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냐도르의 전설 에냐도르 시리즈 1
미라 발렌틴 지음, 한윤진 옮김 / 글루온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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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종족의 왕자

서로 다른 야망

하나의 운명

 

 

오랜만에 판타지 소설이다. 판타지인만큼 드래곤, 엘프, 데몬, 인간 네 종족이 등장하고, 그 외에도 기이한 존재들과 마법 그리고 현실적이지 않은 환경이 등장한다. 거기에 전쟁과 평화 그리고 사랑과 야망이 소용돌이치는 판타지 세계가 등장한다.

사랑... 야망... 그렇다. 이 판타지 소설엔 사랑과 야망이 등장한다. 판타지 소설에서 에로틱한 장면이 묘사되는 경우는 흔치 않았던 것 같은데... 이 작품은 사건 사이사이 에로틱이 등장한다. 어른용 판타지 소설이랄까 ㅎㅎㅎ

돌의자에 앉은 대마법사가 그의 방문을 기다리고 있었다. 의뭉스러운 미소가 마법사의 입가에 걸렸다.

"난 네가 이곳을 찾아온 이유를 알고 있지. 내 친히 네가 원하는 권능을 하사하겠노라. 그렇지만 대신 네가 가장 소중히 여기는 성품, 그러니까 불굴의 의지를 가져갈 것이다"

왕자에게 손을 얹고, 그가 지닌 불굴의 의지를 거둬 간 마법사는 왕자를 드래곤으로 변신시켰다. (p. 10)

"내가 불에 저항할 수 있도록 해 주시오." 왕자가 간청했다. 이에 대마법사는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왕자에게 그가 지닌 미모를 요구했다.

"네 피부는 그 무엇으로도 뚫을 수 없는 단단한 가죽이 되리라. 앞으로 드래곤의 화염도, 인간의 칼도 너를 해치지 못하리니, 네 눈에서 쏘아진 치명적인 눈빛만으로 타 종족을 굴복시키리라. 이제 그 권능은 바로 네 것이다."

그렇게 북부 왕국의 왕자는 추악한 데몬의 형상을 한 채 집으로 되돌아갔다. (p. 11)

"부디 데몬족의 사악한 눈빛이 내게 통하지 않게 해 주시고, 그들을 죽일 수 있는 검을 만드는 재능을 내려 주시오"

마법사는 한눈에 그에게 요구해야 할 대가를 알아차렸다. 그건 바로 왕자가 느끼는 사랑, 유머, 삶의 의욕과 같은 감정 이었다. 그렇게 서부 왕국의 왕자는 누구보다도 아름답지만 도도하고 쌀쌀맞은 엘프가 되어 제 왕국으로 돌아왔다. (p. 12)

"아무 힘도 원하지 않소" (p. 14)

 

에냐도르 대륙을 통치하는 네 왕국이 있었다. 네 왕국의 인간 군주들은 점점 욕망에 부풀어 다른 왕국를 침범하여 이루는 통일을 꿈꿨다. 왕들은 대마법사에게 왕자를 보내 필요한 힘을 얻어오도록 했다. 그 대가로 그들은 가장 소중한 것을 잃었다. 그렇게 인간의 네 왕국은 드래곤 왕국, 데몬 왕국, 엘프 왕국으로 재 탄생했다. 마지막 인간왕의 왕자는 대마법사에게 가서 그 어떤 힘도 요구하지 않았고, 때문에 그의 왕국 인간들은 힘없는 노예로 전락했다. 하지만 대마법사는 뜻밖에도 이 인간왕자에게 마법능력을 주면서 예언을 남긴다. 에냐도르의 전설이 시작되었다.

세대를 거듭하던 전쟁 속에 데몬은 드래곤족을 종속시키고 엘프는 인간족을 종속시켜서 양대 구도가 형성되었다. 엘프족은 수시로 인간마을에 와서 적당하게 잘 자란 장자를 징집해 갔다.

트리스탄은 고아다. 카이 대신에 징집에 내보내질 목적으로 키워진 소년. 열일곱살이 되었을때 엘프족에 징집되던날, 마법사라고 오해를 받게 된 카이의 여동생 아그네스도 끌려 가게 된다. 마법사는 바로 카이였는데.

트리스탄은 노예로 끌려가는 중에도 아그네스를 보호하기 위해 노력한다. 그러다 등에 심하게 채찍질을 맞게 되고 그 상처를 치료해준 마론과 가까워진다. 마론은 동생대신 노예로 끌려온 남장여자였다. 아그네스는 엘프궁으로 보내지고 트리스탄은 병영으로 보내지는데, 그 사이 카이는 형제처럼 자란 트리스탄과 여동생 아그네스를 구출하기로 마음먹고 집을 떠난다.

초보마법사로 우여곡절끝에 염소와 그레타 라는 하녀와 동행이 되고 그러다 드래곤 소녀 스흐오크와 데몬 소년 툴 까지 합세하게 되는 동안, 트리스탄은 병영에서 엘프족에게 대항했다가 처형의 위기에 몰리고 그순간 드래곤 한마리가 날아와 그를 살린다. 그 드래곤 사피라에 의해 트리스탄은 자신이 왜 드래곤의 화염속에서도 다치지 않고 사피라가 왜 자신을 찾아왔는지 알게 된다.

