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심리학 - 마음과 행동을 결정하는 사회적 상황의 힘
로버트 치알디니.더글러스 켄릭.스티븐 뉴버그 지음, 김아영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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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과 행동을 결정하는 사회적 상황의 힘

생각과 감정, 행동을 지배하는 인간관계의 과학

사람의 심리와 행동을 가장 넓게 탐구하는 '심리학의 제왕'

사회심리학의 100년 연구를 집대성한 우리 시대의 고전

 

이 책은 기본적으로 전공서적이다. 대학 강의실에서 교수가 학생들에게 강의할 때 사용되는 전문 학술 도서인 셈이다. 하지만 사회심리학 전공 도서라면 예외일 수 있다. 사회심리학이라는 분야 자체가 심리학으로 한정 짓기에는 다루는 영역이 너무나 넓기 때문이다. 사람과 사회에 대해 궁금한 이들이라면 반드시 알아야 하는 게 바로 사회심리학이다.

전공 서적 같다는 선입견만 버리시라. 그럼 그 열매는 인생에 두고두고 남을 만큼 달콤하고 귀할 것이다. 나 역시 이 책을 밑줄을 그어가며 몇 번이나 탐독했는지 모르겠다. 이런 책에는 무작정 추천한다는 건방진 말 대신, 세상에 나와주어 고맙다는 진심 어린 감사의 말을 전해야 한다. -추천사 中

 

방송이나 강연에서 얼굴을 익힌 김경일 교수가 극찬을 하는 책이기에 궁금했다. 그의 강연을 재밌게 들었었기에 호감이 생겼었다. 추천사 첫문장에서 이 책은 전공서적이라고 대놓고 무게감을 주는 듯 하지만 추천사 말미로 갈수록 그런 선입견을 버리고 인생책으로 두고두고 곁에 두고 읽으라며 강추하는 이 책은 과연 어떤 책일까 기대감이 올라갔다.

이 책은 사회심리학이라는 분야에 통합적으로 접근하는 틀을 제공함으로써, 독자들에게 무질서 속의 질서를 발견하는 지적 유희와 사회를 읽는 안목을 선사한다. (p. 11)

사회심리학은 '지상 최대의 쇼' 라기보다 놀랍고 논리적이며 유익하기까지 한 '지상 최대의 이야기'라고 할 만하다. 독자들도 이 말에 동의할 수 있기를 바란다. (p.15)

 

서문에서 밝히는 저자의 의도는 이 책을 덮고 날 즈음 확실하게 재확인된다. 700여 페이지의 하드커버인 이 책을 다 읽고나면 사회심리학이란 무엇인지 약간은 감이 잡히는 기분이다. 그리고 전공서적으로서도 기초와 구성이 탄탄하지만 일반 대중이 읽기에도 무리가 없는 책임을 (다만, 두께가 두께이니만큼 시간은 꽤 걸린다;;;;) 깨닫게 된다. 사람 과 사회 를 연구하는 심리학 은 곧 우리의 일상이 아니던가 ㅎㅎ

총 14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각 장마다 독립적으로 읽어도 무방하다. 각 장의 구성은 비슷한데, 유명사례를 통한 질문을 던지고 그 질문의 답을 찾기 위해 '사람'-'상황'-'상호작용' 의 3단계로 풀어나가면서 학문적 용어와 연구결과들을 충분히 담고나서 요약으로 마무리한다. 그리고 이 요약 의 마지막 문장에서 다음 장으로 연결하는 한마디를 언급하는 센스로 각 장을 연결짓는다.

1장> 일상의 수수께끼를 푸는 열쇠 에서 해리포터의 작가로 익숙한 이름 J.K롤링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그녀는 가난하고 힘든 시절 속에서도 꿋꿋이 소설을 썼고 여러 출판사에서 거절당하다가 마침내 출판된 책이 대박을 터트려 백만장자에 올랐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갑자기 부를 획득했을때 그 부를 나눌 생각을 하지 않는데, 롤링은 시작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기부를 하고 있다. 기부를 너무 많이 한 나머지 <포천>의 억만장자 목록에서 빠질 정도였다고 한다. 그녀는 왜 그랬을까? 사회심리학은 이렇듯 사람을 이해하고자 하는 질문에서 비롯된다.

