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스트 러브 소설Q
조우리 지음 / 창비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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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 '제로캐럿'의 이야기와 일곱편의 팬픽

본편과 팬픽이 교차되는 지금 가장 독특한 소설

 

무대 위 누군가를 뜨겁게 사랑한 적 있는 당신에게 (표지 中)

나는 팬픽을 읽어본 적이 없다. 그래서인지 이 책의 내용과 구성은 처음 경험하는 독특함이었다.

여자아이돌 그룹 '제로캐럿'의 이야기를 본편으로 쓰면서 제로캐럿의 열성 팬인 '파인캐럿'이 쓴 팬픽이 중간중간 끼워져 있다.

'제로캐럿'의 아이돌 이야기를 읽으면서 제로캐럿의 멤버들을 주인공으로 한 가상의 소설 '팬픽' 은 소설속의 소설인 것이다.

 

 

 

 

 

 

 

이야기는 제로캐럿의 콘서트로 시작된다.

첫 콘서트이자 마지막 콘서트가 될 콘서트를 앞두고 멤버들 개개인의 이야기가 서술된다.

아이돌 그룹의 속사정을 읽는 듯한 느낌이 들어 적응이 되어가는 사이사이 팬픽을 읽다보면 멤버들 자체의 성격과 팬픽속의 성격이 섞여들어서 나름 집중하며 읽어야 한다.

 

 

 

 

제로캐럿의 멤버는 처음엔 5명 이었다.

다인(김다인), 루비나(이수빈), 지유(이지은), 재키(홍재영), 준(송준희)

그러다 계약기간이 먼저 끝난 두 멤버가 탈퇴하면서 한 명의 멤버가 영입된다. 마린(최마린)

연습생 생활을 오래한 지유와 재키는 단짝이다. 외국에서 온 재키를 지유는 옆에서 보살펴 주었다. 탈퇴후 지유는 연기자가 되고 재키는 외국에 있는 집으로 돌아갔다. 루비나는 늦깍이 아이돌이다. 이십대 중반에 데뷔하여 첫 콘서트를 29살에 하게 되었다. 다인은 춤을 잘 춘다. 중학생때 별 생각없이 친구가 찍어올린 춤동영상이 대박이 나면서 아이돌로 캐스팅 되었다. 준은 노력파다. 다인의 실력을 가장 먼저 알아보았고 아이돌 데뷔를 함께 하게 된 후 다방면에서 천재적 능력을 발휘하는 이미지를 갖게 되었으나 사실은 늘 최고가 아닌 최선을 다하는 사람이었다. 멤버구성의 변화를 가져온 마린은 아역배우였다. 아역배우 생활을 오래하면서 익혀진 엔터테인먼트 능력은 별다른 노력없이 바로 아이돌캐스팅으로 이어졌다.

멤버마다 데뷔한 배경이 다르고 능력도 다르고 이미지와 아이돌 이후의 삶도 다르다. 아이돌 그룹에 조금이라도 관심을 가졌던 사람이라면 이러한 이야기들이 지금 국내에 넘쳐나는 아이돌 그룹들의 속사정임을 바로 알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아이돌 그룹의 열성팬인 파인캐럿의 마음을 읽고 작가후기를 읽고 나면 '응답하라 1997' 도 생각나고, 몇몇 아이돌 그룹을 소설속 멤버들과 매칭시켜 보게 되기도 한다.

나는 작가가 표현하는 'SM 처돌이' 까지는 아니었지만, 젝키보다는 HOT가 좋았고, 핑클보다는 SES가 좋았다. 작가가 열렬히 사랑했던 아이돌그룹 f(x) 도 좋아했다. '응답하라' 시리즈 중에서 1988 보다도 1994 보다도 1997 이 가장 좋았던 것은 HOT 빠순이가 주인공인 드라마 내용에 가장 몰입되었기 때문이다. 아이돌 1세대 그룹은 뭐니뭐니해도 HOT 다. 1997의 주인공도 팬픽을 썼다. 하이틴로맨스소설 시대에서 바야흐로 팬픽으로 넘어가는 시대가 바로 그때였다.

아이돌 그룹은 대부분 동성그룹이기 때문에 아이돌 그룹의 멤버들을 주인공을 쓴 팬픽은 멤버들간의 사랑 즉 동성간의 사랑을 다룬다. 팬픽에서의 동성애 코드는 일반 소설속 동성애코드와는 또다르다. 연령대가 낮은 만큼 학창시절의 설레임 가득한 로맨스와 친구같기도하고 연인같기도 한 혼란스러운 감정을 그대로 담고 있다. 이 혼란은 동성이기때문에 오는 혼란이라기 보다는 사랑과 아직 사랑이 아닌 감정 사이의 혼란이다. 그래서 사랑소설로도 성장소설로도 읽게 되는 이야기가 된다.

 

 

 

학창시절 사소한 순간이 주는 설레이는 추억하나쯤 간직하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을까?

한창 뜨거운 나이에 좋아하는 연애인에 대한 사랑 가득한 팬심을 경험해본 사람은 또 얼마나 많던가?

누군가에 대한 사랑이야기를 HR인듯 팬픽인듯 드라마인듯 읽게 되는 이 소설이 주는 풋풋함은 의외로 어린나이가 경험한 인생의 희노애락를 그대로 전해주고 있기도 하다. 그러한 인생이 여전히 계속되고 있음을, 그래서 인생이라고 부른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해주는 소설이기도 하다.

소설인데 노래가 들리고 노래가 들리는데 추억이 되버린 기분을 주는 이 소설은 라스트 러브가 라스트가 아님을 처음에도 알겠고 끝에도 알겠는, 마지막 사랑에 대한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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