. 42)

 

저자는 성적표현에 있어서도 거침이 없는데, 처음엔 책으로 읽는 것임에도 왠지 낯뜨거운 표현들처럼 읽히지만 읽다보면 소통을 위해서는 이렇게 드러내놓고 표현하는 것이 더 낫다는 생각이 들긴 한다.

진정한 남자다움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고 창조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은 '남자다워라'는 명령이 어떤 피해를 초래하는지를 이해하는 남자들이다. 맨박스의 구속조건을 바로 보고 거부하는 남자가 늘어날수록 모두를 공간도 늘어난다. 지원 조건이 완화될수록 더 많은 사람이 들어갈 수 있다. 모든 사람이 들어가면 그곳은 더 이상 맨박스가 아니고 그저 우리의 세계까 된다. 규칙이 많이 바뀔수록 모두를 위한 더 좋은 장소가 된다. 결과적으로, 분노하고 비난과 증오의 대상을 찾는 남자가 점점 줄어들 것이다. 괴롭히, 스토킹, 강간, 살인도. 청소년이 이보다 나은 사람으로 성장하도록 돕는 일은 모든 건전한 성인의 몫이다. (p. 85)

저자는 앞으로 성장하는 소년 청년들에게 남자어른이 어떤 것을 가르쳐야 하는지지 관점의 전환을 요구한다. 그것이 더 나은 삶을 가져올 것이기 때문에.

남성이 가족간 폭력을 저지르고 여성과 아이들이 당하는 경우가 압도적으로 많다는 것은 대단히 불편한 진실일 수도 있다. 하지만 사회적 공동체로서 우리가 폭력을 선택하는 남자들이 존재하는 이유에 주목할 용기를 내지 못한다면 결코 문제를 해결할 수 없을 것이다.

남자들이 여성을 동등한 인간으로 존중하지 않는 것은 단지 잘못되고 비윤리적이고 해롭기만 한 일이 아니다. 이러한 '학습된 태도'는 수많은 죽음을 초래했다. 어떤 측면으로 보든지 대단히 심각한 문제다. (p. 92)

본보기와 애정어린 조언을 통해 그들에게 사랑하고 존중하는 여성과의 관계가 소중하고, 기쁨을 주고, 경이로운 관계임을 보여주는 일은 우리의 몫이다. 우리는 그런 관계가 여성을 물건 취급할때 얻을 수 있는 그 어떤 경험보다 훨씬 더 섹시하다는 것을 젊은이들이 이해하도록 도와줘야 한다. 여성에게는 성능이 탁월한 존중 레이더가 있다는 사실을 명심하게 해야 한다. 자네가 여성을 진정한 인간으로 여기지 않는다면 홀로 노트북 컴퓨터나 들여다보면서 지루해하는 매춘부를 살 돈이나 저축하는 처지가 되고 말 것이네, 이 사람아. (p. 106)

우리 중에 일어서는 사람이 많아질수록 사랑하는 사람을 죽이는 일이 줄어들 것이다. (p. 108)

 

교통사고로 사망하는 여성보다 가정폭력으로 사망하는 여성의 수가 몇배나 많다고 한다. 강하고 억압적이고 불통인 가부장적 태도를 남자다움이라고 생각하는 어린 남자들에게 저자는 자신처럼 나이든 남자들이 어떤 말을 해주어야 하는지 알려준다. 어떤 문제에서건 여하튼 어른다운 어른의 모습을 발견할때마다 나는 그 어른이 정말 존경스럽다. 저자도 존경스러운 어른이었다. 그것도 아주 호탕한. ㅎㅎ

여성은 심각한 우울증을 겪을 가능성이 남성보다 두 배 높지만, 자신의 목숨을 끊을 가능성은 남성의 4분의 1이다. 이 같은 역설에 대하여 한 가지 가능한 설명은 남성이 독립심과 과단성을 높이 평가하며, 도움이 필요함을 인정하는 일을 연약함으로 여겨서 회피한다는 사실이다. (p. 121)

남자다워지려는 삶이 우리를 죽이고 있다. 이유는 단순하다. 강인하고 극기하는 남자가 되느라 너무 바쁜 나머지 생명을 구할 수도 있는 도움을 청하지 못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p. 126)

 

고독한 남자는 멋있어 보일수도 있지만 한겨울에 멋부리다 얼어죽는다고 고독하고 쎈척하려다 누구에게도 속내를 털어놓을 수 없게 된다면... 정말 살기 힘들 것이다. 남자든 여자든 세상은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인 것을...

우리는 모든 사람이 동등하게 대우받고 존중되는 미래의 협력적인 일터를 만들어내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삶과 일을 통해 공감, 창조성, 동정심, 소통과 배려 같은 반 맨박스적 가치를 포용할 때 우리는 더 행복해지고 이 세상은 더 나은 장소가 될 것이다. 너무 지나친 요구는 아니지 않은가? (p. 160)

그렇다. 직장에서건 어디서건 성비하적 발언과 성희롱적 태도로 남성성을 과시하는 것이 결코 남자답지 않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 그렇게 모두가 존중받는 사회로 만들자는 것이 지나친 말은 아니지 않은가 ㅎㅎ

'데이비'는 부모가 성별을 밝히지 않기로 결정한 아기를 부르는 용어다. 이들 부모는 자녀를 '그들they/them'이라는 대명사로 부른다. 어떻게 옷을 입고, 행동하고, 노는 아이가 되어야 하는지에 관하여 사전에 포함된 아이디어에서 벗어난 유년 시절을 만들어주려는 고귀하고-성역할이 얼마나 명백한 위험인지를 생각해보면-바람직한 목적에서다. (p. 169)

태어나는 순간부터 남녀의 역할놀이가 주어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지 않지만, '데이비' 의 교육관을 가진 부모들이 있다는 것에 놀랐다. 어떻게든 성역할구분 없이 키우려고 노력한 부모아래서 성장한 자녀는 걱정스러운 시선(남자가 여자옷을 입고 논다고 게이가 된다거나 하는 식의 우려스런 시선)에 비해 빨리 자신의 성을 인지하고 다른 성에 대해 더 포용적인 자세를 지니게 된다고 한다.

