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을 좋아하지만 왠지 전문적인 과학책은 아직 손이 가지 않는다. 그래서 과학을 쉽게 읽게 하는 과학대중서를 좋아하는 편이다.
이 책은 과학대중서 중에서도 특별히 더 쉬운 책이었다. 표지문구처럼 아마도 생활밀착형이라서?! ㅎㅎㅎ
저자는 과학연구원도, 과학전공자도 아니지만 어려서부터 과학을 좋아하고 과학강사로도 일해봤고 지금은 과학책과 요리책을 사모으는게 취미라는 저자소개글로 보아 생활형 칼럼니스트 같다. 과학전문분야를 잘 안다고 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과학접근에 부담이 없었던 저자는 주변에 과학을 두려워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는 것을 알고 어린 학생용이 아닌 일반 어른 감성이 투영된 과학대중서를 쓰고 싶었다고 한다. 그래서 저자가 알려주는 과학이야기들의 원리는 어린 학생들도 이해할법한 내용들이지만 그 원리들을 확인하는 감성은 어른용인 책이 탄생했다. 예를 들어, 삼투압현상을 이야기할때 학생용이라면 식물이 물을 빨아들이는 작용이나 계란과 식초를 이용한 실험등으로 설명하겠지만 이 책에서는 김장용 배추를 이야기한다고나 할까^^
과학적 원리설명을 이야기하기 위해 일상을 예로 든 것이 아니라, 일상을 이해하기 위해 과학의 원리를 찾아본 것이라 과학이라기 보다는 일상에 대한 호기심측면에서 접근하다 보니 잡지를 읽듯 훌훌 책장이 잘 넘어갔다.
카페인은 식도를 통과한 순간부터 45분 이내에 소장에서 흡수되어 몸 전체에 퍼지고, 한두 시간 안에 혈중 농도 최고치에 이른다는 것을 읽고, 카페인이 필요한 시간에 맞춰 커피를 마셔야 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고
봉숭아물을 들이면 마취가 안된다고 들었던 믿거나 말거나 식 정보를, 수술 후 마취한 환자의 상태를 손톱 색으로 파악했던 옛날에 퍼졌던 낭설일뿐 의학기술이 좋아진 지금은 마취하려면 봉숭아물들인 손톱을 뽑아야 한다는 걱정을 날렸고
어릴때 무심히 봤던 연탄의 구멍들이 산소의 통로로서 화력강화를 위한 것이었다는 것을 새삼 알았다.
난 오이를 좋아하는 편이지만 은근 오이를 굉장히 싫어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 이상했는데 오이의 쓴맛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이 유전자 문제라는 것을 것이나
우리가 '맛' 이라고 알고 있는 것의 대부분은 사실 '향' 이라는, 즉 딸기맛 바나나맛 이라는 건 사실 어불성설이고 딸기향 바나나향 이 맞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되기도 했다.
배양육 이야기를 읽으며 최근 읽었던 '클린미트' 라는 책이 떠오르기도 했고
사계절이 뚜렷한 지역에 사는 이들이 살이 찔때 배부터 나오는 이유가 추위에 적응해온 인류의 유전자 때문이라며 저자가 자신의 뱃살을 인정할때 공감하기도 했다.
멘톨껌을 좋아하는데 이때의 시원함이 피부의 냉점 수용체에 의해 뇌가 그렇게 느끼는 피부의 감각이라는 것도 신선했고
청각장애인이지만 세계적인 타악기 연주자 에벌린 글레니의 이야기에서는 온몸으로 소리를 듣는 느낌이 왠지 느껴질것 같기도 했다.
무더운 아프리카에서 진화해온 인류는 몸 전체에 땀샘이 퍼져 있어 추위에는 불리하지만 고양이나 개에겐 땀샘이 거의 없어서 추운 야생에서 견딜 수 있다는 이야기는 전에 읽은것 같은데 까맣게 잊고 있었던 것을 상기하게 됐고
가을엔 대기가 건조해져 수분이 사라지면서 하늘이 더 파랗게 보이는 것이라는 내용을 읽으며 하늘의 색으로 공기의 건조함을 파악할 수 있겠구나를 새삼 떠올리기도 했다.
여름의 우박과 507년이나 살아온 조개이야기도 재밌었고, 전부 일것 같은 육각형 눈 결정은 많아야 1000번 중에 한번 나타나는 것이고 무지개색의 색은 몇가지냐고 물었을때 '셀수 없이 많다'가 정답이라는 것도, 사람의 몸무게 가운데 3kg 가량은 세균의 무게라는 것도 재밌었다.
목이 마를 때 바닷물을 마시면 안 되는 이유가, 바닷물을 마시면 바닷물이 혈액 속으로 흡수될 테고, 내 몸 세포보다 혈액이 더 짜지고, 싱거운 쪽에서 짠 쪾으로 물이 이동하니까 세포에서 혈액 속으로 물이 나오고 그렇게 물이 방광으로 모아지고 물이 필요해 바닷물을 마셨는데 오히려 몸속의 물이 밖으로 빠져나가는 상황을 맞닥뜨리게 된다는 설명을 읽으며, 그냥 짜서 못먹는 것이 아니었구나 싶은게 왠지 웃기기도 했다.
이렇게 생활 속에서 이것도 과학이었네? 아니 이것도? 하는 재미가 느껴지는 이 책을 읽고 나면 과학이 굉장히 친숙한 학문으로 느껴질 것 같다. 과학이 어렵다는 인식의 장벽을 넘고 나면 좀더 깊이 있는 과학책도 읽게 되지 않겠는가. 과학은 과학인데 키득키득 웃어가며 단숨에 읽게 되는 이 책의 매력은 일상에서의 과학 딱 그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