심리학자는 여러 명의 목격자가 있는 살인 사건을 맡은 수사관과 같다. 목격자 가운데 사건을 처음부터 끝까지 완전히 아는 사람은 없다. 눈이 먼 여성은 다투는 소리를 들었지만 누가 방아쇠를 당겼는지 볼 수 없다. 귀가 먹은 남성은 살인 사건이 일어나기 직전에 누군가가 방으로 들어오는 것을 보았지만 총소리는 듣지 못했다. 아이는 그곳에서 보고 들었지만 세부 사항을 혼동하는 경향이 있다. 목격자들에게 문제가 하나씩 있지만 모두 집사가 범인이라고 입을 모은다면 총에 집사의 지문이 묻었는지 확인해 보는 것이 타당하다. 수사관과 마찬가지로 사회심리학자는 그 자체로 완벽하지 않지만 합쳐놓으면 흥미로운 사례가 될 수 있는 증거들과 항상 마주한다. 수사관은 증거와 직감 사이를 넘나든다. 즉 증거가 직감을 끌어내고, 그 직감이 새로운 증거에 대한 조사로 이끈다. 사회심리학자 역시 실험실과 실제 상황 사이를 오간다. 이렇게 다양한 증거를 결합해나가며 더욱 확실한 결론에 이른다. (p. 62)

'장님 코끼리 만지기' 라는 속담이 떠오른다. 다리를 만진 장님은 코끼리를 기둥같다 하고 코를 만진 장님은 코끼리를 관 같다 하고 배를 만진 장님은 코끼리를 벽 같다고 한다. 하지만 코끼리 그림 한장을 볼 수 있는 사람이 한명만 있어도 이 장님들의 말은 모두 사실임을 알 수 있다. 사회심리학자가 총합하는 사람과 사회에 대한 연구결과들도 이런 코끼리 그림 한장을 그려내고 있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1장이 가장 전공서적같은 느낌을 주는데 39p의 사회심리학의 주요 이론적 관점을 정리한 표와 61p의 사회심리학의 주요연구방법을 정리한 표 때문이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그렇게 표로 정리해주니 훨씬 보기 좋았다. 이렇게 다양한 사회심리학의 원리들은 일상에서 사람들과 잘 지내는 법에 대한 단서를 제공할 뿐만 아니라 박식한 사람이 되도록 도와준다면서 이제 구체적인 사회심리학으로 들어간다.

2장>행동을 결정짓는 2개의 축, 사람과 상황 에서는 마틴 루서 킹 으로 질문을 던진다. 무엇이 평범한 그를 비범하게 만들었을까.

2장에서는 사회심리학자들이 '사람', '상황', '사람과 상황의 상호작용' 이라는 말을 어떤 의미로 사용하는 소개하면서 사람과 상황의 매혹적인 상호작을 탐색하기 시작하는데 이러한 기본적인 탐색틀은 마지막장까지 계속 사용된다. 그리고 사회적 행동을 이해하기 시작한 2장을 바탕으로 3장에서는 사람들이 자신의 사회적 상황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탐구할 것임을 예고한다.

3장> 자신과 타인 이해하기 에서는 힐러리 클린턴 을 예로 든다. 너무나 상반된 평가를 받고 있는 그녀는 과연 차세대 리더일까 탐욕스러운 권력가일까

사회적 행동을 제대로 해석하기 위해서는 인지의 역할과 생각의 작용 원리를 알아야 한다. 하지만 가장 최근의 연구들이 생각의 작용 원리를 밝혀내면서, 우리는 사회적·문화적 존재로서 인간이 마주하는 복잡하고 매혹적인 난제들 역시 이해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사회심리학과 인지과학을 이어주는 연결 고리들은 그야말로 쌍방향 도로처럼 꾸준한 흐름을 양쪽에 전달해준다. (p. 164)

3장에서 내게 가장 유익했던 내용은 '자기통제감' 관련한 내용이었다. 자존감과는 또다른 '자기통제감'은 내게 사람을 이해하는 프레임을 조금 더 확장시켜 주었다. 자신과 타인을 이해하는 기초를 마련했으니 이제 자신을 타인에게 어떻게 표현할 것인지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그래서

4장> 자신을 어떻게 내보일 것인가 에서는 '프레드 데마라' 라는 희대의 사기꾼 을 통해 뭇 사람들이 마음을 훔친 사기꾼의 비밀을 캐보고자 한다.

