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 안쪽에 작가 소개글에 실린 저자의 사진에서 눈에 먼저 들어오는 것은 저자 얼굴 보다 저자가 앉아있는 의자다. 나무의자. 눈에 익은 그 의자는 법정스님 의자로 많이 알려져 있는 그 모양 그 의자다.
띠지에 큼직하게 실린 사진에서 환하게 웃고계신 법정스님 웃음에 끌려 책을 열고 보니, 정찬주 명상록 이라고 씌여있다. 이 책은 작가 정찬주가 스승으로 생각했던 법정스님의 말씀을 떠올리며 써내려간 에세이였다.
저자는 국어교사로 교단에 섰다가 십수 년간 샘터사 편집자로 법정스님 책들을 만들면서 스님과 각별한 재가제자가 되었다고 한다. '세속에 물들지 말라' 는 뜻의 무염이라는 법명도 법정스님께 받았다고 한다. 퇴직후 계당산 산자락에 산방 이불재를 짓고 명상과 글쓰기에 전념하며 살고 있어서인지,여러 스님들과 인연이 깊어서인지, 산사에서 어느 스님이 써내려간 것인듯 자연과 불교의 향기가 짙게 배어있는 문장들이었다.
매 글마다 시작은 저자의 생각을 담은 '마중물' 글로 시작한 후, 법정스님의 말씀들을 비슷한 내용인 것으로 몇가지 묶고, '갈무리' 글로 저자의 생각을 마무리짓고 있다. 저자의 일상과 법정스님의 말씀 사이사이 여백의 미가 넘치는 그림들도 잔잔하다.
잔잔하게 읽다가 가끔 머리를 퉁 치는 듯한 법정스님의 문장을 발견할 때마다 반갑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