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울어진 교육 - 부모의 합리적 선택은 어떻게 불평등을 심화시키는가?
마티아스 도프케.파브리지오 질리보티 지음, 김승진 옮김 / 메디치미디어 / 2020년 3월
평점 :
절판


부모의 합리적 선택은 어떻게 불평등을 심화시키는가?

우리는 어쩌다 헬리콥터 부모가 되어버렸을까?

 

 

세상이 복잡해질수록 학문도 다양해지는 듯 하다. 학문마다 갈래가 점점 더 세부적으로 갈라지는 것을 보면.

예를 들어, 경제학 이라고 하면 정말 공급과 수요, 수출과 수입 같은 경제적 단어가 떠오르지만, 경제학자들의 연구분야는 점점더 다양한 학문과 접목되고 있다. 그렇게 다양하게 세부적으로 갈라지다보면 결국은 서로서로 연결된다. 거의 모든 학문이 통섭의 학문이 되어가고 있는 요즘이니 어쩌면 당연하게도. ㅎㅎ

이 책의 저자들은 경제학자이지만 그중에서도 '양육의 경제학'을 연구하는 학자들이다. 양육, 교육의 문제는 점점 더 경제와 밀접하게 연결되고 있다. 교육의 핵심주체인 부모들은 다양한 경제적 요인에 영향을 받으며 자식을 위한 교육적 선택을 한다. 그 연관관계를 심층분석하는 이 책을 읽다보면 교육이 정말 굉장히 경제적?! 이었음을 깨닫게 된다.

Love, Money & Parenting - How Economics Explains The We Raise Our Kids (사랑, 돈 그리고 육아 - 경제학이 어떻게 우리가 아이들을 키우는 방법을 설명하는지) 라는 원제의 이 책이 알려주는 핵심은 현재의 '기울어진 교육'의 원인을 이해하고 그 해결점을 모색하기 위한 인식을 공유하는 데 있다.

우리는 아이를 키우면서 처하게 되는 환경이 부모의 양육선택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알아보는 것을 이 책의 목표로 삼았다. 이 책은 부모들에게 이렇게 저렇게 해야 한다고 조언하는 책이 아니라 부모들이 실제로 하고 있는 행동의 기저에서 작동하는 요인이 무엇인지 파악하고자 하는 책이다. (p. 10)

저자가 본문에서 여러번 강조하듯이 이 책은 육아서가 아니다. 더 나은 양육법을 알려주는 책이 아니라는 의미다. 책을 읽다보면 좋아보이는 양육법이 분명히 있다. 하지만 그때마다 저자는 강조한다. 양육과 경제의 다양한 연관성을 분석하고 있는 것이므로 그것을 우열로 받아들이지 말라고, 그리고 안좋아보이는 육아법에도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고, 그러니 양쪽 상황을 제대로 인식하는 데 이 책을 활용해야지 한쪽으로 치우쳐 판단하지 말것을 자주 주지시킨다.

양육 방식 개념을 이해하는 데 우리가 주되게 참고한 것은 발달심리학 분야에서 매우 중요한 다이애나 바움린드의 연구다. 바움린드는 양육 방식을 독재형 양육, 허용형 양욱, 권위형 양육 의 세 가지로 구분했다. (p. 48)

이 책에서 우리는 권위형 양육의 요소와 독재형 양육의 요소가 결합된 유형을 일컬어 '집약적 양육'이라는 용어를 사용할 것이다. 즉, '집약적 양육'은 아이의 삶에 매우 강하게 개입하는, 고도로 관여적인 유형의 부모 행동을 포착하는 용어다. (p. 61)

 

독재형/허용형/권위형 이 세가지 양육방식은 본문에서 수시로 언급되는 개념이므로 알아두어야 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집약적 양육' 은 일명 헬리콥터부모의 증가추세를 이해하는데 필수적인 용어이므로 이또한 알아두어야 한다.

