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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어 - 인생을 위한 고전, 개정판 ㅣ 명역고전 시리즈
공자 지음, 김원중 옮김 / 휴머니스트 / 2019년 10월
평점 :
아주 예~~전에 논어를 읽어보려고 시도한 적이 있었다.
한자의 음과 해석이 달려 있는 책을 샀었다.
하늘천따지 하듯이 한자의 음을 따라 읽어보고, 뜻모를 한문문장을 해석한 한글문장을 읽으며 책을 읽다가.. 사실은 끝까지 다 읽지 못했다.
고사성어 풀이처럼 옛이야기로 읽혀지는 것도 아니고, 좋은말 같기는 한데 밑도끝도없이 불쑥불쑥 튀어나오는 듯한 문장들이 연결되지 않고 매번 끊어져 있다보니 그 숨겨진 뜻을 해석하기에는 영 능력이 딸려서 무슨 소리인지도 모르겠는 책이 영 재미가 없어 그냥 중간에 접었다;;;
그러다 작년엔가... 최인호 작가의 소설 공자 를 읽었다.
논어의 말씀을 바탕으로 한 공자의 인생을 재구성한 소설을 읽으며 한 인간으로서의 삶과 제자들과의 대화로서의 논어의 문장들을 조금이나마 이해하고 나니 다시 한번 논어 를 시도해 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 동안에 읽어온 책들도 꽤 되니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내심 기대가 되기도 했다.
그래서 논어개정판이 새로 나온 것을 보니 욕심이 났고, 다시 도전하여 이번엔 당당히 완독을 하는 뿌듯함을 경험했다. ㅎㅎ
새로 나온 논어개정판은 일단 표지가 멋있다. ㅋ
하드커버가 주는 고급스러운 느낌과 중국한학에 정통한 역자에 대한 신뢰와 각 장마다 소제목과 해설을 붙여 배경지식을 알려주는 것까지 모두 좋았다.
공기반 소리반 이 아니라 본문만 주석반 이라고 할 정도로 상세한 주석들도 읽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고전을 읽는데 중요한 것은 그 문장 자체의 의미도 의미겠지만, 현대적 해석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주석에서 한자의 뜻풀이 뿐만 아니라 중국 대표 유학자 주희의 해석과 조선의 대학자 정약용의 해석 그리고 현대적 해석은 어떻다라는 부분까지 알려주고, 때로는 그 문장에 숨겨진 일화까지 소개해 주고 있어서 지금 읽어야 할 고전으로서 논어를 선택한 이들에게 큰 도움이 될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논어>를 읽는 내내 나는 소크라테스가 떠올랐다. 둘은 굉장히 흡사한 면이 많았다.
일단 생몰연도가 비슷하다. 소크라테스는 기원전 470~399 , 공자는 기원전 551~479 로 둘 다 기원전 5세기의 학자라고 할 수 있다. (그러고 보면 동양과 서양은 역사적으로 굉장히 비슷한 속도로 발전해 왔다. 아무 상관 없어 보이는 먼 지역에서 이렇게 비슷한 성장을 해온 인류의 역사는 참 신기하다)
소크라테스도 제자와의 대화를 통한 교육적 효과를 중시하여 저서를 남기지 않아 그의 제자들이 스승을 기억하며 책을 펴냈고,
공자도 제자와의 대화를 통한 교육적 효과를 중시하여 저서를 남기지 않아 그의 제자들이 스승을 기억하며 책을 펴냈다.
소크라테스도 당대의 고대그리스정치에 대한 쓴소리를 숨기지 않았고 제자의 신분을 따지지 않았고
공자도 당대의 정치에 참여하려고 늘 애쓰며 비판을 숨기지 않았고 제자의 신분을 따져 받지 않았다.
소크라테스도 당대에서는 과거인 호메로스시절의 학문과 예술에서 배우며 숭상했고
공자도 당대에서는 과거인 요순임금시절의 학문과 예술에서 배우며 숭상했다.
소크라테스와 공자 둘다 자신이 직접 서술한 책이 없다보니 후대에 해석의 여지가 많아 자꾸 회자될 수 밖에 없었고,
그리고 무엇보다도 둘 다 당대의 인정을 받지 못했고, 죽고 나서야 인정을 받았다. 그것도 아주 큰 인정을.
둘 다 당대에 인정받고 정치적으로 성공했다면 지금처럼 이름을 남길 수 있었을까? 아니었을 것이다. 당대에 인정받지 못했기에, 당대에 실패한 교육자이자 학자였기에, 후대에 그때 그 가르침을 몰라본 반성의 후회에서 더욱 받아들여졌을 것이다. 그때 그 가르침을 따르지 못해 처절한 사회의 혼란을 겪고 난 후에야 비로소 후대에 더욱 스승으로 모셔진 것일 것이다. 그때 그 말씀들이 배우고 또 배워도 배울만한 것이었기에 널리 퍼지고 아직도 배우고 있는 사람들이 있게 된 것이다. 그렇게 고전이 된 것이다.
공자가 살던 시대에서 '유세' 라는 말이 나왔다고 한다.
당시에는 왕이 있고 그 왕에게 조언을 해주고 싶은 학자들이 왕을 만나 자신의 의견을 열심히 피력해야 했는데 그것을 '유세' 라고 했다. 공자는 정치에 참여하고 싶은 욕구가 큰 학자였고 열심히 왕들에게 유세를 다녔으나 그 어느 왕에게도 받아들여지지 못했다. 어떤 왕에게는 학자로서의 대우도 제대로 받지 못할 때도 있었다. 공자의 의견에는 항상 백성에 대한 이야기가 있었다. 왕들에게는 필요하지만 불편한 주제일 수 있었다. 그래서 왕정이 약해지고 귀족들, 학자들, 양반들이 세력을 잡아가기 시작하던 시기에 공자의 말씀이 퍼질 수 있었다. 왕의 권력이 전부가 아님을 피력해야 하는 시절이 되어서야 공자의 가르침은 연구될 수 있었다. 물론 그렇다고 민권이 생긴 것은 아니었으나, 적어도 권력이 나누어져야 할 때 <논어> 가 필요했다. 권력이 다가 아니고 먼저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논어> 는 결국 왕에 대한 견제 세력이 되었다. 어쩌면 그래서 지금도 <논어> 를 읽어야 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어느 시대이건 항상 사람이 먼저 사람다워져야 하는 것이니까.
내가 <논어> 읽으며 한 이러한 생각들이 논어의 본래의 주제와는 다를 수도 있다. 하지만 짧은 문장 들 그 속에 숨겨진 의미들을 세세히 파악하는 이 책을 읽으며 오히려 나는 전체적인 의미에 대해 자꾸 이런저런 생각이 들었다. 어떤 짧은 문장들은 누군가에게 인생지침으로 삼을 만한 명문장들이겠지만, 나는 몇몇 문장들을 건진 것보다 논어의 의미에 대해 공자의 삶에 대해 나름대로 이해하게 된 것이 좋았다. 책장에 꽂아놓고 오며가며 볼때마다 '내가 이 고전을 읽었지' 하는 뿌듯함을 느끼게 될 것 같아 좋았다. 나중에 다시 읽을땐 겁먹지 않고 편안하게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가끔 생각날때 중간중간 표시해둔 부분만 읽게 될 것도 같다. 여하튼 소장각인 책을 또 하나 얻었다. ㅎㅎㅎ