힉생때 뛰어났던 사람들도 어른이 되어선 평범해지는 경우가 어쩌면 흔할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뛰어남 보다 위대함은 어렵다. 학문의 세계는 뛰어난 사람들의 세계가 아니라 위대한 사람들로 성장하는 곳이다. 그리고 수학자만큼 수학적으로 뛰어나지 않더라도 수학자처럼 생각하는 방법은 배우고 익힐 수 있다. 그렇게 위대함은 학문의 영역이 아닌 일상에서도 존재할 수 있게 된다. 수학자처럼 생각한다면. ㅎㅎㅎ
1부 수학자처럼 생각하는 법 뒤의 내용들은 구체적 사례?!들이라고 할 수 있다.
2부 디자인에서의 삼각형의 존재감, A4 용지 규격에서 찾아낸 무리수, 부피와 주사위 게임등에서 수학적 생각을 찾는 재미가 쏠쏠하다.
3부 확률론에서부터 살짝 머리에 쥐가 나기 시작한다. 복권과 보험 이야기는 확률을 심히 복잡하게 응용하고 있었고 그렇게 확률이 어떻게 이용되는가에 대한 의문을 갖게 만들고 있었다.
4부 통계학에서 확률론에서 미지근하게 건드렸던 수학의 오용사례에 대해 대놓고 문제점들을 지적한다.
"통계학은 불완전한 목격자다. 진실을 말하지만, 결코 진실을 전부 말하지는 않는다." (p. 294)




평균이 정말 평균수준을 알려준다고 생각하는가? 백분율의 차이만으로 비교하는 성장율을 또 어떤가?
통계학은 전제조건과 분산범위에 대해 오해를 불러일으키기 쉽고 통계학은 유용한 수학적 방법이지만 현실에서 찾아볼 수 있는 통계수치들에 대해 우리는 그 이면을 반드시 생각해봐야 할 필요성이 있다.
500페이지가 넘는 두툼한 이 책속에서 가장 많은 페이지를 차지하고 있는부분이 통계학 이었다. 어쩌면 저자는 수학책이라고 하면서 현실문제들을 수학적으로 지적하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야구에서의 타율, 과학실험에서의 수치 등에서부터 명작이라 일컫는 고전 소설속 단어들의 갯수분석까지 " 모든 통계는 자신이 측정하려고 하는 세상에 대한 비전을 담고 있다. ' (p. 357)
통계가 보여주고자 하는 세상에 대해 의문을 갖는 사고체계도 수학적으로 생각하는 방법 중 하나이다.
마지막 5부 전환점 에서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분명치 않았다.
"인생에서 어떤 갈림길에 설 때마다 그곳에는 결정적인 전환점이 있다. 그곳에서는 작디작은 한 걸음이 모든 것을 뒤바꿔 놓을 힘을 갖는다." (p. 382)
라며 다양한 전환점 적인 사례들을 이야기하지만, 한계혁명으로 바뀐 경제개념과 과세등급과 미국 대선에서의 전환점 제시는 구체적이지 않고 조심스러웠다.
책의 마지막 장이었던 '24장 역사의 카오스' 에서의 결말은 더더욱 카오스적이다.
인간의 역사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한 사람은 예측할 수 있다. 하지만 군중은 그렇지 않다. 군중의 정교한 상호 관계는 아무런 까닭도 없이 일부 패턴은 증폭하고 일부 패턴은 지워 버린다. 본질적으로 카오스는 사람이 머릿속에 그릴 수 있는 종류의 것이 아니다. 인간의 정신은 무엇이든 매끄럽게 펴려는 경향이 너무 강하고 진실을 보기 편한 소수 자리로 반올림해 버리는 습성이 있다. 카오스를 자유자재로 다루어그 패턴을 드러내려면, 또는 패턴이 없음을 드러내려면 우리 뇌보다 훨씬 더 크고 빠른 뇌가 필요했을 것이다. (p. 451)
수학으로 시작해서 인간의 역사로 마무리짓는 이 책은, 분명하게 보이는 수학적 개념들에서 혼돈의 인간역사로 결말을 짓는 이 책은, 정말이지 좀 이상한 수학책이다. ㅎㅎㅎ
하지만 저자가 말하고 싶었던 것은 아마도 살면서 수학이 필요하다는 것이 수학적으로 생각한다는 것이 수학문제에 반드시 답이 있는 것 같지만 답이 없는 것이 답일수도 있다라는 것이 결국은, 인간이 모든것을 다 알고 있고 알수 있다고 믿는 그 자세를 버려야 한다는 조언 아니었을까...
"카오스는 우리에게 겸손하라고 충고한다. 카오스는 우리가 알 수 있는 것에 한계가 있음을 거듭 가르친다." (p. 456)
수학이야기를 하면서 세상과 삶의 태도에 대한 충고를 슬쩍슬쩍 끼워놓은 이 책은 가벼운 말투로 무거운 주제를 우스운 그림들로 어려운 수학문제들을 재치있는 수학풀이들로 세상사는 방법을 다시생각하게보게 하는 기묘한 수학책이었다.
ps. 책 뒤쪽에 주석이 상당한 양의 페이지로 실려 있는데(개인적으로 주석은 해당 구절의 같은 페이지 아랫부분에 써주는 것을 좋아하지만, 이 책의 경우 뒤에 몰아 쓸 수 밖에 없었으리라는 생각이 드는 주석들이긴 했다;;;) 그중 저자가 너무너무 맘에 든다는 인용구절이 나또한 마음에 들어 옮겨놓아 본다.
그는 이제 역사사들이 역사를 연구하지 않음을안다. 그 누구도 Hain의 역사를 망라하여 연구할 수 없다. 그 역사가 무려 300만년(......)셀 수 없이 많은 왕과 제국, 발명, 수백만 개의 국가에서 살았던 수십억 명의 사람들, 군주 국가들, 민주 국가들, 과두 정부들, 무정부 상태들, 혼돈의 시대와 질서의 시대, 신의 신전 위에 세워진 신전, 무수히 많은 전쟁과 평화의 시대, 끝없는 발견과 망각, 셀 수 없이 많은 공포와 승리, 끝없는 새로움의 무한한 반복, 한순간, 그리고 그다음 순간, 그다음 순간, 그다음.....그다음..... 이렇게 계속해서 강의 흐름을 설명하려 드는 것이 대체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결국 지친다. 우리는 그냥 이러고 만다. '아주 큰 강이 있어. 그 강은 이 땅을 관통해 흐르지. 그 강에 우리는 '역사'라는 이름을 붙였어.' -어슐러 르 귄 의 <사람들의 남자> 에서 (p. 5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