이 책에서 우리는 경제학적 접근 방식을 사용해 부모의 양육 행태를 실제로 결정짓는 인센티브들이 무엇인지, 또 경제적 인센티브가 변화하면 양육 방식이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알아보고자 한다. 우리의 궁극적인 목적은 시대별로, 국가별로, 또 국가 내에서 각 사회적·경제적 집단별로 부모들이 채택하는 양육 방식이 어떻게 다른지에 대한 포괄적인 패턴을 알아보는 것이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부모의 의사 결정을 추동하는 주요 동기는 자녀에 대한 사랑과 애정이다. 하지만 독재형 양육의 사례에서 많이 볼 수 있듯이 양육이 꼭 아이의 즉각적인 행복을 최대화하는 쪽으로만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왜 사랑과 애정에 의한 결정이 즉각적으로 아이를 불행하게 하는 쪽으로 내려질 수 있는지 이해하려면, 자녀에 대한 부모의 관심과 염려가 구체적으로 어떤 형태를 띠는지 더 깊이 알아볼 필요가 있다. (p. 65)

모든 부모는 아이를 사랑하고 따라서 아이가 성장했을때도 행복하게 살기를 원한다. 교육은 자녀의 그러한 미래를 준비하기 위한 선택의 순간들에서 방향이 정해지기 마련이다. 따라서 독재형이건 허용형이건 권위형이건 부모들은 똑같이 자녀들에게 말한다. '다 너를 위한 일이라고'

하지만, 그 선택이 정말 아이를 위한 것이었는지는 굉장히 복합적으로 해석되기 때문에, 아이도 부모도 그 선택이 정말 행복의 조건이었는지 쉽게 말할 수 없다. 이 책은 굉장히 넓은 범위에서 다양한 분석을 통해 결론을 정리해 나가는데, 그 분석들이 대부분 고개를 저절로 끄덕이게 했다.

경제적 불평등이 심하면 집약적 양육이 채택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리고 경제적 불평등을 만드는 상황들은 시대별, 국가별 등등의 집단별로 상이하다. 그 다양한 상황들을 살펴본 결과, "우리가 제시하고자 하는 일반적인 주제에 부합한다. 부모가 아이와 상호작용하는 데 들이는 시간의 변화에서 알 수 있듯이 양육의 집약도와 관련해 큰 전환이 벌어졌고, 이 전환은 경제 불평등과 교육에 대한 투자 수익이 증가하고 더 일반적으로 양육 방식이 아이의 장래를 더 막중하게 좌우하는 방향으로 경제적 변화가 벌어진 시기에 발생했다. 이러한 경제적 변화의 결과, 부모는 아이의 학업 성과를 점점 더 걱정하게 되었고 더 집약적인 양육을 하는 것으로 반응했다. 즉, 아이가 학업 성과를 더 잘 낼 수 있을 법한 양육 방식을 선택했다. 따라서 헬리콥터 부모의 부상은 변화된 경제적 환경에 부모가 합리적으로 반응함으로써 나타난 결과라고 해석할 수 있다." (p. 135)

경제적 불평등이 교육에 큰 영향을 끼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 경제적 불평등은 국가별로 차이가 크기 때문에 저자가 예로 드는 국가들의 상황을 읽다보면 지금 한국의 교육현실과 비교하게 되어 여러가지 생각이 들기도 했다.

불평등이 높은 나라에서는 근면성이, 불평등이 낮은 나라에서는 독립성과 상상력이 부모가 생각하는 중요한 가치로 꼽히는 경향이 크다. (p. 141)

동일한 사회적·경제적 조건을 가진 두 부모를 비교했을 때 불평등이 낮고/낮거나, 더 누진적인 조세 시스템을 가지고 있고/있거나, 더 너그러운 사회적 지출을 하는 나라에 사는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허용적인 부모일 가능성이 더 높고 권위형이거나 독재형일 가능성은 더 낮다. (p. 179)

교육에 대한 투자 수익이 높은 나라들에서는 권위형이나 독재형 부모의 비율이 높다. 반면 교육에 대한 투자 수익이 낮은 나라는 부모들이 더 허용적인 경향이 있다. (p. 182)

 

경제적 불평등이 비교적 낮은 국가일지라도 독재형 부모가 많은 (예외적 이라고 볼 수 있는 유럽의) 국가가 있다. 바로 프랑스와 스페인이다. 그런데 교육에 투자한 만큼 자녀가 미래에 얻게 될 수익을 생각해보면 프랑스와 스페인의 상황은 설명이 되어진다. 어느 경우가 되었든, 양육 방식은 부모가 직면하는 인센티브에 크게 좌우된다는 이 책의 주장은 점점 더 확실한 근거들을 보여주고 있었다.

