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의 능력 차이에 따른 결과의 차이를 사회가 어느 정도 메워주어야 하는가' 라는 질문에 대해 30~50대는 계층에 관계없이 균질한 답을 내놓은 반면, 20대는 출신 계층에 따라 완전히 다른 입장을 드러냈다. (p. 225)
중상위층 20대는 동일 계층 여성과 명문대 진학과 번듯한 일자리 취업을 놓고 예전보다 격렬한 경쟁을 벌여야 하기 때문에 분노한다면, 비정규직을 전전하면서 사회경제적 약자로 살아가는 20대는 연애와 결혼시장에서의 경험을 통해 자신이 '약자'라는 현실을 절감하게 되면서 분노한다고 볼 수 있다. 여성의 경우에도 명문대를 나오고 남성 못지 않은 능력을 갖췄지만 여전히 남성 우위인 사회에 분노하는, 진정한 능력본위 사회를 희구할 수밖에 없는 중상위층 여성과 여성 차별적 노동시장에서 월200만원을 밑도는 일자리를 전전하면서 중층적인 차별을 겪는 하위층 여성 사이에서 젠더 문제에 대한 감수성이 같을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p. 245)
20대라는 연령대는 청년이라는 말 하나로 포괄하기에는 너무나 이질적인 소집단으로 나누어져 있다. 그리고 노동시장 진입을 전후로 하는 생활세계의 경험이 상이하다. 20대라는 연령 집단도 각기 다른 소집단으로 나누어야 하는 시대가 왔다는 게 더 현실에 들어맞는 인식일 것이다. 요컨대 그럴듯한 '담론'을 정교한 '실증'으로 대체할 시기가 온 것이다. (p. 2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