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수학책 - 그림으로 이해하는 일상 속 수학 개념들
벤 올린 지음, 김성훈 옮김 / 북라이프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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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으로 이해하는 일상 속 수학 개념들

진짜 중요한 건 수학 문제 푸는 법이 아니다. 수학자처럼 생각하는 법이다!

 

 

재치발랄함이 넘쳐나는 이 책은 수학을 소재로 하고 있긴 하지만 수학책이라고 하기엔 좀 애매한, 제목 그대로 이상한 수학책이다. ㅎㅎ

'Math with Bad Drawings' 라는 이름의 블로그를 운영하며 올렸던 글을 바탕으로 묶여 나온 이 책에서 저자는 수학을 전공하고 청소년들에게 수학을 가르쳤던 경험을 살려서 수학자가 일상속에서 어떤 식으로 수학개념들을 떠올릴 수 있는지 '생각의 흐름에 따라' 다양한 내용들을 자유로이 풀어낸다.

수학책으로 읽기 시작하긴 했는데 읽다보면, 크게는 과학과 경제학을 넘나들고 작게는 디자인과 보험과 스포츠와 정치선거와 세금이야기를 넘나드는 그야말로 수학보다는 다른 분야로 더 넓게 읽혀지는 잡학서였다.

어째서 수학은 삶의 모든 측면에서 토대를 이루고 있을까? 수학은 어떻게 동전과 유전자, 주사위와 주식, 책과 야구 등 서로 상관없는 영역을 연결하고 있을까? 그 이유는 수학이 생각의 체계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생각은 세상의 모든 문제를 해결할 때 도움이 된다. (p. 8)

교과서 속 수학이 아니라 일상 속 수학을 풀어내다 보니 그야말로 세상의 모든 문제를 건드리게 되는 모양새의 이 책은 저자가 직접그린 졸라맨체의 그림들이 마음을 가볍게 해주고 있어서 (이상하건 어쨌건)수학책이라고 이름지어진 책을 읽고 있음에도 피식피식 웃음을 터트리게 했다.

그 세부 사항 자체를 위해 세부 사항을 배우는 것은 아니다. 세부 사항을 배우는 이유는 나중에는 그것을 무시하고 더 큰 덩어리의 그림에 초점을 맞추기 위해서다. (p. 43)

수학에서 중요한 것은 거기에 담긴 추상적 진실이다. 수학은 과학의 물질적 우주가 아니라 논리의 개념적 우주에 산다. 수학자는 이런 연구를 '창의적' 이라고 하며, 예술에 비유한다. 그래서 과학이 수학에게는 영감의 원천이 되어 준다. (p. 51~52)

 

수학과 과학은 뗄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과거 학자들은 수학자와 과학자를 따로 명칭하지 않았다. 대부분 과학자이자 수학자였고 수학자이자 사상가였다. 학문이 세분화 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현실이 복잡해질수록 현실을 이해하기 위한 학문이 필요했고 현실분석논리체계학문이 과학이라고 할 수 있었다. 과학은 현실을 분석한다. 현실을 분석하는 과학에는 수학적 방식이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수학은 현실을 분석하는 학문이 아니다. 수학은 과학에서 영감을 얻긴 하지만 그너머 추상적 논리체계를 지향한다. 그래서 수학은 철학과 연결된다. 철학은 삶의 지향점과 삶 자체를 숙고하지만 그 과정은 당췌 말로 설명하기가 어렵다.

