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의자에 앉은 대마법사가 그의 방문을 기다리고 있었다. 의뭉스러운 미소가 마법사의 입가에 걸렸다.
"난 네가 이곳을 찾아온 이유를 알고 있지. 내 친히 네가 원하는 권능을 하사하겠노라. 그렇지만 대신 네가 가장 소중히 여기는 성품, 그러니까 불굴의 의지를 가져갈 것이다"
왕자에게 손을 얹고, 그가 지닌 불굴의 의지를 거둬 간 마법사는 왕자를 드래곤으로 변신시켰다. (p. 10)
"내가 불에 저항할 수 있도록 해 주시오." 왕자가 간청했다. 이에 대마법사는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왕자에게 그가 지닌 미모를 요구했다.
"네 피부는 그 무엇으로도 뚫을 수 없는 단단한 가죽이 되리라. 앞으로 드래곤의 화염도, 인간의 칼도 너를 해치지 못하리니, 네 눈에서 쏘아진 치명적인 눈빛만으로 타 종족을 굴복시키리라. 이제 그 권능은 바로 네 것이다."
그렇게 북부 왕국의 왕자는 추악한 데몬의 형상을 한 채 집으로 되돌아갔다. (p. 11)
"부디 데몬족의 사악한 눈빛이 내게 통하지 않게 해 주시고, 그들을 죽일 수 있는 검을 만드는 재능을 내려 주시오"
마법사는 한눈에 그에게 요구해야 할 대가를 알아차렸다. 그건 바로 왕자가 느끼는 사랑, 유머, 삶의 의욕과 같은 감정 이었다. 그렇게 서부 왕국의 왕자는 누구보다도 아름답지만 도도하고 쌀쌀맞은 엘프가 되어 제 왕국으로 돌아왔다. (p. 12)
"아무 힘도 원하지 않소" (p.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