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데릭 배크만의 작품들을 굉장히 재미있게 읽었었는데, 그가 극찬한 놀라운 데뷔작 이라고 해서 관심이 갔던 책이다.
저자의 소개글을 보니 1979년생인 작가가 2017년 발표한 데뷔작인데, 출판되자 마자 흥행한 책이라고 한다. 후속작인 <1794> 또한 2019년에 출간되자마자 여러나라에 판권이 팔렸다는데, 책을 읽고나니 왜 그런지 알수 있었고 후속작도 어서 번역본이 나왔으면 바라게 되었다. 데뷔작이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만큼 완성도 높은 대단한 작품이었다.
사족으로... 저자의 이름이 '니클라스 나트 오크 다그' 인데 '밤과 낮'이라는 의미를 지닌 '나트 오크 다그' 는 현존하는 스웨덴 최고의 귀족가문으로, 이 성은 가문의 문장인 금색과 푸른색으로 위아래가 나뉜 방패에서 유래했다는 설명이 저자소개에 함께 씌여 있는 것을 보고 굳이 이 부분을 알려야 했을까? 싶으면서 유럽에서 귀족가문이란 여전하구나 싶기도 하고 기분이 묘했다. 여하튼, 귀족가문에 걸맞은?! 품격?!있는 작품이긴 했다.
이 소설의 원제인 <1793> 년은 유럽에서 혁명의 시기였다. 귀족에게나 서민에게나.
하지만 스웨덴에서는 혁명이 없었다. 1789년 프랑스에서 혁명의 바람이 불기 시작했을때 스웨덴은 주춤했던 왕정이 복구되었고, 제1차 2차 세계대전으로 유럽의 권력이 재편될때 스웨덴은 철저히 중립을 지키며 전쟁에 참여하지 않으면서 권력재편이 전격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현재 입헌군주제를 유지하는 국가로서, 대세에 따라 왕이 존재하되 통치하지 않는 것으로 자연스럽게 왕권은 약화되었다. 그러나 혁명으로 역사가 뒤집어진 것은 아님을 이 책을 읽은 후 이런저런 검색을 하면서 알았다. 스웨덴의 역사를 조금 알고 나니 작품 속에서 혁명의 기운이 사그라들었던 정황이 좀더 복합적은 의미로 다가왔다.
책의 시작에 앞서 소설의 배경이 되는 마을지도가 나오는데, 지도를 보고 있자니 정유정 작가가 생각났다. 지도로 시작하는 정유정 작가의 소설은 탄탄한 구성을 자랑하는데, 이 소설도 그런 면에서 비슷했다. 프레데릭 배크만의 책을 읽으며 스웨덴 소설 정서가 한국인 정서와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았었는데, 이 소설을 읽고나니 서양소설에서 느껴지는 특유의 위화감 없이 읽히는 것이 점점 더 스웨덴 소설에 흥미가 생긴다.
소설은 총 4부로 구성되는데 1부 1793년 가을 살인사건이 발생한 시점에서 2부 1793년 여름 사건 전의 시점으로 갔다가 3부 1793년 봄으로 더 거슬러가서 사건의 외적인 상황들을 서술하면서 여름 가을을 거쳐 자연스럽게 4부 1793년 겨울로 이어진다.
출판사의 홍보문구 처럼 혁명의 기운을 품은 시절 빈민촌, 경찰, 가짜이름 등은 레미제라블을 떠올리게 하고, 감금, 폭행, 살인, 싸이코패스 등은 양들의 침묵을 떠올리게 하며, 두 명의 남성이 주체적으로 사건해결에 나선다는 점에서 셜록 홈스를 생각나게 하지만, <늑대의 왕> 은 그 작품들과 달랐다. 매번 예상을 뒤엎는 독특한 추리소설이었다. 역사소설이 아닌데 역사를 알게하고 로맨스 소설이 아닌데 사랑의 감정이 내내 흐르는 묘한 스릴러 였다.
1793년 스톡홀름의 온갖 쓰레기가 떠다니는 호수에 팔다리가 절단된(심지어 혀가 잘리고 눈까지 파내어진) 시체가 떠오른다. 그리고 이 사건은 경찰청의 사정상 청장의 친구인 변호사 세실 빙에 에게 의뢰된다. 그리고 세실 빙에는 시체를 건져낸 방범군 미켈 카르델에게 공조할 것을 요청한다. 모든 것에서 이성적인 빙에와 달리 카르델은 모든 상황에서 주먹이 먼저 나가는 타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