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정일의 한국의 사찰 답사기
신정일 지음 / 푸른영토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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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사학자이자 도보여행가 라는 저자는 일년의 반이상을 우리나라 방방곡곡 산천답사하면서 보낸다고 한다.

빠른 교통수단을 이용하여 목적지를 직고 휘리릭 다녀오는 것이 아니라 대부분을 두 발로 꾹꾹 눌러걷다 오는 답사는 그 흐름이 차분할 수 밖에 없다. 게다가 과거의 흔적을 더듬는 답사는 자연속에 어우러져 있는 답사는 사찰과 뗄려야 뗄수 없는 코스가 되기 마련이다.

저자는 중학생 시절 출가를 결심하고 화엄사를 찾아갔다고 한다. 그곳에서 두어 달동안 나무하고 밥하고 빨래하는 것을 거드는 허드렛일을 하며 지냈는데, 스님이 절보다는 세상에 나가는 것이 좋겠다고 하여 출가를 접었다는 이야기로 책을 시작한다. 절에 들어가고자 하였으나 절에 들어가지 못했고, 절에 들어가지 못했으나 절을 떠돌며 사는 삶이 되었다는 이야기. 그렇게 저자와 사찰은 길고 긴 인연으로 연결되었다.

저자는 정말 여기저기 열심히 다닌듯 하다.

전라남도 완주 화엄사를 찾아가 원효와 의상이 수행한 천삼백 년 역사의 신라 고찰을 보며 원효와 의상의 수행이야기와 하앙식 건축법으로 지어진 국내 유일 목조 건축물 이야기를 하고

전라남도 곡성 태안사를 찾아가 구산선문의 도도한 수행처였던 것임을 생각하며 고려 개국공신 신숭겸의 충절과 녹슨탄피의 상처를 되새기기도 한다.

경상북도 봉화 청량사를 찾아가 퇴계의 자취와 공민왕의 흔적을 기억하고

경상남도 창녕 관룡사를 찾아가 신라8대 종찰에서 조선초기 까지 이어지는 불교건축으로서의 고찰을 살펴보기도 한다.

경기도 양평 용문사, 상원사, 사나사 를 둘러보며 천삼백년 역사를 지켜본 은행나무 앞에서 세월의 무게를 느껴보기도 하고

전라남도 해남 미황사에서 국토 최남단단에 위치한 불교문화유산의 자취를 밟아보기도 한다.

경상남도 합천 청량사에서는 통일신라시대에 있었던 천개의 불상을 상상해보고

충청남도 청양 장곡사에서는 고려시대 불교 석물의 미를 찾아보기도 한다.

강원도 동해 삼화사에서는 수행처로서의 사찰을 느끼고

강원도 춘천 청평사에서는 고려식 정원에 어린 원나라 공주의 사연을 옛이야기 하듯 풀어놓기도 한다.

전라남도 장흥 천관사에서 개발의 상처를 아쉬워하고

전라남도 화순 운줏에서 조광조의 개혁과 민중의 혁명을 떠올려 보기도 한다.

경상북도 상주 남장사, 북장사에서 신라 명승 고찰로서의 전통을 찾고

경기도 남양주 수종사에서 다산 정약용과 천주교의 역사를 다시 세워보기도 한다.

경기도 여주 고달사, 신륵사 에서 고려시대의 화려했던 시간을 생각하고

충청남도 공주 동학사, 갑사에서 통일신라시대의 불교문화를 유추해보기도 한다.

전라북도 완주 봉서사, 송광사, 위봉사에서 보기 드문 천장그림 비천무의 유려함에 감탄하고

경기도 양주 회암사에서 조선시대 불교 중흥을 잠시 떠올려 보기도 한다.

전라남도 영암 무위사, 도갑사에거 월출산의 영험한 기운을 느끼고

경기도 안성 청룡사, 석남사에서 숭유억불정책의 조선시대에서도 유서깊은 불교문화를 유지해온 경기 명찰을 되새겨 보기도 한다.

이렇게 하나하나 사찰이름들을 적어보니 정말 길다;;; 그만큼 들어본 이름 보다는 못들어본 이름이 많아서 나중에라도 기억해보고자 한곳한곳 이름들을 불러보고 싶었다.

바다가 주는 느낌과 산이 주는 느낌이 다르고, 산에 오르는 느낌과 사찰에 오르는 느낌이 또 다르다. 무엇보다 사찰이 주는 고요함 속에 역사의 흔적을 느끼게 되면 종교적 깨달음이 아닐지라도 과거의 시간이 주는 배움이 있기 마련이다.

비록 스토리가 끊기고 문맥에 맞는 사진자료가 부족한데다 지도가 전혀 없어서 위치조차 가늠이 되지 않았지만, 전국 곳곳에 우리의 역사를 품고 있는 사찰들을 알게 되는 것 만으로도 여행하듯 가볍게 읽게 되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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