프레드 데마라는 고등학교 중퇴자에 차를 훔친 도둑이자 군대에서 탈영한 도망자였다. 그런데 그는 20여년간 때로는 박사로 때로는 성직자로 때로는 의사로 때로는 교도관으로 행세하며 최고의 지위를 누리는 것을 의심받지 않았다. 심지어 그가 사기꾼이라는 것이 드러났음에도 다시 그 자리로 돌아와 일해달라는 요청이 있고 여전히 그를 사랑하다는 약혼녀가 있었다. 어떻게 그럴 수 있었을까?

저자는 데마라의 여정을 연구하면서 다른 학문분야와 연결된 사회심리학의 여러 측면을 발견할 수 있었다며 자연스럽게 다음장으로 넘어간다.

5장> 설득 메커니즘 에서는 저지르지도 않은 살인을 자백한 '피터 라일리' 사건을 예로 들어 어떻게 그런 자백이 가능했을지 질문한다. 이 사건은 우리나라 영화 '재심' 을 떠올리게 한다.

캐고, 캐고, 또 캐고, 취조관들은 온갖 방법을 동원해 라일리의 기억을 상기시켰다. 처음에는 희미하게 떠오르다가 나중에는 기억이 조금 더 생생해졌다. '정신적 장벽'을 깨부수도록 끈질기에 몰아붙인 조사관과 함께 라일리는 머릿속에 떠오른 장면을 살피며 살인 사건의 세부 사항에 들어맞는 행동의 과정을 짜 맞추었다. 여전히 구체적인 점들이 확실치 않았지만 끔찍한 범죄가 일어난지 약24시간 만에 마침내 피터 라일리는 자필 진술서에 서명하고 죄를 공식적으로 자백했다. 진술 내용은 조사관이 라일리에게 제시하고 라일리가 정확한 사실로 받아들이게 된 설명을 그대로 따랐다. 라일리가 취조받기 시작햇을 때는 조금도 믿지 않던 사실들이고, 나중에 밝혀진 사건들에 비추어보아도 진실과 너무나 동떨어진 내용이었지만, 진술서는 그렇게 작성되었다. (p. 217)

고문을 당하지 않았음에도 라일리는 그자신이 살해범이라고 믿게 될 만큼 설득에는 매커니즘이 있었다. 이 책의 각 장들이 대표적 에피소드로 시작하긴 하지만 본문은 그 에피소드를 풀이하는데 있지는 않다. 그보다는 그 기초적 질문에 답하기 위한 심리학적 개념과 연구결과들을 통해 사회심리학을 이해하도록 하고 있기 때문에 이 책은 교재로서 효용성이 높다.

설득의 매커니즘을 설명하기 위해 태도의 속성을 고전적 조건 형성와 조작적 조건형성, 관찰학습, 유전으로 나누어 설명하고 태도의 행동의 일관성을 높이는 4가지 요인으로 지식, 개인적 관련성, 태도 접근성, 행동의 의도를 설명하면서 태도를 이해한 후 설득이란 무엇인지 설명해나간다. 이 설득에 대한 내용에서 사회적 승인까지 연결되는 학문적 내용들은 모르지 않았던 내용임에도 학문적으로 접하는 체계성을 여실히 느끼게 해준다. 매 장들마다 다 그렇다.

저자는 자신들의 입장과 반대되는 정보를 본 다음에도 처음의 태도를 고수한 다른 경찰들의 특성에 대해 뭐라고 말해야 할까? 라고 물으며 굳이 하나 제안하자면 '인간' 이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인간 에 대해서 다음장에서 파고든다.

6장> 사회적 영향력 에서는 사이비 종교에 빠졌던 '스티브 하산'의 일화로 시작한다. 사람들은 왜 사이비 종교에 빠질까?

사이비 종교는 하산을 전도해 끌어들이고, 신자로 보유하는 과정에서 하산이 집단의 바람에 순응해 사회적 승인 얻기 라는 목표를 달성하게 만들었다. 하산에게 영향력을 행사해 집단으로 끌어들이려 할때 사이비종교 신자들은 교단에 들어오면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데 내적 개입과 헌신을 할 수 있다고 설득하면서, 하산이 교단의 영향력에 순종함으로서 자아상 관리라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게 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하산은 이 종교에서 자신을 속이고 유해한 환경에 가두었다는 사실을 스스로 깨달은 후 사회복지에 헌신하는 삶으로 다시 나아갈 방법을 알게 되었다. 그후로 하산은 계속 자신의 이상에 헌신해왔다 전국적으로 유명한 사이비 종교 탈출 상담가로 급부상해 자신이 사용하는 효과적 기법을 설파하고 있다. 늘 그렇듯 정보를 실제로 적용하려 할 때는 새로운 지식을 우리 삶에서 어떻게 활용할지 과학적으로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그 구체적 생각으로 다음 장에서는 '관계맺기' 에 대해 이야기 한다.

