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의 성을 이해하는 것은 사회가 그들을 어떻게 대하는지를 이해하는 일일 뿐 아니라, 사회가 어떻게 '정상'을 규정하고 '차이'를 대하는지를 연구하는 출발점이기도 하다. 이 부분에 대해서라면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이 너무나 미천한 수준이다. 인간됨과 관련한 한 차례의 도전이 이제 막 시작되려 한다. (p. 273)
어쩌면 지금 우리에게 당장 필요한 건 법이나 제도의 개혁이 아니라 성 관념의 해방인지도 모른다. 성의 범람이 아니라, 지식과 마음의 해방말이다.
성적 욕구를 전적으로 문제시하고 불안해하는 태도야말로 더 넓고 자유로운 미래로 나아가기 위해 반드시 뛰어넘어야 할 마음의 문턱이다. 신체는 인류가 자아를 장악하는 도구이자 외부와 소통하는 수단이다. 단지 육신이 존재하는 곳일 뿐만 아니라, 인간이 세계로 진입하는 중요한 통로다. 타인의 고통과 기쁨에 공감하고, 사회의 명와 암을 이해하는 일은 모든 사람이 반드시 배워야 하는 과제다. 머지않은 미래에는 모든 사람의 성이 보장받거나 해방될 필요없이 누구나 다 유일무이한 육체를 통해 사랑과 욕망의 한가운데서 속박이나 족쇄, 죄책감이 아니라 진실한 쾌락을 얻었으면 한다.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모든 장애인에게 돌려주자. 이는 인도주의적인 동정이 아니라 인간의 본성을 펼쳐 보이는 일이다. (p. 3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