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의 이름은 못외웠어도 '마흔, 논어를 읽어야 할 시간' 이라는 책 제목은 정말 많이 들어봤다. 사오년전쯤 분명 읽었던 것 같은데 내용이 기억이 나지 않는다;;; 이렇게 기억이 안나는 걸로 보아 저자가 사십대에 썼던 논어 책을 제대로 못 읽은 것 같으니, 저자가 오십대에 쓴 중용 책은 잘 읽어봐야겠다 싶었다.
최근에 '논어' 원전 완역본을 읽었는데, 그때도 이전에 읽었던 논어 관련 책이 기억이 안나서 그때는 내 기억력의 문제겠거니 했다. 그런데 이 책을 읽고나서 알았다. 내 기억력도 문제는 문제지만, '마흔, 논어를 읽어야 할 시간' 은 논어 책이 아니었던 것이다. '오십, 중용을 읽어야 할 시간' 이 중용 책이 아닌 것처럼.
이 책은 중용에 대한 해설이나 번역을 중심으로 한 책이 아니다. 동양철학을 전공하고 가르치고 있는 교수인 저자가 오십대의 나이에 생각해봄직한 화두들에 대해 중용의 몇 구절을 인용하여 인생강의를 하고 있는 책이다. 따라서 중용의 구절들이 순서대로 차근차근 나오면서 중용을 중심으로 내용이 풀어지는 것이 아니라, 저자의 의도에 따라 필요한 부분만 순서상관없이 부분적 발췌를 해서 그 부분을 예로 들어 저자가 하고 싶은 말을 하고 있는 것이다. 중용을 잘 알고 있는 학자이기에 할 수 있는 말 들이기는 하나, 중용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 이 책을 읽고 나서 중용에 대해 배웠다고 말할 수는 없게 되는 것이다. 내가 '마흔, 논어를 읽어야 할 시간' 을 읽고서도 논어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한 것처럼.
하지만 중용 자체를 목적에 두고 읽는 것이 아니라, 오십대에 생각해보면 좋을 내용들을 인생조언처럼 여기며 이 책을 읽는다면 편안하고 수월하게 읽히는 책이다. 삶의 연륜이 꽤 쌓인 나이이긴 하나 아직 '지천명'을 깨닫지 못하고 이리저리 흔들릴때 고전의 몇 마디 말로 풀어내는 저자의 이야기들이 더 내려놓고 더 배우는 마음자세를 갖게끔 하는데 도움이 된다. 그렇게 읽다보면 '중용' 을 제대로 읽어볼까 싶은 마음이 들기도 한다.
중용 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뭔가 중간적이고 중심적이고 그래서 묵직하고 편안한 그런 느낌을 받게 되는데, 사실 중용은 춘추 전국 시대의 혼란한 사회상을 반영하고 있는 책이라고 한다. 중국 역사에서 가장 혼잡하던 세력의 다툼 속에서 탄생한 중용은 그래서 더욱 나라의 중심을 군주의 중심을 개인의 중심을 강조하게 됐던 것인듯 싶다. 그래서 저자가 제일 처음 인용한 중용의 구절이 '소은행괴' 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