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는 참 멋진 아버지를 두었고 멋진 어머니를 두었다. 권김현영 이라는 이름을 쓰기 시작했을때 부모의 성이 같아서 김김현영이라고 쓰는 것은 이상하니 그냥 김현영이라고 쓰고 있을때 어머니가 말씀하셨다고 한다. 여성운동 한다면서 왜 이름을 그렇게 쓰냐고 외할머니의 성을 쓰면 어떠냐고. 저자는 어머니의 제안을 받아들여 권김현영이 되었다. 아버지의 모임 단톡방에 불법성폭력동영상이 올라왔을때 그런 것을 올리지 말라고 말씀하신 아버지는 천년같은 단톡방의 정적을 이겨내시면서 딸의 의견을 지지해주었다. 이런 부모님덕에 저자의 생각이 어디에 편향되지 않게 잘 자리잡힌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길거리에서 일본인 여성을 한국인 청년이 폭행한 사건이 있었다. 저자도 한국인으로서 화나고 부끄러웠다고 한다. 그런데 그 일본여성의 계정에 많은 한국인들이 대신 사과하는 것을 보고 그 일본여성은 "한국인들이 왜 사과를 하지" 하고 의아해 했다고 한다. 사과할 당사자가 아닌 사람들이 가해자를 대신해서 사과하는 것이 이상했던 것이다. 저자는 이 사건을 보며 페미니즘적 사고를 했지만 나는 좀 다른 생각이 들었다. 가해자가 직접 사과하는 것은 맞고 주변 사람이 대신 사과해주는 문화가 이상한 일본인의 입장에서 보면 자신들의 부모세대가 저지른 제국주의의 폐해를 자신들이 사과할 필요가 없어지는 것이다. 그래서 일본은 사과를 영원히 할 수 없겠구나...하지 않겠구나 하는 생각...
낙태문제 에 대해 "이미 태어난 생명에 대한 예의' 를 먼저 생각하는 것
생리대 유해성 문제가 터졌을때 남성전문가가 나와 생리대 사용법교육같은 무지한 발언들을 쏟아내는 어이없는 상황
한국같은 고도의 가족중심주의 사회에서 가족은 존중의 근거가 아니라 협박의 조건이 될 수 있다는 것
진보진영 남성들이 남성 권력에 대항하지 않고 그것을 욕망했다는 것
결혼 자체를 부역으로 취급하는 것은 가부장제가 무너진 사회에서만 가능한데, 가부장제가 무너지기는 커녕 돈독한 사회에서 페미니스트로서 결혼이 여성에게 부역행위인지를 당연하다는 듯이 묻는 현실 은 토론이 제대로 되지 않는 사회라서 그렇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에게 익숙한 토론은 정반대의 입장을 가진 사람들이 나와 서로의 말이 옳다며 침튀기며 소리지르는 것이다. 하지만 토론이란, 정말 좋은 토론이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