불평등이 심해질 때 양육 격차가 증가한다면 사회적·경제적 여건이 가장 좋은 아이와 가장 낮은 아이의 학업 성취는 더 벌어질 것이고, 그리하여 계층 이동성이 낮아질 것이며, 그리하여 다음 세대의 불평등이 더 심해질 것이다. (p. 221)

집약적 양육이 경제수익을 보장하게 되면 될수록 부모가 줄 수 있는 여건에 따라 양육격차는 점점 더 벌어질 수밖에 없다. 양육격차가 양육의 덫이 되는 것은 시간문제일 수도 있다. 그래서 저자는 "양육격차의 근본 원인을 찾아내고 경제 불평등이 증가할 때 어떤 일이 벌어질지를 알아보아야 한다." (p. 222) 고 말한다. 그리고 양육격차를 줄일 수 있는 다양한 방안들을 모색해야 한다.

종교가 없는 부모는 종교가 있는 부모보다 허용형이 될 가능성이 상당히 컸다. (p. 262)

종교가 있는 부모의 45%가 젠더 편향적인 반면, 비종교적인 부모 사이에서는 27%만이 젠데 편향적이었다. (p. 298)

여권의 확장은 '남성의 특권'에서 '아동의 필요'로 강조점이 이동한 것과 연관지어 해석해볼 수 있다. 이 변화를 추동한 요인은 경제에서 인적 자본과 교육의 중요성이 매우 높아진 것이었다. (p. 311)

학교교육이 아이에게 경제적으로 더 나은 삶의 전망을 열어주기 시작했고, 아이를 사랑하는 부모는 아이를 일터가 아니라 학교에 보내는 것으로 이 인센티브에 반응했다. (p. 331)

아동노동 금지가 널리 법제화된 데는 아동 학대에 대한 인도주의적 우려도 영향을 미쳤겠지만 노조가 노동시장에서 경쟁을 제한하고자 했던 것이 더 주요한 동인이었다고 불 수 있다. (p. 344)

 

종교와 교육, 여권확장, 아동노동에 대해서 경제적으로 분석한 내용을 읽다보니 신선한 프레임들이 눈에 들어와 좋았다. 다양한 자료들을 바탕으로 한 분석결과들을 설명함에 있어 저자가 시종일관 객관적인 태도를 유지하고 있어 읽는 내내 내용들에 대한 신뢰도 탄탄해져 갔다.

집약적 양육은 부유하고 교육 수준이 높은 계층에 집중되고 있다. 이러한 경향이 지속되어 전근대 사회에서처럼 계급 간 구별과 분리가 심화된다면, 우리는 새로운 계급사회로 가게 될 지 모른다. 계급 간 구분은 양육의 집약도에서만이 아니라 전체적인 가치 체계에서도 드러나게 될 것이다. 가치관과 태도가 계층에 따라 다시 분화되고 있는 것은 걱정스러운 추세이며 민주 사회에 새로운 문제를 제기한다. 민주사회는 평등한 기회라는 이상, 그리고 사회적 이동성과 더 폭넓은 정치적 참여에 기초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경제적 요인이 사회를 구성하는 유일한 결정 요인은 아니다. 우리가 정치적인 의지를 가지고 내리는 선택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경제적 요인이 불평등 심화와 계층 이동성 저하를 가속화하는 시대에, 민주 사회는 더 평등한 기회를 촉진하는 정책적 선택들을 내림으로써 이런 경향에 대응할 수 있다. (p. 388)

 

결국 선택의 문제다. 경제도 정치도 시민 한명한명이 선택권을 갖고 있다는 것이 어쩌면 유일한 해결책인건지도 모르겠다.