7장> 관계 맺기와 우정 에서는 달라이라마와 친구가 된 도망자 '하인리히 하러'의 일화를 소개한다. 인도의 영국인 포로수용소에서 도망쳐 나온 하러와 그의 동료 페터 아우프슈나이터는 걸어서 티베트에 다다랐고, 티베트 사람들이 살아있는 부처로 여기는 달라이라마가 사는 라사에 이르렀다. 모든 티베트인에게 존경받는 13세의 영적 지도자에게 티베트 사람들은 감히 접근하지 못했지만 이방인이었던 도망자 외국인은 친구가 되었다. 어떤 사람과는 친구가 되고 어떤 사람과는 친구가 되지 못하는 요인은 무엇일까?

저자는 관계맺기와 친구 관계에 대한 사회심리학의 연구는 금지된 도시의 어린 왕과 외국인의 우정 뿐만 아니라, 미시간주의 그랜드래피즈나 아칸소주의 리틀록처럼 멀지 않은 곳에서 친구 관계를 맺고 유지하는 데 유용한 단서를 제공한다며 우정에서 사랑으로 넘어간다.

8장> 사랑과 낭만적 관계에서는 코끼리와 비둘기의 전쟁 같은 사랑이었던 프리다 칼로 와 리베라 디에고 의 사랑으로 질문을 던진다. 연인이나 부부가 지극히 행복한 관계를 지속하거나 그와 반대로 고통스러운 결별을 맞게 만드는 요소는 무엇인가?

인류역사를 통틀어 여성은 항상 후손에게 직접 신체적 자원을 제공해왔다. 여성들은 아기를 배속에 품고, 젖을 먹이고, 그 후에도 몇 년 동안 생존에 중요한 도움을 준다. 따라서 아주 오래전부터 남성들은 짝을 선택할 때 건강과 번식력을 따지는 편이 이로웠다. 이때 나이와 신체적 매력은 여성의 건강과 번식력을 짐작하게 하는 단서인 셈이다. (p. 393)

여성은 조금이라도 연상인 남성과 결혼하려는 경향이 있고, 남성은 10대이건 30대이건 60대이건 자신들의 나이에 관계없이 20대 여성을 선호한다. 왜냐하면 번식에 최적의 몸상태를 가진 연령대의 여성이기 때문이다. 사랑이니 낭만이니 분석해봤자, 원시시대부터 현대까지 인간의 욕망은 사실 크게 변한것도 아니지 않을까 싶다. 번식이 곧 생존이라는 것은 영원히 변치 않을 테니 말이다.

여하튼, 8장에서는 사회심리학과 다른 학문의 많은 연결점을 다시 한번 확인한 (신경심리학, 생물학, 역사학, 정치학, 인류학 등등) 저자는 남녀가 내리는 선택이 경제심리학과도 관련된다며 9장으로 넘어간다.

9장 친사회적 행동 에서는 유대인들을 살린 어느 일본인의 위대한 희생 이라며 '스기하라 지우네' 를 예로 든다. 1940년 리투아니아 일본대사 였던 스기하라에게 200여명의 폴란드 유대인들이 도움을 요청한다. 나치정부와 일본정부가 동맹국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스기하라는 이 유대인들에게 비자를 발급한다. 그는 왜 모두가 외면했던 유대인들을 도왔을까?

스키하라에게 출국비자를 발급받은 수천명의 유대인은 일제 치하의 상하이에 몰려있던 훨씬 많은 유대인 난민 대열에 합류했다. 일본 정부는 1942년 초 상하이에 있던 유대인을 몰살하라는 나치의 압박에 저항하고 전쟁이 끝날 때까지 단호한 태도로 일관했다. 왜 그랬을까?