 

 

 

그러니 학생들에게 수학의 필요성을 이해시키는 것은 굉장히 어렵다. 대체 왜 지금 삼각함수를 배우고 곱셈공식을 외워야 하냐고 이걸 어디다 써먹냐고 항변하는 학생들에게 어른들은 그저 나중에 다 쓸모가 있어 하는 식상한 답변 이외에는 해줄 수 있는 말이 없다. 과학적 창의성은 눈에 보이지만 수학적 창의성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정말로 학생들이 그러한 세부적 수학지식들을 지금 배우는 것은 필요하다. 배울때는 그저 어렵고 성가시고 번거로운 공식들로만 보이겠지만 나중에 큰그림을 그리려 할때 그러한 세부적 지식들로 단련된 사고체계는 분명 밑그림을 제대로 그릴 수 있게 해준다. 수학은 추상적이기 때문에 구체적으로 배운 경험이 추상적 논리체계를 습득시킬 수 있게 한다. 그래서 같은 말을 또 할 수 밖에 없다. 나중에 다 쓸모가 있다고;;;

저자가 '수학자처럼 생각하는 법'에서 비교한 뛰어난 수학자와 위대한 수학자 관련 그림들은 정말 기가 막히게 이해가 쑤욱 됐다.

 

 

 

등수가 분명하게 나오고 옆 사람들과 손쉽게 비교할 수 있고 보상을 통해 꾸준히 채찍질을 하는 학교의 경쟁적 분위기에서 잘나가던 사람들이 정해진 답이 없는 학문의 세계에 발을 들여놓았을 때, 학생 때와는 다른 새로운 태도가 필요하다. 경쟁자로 길러진 사람들이 협력자로 진화하는 것이다. (p. 71)

 

힉생때 뛰어났던 사람들도 어른이 되어선 평범해지는 경우가 어쩌면 흔할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뛰어남 보다 위대함은 어렵다. 학문의 세계는 뛰어난 사람들의 세계가 아니라 위대한 사람들로 성장하는 곳이다. 그리고 수학자만큼 수학적으로 뛰어나지 않더라도 수학자처럼 생각하는 방법은 배우고 익힐 수 있다. 그렇게 위대함은 학문의 영역이 아닌 일상에서도 존재할 수 있게 된다. 수학자처럼 생각한다면. ㅎㅎㅎ

1부 수학자처럼 생각하는 법 뒤의 내용들은 구체적 사례?!들이라고 할 수 있다.

2부 디자인에서의 삼각형의 존재감, A4 용지 규격에서 찾아낸 무리수, 부피와 주사위 게임등에서 수학적 생각을 찾는 재미가 쏠쏠하다.

3부 확률론에서부터 살짝 머리에 쥐가 나기 시작한다. 복권과 보험 이야기는 확률을 심히 복잡하게 응용하고 있었고 그렇게 확률이 어떻게 이용되는가에 대한 의문을 갖게 만들고 있었다.

4부 통계학에서 확률론에서 미지근하게 건드렸던 수학의 오용사례에 대해 대놓고 문제점들을 지적한다.

"통계학은 불완전한 목격자다. 진실을 말하지만, 결코 진실을 전부 말하지는 않는다." (p. 294)

 

 

 

 

평균이 정말 평균수준을 알려준다고 생각하는가? 백분율의 차이만으로 비교하는 성장율을 또 어떤가?

통계학은 전제조건과 분산범위에 대해 오해를 불러일으키기 쉽고 통계학은 유용한 수학적 방법이지만 현실에서 찾아볼 수 있는 통계수치들에 대해 우리는 그 이면을 반드시 생각해봐야 할 필요성이 있다.

500페이지가 넘는 두툼한 이 책속에서 가장 많은 페이지를 차지하고 있는부분이 통계학 이었다. 어쩌면 저자는 수학책이라고 하면서 현실문제들을 수학적으로 지적하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야구에서의 타율, 과학실험에서의 수치 등에서부터 명작이라 일컫는 고전 소설속 단어들의 갯수분석까지 " 모든 통계는 자신이 측정하려고 하는 세상에 대한 비전을 담고 있다. ' (p. 357)

통계가 보여주고자 하는 세상에 대해 의문을 갖는 사고체계도 수학적으로 생각하는 방법 중 하나이다.

마지막 5부 전환점 에서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분명치 않았다.