"불구대천의 숙적이 서로 표식을 나누어 가질 것이다. 그리고 그 표식을 얻은 자, 파수꾼이 되리라. 파수꾼은 각 왕국의 지배자가 되어 다스리니니, 데몬, 드래곤, 인간, 엘프가 진실이라는 하나의 핏줄로 이어지리다" (p. 383)

한편, 엘프궁으로 잡혀갔던 아그네스가 갇힌 감옥 옆방에는 이상한 존재가 있었다. 감옥관리자인 엘프가 매일 죽이러 오는데, 다양한 방법으로 죽어도 잠시후면 다시 되살아나는 불사의 존재. 그는 마법사 엘리야 였고, 아그네스에게 묘한 감정을 느끼게 된 엘프왕자 이스타리엘이 아그네스를 보호하려다 엘리야의 탈출을 돕게 된다. 이스타리엘은 궁을 떠나면서 원치 않는 결혼을 앞둔 쌍둥이 여동생 이조라에게 사랑의 물약을 선물로 준다.

"뭐, 알겠어요. 특정 상황에 부닥치면 각성하는 능력을 타고난대요. 이런 네 명의 기형아... 아니, 특이체질들이 각각의 종족마다 한 명씩 동시에 등장하면, 에냐도르에 새 시대가 열린대요. 엘프와 데몬족은 그걸 몹시 우려하고 있다죠. 이 두 종족이 다른 왕국의 통치권을 빼앗은 지배자이기 때문이지요. 그들은 변화를 꺼려요. 이런 이유로 데몬족은 그들 가운데 아름다운 아이가 태어나면 죽여 버린대요" (p. 409)

카이가 만난 데몬왕자 툴은 아름다운 용모를 갖고 태어나 힘들게 살아남은 소년이었다. (이조라와 이스타리엘 쌍둥이는 감정이 없는 차가운 엘프족과 다르게 인간의 감정을 지닌 것을 숨긴채 살아왔다.) 카이는 묘한 조합의 일행들과 함께 트리스탄과 아그네스를 찾으러 가는 여정에서 다양한 정보를 습득하며 마법사로서도 성장하게 된다.

엘리야는 탈출하면서 아그네스의 목걸이를 보게 되는데 그 목걸이가 트리스탄것이었음을 알고 트리스탄을 찾아야 한다고 말한다. 트리스탄을 찾아가는 길에 카이 일행과 만나게 되고 트리스탄이 드래곤과 함께 병영에서 탈출했음을 알게 된다. 그렇게 모두의 목적지가 한 곳으로 향하게 되는데...

"예로부터 에냐도르의 네 종족은 핏줄을 통해 재능이 이어졌다. 하지만 파수꾼이 되려면 정해진 시기에 때맞춰 표식을 얻어야 한다. 제 종족과 적대적 관계에 놓인 종족의 대리인이 남긴 상처를 통해서. 나는 이스타리엘에게 표식을 새겼다. 엘프는 트리스탄에게, 그리고 트리스탄은 용에게 표식을 남겼지. 그렇기에 트리스탄 또한 드래곤과 함께 슈발벤하인으로 날아간 거다. 그 용은 파수꾼들이 어디에서 화합해야 하는지 잘 알고 있는 것 같구나"

"그 말은 이제 당신이 네 번째 파수꾼인 데몬을 찾을 거란 뜻도 되겠네요. 내 말이 맞나요? 당신이 그 데몬을 어디서 찾아야 할지 내가 확실히 알고 있다면 어쩌겠어요?" (p. 470)

 

카이일행이었다가 헤어진 데몬족 툴 이 그 소년이었다. 다음 보름달이 뜨기전에 네명의 파수꾼이 예언의 장소에 모여야 한다. 그래야 새로운 시대가 열리고 그 시대는 통합과 평화의 시작이 될 터였다.

가장 먼저 슈발벤하인에 도착했던 트리스탄은 엘리야가 떠난 후 보호마법이 사라져 위기에 처한 왕궁을 구하기 위해 방황중이었던 이조라공주를 만난다. 자신의 약혼자 이름이 새겨진 검을 들고 있는 트리스탄을 보고 그가 약혼자라고 생각한 이조라는 이스타리엘이 주고간 사랑의 묘약을 나눠마신 후에야 그가 인간임을 알게 된다. 하지만 둘은 이미 뜨거운 사랑에 불타올랐고, 트리스탄이 고백한 마론에 대한 마음에 슬픔을 갖게 된다.

트리스탄이 잠시 자리를 비운때 엘리야 일행이 도착하고 이조라공주는 예언의 전모를 알게 되지만, 그 일행속에 마론이 등장하면서 이조라는 자신의 실수를 처절히 깨닫게 되어 엘리야의 제안을 받아들이기로 결심한다. 그렇게 예언의 실현과 사랑의 파국이 예상되면서 책은 마무리 되는데...

그렇다. 이 작품은 에냐도르 이야기의 1권인 셈이다.

상세한 배경설명과 인물설명이 이어지고 여기저기 포석이 제대로 깔리면서 이제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되겠구나 싶을 때 딱 끝나는!!

540여페이지가 만들어놓은 서막은 제대로 흥미진진하게 올려졌다. 두번째 이야기 <에냐도르의 파수꾼> 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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