우리와 동맹 관계인 나치가 당신들을 왜 그토록 혐오하고, 우리는 왜 당신들을 해치려는 그들의 시도에 저항해야 할까? 학자인 랍비 사츠케스는 말문이 막혔다. 하지만 랍비 칼리슈는 인간 본성에 대한 지식에 힘입어 하나의 대답으로 두 질문에 답할 수 있었다. "그것은 우리가 아시아인이기 때문입니다... 당신들과 마찬가지로" 이 주장은 짧지만 심금을 울렸다. 일본 장교들의 머릿속에 있던 '우리'라는 개념을 새롭게 정의함으로써 유대인에게 도움이 될 2가지 관념에 주목하게 했기 때문이다. 그중 하나는 일본에서 오랫동안 논란이 된 이론이었다. 이 이론은 고대 유대교와 일본의 종교 신도 사이에서 발견되는 놀라운 유사성을 설명하고자 했다. 즉 이 이론은 이스라엘의 '사라진 10개 지파' 중 일부가 아시아 대륙을 거쳐 일본으로 건너가 일본인과 혼인하고 혈통과 신앙을 퍼뜨렸다는 견해였다. 랍비 칼리슈가 이 발언으로 강조하고자 한 두번째 핵심은 지배민족인 독일인이 '열등한' 아시아인과 유전적으로 다르다는 나치의 주장이었다. 랍비 칼리슈는 '우리'에 대한 일본 장교들의 개념을 재정립하려 했다. 그리하여 이제 '우리'라는 개념에는 스스로 그렇게 주장하는 나치 대신 유대인이 포함되었다. (p. 421~422)

 

스기하라에 이어 상하이 주둔군이었던 일본군대가 유대인 주거지를 말살하지 않은 배경을 설명한 이 이야기를 읽으며 나는 좀 혼란스러웠다. 책에서 유대인 학살 이야기가 나올때마다 서양인 입장에서 사죄의 태도를 취하긴 하지만, 대놓고 얘기한 이 일화만 보자면 랍비는 사기꾼이고 일본인은 자신들의 서구지향적 태도를 드러낸 우스운 사고방식이 느껴졌다. 이것에서 유대인을 조롱하고 오리엔탈리즘적 동양인(일본인) 판단이라는 느낌을 받았다면 나만 이상한걸까?

하지만 일본인 군대에 대한 태도와 달리 일본인 '스기하라' 에 대한 경외감은 이 장을 벗어나 책 사이사이 계속 등장한다.

"기억하시겠지만 저는 사무라이 집안 출신입니다" 일본의 사무라이 전통은 늘 무사의 전통을 의미했으므로 기자는 그 대답에 당혹스러워하며 더욱 캐물었다. 스기하라는 사무라이가 전장에서 맹렬하게 돌격해 싸우는 것으로 유명하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1940년 7월에 문 앞에 나타나 밖을 둘러싼 유대인들은 대결 상대가 아니었다. 오히려 무방비 상태의 희생자였다. 사무라이 행동원칙에는 이런 경우에 적용되는 무사도가 있었다. "상처 입은 새가 옷 속으로 날아들면 사무라이는 목숨을 걸고 그 새를 지켜야 한다. 고양이에게 던져주어선 안된다" (p. 439)

조선인은 왜 일본의 대결 대상이었나? 조선을 쳐들어온 것은 사무라이 집단이었다. 그들의 무사도는 왜 조선인에게는 적용시키지 않았나? 멀쩡하던 새를 상처를 내고 도륙한 것은 고양이 집단 사무라이들이었다. 이타심의 아이콘으로 일본인을 내세워야 할 만큼 대표사례가 없지 않을텐데 저자는 왜 스기하라를 존경하고 사무라이 집단을 경외하는가? 교재로 삼은 이 책에서 이 일화를 이 장을 설명하면서 과연 일본인의 전쟁책임에 대해서는 어떻게 풀어낼 것인가? 그냥 쉰들러리스트를 예로 드는 것이 낫지 않았을까? 가장 사회적이지 않은 국민성을 가진 일본인을 '친사회적 행동' 단원에서 대표 사례로 삼은 것은 읽는 내내 불편하고 아쉬웠다

10장> 공격성 에서는 맨슨 패밀리의 살인 사건을 다루면서 무엇이 그들을 희대의 살인마로 만들었는지 묻는다.

