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0여 페이지가 넘는 두툼한 책 형태의 이 책은 사전 이다. 이른바 한자어 속뜻 사전.
우리말은 한글이지만 한글형태로 쓰고 사용하되 실은 한자어인 말들이 굉장히 많다. 아마도 순수 우리말보다 한자어가 더 많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그래서 국어를 잘 하려면 한자를 잘 알아야 한다고 아이들에게 말하는 어른들도 사실 한자를 잘 모른다;;; 한자는 왠지 어려워 보인다.;;;
천자문이라도 떼야지 하고 한자교본을 집었다가도 끝까지 가기는 어려운게 솔직한 현실이다.
이 책은 나처럼 한자에 약하지만 국어는 크게 어렵지 않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쉽게 참고하기 좋은 책이다.
뜻도 모르고 자주 쓰는 우리 한자어 1021 가지를 보다 보면 이게 한자였어? 하는 단어들이 의외로 눈에 많이 들어온다.
ㄱ ㄴ ㄷ 순으로 되어 있는 각 낱말 풀이들은 본뜻 과 자구 해석, 바뀐 뜻 과 보기 들로 실생활에 응용하기 쉽고 이해하기 쉽게 설명되어져 있다.
예를 들어,
미소 는
본 뜻 - 미 微 만지려 해도 만져지지 않을 만큼 작다, (길 가는 힘없는 노인을 몽둥이로 마구 때리는 일은) 아주 드물다.
소 笑 바람이 불 때 댓잎이 내는 소리, 또는 그만큼 작은 웃음.
자구 해석 - 있는 듯 없는 듯 소리 없이 웃는 작은 웃음.
로 한글인줄 알았는데 한자어 이기도 하고
슬하 는
슬하 膝下 → 전하 殿下 / 폐하 陛下 / 저하 邸下 → 합하 閤下
본 뜻 - 아래 하 下 가 붙으면 으레 그렇듯이 폐하와 전하처럼 자식이 부모를 부를 때 자신을 낮추어 부르는 말이다.
자구 해석 - 부모의 무릎 아래
바뀐 뜻 - 이말은 폐하, 전하, 각하 등과 같은 원리로 생성된 말이지만 다른 경우처럼 부모를 부른 말로 바뀌지는 않았다. 대신 부모의 보살핌을 받는 테두리를 가리키게 되었다.
보기글 - 저는 부모님 슬하에서 유복하게 자랐습니다.
처럼 슬하의 의미 이해를 위해 다각도로 설명하고 있기도 하다.
이렇게 한자어들에 대한 설명을 1021 가지 하고 나면, <알쏭달쏭 주제별 한자어 1233> 가지를 알려주고 있다.
그 주제들 또한 일상과 밀접한 것들이 대부분이다.
가게와 시장, 공간과 도시, 과실, 글, 길, 나무나 수풀, 나이, 날씨, 도장, 돈, 동물, 둑이나 제방, 모양, 무덤, 무리나 집단, 물이나 강, 민족, 배, 불, 산 언덕 고개, 색깔, 속도, 수레와 가마, 술, 시간, 씨, 신분과 호칭, 신체, 어린이, 얼굴, 옥, 옷, 옷감, 웃음과 눈물, 이름, 입, 종교와 제사 죽음, 질병, 집, 책, 처음과 시작, 천문, 칼, 하늘과 땅에 관련된 한자를 설명해준다.
예를 들어,
어린이에 관련된 한자 를 보면
동 童 열대여섯살 이하의 아이
서 庶 본처가 아닌 여자의 몸에서 난 자식
손 孫 실처럼 대대로 이어지는 아이, 즉 손자
식 息 자식
아 兒 구 臼 와 인 人 이 합쳐진 글자이다. 구 臼 는 어린아이 두개골의 대천문이 아직 아물지 않은 것을 본뜬 글자다. 여기에 사림인 人을 더하여 어린아이의 뜻이 되었다.
얼 孼 첩 중에서 특히 종이 낳은 자식이나 그 자손. 양반의 자식이라도 본처가 낳은 자식이 아니면 서庶 나 얼孼로 취급되기 때문에 서와 얼을 아울러 서얼이라고 한다.
영 嬰 갓난 아이
유 孺 젖먹이
자 子 머리가 크고 두 팔을 벌린 아이다. 사내 자식.
적 嫡 본처가 낳은 아들. 맏아들
해 孩 어린아이
로 어린이의 뜻을 가진 한자들이 나열되면서 뜻풀이가 되어 있어서 읽다보면 낯선 한자 도 새로이 보고 아~ 하며 뜻도 새로 보게 된다.
부록1에서 한자가 만들어진 재미있는 원리 로 모양을 나타내는 한자, 동작을 나타내는 한자, 상황을나타내는 한자, 부호를 나타내는 한자를 알려주고,
부록2에서 우리나라에서만 쓰는 한자 200가지를 알려준다. 이 200가지의 한자는 글자 만드는 법칙에 따른 분류와 음역자의 구성 원리에 따른 것으로 구분되는데, 우리나라에서만 쓰는 한자가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아서 신기하기도 하고 호기심이 생기기도 하는 부분이었다.
사전이니만큼 당연히 뒤쪽엔 찾아보기가 있어서 궁금한 단어들의 페이지를 쉽게 알아낼 수 있다.
이 책은 한번에 다 읽어나가는 것이 중요한 책이 아니다. 천천히 음미하듯 읽기도 하고 하루에 일정량을 읽기도 하고 생각날때마다 찾아 읽기도 하는 식으로 두고두고 옆에 두고 읽으면 좋을 책이다. 사전이라고 하면 딱 찾는 단어 혹은 문자에 대한 의미나 예시문장 정도만 알 수 있게 되는데, 이 책의 경우 약간 잡학다식 으로 쓰여져서 제목 그대로 알아두면 잘난척 하기 딱 좋은 한자어들을 알수 있게 된다. 단어 하나 찾았는데 연관검색어까지 주르륵 알게되는 느낌이랄까 ㅎㅎ
한자문화권인 우리나라의 언어는 한자를 알면 뜻을 정확히 알 수 있게되는 경우가 많다. 단어 그 자체의 뜻을 모르다가도 한자를 보면 뜻풀이를 하면서 저절로 의미를 깨치게 되기도 한다. 그런 면에서도 이 책은 유용하다. 단어의 뜻 뿐만 아니라 한자 자체의 해석과 단어로 합쳐졌을때의 해석에다가 변한 의미가 있으면 변한 의미까지 한번에 알수 있게 되니 말이다. 뒷부분에 붙은 내용들도 상식적으로 처음 접하면서도 유용한 내용들이었다. 한자가 따로 크게 써있는 것은 아니다 보니 획수가 많은 한자의 경우 잘 안보이는 느낌도 들지만 원래 사전들의 깨알같은 글씨들에 비하면 일반 책글씨인 이 책을 뭐라 할 수는 없다. ㅎ 요모조모 뜯어보며 재밌으면서도 새롭게 생활문자를 익히는 책으로 집에 한권쯤 둬봄직한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