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좋은 책이었다. 뜬금없이 시작부터 결론적으로 그랬다. ㅎㅎ
현직 고등학교 지리선생님인 저자 소개를 보니 그동안 지리를 친근하게 받아들일 수 있게 하는 책들을 여럿 펴내신 분이었다.
이 책또한 어른이 읽어도 재미있고 청소년이 읽어도 쉽고 재밌게 읽힐 것이라 생각되는 책이었다.
비교적 얇은 두께에 부담도 없고 사이사이 적절한 컬러자료 인용도 보기에 편하고 무엇보다 예쁘다. 내 기준에는 예쁜 책이다. 그래서 좋다. ㅋ
'시간을 걷는 인문학' 이라고 제목지어졌지만, 이 책은 '시간' 이나 '인문학' 이 아닌 '걷는' 에 방점이 찍힌 책이다.
간략히 표현하자만 '길 이야기' 이다.
세상엔 많은 길이 있고 그 길은 연결되어져 있기도 하고 있다가 없어지기도 하고 보이지 않는 샛길이 있기도 하다.
길을 따라 어떤 목적지를 향해 갈수도 있지만 이길저길 둘러보며 정처없이 유랑할 수도 있다.
이 책은 이길도 갔다가 저길도 갔다가 천천히 걷다가 문득 뒤돌아 보면 이런 길을 내가 걸어왔구나 하는 소소한 감상을 주는 책이다.
대부분 우리나라의 길 이야기라서
멀고멀어 가볼수 없을것 같은 세계어느곳의 길이 아니라서
이런길에 한번쯤 가봐야 겠다 싶은 곳을 알려주기도 하는데 '길' 에 대해 다양한 잡학다식도 많이 알려준다.
서울지하철이 모든 역과 구간에서 휴대전화와 무선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는 세계 유일한 지하철이라는 것,
경북 문경의 토끼비리 라는 절벽길이 있었기에 왕건이 고려를 세울 수 있었다는 것,
인천 대교는 정부가 보유한 자산 중 가장 비싼 자산이라는 것,
지하철이 다니는 세계에서 가장 긴 지하 터널은 서울 방화동과 상일동 사이에 놓은 지하철 5호선 터널이라는 것
청계천이 바닥에 방수처리를 하고, 전기로 물을 끌어올려 흐르게 하는 인공하천이라는 것(전력난에 허덕이는 국가에서 전기먹는 하마라고나 할까;;;),
우리나라 고속도로에서 가장 많이 로드킬 당하는 고라니가 중국과 한국에서만 사는 귀한 동물이라는 것,
무엇보다 '조선의 길' 이야기는 당시 서양인들이나 일본인들에게 조선이 미개하다는 왜곡된 인식을 주게된 배경을 설명해 주어서 좋았다. 그들이 어찌 생각했던 우리라도 제대로 알고 있어야 하는 거 아닌가. (<조선, 그 마지막 10년의 기록> 이라는 구한말 선교사가 쓴 책을 읽은 적이 있다. 조선에 대해 우호적인 입장이었던 그도 '조선의 길' 에 대해서는 혀를 찼다. 하지만 조선이 최소한의 도로망을 가졌던 것에는 다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모자라고 미개한 것이 아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