10장의 핵심적 교훈은 다음과 같다. 공격성은 다른 사람들을 짓밟고 그 대가로 공격성이 돌아오게 만드는 '무분별한' 것이다. 하지만 다중 살인처럼 무분별해 보이는 행동도 그 근본적인 사회적 동기를 촉발하는 사람과 상황 요소의 상호작용을 분석함으로써 이해할 수 있다. 우리는 사회심리학적 시각으로 공격성을 이해하려는 과정에서 다시 한번 사회심리학과 다른 학문들의 연관성을 많이 발견했다. (p. 508)

저자는 매 장마다 사회심리학과 다른 학문과의 연결성을 중시하는데, 뒤로 갈수록 그 학문분야는 점점 더 넓어진다. 이러한 확장은 14장에서 읽게될 이 책의 결론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11장> 편견, 고정관념, 차별 에서는 KKK단원 이었던 C.P.엘리스 와 시민권 운동가였던 앤 애트워터 의 놀라운 반전으로 시작한다. 둘은 인종차별주의자 KKK 단원과 흑인인권운동가 로서 적대적일수밖에 없는 사이였지만, 어떤 일을 계기로 둘도 없는 친구사이가 된다. 어떻게 그런 일이 가능했을까?

편견 섞인 감정, 고정관념이 담긴 생각, 차별적 행동에는 몇 가지 중요한 목표가 있다. 편견, 고정관념, 차별은 자신의 집단을 보호하고 지지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고, 사회적 인정을 제공할 수도 있으며, 개인과 사회의 정체성을 개선할 수도 있다. 또한 정보가 너무 많은 사회적 환경을 탐색할 때 정신적 노력을 아낄 수 있도록 도와주기도 한다. (p. 522)

지역회의에서 각 집단의 대표격이었던 두 사람에게 회의 주최자가 제안을 했다. 둘이 공동의장을 맡으라고. 둘은 협력해야 했지만 처음엔 불가능해 보여다. 하지만 KKK집단에서는 애트워터와 함께 일한다는 것 자체가, 흑인집단에서는 KKK단원과 함께 일한다는 것 자체가 문제시 되었고, 그렇게 각자의 집단에서 소외되는 과정에서 두 사람은 각각의 공동체를 그리고 서로를 객관적으로 보게 되었다. 사회적 동물로서 우리는 다른 사람들을 집단 구성원으로 생각하기 쉽다. 따라서 다음 장에서는 집단을 이해하고자 한다.

12장> 집단과 리더십 에서는 FBI · 엔론 · 월드컴 에서 일어났던 일을 통해 조직의 치부를 폭로한 내부 고발자들의 최후로 시작한다. 각각의 집단에서 그 집단의 잘못된 선택을 폭로한 소수의견은 그 집단을 망가뜨렸다는데 초점이 맞추어져서 개인으로서는 고난을 맞았다. 왜일까? 잘못한 것은 집단이었는데.

사실 한 사람의 행동이 아무렇게나 모인 낯선 사람들 무리에 체계를 만드는 첫걸음이 될 수 있다. 평화로운 온라인 공동체에서 반사회적인 한 사람이 말썽을 부리며 몰려다니는 무리의 시초가 될 수 있듯, 친사회적인 한 사람이 공동체에 도움이 되는 행동을 꽃피우는 씨앗이 될 수 있다. 하지만 한 사람의 영향력이 집단을 통해 발휘되는 방식은 복잡하다. (p. 574)

핵심은 가장 유능한 지도자는 환경에 맞춰 자신의 전략을 조정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요컨대 리더십의 발생과 마찬가지로 리더십의 효율성 역시 사람(잠재적 지도자)과 상황(집단)의 상호작용에 따라 결정된다. (p. 613)

 

저자는 12장에서도 사회심학에서 조직과학과 연결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며 13장에서는 사회심리학이 개인 및 개인 간의 상호작용 뿐 아니라 더 큰 집단과 사회 차원의 상호작용을 이해하는 데도 상당히 유용함을 알게 될 것이라며 13장으로 연결한다.

13장> 사회적 딜레마 에서는 이탈리아와 방글라데시의 상반된 미래 라며 그나라들이 했던 대비되는 선택을 이야기한다. 세계의 인구는 현재에도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1971년 이탈리아와 방글라데시는 둘 다 인구밀도가 높은 나라였다. 방글라데시는 인구밀도가 전에도 높은 나라였고 지금은 더 높아져 있다. 하지만 이탈리아는 최근 인구 증가율이 0에 가까운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방글라데시는 비옥한 나라였지만 인구의 증가로 황폐해져가고 있고 이탈리아는 한때 적국이었던 나라들의 EU 에 가입하여 활발한 교류로 여전히 풍요를 누리고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그리고 왜 세계 국가들이 유럽의 사례를 따르지 않을까? 라고 질문한다. 이 사례에 어떤 사회적 딜레마가 있을까?

