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에 한 남자의 자화상이 있다.
액자에 클로즈업 된 그의 얼굴 그리고 눈 에 빛이 연결되 있다. 눈에서 빛이 나오는 것일까 눈으로 빛이 들어가고 있는 중일까
그 빛은 뒤표지의 거울과 연결되고 빛은 다채로워짐과 동시에 한줄기로 통일된다.
이 남자는 빛 과 자화상 을 연결했을 때 떠오르는 화가, 렘브란트 다.
그리고 빛 과 그림은 과학과 미술의 연결을 확실하게 이어주고 있는 중요한 매개체다. 그림이 이렇게 과학적이었나?!!!
정말 재미있게 읽은 책이다.
간만에 책을 읽으며 새로운 것을 알아내는 재미를 쏠쏠이 느끼게 해준 책이었다.
물리학자로 카이스트 교수인 저자가 해외연구소에서 공부할때 가까운 미술관에서 위안을 얻고 여전히 바쁜 실험연구 사이사이 일요일에 그림을 그리며 쌓은 미술에 대한 관심과 애정은 어울릴것 같지 않은 물리학과 그림을 자연스럽게 엮어내고 있다.
읽는 내내 '생각의 탄생' 이라는 책이 생각났더랬다.
과학자들의 천재성을 예술적 영감과 연결지어 예술교육을 강조한 그 책에 등장하는 먼나라 천재과학자들보다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이 땅에서 과학과 미술을 이렇게 재밌게 엮어낸 저자가 내게는 '생각의 탄생' 의 현현 처럼 느껴졌다. 무엇보다 많이 알고 있는 것이 분명해보이는 사람이 전혀 그런티내지 않고 누구나 이해할법한 자연스러운 설명과 풀이를 해주는 책을 개인적으로 정말 좋아하는데, 그런점에서 저자의 서술은 굉장히 편안하게 몰입하게 해주어 감사했다.
저자가 보여주는 그림들은 유명한 그림이 많아서 처음 보는 그림이 그다지 많지 않았음에도 처음 보는 것인양 새로운 것을 과학적으로 알게 해주어 명화에서 신선함을 느끼게 해주었다. 특히 르네상스 이후 화가들의 과학적 소양에 따른 그림의 변화가 무척 새롭게 다가왔다. 역시 아는만큼 보인다. ㅎㅎ
피테르 브뢰헬의 어두운 그림에서 나는 중세암흑기를 느꼈다면 저자는 태양흑점감소로 인한 날씨의 변화를 읽어낸다. 저자가 알려주는 '소빙하기 시대' 는 서양역사를 읽을때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될 것이다.
조지오 오키프의 그림이야기를 하며 미국대륙횡단도로 '루트66' 지도가 나왔을 때는 '분노의 포도' 라는 소설이 생각나서 한동안 소설속 여정을 떠올려 보게 되기도 했었다. 그러고 나니 뉴멕시코주의 자연을 사랑한 오키프의 그림이 더 친근하게 다가왔고, 그 그림들 속 파란 하늘에서 빛의 산란을 설명하는 저자의 과학적 풀이가 새삼 재밌게 읽혀지기도 했다.
리쿠르고스 컵이라는 4세기경의 로마컵 사진을 처음 봤을 땐 색이 다른 두개의 컵인줄 알았는데, 하나의 컵인 것을 알고 놀라웠다. 컵 안쪽에 빛을 쪼이면 컵의 색이 변한다는 것을 그 컵을 사용했던 로마인들은 알았을까? 알았을 가능성이 높긴 하다. 이 컵의 제조 기법이 스테인드글라스 기술의 근간이 되었다고 하니... 스테인드글라스도 그냥 예쁜 색유리로만 봤었는데, 파리 노트르담 대성당의 안과 밖 사진을 함께 보고 나서야 그 진가를 깨달았다. 이제 스테인드글라스작품을 보게 되면 밖에 나가서 한번 더 보게 될 것 같다. ㅎㅎ
영국의 대표 풍경화가인 컨스터블은 구름을 잘 그리기 위해 기상학을 공부하고, 무지개를 잘 그리기 위해 뉴턴의 광학을 독학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그가 그린 그림은 정말 하늘만 그렸음에도 멋진 작품이 되는 구름을 잘 담아내고 있었다.
표지에 나왔던 렘브란트의 자화상 이야기는 렘브란트의 굴곡진 삶과 함께 읽으니 좀 슬프기도 했지만, '빛의 삼각형' 영역을 알고 나서 다시 자화상을 볼때마다 그 삼각형 찾는 재미가 쏠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