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바이 라는 인사는 헤어질때 하는 말이다. 문득 인사말에 대한 이런저런 생각이 든다. 영어엔 시간대별 인사가 있다. 아침, 점심, 저녁. 그냥 합쳐서 헬로 해도 되겠지만.... 한국어는 존칭과 시제가 있을뿐 아침, 점심, 저녁 시간대별 인사의 구분은 없는 듯 하다. 그저 안녕, 안녕하세요, 안녕하셨어요 ...
왜 뜬금없이 인사말에 대한 생각을 했냐하면 읽는 내내 왜 제목이 '굿바이, 편집장' 이었는지가 머릿속에 떠다녔기 때문이다. 왜 헤어지는 인사로 책을 시작하는가... 아마도 내가 기대했던 내용과 달랐기에 적응하느라 그랬던 것 같다. 나는 어쩌면 '헬로, 편집장' 을 기대하며 읽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이 책에 대해 구체적으로 아는 건 없었다. 그저 간략한 정보를 보고 편집장을 해본 사람이 쓴 편집에 관한 책일 것 같아 궁금했다. 이때 내가 생각했던 편집은 '책' 에 대한 편집이었다. 예전엔 '편집' 이라는 건 그저 교정 정도의 일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글쓴이들의 소감에서 항상 편집자들에 대한 감사를 표하는 글이 눈에 띄기 시작했고, 같은 소설을 읽어도 출판사에 따라 미묘한 차이가 있었다. 그래서 점점 더 궁금해져 갔다. '편집' 이란게 뭘까?
이 책은 '책' 에 대한 편집이야기는 아니었다. 신문과 잡지의 편집이야기 였다. 저자는 한겨레에서 신문-한겨레21-씨네21을 두루 거친 베테랑 편집장이었다.
궁금했던 책편집 이야기는 아니었지만, 전혀 예상치 않았던 일간지-주간지 의 편집 이야기도 좋았다. 더구나 '한겨레' 였다. 항상 좋았던 건 아니지만, 기본적으로 존경하는 매체다. 그곳의 이야기들이 몹시 궁금했던 시절이 있었다. 한겨레 신문의 창간과 한겨레21의 창간은 내 인생에서 격동의 시간들과 맞물려 있다. 그 신문을 읽고 그 주간지를 기다리며, 특히나 '만리재에서' 라는 한겨레21 의 첫글을 나는 가장 좋아했었다. 송구스럽게도 그 때의 편집장 이름은 기억하지 못하지만, 그 어떤 기사보다 울림을 주던 편집장의 글을 보며 나는 진한 여운을 느끼곤 했다. 아....멋있다! 라고.
내가 한창 읽었던 초창기의 한겨레21 편집장은 아니었지만, 저자의 한겨레 이야기에서 나는 세월의 변화를 새삼 느꼈다. 사회의 뜨거움에서 문화의 뜨거움으로 흘러왔달까... 그 흐름이 다시 정의의 뜨거움으로 갈 수 있을까.... 뭐 개인적으로는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며 읽게 되는 책이었는데, 기본적으로 이 책은 지극히 사적인 경험담을 기록한 책이기에 회고록 처럼 읽히는 에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편집장으로서의 그 시간들이 편집장을 꿈꾸는 후배들에게 뭔가 지침을 준다기 보다는 자신의 편집장으로서의 시간들에 굿바이를 고하는... 그래서 '굿바이, 편집장' 이라는 제목에 슬슬 적응이 되어가는...
종이신문으로 한겨레신문을 본지가 언제던가... 너무 오래되서 기억도 나지 않는다;;; 그래서 part1 에서 '토요판의 탄생' 에 대해, 그 치열했던 시간들에 대해 알지 못했던 것이 미안했다. 신문지면의 편집과 기획에 이런 노력들이 들어가고 있었구나 새삼 알게 되서 다음에 신문을 보게 된다면 굉장히 꼼꼼하게 보게 될 것 같다. 편집자의 의도를 파악해보려 자꾸 시도해보게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