사실 세계적 문제들은 개인의 자기 본위적이고 자기 기만적인 경향이 집단의 더 큰 이득과 충돌해 나타난다. 각각의 문제는 사회적 딜레마의 형태로 볼 수 있다. 사회적 딜레마는 모든 사람이 이기적인 선택을 해 집단 전체가 손해를 보지 않는 한 개인이 이기적 선택으로 이익을 얻는 상황을 말한다. (p. 619)

사회적 함정은 복잡한 체계에서 어떻게 질서가 생겨나는지 보여준다는 점에서 지적으로 흥미롭다며 저자는 세계적 관점을 구현하려 한다. 단순히 신기술로는 풀 수 없는 문제들의 해결법을 밝히기 위해 부디 심리학자, 생물학자, 경제학자들이 협력하기를 바라고 있다. 따라서 14장의통섭은 이 책의 결론으로 필연적인 내용들이었다.

14장> 사회 심리학의 종합 에서는 세기의 연설 뒤에 가려진 이상한 음모라며 마틴 루서 킹의 연설을 예로 들어 사회 심리학들을 종합해 설명하고 있다.

1장에서 언급했듯 사회심리학은 심리학의 다른 영역들과 다양하게 관련된다. 이 책을 통해 우리는 성인에게서 공격성, 이타주의, 사랑 등이 본래의 성향과 과거의 경험에서 어떻게 발달했는지 알아봄으로써 사회심리학이 발달심리학과 수많은 연결점이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성격심리학과의 관련성은 모든 단원에 포함돼 있고, 개인 내면의 성격 특성이 어떤 식으로 끊임없이 사회 환경과 상호작용하는지 생각하면서 발견할 수 있다. 환경심리학과의 관련성은 더위와 공격성, 인구과잉, 환경파괴의 관계를 논의할 때 드러났다. 또한 모든 장에서 임상심리학과의 관련성을 확인하기도 했다. 마찬가지로 인지심리학과의 관련성은 모든 단원에서 발견된다. 신경과학은 반드시 필요한 학문 분야다. 사회심리학은 뇌과학과 행동과학의 모든 분야와 중요하게 관련된다. 더 넓은 수준에서 보면 사회심리학은 심리학의 경계를 벗어나 다른 학문들과도 연결된다. 유전학, 생화학, 사회학, 인류학, 경제학, 정치학, 동물행동학, 생태학 과도 연관성이 있다고 할 수 있다. (p. 692~693)

사회심리학과 연결되지 않는 학문이 없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사회심리학은 통섭의 학문임을 저자는 강조한다. 따라서 사회심리학은 연구한다는 것은 다른 학문들과 함께 진행해야 함을 책의 본문을 통해 내내 증명하고 있다. 그렇게 함께 연구해 가는 과학적 호기심이 언젠가는 우리 모두가 마침내 자유로워졌다고 선언할 수 있게 만들 것이라며 이 책을 마무리한다.

사회심리학 교재로서 이렇게 탄탄하기도 쉽지 않을 전개와 엮음은 어렵지 않은 가독성과 더불어 이 책의 가치를 높여주고 있었다. 100 연구를 집대성한 심리학의 고전이니만큼 고전적인 내용이 많은 것은 아쉬우면서도 기초 심리학 교재이기에 당연하다는 생각도 했지만 한가지 수정했으면 하는 바램을 가졌던 부분은 426페이지의 제노비스 사건 이었다. 제노비스 신드롬 혹은 방관자 효과 를 탄생시킨 이 사건은 한 여성의 잔혹한 살해 사건에 이웃 주민들의 냉혹한 무관심으로 유명해진 사건이고 이 책에도 그렇게만 언급되어 있다. 하지만 간단한 검색에서도 확인되듯이 이 사건이 확대된 것은 일종의 오보였다.

https://terms.naver.com/entry.nhn?cid=51065&docId=2176169&categoryId=51065

사건 발생 40여 년 후인 2007년, 이 사건을 다룬 『뉴욕타임스』를 비롯한 언론의 보도가 엄청나게 과장되었다는 걸 밝힌 논문이 『아메리칸 사이칼로지스트(American Psychologist)』에 실렸다. 사건의 목격자가 38명이 있었다는 건 사실이 아니며, 일부 목격자들도 여자의 비명을 듣고 창밖을 어렴풋하게 보긴 했지만 그것이 살인 사건일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학생들에게 드라마틱한 연구 사례로 우화적 기능이 있어 계속 오류가 교재에 반복되고 있다는 게 논문 필자들의 주장이다.

