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사랑스런 옛 물건 - 낙랑시대 상다리부터 대한제국 베이킹 몰드까지, 유물을 만끽하는 새로운 감상법
이해인 외 지음 / 책밥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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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랑시대 상다리부터 대한제국 베이킹 몰드까지,

유물을 만끽하는 새로운 감상법

사랑받아 마땅한 우리나라 유물이야기

 

 

티비를 잘 보는 편은 아니지만, 좋아하던 프로그램 중의 하나로 '천상의 컬렉션' 이라는 프로그램이 있었다.

우리나라 보물에 대한 소개를 때로는 드라마틱하게 때로는 예술적으로 때로는 유쾌하게 보여주는 방식이 좋았다.

책으로 나왔다길래 책으로도 찾아보았었다. 입체적으로 느껴지는 영상보다는 못했지만 한번에 모아보는 재미가 있어 책또한 좋았다.

나는 박물관을 좋아하는 편이다.

유리면을 사이에 두고 바라보는 옛물건이 때로는 신기하기도 때로는 멋지기도 하면서 의외의 상상력을 자극시키는 곳이 박물관이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천상의 컬렉션' 에 소개된 보물들처럼, 박물관에 가서도 유명하고 멋진 그야말로 보.물.들에만 관심을 가졌던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상판은 없어진채 남은 상다리 하나로도, 의자인지 탁자인지 모를 원통 하나로도 얼마나 소중한 가치를 찾아낼 수 있는지 이 책은 느끼게 해주고 있었다. 작고 예쁘게 소박하고 사랑스럽게 유물을 감상하는 마음을 느끼게 해주고 있었다.

고려사람들은 모임을 위한 향을 따로 사용할 정도로 향을 사랑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향로가 꽤 많이 남아 있나 보다. 고려 하면 청자! '청자 사자장식 뚜껑 향로' 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뚜껑위에 올라앉은 사자를 볼텐데, 저자는 사자 뒤태에서 잔망미를, '청자 투각 칠보무늬 향로' 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화려한 투각에 집중할때, 저자는 향로를 받치고 있는 다리가 자세히 보면 토끼라는 것을 찾아낸다.

'백제 금동 대향로' 에서 사람들이 화려함에 감탄할때 저자는 향이 퍼지는 장면을 상상하며 한폭의 산수화를 그려내고, 신라시대의 '토우장식 항아리' 에서 토우들의 몸짓으로 스토리를 상상한다. 10센티미터의 작은 조선시대 '백자 향꽂이' 에서 거친 파도속의 용오름과 향내 풍기는 해무를 연상하고, 귀한 청자로 의자와 난간을 만든 것을 보며 고려시대 화려한 삶을 살았던 사람들을 연상한다.

스토리를 상상하면서도 처음보는 신기한 물건들도 눈에 띄었다. 신라시대 토기가 그것도 작은 토우들이 장식된 토기들이 유행했었다는 것도 처음 알았고, '모깔개' 라고 우리나라식 카페트의 역사가 나름 오래되었다는 것도 처음 알았다. 태피스트리 기법으로 짜여진 직물의 그림은 정말 감탄스러웠다. 요새 향초를 사용하며 '윅트리머' 라는 가위를 처음 알았는데, 조선시대 초심지가위를 보며 이미 그때!!! 싶기도 하고, 낙랑시대 '금동 곰모양 상다리' 를 보며 낙랑시대 유물을 처음 구경하기도 했다.

쇠뿔을 얇게 오린 뒤 뒷면에 채색하는 제작법인 '화각'이라는 우리나라에서만 사용되던 기법을 이용한 물건들도 처음 보고, 커피를 좋아하셨다는 고종이 드셨을 달다구리를 만들기 위한 베이킹몰드도 처음 봤다. 여성들만 노리개를 달고 멋을 내는 줄 알았더니, 남성들의 장신구 '패옥'을 관복입은 초상화속에서 살그머니 찾아낸 것도 재밌엇다.

옆모습만 보던 청자를 위에서 보니 보자기가 그려져 있는 것이, 매병을 뚜껑과 한 세트도 제작하는데 뚜껑을 덮을 때 파손방지를 위해 병 입구에 보자기를 씌운 후 뚜껑을 덮었던 것을 재치있게 표현한 것이라는 것을 알고 보니 그 청자가 더 멋스럽게 보이고, '백자 철화 포도 원숭이 무늬 항아리'에서 커다랗게 넝쿨진 포도송이들 사이에서 스치듯 흘려그려진 작은 원숭이 찾는 것도 유쾌하고, '분청자 물고기 무늬 편병' 에서 다른 물고기들과 역방향으로 헤엄치는 물고기에 대한 주인공 설정도 재밌었다.

백제시대 사용됐다는 다리가 많이 달린 벼루, 가로 80센티미터가 넘는 거대한 벼루, 도통 사용법을 모르겠지만 유려한 곡선무늬가 멋진 붓씻는그릇 등 신기한 것에서 두루마리 종이를 담아놓는 지통에도 섬세하게 새겨진 그림들이 저자의 말처럼 미니 병풍 같았던 대나무지통까지, 신라에서 이어진 섬세한 금세공기법이 돋보이는 고려시대 금제 장신구 부터 어린 남자아이들이 썼던 두건인데 호랑이 얼굴을 형상화해서 너무 귀여웠던 호건까지, 화려한것과 소박한것 모두를 아울러 시대를 넘나드는 옛물건들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작고 예쁜 이 책을 보고 나니 박물관에 가고 싶어진다.

이번에 박물관에 가면 크고 유명하고 화려하고 멋진 것들 뿐만 아니라, 작고 소박하고 눈에 띄지 않는 그런 물건들을 잘 살펴봐야 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게 보다보면 저자가 찾아내지 못한 '사랑스러운 옛물건' 을 내가 찾아낼수도 있을 듯하다. 찾아내지 못하더라도 그 물건을 사용하던 장면이나 대상에 대해 상상해보는 시간을 갖는다면, 지루하고 따분한 이미지의 박물관이 재미있고 환타스틱한 곳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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