학교와 가정은 어느 정도 영향을 주고받으며 서로에게 맞춰간다. (p. 392)

북유럽은 학교들 사이에 질적인 차이가 거의 없고 진로 계열이 거의 나뉘지 않으며 대부분의 학생이 양질의 대학 교육 기회를 갖는다. (p. 393)

'걸려 있는 것이 많은' 시험의 존재는 불평등 수준이 낮은 편인 프랑스나 한국에서도 집약적 양육이 많은 이유를 설명해준다. (p. 395)

(중국의 입시제도) 가오카오가 기회의 면에서 '기울어진 운동장'을 평평하게 한다는 개념은 과장이다. 가령 도시와 농촌을 비교해보면, 평균적으로는 전체 중국 학생 중 절반 정도가 인문계 고등학교로 진학하지만 상하이 같은 부유한 대도시에서는 이 비중이 많게는 97%까지 달한다. 수업의 질도 도시 학교들이 더 좋다. 도시 중산층은 아이를 비싼 학원에 보낸다. 또한 교육 수준이 높은 부모는 아이가 공부하는 것을 더 잘 지켜보고 도울 수 있다. 그 결과, 가오카오 시험 결과에 상당한 사회적·경제적 격차가 나타난다. 아이에게 더 좋은 교육을 시키기 위해 농촌에서 도시로 이주하는 것이 어렵다는 점도 도농 격차를 심화하다. (p. 404~405)

동아시아 문화에서는 '독립성'이 서구에서와 다른 의미를 갖기 때문일 것이다. 일본 부모가 아이에게 독립성을 길러주는 방식은 아이가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선택하게 두는 것이라기 보다 아이가 성인처럼 알아서 자기 일을 잘 할 수 있다고 믿어주는 것이다. (p. 411)

 

책에 나오는 나라들의 교육적 상황들이 각자 너무 달랐다. 스웨덴에서는 유치원생들에게 글자를 가르치는 부모를 아동학대수준으로 바라보고, 핀란드에서는 제일 조금 공부하지만 제일 성적이 우수하고, 스페인과 이탈리아 그리고 프랑스는 유럽국가들의 평균적 교육 상황과 달랐고, 영국과 미국 그리고 중국과 한국은 교육적 불평등이 심화되고 있는 위험요소가 있으면서도 그문제를 바라보는 인식들이 달랐다. 그리고 그 상황들을 분석하는데 있어서 경제적인 관점은 굉장히 유용했다.

한중일 세 나라는 비슷한듯 달랐지만 '독립성' 에 대한 저자의 설명이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듯 보였다.

어쩌면 이렇게도 다 다른지... 읽을 수록 북유럽의 교육환경이 부러워지면서도 워낙 문화적·정치적·사회인식적 차이가 크다 보니 섣불리 북유럽식으로 하자고 말하기도 어려워보였다.

우리는 좋은 부모가 무엇을 해야 하는가를 제안하지 않으려 노력했다. 우리는 어떤 양육방식이 다른 양육방식보다 내재적으로 더 우월하다고 보지 않는다. 경제학자로서 우리는 모든 양육 방식이 상충적 교환관계를 갖는다고 본다. (p. 434)

이 책 전반에 걸쳐 주장했듯이 양육 선택은 우리가 살면서 내리는 가장 중요한 의사 결정이고 사회에섯 불평등의 양상이 어떻게 변천해갈지를 좌우할 주요 요소다. 그러므로 조세, 재분배, 교육 등과 관련된 정책 논쟁은 그런 정책이 양육에 미치게 될 영향을 비중 있게 고려해야 한다. 불평등 및 계층 이동성과 관련해 우려할 만한 경향이 많이 존재하지만, 신중하게 고안된 정책들로 이런 경향을 상쇄하거나 역전시킬 수 있다. (p. 452)

 

책은 크게 3부 10장 으로 이루어져 있고 각 부 마다 소결 이 정리되어 있어서 유용했다. 마지막 10장은 이 책에 대한 전반적인 결론들을 모은 내용이면서, 경제학자의 시선으로 본 양육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집단별·양육형태별 결과들을 통해 미래는 어떠해야 할지 그리고 어떻게 만들어갈 수 있는지에 대한 희망을 심어주고자 하고 있어서 그 지향점이 보기에 참 좋았다.

지금의 교육이 기울어져 있다는 것은 알고 있다. 그리고 그 기울어짐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도.

이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아이들이 힘들게 뛰지 않도록 어서 평평한 운동장을 만들 수 있기를 소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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