크게 과장되긴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 사건이 이른바 ‘방관자 효과(傍觀者 效果, bystander effect)’의 사례로 그 가치까지 잃을 정도는 아니다. 신고가 없었던 것은 ‘차가운 사회’, ‘무감각한 시민정신’, ‘인간성의 소실’ 때문이라기보다는, 누군가 다른 사람이 이미 경찰을 불렀을 거라는 추측이 다수를 차지했기 때문에 아무도 경찰을 부르지 않은 비극적인 결과를 낳았으리라는 것, 이게 바로 방관자 효과다.

네이버 지식백과

저자는 왜 이 내용을 수정하지 않았을까? 방관자 효과를 알게 한 이사건의 진실도 짧게는 덧붙여 줄 수 있지 않았을까? 그때는 이렇게 알려져서 이렇게 연구됐고 이런 결론을 얻었지만 사실은 이런 배경이 있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심리적 효과는 유효하다 는 식으로.

무엇보다 가장 불편하고도 의문시 됐던 인용은 6장-사회적 영향력 에서 예로 든 사이비 종교가 통일교 였는데 그 내용을 전개하는 과정중에서 저자의 의도가 무엇이었는지 개인적으로 의아했다.

하산은 통일교 신자였다. '무니스(Moonies-교주 문선명의 추종자를 조롱해 부르는 별명)'로 더 잘 알려진 통일교의 지도자는 문선명 목사였다. 사람들은 문 목사가 자신과 가족의 배를 불리고 권력을 키우는 데 눈이 멀어 사이비 종교를 창시한 한국의 갑부 사업가 라고 비난했지만, 추종자들은 그가 지상에 신의 왕국을 건설하는 사명을 띠고 온 새로운 메시아라고 여겼다. (p. 266)

내가 통일교 신자인것도 아니고 사이비종교를 편들 생각은 전혀 없지만, 왜 하필 한국인이 만들어낸 종교였는가? 이러한 전공서적에서! 사이비 종교가 어디 한둘이었나? 기독교계의 한 교파인 모르몬교에서 종말론을 맹목적으로 믿던 비정상적 집단도 있었고, 일본의 옴진리교도 있었고, 하다못해 중세의 종교재판에서 일어났던 마녀사냥도 종교와 사회적 영향력을 연구하는 예로는 충분했을텐데?!

게다가 뒤이어 나오는 일본인 스기하라의 이타심 관련해서는 앞서 언급한 나의 불편함을 토대로 더욱 불편함이 고조되었다. 한국인을 예로 든 일화는 통일교 이고 일본인을 예로 든 일화는 유대인구조자 다. 이 대비가 나만 불편한가? 저자는 정말 몰랐을까? 이 대비에서 드러나는 영향력을?

일반적으로 전문가의 지시를 따르는 행동은 현명하다고 간주되고, 권위자가 곧 전문가인 경우가 많다. 따라서 사람들은 의사 결정을 위한 어림법(지름길)으로 권위를 이용한다. 어떤 문제에 대해 권위자가 가장 많이 안다는 가정은 효율적 판단으로 이어질 수 있다. 직접 열심히 생각할 필요 없이 권위자의 조언을 받아들이기만 하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생각없이 권위에 의존하는 행동에는 위험이 따른다. 이렇게 지름길을 이용하다 보면 권위자의 본질이 아니라 권위의 상징물에 반응해 행동할 가능성이 있다. (p. 283)

이 책은 교재라고 첫장 첫줄에서 언급되었다. 저자는 이 분야의 권위자다. 그러니 6장 사회적 영향력에서 저자가 설명했듯이 저자가 예로 든 일화들의 파급력을 저자가 몰랐을 리 없다. 이 책은 훌륭한 책이다. 하지만 그 훌륭함을 조금은 깎아내리는 2가지 예시로 인해 저자의 관점에 조금은 의문이 남는 책이었다. 그리고 저자와 같은 권위있는 전문가가 펴내고 교재로 사용되고 우리나라 학자가 극찬한 이 책이 수업현장에서는 나와 같은 불편함을 호소하는 학생들에게 왜곡돼지 않게 이해되는 설명이 깃들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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