"인생에서 어떤 갈림길에 설 때마다 그곳에는 결정적인 전환점이 있다. 그곳에서는 작디작은 한 걸음이 모든 것을 뒤바꿔 놓을 힘을 갖는다." (p. 382)

라며 다양한 전환점 적인 사례들을 이야기하지만, 한계혁명으로 바뀐 경제개념과 과세등급과 미국 대선에서의 전환점 제시는 구체적이지 않고 조심스러웠다.

책의 마지막 장이었던 '24장 역사의 카오스' 에서의 결말은 더더욱 카오스적이다.

인간의 역사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한 사람은 예측할 수 있다. 하지만 군중은 그렇지 않다. 군중의 정교한 상호 관계는 아무런 까닭도 없이 일부 패턴은 증폭하고 일부 패턴은 지워 버린다. 본질적으로 카오스는 사람이 머릿속에 그릴 수 있는 종류의 것이 아니다. 인간의 정신은 무엇이든 매끄럽게 펴려는 경향이 너무 강하고 진실을 보기 편한 소수 자리로 반올림해 버리는 습성이 있다. 카오스를 자유자재로 다루어그 패턴을 드러내려면, 또는 패턴이 없음을 드러내려면 우리 뇌보다 훨씬 더 크고 빠른 뇌가 필요했을 것이다. (p. 451)

수학으로 시작해서 인간의 역사로 마무리짓는 이 책은, 분명하게 보이는 수학적 개념들에서 혼돈의 인간역사로 결말을 짓는 이 책은, 정말이지 좀 이상한 수학책이다. ㅎㅎㅎ

하지만 저자가 말하고 싶었던 것은 아마도 살면서 수학이 필요하다는 것이 수학적으로 생각한다는 것이 수학문제에 반드시 답이 있는 것 같지만 답이 없는 것이 답일수도 있다라는 것이 결국은, 인간이 모든것을 다 알고 있고 알수 있다고 믿는 그 자세를 버려야 한다는 조언 아니었을까...

"카오스는 우리에게 겸손하라고 충고한다. 카오스는 우리가 알 수 있는 것에 한계가 있음을 거듭 가르친다." (p. 456)

수학이야기를 하면서 세상과 삶의 태도에 대한 충고를 슬쩍슬쩍 끼워놓은 이 책은 가벼운 말투로 무거운 주제를 우스운 그림들로 어려운 수학문제들을 재치있는 수학풀이들로 세상사는 방법을 다시생각하게보게 하는 기묘한 수학책이었다.

ps. 책 뒤쪽에 주석이 상당한 양의 페이지로 실려 있는데(개인적으로 주석은 해당 구절의 같은 페이지 아랫부분에 써주는 것을 좋아하지만, 이 책의 경우 뒤에 몰아 쓸 수 밖에 없었으리라는 생각이 드는 주석들이긴 했다;;;) 그중 저자가 너무너무 맘에 든다는 인용구절이 나또한 마음에 들어 옮겨놓아 본다.

그는 이제 역사사들이 역사를 연구하지 않음을안다. 그 누구도 Hain의 역사를 망라하여 연구할 수 없다. 그 역사가 무려 300만년(......)셀 수 없이 많은 왕과 제국, 발명, 수백만 개의 국가에서 살았던 수십억 명의 사람들, 군주 국가들, 민주 국가들, 과두 정부들, 무정부 상태들, 혼돈의 시대와 질서의 시대, 신의 신전 위에 세워진 신전, 무수히 많은 전쟁과 평화의 시대, 끝없는 발견과 망각, 셀 수 없이 많은 공포와 승리, 끝없는 새로움의 무한한 반복, 한순간, 그리고 그다음 순간, 그다음 순간, 그다음.....그다음..... 이렇게 계속해서 강의 흐름을 설명하려 드는 것이 대체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결국 지친다. 우리는 그냥 이러고 만다. '아주 큰 강이 있어. 그 강은 이 땅을 관통해 흐르지. 그 강에 우리는 '역사'라는 이름을 붙였어.' -어슐러 르 귄 의 <사람들의 남자> 에서 (p. 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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