자동화 혁명에 따라 남자들이 지게차로 상자를 운반하면서 공장에서 여덟시간을 보낼 필요가 없어짐에 따라 전통적인 남성의 권력, 중요성, 지위가 허물어지고 있다. (p. 174)

남자들은 자신이 말라가도록 방치해다고 생각하는 정부에 깊은 의혹과 환멸을 느낀다. 우익 정치의 부상은, 굼을 약속하고 나서 빼앗아가버린 시스템을 향해 가운뎃손가락을 치켜올리는 분노한 남자들에 많은 부분 힘입은 것이다. (p. 178)

창조성, 독창성, 비판적 통찰력, 공감, 예지력, 유람스럽게도 맨박스에서는 이 중 어느 것도 찾아볼 수 없을 것이다. 미래는 우리에게 남자다움의 의미가 무엇인지를 다시 생각해야 할 때가 되었다고 말한다. 가르침 받은 대로 남자다운 남자가 되었다는 단순한 이유로 경력의 발전을 위한 실탄인 창조성에서 배제될 것이다. 세계적 고용 통계와 미래학자들의 탁월한 예측은 전통적인 남성의 일자리가 영원히 사라지고 있다는 사실에 의심의 여지를 남기지 않는다. 남자다움의 의미도 영원히 바뀌고 있다. 도널트 트럼프, 폴린 헨슨 같은 극우 인사들의 부상은 분노한 남자들의 생각을 들여다볼 수 있는 창문이다. (p. 188)

"시스템이 나를 망쳤으니 이제 시스템을 망쳐주자' 남자들은 미래에 대처하고 자신이 하는 일에서 보상과 기쁨, 의미를 찾기 위해 일자리를 빼앗아가는 기술에 대한 사고방식을 바꿔야 한다. 자동화 혁명은 재앙이 아니라 기회다. 우리는 행동을 지배하는 사회적 규범에서 해방될 것이다. 더 이상 '남자다움'을 가장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따라서 미래의 기술이 우리에게 창조적이고 개방적이며 공감하고 소통하는 사람이 되기를 요구하는 것은 좋은 일임을 인식하자. 화내지 말고, 창조적인 사람이 되어라. (p. 189)

 

급변하는 사회는 불안하다. 자기자신이 주체이고 가장이고 책임자라고 생각하는 남성의 입장에서는 더욱 변화가 불만스러울 것이다. 하지만 저자는 말한다. 시대는 이미 변하고 있다고, 잠시잠깐의 우익성향 화풀이로는 해결되는 것이 없다고, 본질적인 마인드를 바꿔야 한다고, 화내지 말고 생각하라고.

단지 더 오래 사는 것이 중요하지는 않다. 더 낫게 살아야 한다. 연구 결과는 외로움이 하루에 말보로 한 갑을 피우고 와인을 두 병씩 마시는 것만큼 확실하게 당신을 죽일 것이라는 사실을 분명히 보여준다. 행복하게 죽고 싶다면 중년기에 깊고 풍부한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고 과학은 말한다. (p. 290)

맨박스가 지시하고 다른 남자들이 압박하는 행동을 피하는 남자들의 세상에는 부정적인 면이 사라진다. 여성이 승자가 된다. 매 맞고, 강간당하고, 살해당하지 않게 된다. 아이들이 승자가 된다. 우리는 아이들이 삶의 기반을 구축할 수 있는 흔들리지 않는 바위가 될 수 있다. 남성도 승자가 된다. 자신을 죽이는 일을 멈추게 될 것이다. 우리의 삶에서 멋진 인간관계와 사랑이 생명을 구하는 행복을 경험하게 된다. (p. 294)

삶에서 유일하게 중요한 것은 관계다. 우리는 관계를 위하여 노력해야 한다. 관계를 즐겨야 한다. 관계에 현실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자신과 다른 모든 사람을 위하여 좋은 남자가 되어야 한다. 여자들은 더 좋은 남자들이 있는 세상에서 살아갈 자격이 있다. 행복은 사랑이다. (p. 307)

 

결국 행복하게 살자는 얘기다.

어떤 삶의 모습이 행복할지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아무리 남자다운 남자라고 자신하는 남자라도 외로운 남성성 보다는 행복한 남자다움을 원하지 않을까? 그 행복을 만들어갈때 저자가 들려주는 조언들을 통쾌하고 솔직하게 적용시킬 수 있는 용기를 많은 남성들이 가져보길 응원해 본다.

ps.

책 뒤편에 <요약정리> 를 해놓은 저자의 센스에 마지막 장을 덮을때까지 웃을 수 있었다. 하지만 요약보다는 본문이 훨씬 재밌다는 점!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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