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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계를 넘어
커스티 애플바움 지음, 김아림 옮김 / 리듬문고 / 2020년 2월
평점 :
각 집안의 모든 첫째들은 열네 살이 되면 '조용한 전쟁'에 참전하기 위해 마을을 떠나야 한다.
둘째 매기는 어느날 마을 경계 근처에서 방랑자 아이, 우나를 만난다.
과연 경계 너머에는 무엇이 있을까? 왜 어른들은 절대 경계를 넘어선 안된다고 했을까?
책소개 문구들을 봤을 때 판타지 소설인가? 싶었었다.(개인적으로 판타지 소설 엄청 좋아한다 but 이 소설은 판타지는 아니었다) 어두운 숲속 작은 램프 하나들고 걸어가는 세 아이의 모습이 그려진 표지를 통해 아이들이 경계 밖 세상에 대한 호기심으로 탐험을 하겠구나 싶었었다. (개인적으로 청소년문학 또한 완전 좋아한다) 그렇게 읽고 나니 묘하게 자꾸 웃음이 나는 작품이었다. 그리고 이 소설은 작가의 데뷔작이다.
제드 오빠는 우리 가운데 첫째다. 4년 후 막내 트리그가 태어났다. 그리고 나, 매기는 중간에 낀 아이다. 둘째는 가장 운이 나쁘다. (p. 5)
형제자매가 숫자적으로 셋일때 둘째는 불리한 위치다. 첫째는 첫째라서 막내는 막내라서 특별한 위치를 부여받지만 가운데 둘째는 그렇지 못하다. 형제자매가 둘이거나 넷이거나 하면 또 다르다. 문제는 항상 셋일때 발생한다. ㅎㅎ
촌장님이 깊게 숨을 들이마시며 머리를 들었다. "우리가 안전하게 살기 위해 지켜야 할 가장 중요한 규칙이 무엇일까요?"
"절대 경계를 넘지 않는 거에요!" 트리그가 크게 외쳤다. (p. 17)
작은 마을이 있다. 이 마을의 학교에선 매일 아침 구호를 외친다. 태어나는 순간부터 각인시키는 구호의 내용은 첫째들의 전쟁참여에 대한 것이다. 첫째들은 열네살이 되면 집을 떠나야 한다. 경계에 대한 마을 사람들의 두려움은 첫째자식을 전쟁에 보내는 것을 당연하게 여길 정도로 오래되고 깊은 각인이었다.
크루즈 집안엔 삼남매가 있다. 그 중 첫째인 제드는 곧 14살이 되고 조용한 전쟁에 참전학 위해 집을 떠날 예정이다. 열한살 매기는 마냥 첫째가 부럽기만 했다. 첫째만 특별하게 여기는 분위기에서 첫째가 아닌 존재들은 아무런 인정을 받지 못했다.
아무도 둘째의 말을 믿지 않는다. 심지어 엄마와 아빠마저도. 제드 오빠가 말했다면 믿어 주지 않았을까? 첫째라면 모든 것이 허락되니 말이다. (p. 44)
어느날 마을 경계 부근에서 매기는 방랑자 아이 우나를 만난다. 방랑자의 존재는 마을 사람들에게 위험한 존재로 각인되어 있다. 매기는 특별해지고 싶었다. 첫째가 아닌 둘째로서 특별해지려면 방랑자 를 잡는 것 만큼 영웅적인 일은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두렵지만 우나와 대화를 하게 되고 도움을 주게 된다. 언젠가는 방랑자를 잡기위한 과정이라 생각하며 우나와 만나는 사이 둘은 친구가 된다.
"이상하지 않아? 너희들은 마을 바깥의 사람들이 위험하다고 생각하는데 우리는 마을 안쪽 사람들이 위험하다고 생각하는 거 말이야.
너는 어떻게 그 울타리가 경계라고 생각하는 거야? 내게는 그저 오래된 울타리일 뿐인데. 내 말은 너는 어떻게 경계인 울타리와 보통의 울타리를 구분 할 수 있어?" (p. 126)
"방랑자로 사는 건 어때? 내가 물었다.
"어떠냐고? 그냥 보통 사람과 같아. 나는 항상 이렇게 지내 왔지. 경계 같은 건 없어" (p. 131)
우나와 가까워질수록 경계바깥 사람들인 방랑자들에 대한 고정관념과 울타리라는 경계에 대해 매기는 혼란스럽다. 우나는 자신과 별다를 것 없어보이는 천진한 아이였고 자신의 도움이 절실한 아이였다. 매기는 자신의 이름조차 기억하지 못하는 학교사람들보다 자신을 유일한 친구로 대해주는 우나가 좋았다. 견고하게 마을을 지켜주는 것 같던 울타리는 그저 허술한 나무 울타리일 뿐이었다. 그 울타리를 넘어 경계 밖으로 나가는 발걸음을 떼기까지 매기는 두렵고 두렵고 두려웠다.
마을 사람들 모두가 자랑스러운 표정으로 꼿곳이 섰다. 그리고 목소리를 높여 구호를 외쳤다.
"첫째는 영웅이다.
첫째는 특별하다.
첫째는 용감하다.
첫째를 캠프에 보내지 않는 사람은 부끄러운 줄 알아라.
그들의 친족도 마찬가지다.
무엇보다 방랑자들은 부끄러운 줄 알아라.
조용한 전쟁을 평화롭게 마무리하자.
진심으로, 그리고 영원히"
나는 그 내용이 진짜로 느껴졌고 그런 구호를 외치게 되어 좋았다. 어느 때보다도 훌륭하고 진실한 내용이라고 생각했다. (p. 163)
좋았었다. 생각했었다. 믿었었다.
하지만.
매기는 경계를 넘어간 첫번째 아이였다.
그리고 둘째 였다.
매기는 첫째들을 구하고 방랑자들을 마을에 들어오게 함으로써 진짜 세상을 마을안 세상과 연결시킨다.
이 소설은 둘째아이의 정체성과 맹목적인 믿음에 대한 허상을 동화적으로 잘 풀어낸 성장담이다.
'조용한 전쟁' 이라는 물리적 사건이 없더라도 첫째로서의 가족내에서 존재하는 특별함에 대해 공감해본 사람이라면
위아래 끼인 둘째로서 자신의 존재감을 어필하기 위해 이런저런 고민을 해본 사람이라면
보수적으로 만들어놓은 자신만의 세상과 그 바깥 세상을 철저히 구분하며 우물안에서의 안전함만 지켜본 사람이라면
단 한번이라도 새로움에 두려워하며 첫발을 내디뎌본, 그래서 변화를 경험해본 사람이라면
제프에게 혹은 매기에게 혹은 우나에게 마음을 주며 읽어가게 될 것이다. 그렇게 잊고 있었던 성장을 다시한번 순수하게 경험해볼 수 있을 것이다.
착한 소설을 읽고나면 역시 기분이 가벼워진다. ㅎㅎㅎ
-리뷰어스 클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만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